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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유럽의 음식을 먹어볼 시간입니다. 저야 형수님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었지만, 안내자 역할을 맡은 친구 동생 A양이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니 뭐라도 먹긴 먹어야죠. 괜찮은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학교 근처에 근사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 집(Acron House)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어있는 가게인데요, http://www.acornhouserestaurant.com/ 가게 홈페이지는 여기를 참조하세요.
간판은 아담하지만, 지난 200년간 런던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게라고 The Times의 Giles Coren이 추천했다는군요. Giles Coren은 2005년 '올해의 레스토랑 평론가'쯤 되는 상 (Food and Drink Writer of the Year)을 받은 유명한 신문 컬럼니스트입니다. 흠. 기대되는군요.
가게 안은 자연채광으로 밝고 깔끔합니다. 특히나 색을 화려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썼어요. 전 인공조명에 진한 색으로 치장한 가게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첫인상은 마음에 들더군요.
자리에 앉으니 메뉴를 가져다 줍니다. 봄을 위한 메뉴라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서 메뉴를 바꿀 거라고 짐작이 되네요.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입니다. 참고로, 평론가가 이 가게가 특별하다고 칭송한 이유는 런던에서 친환경(eco-friendly) 개념을 도입한 첫번째 레스토랑이어서 라는군요. 또 하나 이 기업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홍대 오요리 등 몇몇 레스토랑이 주장하는 것처럼요. 이 집 홈페이지에 가서, 이 집의 '철학'을 읽어보면 사회적 기업으로 이 집이 표방하고 있는 몇몇 흥미로운 주장들이 있습니다.
- 물의 오염을 최소화 한다.
- 가능한 친환경으로 생산된(태양열, 풍력 등) 전기를 쓴다.
- 에너지를 아끼려고 노력한다. (자연채광을 극대화한 이유이기도 하죠)
- 음식 재료를 나를 때는 (옥수수 등에서 뽑아낸) 바이오 디젤유를 사용한다.
- 재료는 농부들에게 직접 구입한다.
- 재료를 운반하는 에너지를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
-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 이런 재활용, 에너지 절약 과정을 일반인에게 교육적인 목적으로 공개한다.
흥미로운 개념들이네요. 한국에서도 이런 걸 실천하는 식당이 좀 나왔으면 합니다. 어쨌든 메뉴부터 산뜻해 보이네요. 봄의 색을 따라 연두빛으로 테두리한 메뉴가 얼마나 이뻐 보이던지.
요리를 먹기 전에, 매장 안을 좀 더 둘러봅니다. 화장실 다녀오며 찍은 입구쪽 모습입니다. 소박하죠?
주방쪽 모습입니다. 깔끔하고 깨끗하네요. 레스토랑은 위생 문제도 있고 해서 오픈키친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싱싱한 재료들을 바구니에 담아두는 것도 특이하네요. 재미있는 컨셉입니다.
바구니 위로는 각종 소스들과 책들이 있네요. 이 레스토랑이 꽤 유명하다보니 (그런 것 치곤 손님이 적은편) 오너 쉐프가 출판한 책도 있는 듯 합니다.
이제 음식을 먹어야죠. 먼저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Cheltenham beetroot, Spinach & Roasted garlic (비트와 시금치, 그리고 구운 마늘). 비트를 위주로 한 샐러드는 한국에는 거의 없지요. 산뜻한 맛이 고기와 잘 어울리지만, 메뉴에는 양고기밖에 없었고, 유럽의 생선요리가 궁금해서 생선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신선한 재료 맛을 잘 살린 샐러드였어요.
제가 시킨 오늘의 생선요리입니다. 고등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맛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집 식당 음식에 대한 기억이 괜찮았던 걸로 봐서 맛있었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만, 워낙 한국 사람에게는 흔한 생선이라 이역 만리까지 날아와 레스토랑에서 고등어를 먹어야 한다는 게 불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프렌치 레스토랑가서 '고등어 구이'가 메인이길 기대하지는 않잖아요.^^ 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면 모르지만 고등어로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네가 고등어를 좀 많이 먹어야 말이죠.^^)
A양이 시킨 Chick pea Farinata, dolcelatte, mushrooms and Wild garlic입니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Farinata에 Dolcelatte, 버섯과 야생마늘이네요. 이탈리안 풍 음식이군요. Dolcelatte는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이탈리안 치즈고, Farinata는 지중해 등지에서 주로 먹는 얇고 크리스피한 팬케이크를 말합니다. 주로 올리브 오일과 물을 병아리 콩을 빻아 만든 콩가루와 함께 반죽해서 만들지요. 파마산 치즈를 듬뿍 뿌려주었네요. 저 잎은 무슨 잎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30분 정도만에 후다닥 먹고 일어섭니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단순한 조리법으로 좋은 재료의 맛을 잘 살린 그런 식당이었어요. 다음 번 런던에 가도 들려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그 가격에는 런던에는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의 경쟁력 있는 런치메뉴가 많아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런던 관광에 나섭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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