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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를 맞아, 전철타고 춘천에 다녀와 봤습니다. 사실 지난 겨울에 가서 얼어붙은 의암호와 소양강을 보고 싶었는데, 감기로 몸져눕는 바람에-_- 물거품이 되었었죠. 그 이후에는 날이 따뜻해지니 자전거를 타느라... 


상봉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김유정역에서 내립니다. 청춘 iTX인가 하는 비싼 열차를 타면 더 빨리 간다지만 대신 김유정 역에서 서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김유정 역에서 내린 직후의 풍경입니다. '다음역인 남춘천역과 마지막 역인 춘천 역'의 폰트가 무척 한국 해방기문학스러워서 찍어보았습니다. 


역 플랫폼에서부터 김유정 관련된 진열장이 하나 달랑있고... 이게 전부입니다. 좀 썰렁하죠.^^


김유정역의 전경. 멋스럽게 한옥으로 지붕을 올리고 만들었습니다. 원래 역은 대략 200미터쯤 떨어져 있는데 폐쇄되었죠.


이제 김유정 문학촌으로 가봅니다. 역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가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역에서 대략 400미터 정도 거리죠. 


김유정 문학촌의 전경. 자그마한 시골 부잣집 규모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대부분은 기념 전시관을 방문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교과서에 나오고 시험에 나오던 대표작 '봄 봄'의 첫 페이지가 크게 인쇄되어 관람객을 반겨줍니다.
 

딸네미가 어엿하게 다 클 때까지는 양육비를 부담하고 이후 약정승계하시겠다는 장인어른의 갸륵한 뜻이 엿보이는 대목이네요. 데릴사위 아닌게 울매나 다행인지. 


언제 작품, 문학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제시대 때 것일까요?


신기하네요. 작품 배경이 다 이 동네라니. 


김유정 작가의 약력. 뭐 우리 때는 봄봄이 필수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그런지 시험에 만무방/동백꽃은 출제 되었는데 봄봄은 끝내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당에는 동백꽃의 한장면인 닭싸움 장면을 동상으로 세웠네요. 주인공 옆자리는 기념촬영 포인트입니다.
 

윗쪽의 튼실한 초가는 김유정 작가의 생가라네요. 


문학촌의 전경. 오른쪽 건물이 아까 보았던 기념관이고, 그 앞에 동상도 있습니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핀다고 하던데.. 지금은 아직 철이 일러 좀 황량하죠.


김유정 생가와 마당쇠 아마도 봉사점수를 따려고 일요일에 노력하는 학생이 아닐른지.



디딜 방앗간이라는 것도 있군요. 그냥 헛간일 듯. 


디딜방아와 각종 농사용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정원 전경. 여름에 물을 흘려두면 좀 괜찮아 보일 듯 합니다. 


문학촌을 나와서 춘천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바로 보이는 폐쇄된 김유정역.
 

사실, 원래는 팔미교로가 드름산을 넘어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그냥 되돌아와서 다시 김유정역에서 춘천으로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다음 번에 갈 때는 꼭.. 하이킹을 통해서 드름산 정상에서 북한강과 의암호의 절경을 감상하려 합니다. 아직 지도앱들에는 드름산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으니, 팔미교/팔미3교를 찾아서 방향을 잡으시면 될 듯 합니다. 자세한 길은 이 분의 블로그를 참조하시길. http://blog.daum.net/aslongasonelives/15296644 


그리고. 오랜만에 봄봄을 읽었으니 문제나 몇 개 풀어봅시다. 사실 현 한나라당 치세에서는 이 작품이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김유정은 이 작품에서 토속적인 분위기 이외에도 당시 농촌에 만연했던 마름을 통한 농민의 '착취'문제도 간접 언급하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뉴라이트 분위기에서는 이런 문제는 출시되기 어렵겠죠.

1)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비판적 입장에 있는 당시의 사회상은?

