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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거리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도착한 Del Posto. 두번 째 방문입니다. Del Posto는 NY Times에서 별 넷을 받았을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다가, 지금은 평일 런치는 예약이 어렵지 않은 곳 같습니다. 저녁에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예약하기 힘들지는 않았어요.


참 제 취향의 레스토랑이에요. 특히나 요리가 훌륭합니다. 디저트가 별로인게 단점이긴 하지만요. 2층 좌석은 예약할 때 말해야 준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몰라도 좌석이 좁아보여서 1층으로 잡았습니다. 


뉴욕의 여느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일년 매출이 상당합니다. Restaurant Business 집계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팁을 제외하고) 17.8 million달러. 1140원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200억원 정도입니다. 단일 식당으로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Tao Downtown 376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단하죠? 임대료 비싼 첼시에서 이 정도 매장을 유지하려면 저 정도는 벌어야 하는거죠.


어뮤즈 부시. 손으로 집어먹습니다. 뭐 손닦는 수건은 주지만요. 6월인데도 먹을만한 굴이 나오네요. 크게 인상적이진 않지만요.


역시 어뮤즈부시. 기억이 안나네요. 치즈를 튀겨줬던가? 


이날 바게띠니는 첫날보다는 인상이 좀 흐렸네요. 크기도 다르고 발효한 정도가 틀린지 향이 약해서 아쉬웠습니다. 함께 발라먹는 '치즈처럼 보이는 버터'가 예술입니다. '클로즈업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어느 유명 평론가가 말했다는 데 딱 맞는 설명입니다. 


Crudo di PESCE e Carciofi alla Romana


본격적인 전체가 시작됩니다.  광어를 회로 뜬 다음, 세비체로 만들고 위에는 보라색 아티초크를 살짝 익혀서 올렸습니다. 다시마로 일본식 다시를 내고 레몬 등으로 산미를 추가한 듯 해요. 올리브유는 좀 뿌려준 듯 하고 허브로는 민트. 위에 올려진 꽃은 아니스 히솝 (Anise Hyssop). 먹을 수 있는 꽃입니다. 


날것에 가까운 생선을 미국 레스토랑에서 많이 취급하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이 클겁니다. 일본 요리를 파는 미슐랭 레스토랑이 뉴욕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접시에 담아 서브하는 것은 세비체에 가깝습니다. 뭐랄까? 일본 요리가 인기를 끄니까 그런 풍의 요리를 만들어 보려다 차마 날 생선은 못내놓고,  세비체를 응용해서 요리를 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광어도 신선하고 맛도 좋네요. 


메뉴에 없는 랍스터. 처음 방문한 랍스터가 너무 맛이 좋아서 다시 주문. 메뉴에는 없고 물어봐야합니다. 위에 올라간 야채는 아티초크. 맛이 무척 좋았는데 양이 좀 박했네요. 


신선해서 냄새도 없고 촉촉하게 잘 조리했습니다. 소스와도 어울리구요. 


첫 방문 때 먹었던 파스타를 또 먹고 싶어서 다시 청했습니다. 역시 좋습니다. 모렐 버섯과 양의 젓으로 만든 리코타 치즈(Ricotta di Pecora), 트뤼플이 들어간 버터소스가 멋지게 면의 맛을 살려줍니다. 면도 모두 레스토랑에서 만든다고 하는데 참으로 맛있더군요. 


SPAGHETTI ai Ricci di Mare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만든 성게 스파게티는 어떤 걸지 궁금해서 시켜 보았는데, 전체적으로 다시마 다시로 마지막 조리를 했고 (별다른 향이 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고요, 감칠맛만 높이려 했던 것 같네요), 위에는 캘리포니아산, 혹은 캐나다산으로 추정되는 성게(Sea urchin)이 생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신선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쓴 맛이 남은 걸 보니 붕산이 제법 쓰인 듯 합니다. 어쩔 수 없겠죠만, 이 정도 맛의 성게를 보려고 시킬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면의 조리가 훌륭해서 맛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우니의 양이 더 많고, 우니 맛이 좀 좋았다면 추천했겠는데, 여긴 뉴욕이니까 그건 기대할 수 없겠죠.  


일종의 부야베스 같은 요리였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새우, 생선 살. 


토마토 베이스 소스를 부어줍니다. 


국물 끝내주는데요. 싹싹 비웠습니다.


HALIBUT all'Astigiana. 대망의 인생 메뉴였던 메인디시. 


"헐리벗을 먹으라고?"


