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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천하제일 비색청자'라는 이름으로 고려청자 전시회를 엽니다. 자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반드시! 들려보아야 할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350여 점의 청자, 그 중 국보급만 18점이 모이는 전시회도 쉽지 않은데다 그 중에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10년에 한 번 보기 쉽지 않은 '상감청자운학매병'이 나옵니다. 이런 수준의 청자전시회는 향후 20년 내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구나 일본에서 온 '청자 구룡형 정병'도 일본에 가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지요.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자기이기도 하구요. 


국립중앙박물관, 별관(?)에서 전시회가 있습니다. 특별전치고는 비교적 싼 3,000원 입장요금을 받습니다. 

입장하면 어딘가에서 써먹은 걸 다시 가져다 놓은 듯한, 비디오 아트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비색' 즉 비취색과 학, 버드나무 등 고려청자에서 볼 수 있는 무늬로 만든 작품이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전시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전시회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전시회는 '직접 가서' 봐야 합니다. 그렇고 말구요.

현대 자기에도 많이 응용되는 대나무무늬 주전자와 받침. 인사동 좀 들려보면 이 작품을 흉내낸 디자인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자기로서 어지간한 시도는 고려시대에 이미 거의 다 해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죠.  

물가 풍경무늬 자판. 그릇뿐만 아니라 청기와로 대표되듯 비색을 넣은 자기 제품은 오늘날로 치면 타일, 기와에도 쓰였죠. 물론 당시로서는 최 고급품이었습니다.  


국화모란무늬 정병. 국립박물관 자기는 대부분 다 눈에 새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낯설은 작품이네요. 

참외무늬 정병, 다양한 정병들이 있네요. 

정병의 디자인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물론 세부로 따지면 차이가 있지만 문외한이라 따질 능력이 없으니 그냥 '비슷하다'로 하겠습니다.

볼 때마다 제가 침을 흘리는 청동 정병. 정식 명칭은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으로 정교함으로 따지면 이후 일본에서 만들어진 정병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품격이 있습니다. 청동의 빛깔도 비색인게 마음에 드네요. 

참고로, 예전 일본 비와호 부근 불교/밀교 유물 전시를 할 때 보았던 정병. 밀교의 유물로 짐작됩니다. 더 정교하고 균형미가 있습니다. 예술품끼리 서로 어느 쪽이 가치가 있네 하는 거야 말로 의미없는 짓이겠지만 정교함이 덜 하더라도 저는 어딘가 투박하지만 신비로움이 있는 비색 정병이 더 맘이 가네요.  


참고로 하나 더. 원나라 때 자기입니다.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데 고려청자의 비색과 유사한 색을 보여줍니다. 당시 중국의 여요 청자는 불투명한 녹색, 우리는 색을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사하는 푸른색. 고려청자 WIN! 이라고 단순하게 알고 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리 쉽게 무우가르듯 가를 수는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양쪽 국가의 장인들 사이에서는 현대보다 더욱 밀접한 기술교류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람모양 주전자.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청자 어룡형 주자. 고려 청자의 걸작중에 하나죠.


정면에서 보면 입모양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두 점이 비슷하죠. 이름도 비슷합니다. 위쪽이 '매화대나무물새무늬매병'. 아래쪽은 '매화대나무새무늬 매병' 

말이 필요없는 고려청자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죠. 칠보무늬향로

원숭이 모양 연적. 간송미술관 소장으로 역시 보기 힘든 작품입니다. 


동녀/동자 모양의 연적. 오사카 미술관에서 빌려온 작품입니다. 두발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몽고식임이 이채롭죠. 

이중섭 화가가 가족을 그리워하며 자주 스케치했다는 포도 동자무늬 주전자와 받침. 어째 저 동자의 그림과 이중섭 화가의 그림이 닮아보이기도 하네요. 

사자장식향로. 역시 고려청자 걸작중의 하나입니다. 

거북모양 주전자. 처음보는 작품인데... 색감이 끝네주는군요. 입 끝에 금으로 수리한 흔적이 있습니다. 

원앙모양 뚜껑과 연꽃모양 향로. 

용모양 정병, 야마토 문화관 소장. 

용모양의 정병. 용이라기 보다는 뭔가 사특한 도깨비 같군요. 저런 모양이 일본 도깨비의 원형이 되었을 거 같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 좀 섬찟하기도 하죠? 용보다는 지옥을 묘사한 듯한.


그리고, 청자상감운학매병. 설명에는 구름과 학무늬 매병이라고 표기 되어 있는데 참 바람직해 보입니다. 어려운 한자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죠. 저야 교과서에서 저렇게 배워서 입에 익어버렸지만. 

생각보다 큽니다. 높이가 40cm가 넘는 큰 사이즈인데, 너무 가까이서가 아니라 조금 떨어져서 보면 그야말로 절품이라 할만합니다. 상감청자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니 그럴만도 하지요. 

가까이서 보면 당시 장인들이 유약의 한계때문에,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고려청자 말기의 잔금들이 표면에 가득 보입니다. 그렇다해도 이 도자기가 당시 도기 기술의 최정점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듯한 명품입니다. 



전면의 뒤를 보면 수리한 흔적이 나옵니다. 이 도자기는 강화도 고려시대 귀족(왕실?)의 무덤을 도굴꾼인 야마모또가 도굴해서 훔친 물건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야마모또는 뾰쪽한 도구로 유물이 있는지 마구 쑤셔보며 무덤속을 헤집었기 때문에, 꼬챙이가 도자기를 찔러서 저렇게 흠이 생겼다고 합니다. 사진을 잘 보면 깨진 흠이 선명합니다. 간송 회고록에 보면 사는 데 2만원 (당시 기와집 20채 값) 수리하는 데 또 거금을 들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유물이나 자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면 꼭!꼭!꼭! 가봐야 하는 전시회입니다. 국립박물관에 있는 자기야 늘상 볼수 있으니 그렇다쳐도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간송미술관의 상감청자운학매병만 보더라도 갈 가치가 차고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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