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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집을 나왔습니다. 날씨는 덥지도 않고 따뜻하고 공기는 맑습니다.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고생하던 하늘과는 천지차이.

맑게 빛나는 하늘과 건물들. 비싼 숙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휴양지라는 게 이해가 됩니다.


단순한 관광지냐 하면, 이렇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바도 많아요. 수준도 나쁘지 않고. 전설적인 블루수 가수인 로버트 존슨을 입구에 그려놔서 찍어봤습니다. Green Parrot라는 가게입니다. 

스타랜드 극장. 이쁘네요. 1920년에 개관한 유서깊은 극장이랍니다. 


세인트 폴의 에피스코팔 처치. 1833년에 건축된 오래된 교회입니다만, 건물이 무지 깨끗하죠? 화재에 불타고 허리케인에 무너지고 여하튼 많은 우여곡절 끝에 1993년 새로 개장한 건물이어서 역사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건물은 이쁘네요.


또 듀발 거리를 걸어갑니다. 

난봉꾼 조가 하는 술집에 도착했네요. 슬로피조. 이 바에 얽힌 역사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끄적여 보겠습니다.


규모는 상당히 큽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키웨스트롤 오는 관광객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에 슬로피 조까지 포함시켜야 겠네요. 다섯군데입니다. 


안쪽은 더 넓습니다. 라이브로 컨츄리 뮤직을 부르는 악사분


시끄러운 맨 앞자리를 빼고는 꽉 차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헤밍웨이의 은덕이지요. 헤밍웨이가 단골이었다는 그 역사적 사실에 사람들이 들리는 명소가 된거죠. 그러고보니 작가의 단골가게를 방문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될만한 미국의 현실이 참 부럽네요. 뭐 어쨌거나 미국인은 우리보다 훨씬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니까요. 작가의 영향력은 우리보다 훨씬 크죠. 


자리가 없고, 무대 앞자리는 시끄러울 듯 해서 구석탱이에 자리잡았습니다. 참고로 이 가게의 광경은 웹캠을 통해 실시간 방송되고 있다는데요 http://sloppyjoes.com/index.php/cam_lp/ 여기서 가게와 그 주변 거리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넓죠? 주인은 정말 돈 많이 벌 듯.

Papa Dobles,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고 하는 술. 바카디, 럼, 포도주스, 라임 등을 섞어 만드는 음료입니다.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키웨스트에 오면 꼭 먹어야하는 콘크 차우더, 크램 차우더에 크램대신 콘크를 사용한 건데, 콘크 사용량은 가게마다 다릅니다. 술이나 마시는 바라 음식 수준은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는 꼴을 보니 더욱 기대가 가지 않았는데 먹어보니 맛있더군요. 물론 저 쓰잘데기 없는 비스킷 같은 건 손도 대지 않고 팍팍 퍼먹었습니다.


Full Moon Fish Sandwich.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입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Full Moon이라는 이름의 살롱이 있어서 거기서 피시 샌드위치를 팔았는데 무척 맛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 가게가 망하자 그 레시피를 배워와서 (레시피랄 것도 없는 음식인데--) 만들었는데 이 가게에 오는 작가들이 무척 좋아해서 대표 메뉴가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맛있는 콘크 차우더. 


치즈가 듬뿍. 그리고...한 입먹고 놀라버린 생선맛. 정말 아무 기술도 없이... 안에 들어간 생선은 그냥 밀가루에 감싸 튀긴 것 뿐입니다. 영국 피시앤 칩스랑 조리법은 똑같은데... 대구가 아니고 열대의 신선한 생선으로 만들면 저 간단한 조리법이 이렇게 맛이 있는건가요. 놀랐습니다. 이런 술집에서 먹는 음식따위하고 무시했는데 폭풍처럼 흡입했고 추가주문까지 했습니다. (추가주문은 실패였지만)


곳곳에 있는 헤밍웨이의 흔적들.

옛날에 사용했던 술병인 듯.

기념품도 팝니다. 

오래전 가게의 사진들이랍니다. 

그리고 헤밍웨이의 사진들.

낚시 사진이 대부분. 


인상깊은 그림. 헤밍웨이와 슬로피조의 주인 조가 헤밍웨이의 보트에서 낙시를 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배 이름이 왜 Pilar인가 했더니 헤밍웨이의 둘째부인 Pauline의 애칭이 Pilar라고 하네요. 어쨌든 헤밍웨이는 이 길이 12m짜리 낚시배를 $7,500 가까운 가격에 구매합니다. 좀 전에 보고온 헤밍웨이 집이 당시 $5,000였는데요. 마누라도 그렇지만 헤밍웨이도 돈을 펑펑 썼다는 증거지요. 뭐 그만큼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가였으니까 많이 쓰는 걸 뭐랄 필요는 없지요. 


그래서 이 그림이름은 Pilar, 화가 이름은 토비어스 맥그리거쯤으로 발음되려나요? 38년 어느 신문(아래 사진 참조)에 난 기사를 참고해서 그렸다고 되어 있습니다. 

38년 헤밍웨이가 이렇게 지방 신문에 난 듯 해요. 그리고 저 Pilar 보트는 지금 쿠바에 있습니다. 39년에 헤밍웨이는 저 배를 몰고가서 쿠바에서 지냈고, 노인과 바다와 같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쿠바 혁명 이후 쿠바에서 살던 집과 배를 몰수 당하면서 저 배도 쿠바에 남게 된거죠.


헤밍웨이의 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벽 하나는 온통 헤밍웨이 천지.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거대한 청새치 모형도 있습니다. 뭐 그건 사실 쿠바에서 쓴 소설이지만요.

여기도 헤밍웨이를 팔아먹기 위해 다양한 헤밍웨이 사진들을 붙여놓았습니다. 저 아래 사진은 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가 함께 있는 사진이 걸려있네요.


기대하지 않게 생선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 추가로 주문을 해보았네요. Conch Fritters. 콩크 프리터입니다. 프리터는 아시다시피 서양식 튀김요리에 다양하게 붙일 수 있는 용어라, 용어만 보고는 콩크 살점을 큼지막하게 썰어서 튀겨서 내올 줄 알았는데... 비주얼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뭔가 맛없는 미트볼같이 생겼어요. 느끼함을 잡아줄 라임이 조그마하게 한 조각 있습니다.


먹어보니 참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야채, 밀가루가 대부분이고 콩크(Conch)는 조각으로 조금만 들어있더군요. 튀김 솜씨도 좋지 않아서 기름이 많습니다. 절대로 비추하는 메뉴. 전 콩크를 큼직하게 잘라서 튀겨주는 걸 기대했는데, 어쩐지 가격이 좀 싸다했어요. 이 해역에서는 잡지도 못하고 바하마에서 수입해오는데 쌀리가 없죠. 다음에 언제 갈지 모르지만, 이 메뉴는 시키지 않고 풀문 피시 샌드위치와 콩크 차우더나 듬뿍 먹어야겠습니다. 


슬로피 조에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어제 미처 걸어보지 못했던 키웨스트 거리를 좀 더 걸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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