테이블을 담당하던 서버분이 헐리벗을 권했을 때는 솔직히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습니다. 그야 물론 헐리벗이 메뉴에는 있을 수 있죠. 보편적으로 먹는 생선이니까요. 하지만 그걸 한국 손님에게 권하면 안되는거잖아요? 미국인들에게나 권해야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헐리벗에 대한 제 인식은 엉망이거든요. 크고, 양이 많고, 맛없는 가자미과 생선이라고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권하는 서버분을 믿고 시킨건데, 이 메뉴가 대박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찍어두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메뉴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거냐? 라고 할 때는 그러질 못하겠습니다. 일단, 이 요리, 호불호가 좀 갈릴 거 같거든요. 구워서 풍미를 높인 생선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불만이 있을 것도 같아요. 헐리벗을 가볍게 물로 데쳤어요. (Poached) 다음에 가서 이 메뉴를 시켰을 때도 똑같은 수준의 익힘으로 나올까? 이날만 그런 걸까? 그게 정말 자신이 없네요. 인위적으로 그렇게 조리할 수 있을지 못믿겠거든요. 정말 경험해본 생선 중 가장 완벽한 익힘이었습니다. 


위에 올려진 것은 생 아몬드로 만든 거품입니다. 푸른 고추를 옆으로 자른 듯한 생김새의 녹색 껍질을 한 열매가 바로 생 아몬드고, 생선 위에 올라간 녹색 거품은 생아몬드로 만든 소스, 그리고 가볍게 거품으로 만들어 추가했습니다. 


아몬드가 소스가 될까? 싶었는데 정말 생선과도 잘 어울리더군요. 환상적인 한 접시였습니다. 


Costolette d'AGNELLO


제가 시킨 게 아니어서 사진을 메인쪽이 아니고, 사이드 디쉬 쪽으로 찍었네요. 양고기 갈비살입니다. 헬리벗을 먹고 너무 감동해서 다른 걸 입에 넣고 싶지 않아서 동행분이 나눠주는 것 조차 거절해서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양은 푸짐하고 맛도 괜찮겠죠. 뭐. (알게뭐임?)



양고기 뜯어먹고 손 닦으라고 이런 것도 가져다 주네요. 허브로 삶은 물수건이라는데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코스 시작 전에도 줬었던 거 같은데.... 뭐 달라면 주겠죠. 


2 to 3 month aged Quattro Portoni BLU di BUFALA


단맛의 디저트가 아니라 치즈 디저트인데 이건 훌륭하네요. 사진을 좀 잘찍었어야 했는데 물소젖으로 만든 블루치즈, 위에는 체리를 넣은 빵을 러스크처럼 만들어서 올려두었습니다. 일체감을 추기위해 체리로 소스(메뉴에는 머스타드라고 표현됨)를 만들어 뿌렸습니다. 치즈와 산미있는 소스 조합, 빵에 발라먹는 것도 좋더군요. 


젤라또 & 아이스크림. 뭐 그럭저럭. 


디저트 이름도 기억이 안나네요. 견과류가 들어간 디저트였는데, 치즈의 감동을 바로 실망으로 전환시키더군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실망을 주는 초콜렛 디저트. 솜씨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초콜렛 퀄리티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젤라또는 그럭저럭 먹을 만하네요.


생일까지는 제법 날짜가 남았지만, 여기 온 김에 생일이라 하고 생일 디저트를 받아 먹습니다. (그만큼 팁도 줬어요). 이런 접시를 가져다 줍니다. 


커다란 초코볼. 


깨면 초콜렛이 나옵니다만. 맛은 뭐.... 뉴욕 레스토랑의 디저트는 왜 이렇게 되어 버렸나요? 솔직히 디저트로 단맛, 뭐 이런 건 포기하고 그냥 생과일을 썰어주거나, 아니면 양을 좀 줄인 햄버거를 구워주는 게 가장 미국적이고 맛도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못할게 뭐 있나요? 손님들도 좋아할 거 같은데. 


잇푸도 - 팀호완 - 델 포스토. 하루에 레스토랑 셋이라니. 너무 배가 불러서 호텔까지 4km 되는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비가 살짝 오는 날씨였는데, 타임 스퀘어 부근까지 가자 세차게 내리더라구요. 동행분은 H&M에서 잠시 비피하게 놔두고 (무료 WI-FI되는 공간), 위아래, 신발까지 여행용옷(=고어텍스)으로 무장한 제가 호텔로 가서 우산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렇게 뉴욕 여행이 막을 내리네요. 미술관, 레스토랑, 걷기 좋은 공원들. 뭐 하나 빠지는 곳이 없네요.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비싸서 못사는게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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