답) 마름의 횡포와 데릴사위 제도

참고) 장인어른인 봉필영감은 읍네 지주인 배참봉의 토지를 관리하는 마름입니다. 지주>마름>소작인의 관계와 가난한 농촌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드러내고 있는 게 김유정의 작품이죠. 주인공이 괜히 머슴살이하며 점순이랑 결혼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색시(노동력)를 사올 돈이 없어 이러는거지요. 
 

2) 인물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답) 노동을 착취하려는 장인과 점순이와 성례하려는 '나'의 상반된 목적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상호 평행을 이루며 합일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3.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장인님! 인제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말이 많다. 허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고만 빙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초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년이면 삼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해야 원할 것이다. 덮어놓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 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때가 되면 장인님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 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 왔다.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아채서,

“어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떼고 도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 뿐더러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 볼까 했다. 마는 우리는 장인님 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마디하는 법 없다. 우물길에서 언제나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어림으로 재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침 가서,

“제―에미 키두!”

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다른 사람보다 좀 크긴 하지만) 밑에서 넘을락 말락 밤낮 요모양이다.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보았다. 아하, 물동이를 자꾸 이니까 뼉다귀가 움츠라 드나보다, 하고 내가 넌즈시 그 물을 대신 길어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하러 가면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점순이의 키 좀 크게 해줍소사. 그러면 담엔 떡 갖다 놓고 고사드립죠니까.”

하고 치성도 한두 번 드린 것이 아니다. 어떻게 되먹은 긴지 이래도 막무가내니…….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또 싱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불거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무 먹는 걸 모르고 냇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여 심곤 조금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도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 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았다. 일이 암만 바빠도 나 배 아프면 고만 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쑥쑥 문대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도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더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위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1. 이 글이 해학적 분위기로 읽히는 이유?
장인에게 반발하면서도 끝내 이용만 당하는 주인공의 어리숙하고 순박한 태도


4.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조금 있다가 장인님이 씩, 씩, 하고 한번 해 보려고 기어오르는 걸 얼른 또 떠밀어 굴려 버렸다.

기어오르면 굴리고, 굴리면 기어오르고 이러길 한 너덧 번을 하며 그럴 적마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하지유!”

나는 이렇게 호령했다. 허지만 장인님이 선뜻 오냐 낼이라두 성례시켜 주마, 했으면 나도 성가신 걸 그만두었을지 모른다. 나야 이러면 때린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장인 쳤다는 누명도 안 들을 터이고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한번은 장인님이 헐떡헐떡 기어서 올라오더니 내 바짓가랭이를 요렇게 노리고서 단박 움켜잡고 매달렸다. 악, 소리를 치고 나는 그만 세상이 다 팽그르 도는 것이,

“빙장님! 빙장님! 빙장님!”

“이 자식! 잡아먹어라, 잡아먹어!”

“아! 아! 할아버지! 살려줍쇼, 할아버지!”

하고 두팔을 허둥지둥 내절 적에는 이마에 진땀이 쭉 내솟고 인젠 참으로 죽나 보다 했다. 그래두 장인 님은 놓질 않더니 내가 기어이 땅바닥에 쓰러져서 거진 까무러치게 되니까 놓는다. 더럽다, 더럽다. 이게 장인님인가? 나는 한참을 못 일어나고 쩔쩔 맸다. 그러나 얼굴을 드니(눈엔 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랭이를 꽉 움키고 잡아 나꿨다.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6)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7)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어쫓았지, 터진 머리를 볼 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희연8)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만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세를 하며 부랴부랴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그러나 이때는 그걸 모르고 장인님을 원수로만 여겨서 잔뜩 잡아당겼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 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짖궂이 더 댕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그래도 안되니까,

“애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 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 놓고 장인 님은 지게 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1. 이 글 중반부에는 이 작품이 화해(和解)로 끝났음을 암시하는 장면은?
- 장인은 내 터진 머리를 치료해 주며 성례를 약속한다.
- 나는 자신의 지나친 행동을 사과하고 일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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