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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피 조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었으니, 다음 목적지는 키웨스트의 필수코스 4번째 입니다. 바로 마일 0. (멀로리 광장 -> 헤밍웨이의 집 -> 슬로피 조 -> 마일0) 마일 0는 별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는 아니고, 미국에서 첫번째 고속도로의 제일 남쪽 지점(시작점)이 키 웨스트에 있는데 그 시작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여기가 시작이니 거리가 0라는 말이죠. 미국은 km가 아니라 마일 단위로 거리를 측정하니, 마일 0.


슬로피 조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요.


그런데 마일 0가 의외로 찾기 힘드네요. 구글맵에서 'Mile zero'라고 검색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오더군요. US1 Mile Marker로도 안나오고.... 혹 찾고 싶으신 분은 490 Whitehead Street, Key West, FL, United States를 찾으시면 됩니다. 


걸어가는 중에 이런 간판이 보이네요. 오리지널 슬로피 조의 위치는 여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있는 원조 싸움일까요? 뭐 실제로 헤밍웨이가 자주 다니던 때의 바의 위치는 여기가 맞다고 합니다. 원래 여기였다, 1937년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자 짜증이나서 현재 위치(아까 큰 가게)로 옮겼다고 하네요.


여기서 잠시, Sloppy Joe's Bar에 얽힌 이야기를 좀 해드리지요. Sloppy Joe's Bar의 홈페이지에는 원래 가게 이름은 다른 거였는데, 단골손님인 헤밍웨이가 바의 이름을 바꿔보라고 권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과연 단골손님이 바꾸라고 한다고 이름을 그냥 바꿨을까요? 뭐 헤밍웨이 정도의 인기작가가 그랬다면 말은 됩니다. 


'Sloppy Joe's Bar'는 원래 쿠바에 있습니다. 원조답게 키웨스트의 슬로피조보다 15년 전인 1918년 쿠바, 아바나에서 문을 열었지요. 당시 쿠바는 미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고, 유명인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이 바는 금방 유명해졌습니다. 유명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창업자인 Jose Abeal Otero 덕분이겠죠. 다른 쿠바의 바와는 달리, 그는 쿠바에 오기전에 마이애미와 뉴올리언즈의 유명한 바들에서 일했고 그 경험으로 운영을 하니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거죠. Jose의 미국식 애칭이 Joe였고, 벌레가 득실득실해서 좀 지저분했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이 게으름뱅이 'Joe'의 바. 라고 별명을 붙였고 그게 가게 이름이 된거라는 야사가 있지만, 진실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같은 이름을 가진 Key West의 Sloppy Joe's Bar는 쿠바 가게의 분점일까요? 아닙니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세운 가게입니다. 사실, 헤밍웨이가 슬로피 조에 자주 드나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의 친구가 세운 가게였기 때문입니다. 가게가 먼저 있었고 헤밍웨이가 와서 단골이 된게 아니라, 헤밍웨이 친구가 바를 만들었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단골이 된 겁니다. 


이 내막을 이야기하려면, 헤밍웨이와 쿠바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헤밍웨이는 1928년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지만 가족과 함께 갔었고 대략 3일 정도의 방문이어서 그때 아바나의 슬로피 조를 방문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 바는 이미 꽤 유명했고, 헤밍웨이가 묵었던 호텔과는 고작 10분 거리였다니 그 술좋아하는 헤밍웨이가 찾아가지 않을리가 없겠죠. 그리고 약 3년 후, 1931년부터 헤밍웨이는 키웨스트에 집을 사고 머무르기 시작합니다. 헤밍웨이는 낚시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의 낚시 친구에 Joe Russell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어울려 낚시를 다녔고, 1932년 헤밍웨이와 함께 낚시하러 쿠바에 갔었습니다. 헤밍웨이로서는 두 번째 쿠바 방문이었죠. 쿠바에서 그들은 낚시하러 상당히 오래 머물렀는데, 그때 Sloppy Joe's Bar를 자주 드나든 걸로 추정됩니다. 


1933년 12월, Joe Russell이 현재 위에 사진에 보이는, Caption Tony's Saloon 자리에 술집을 하나 엽니다. 처음 열었을 때 이름이 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사는 뭐 그럭저럭이었을 거 같습니다. 잘되는 가게면 굳이 남의 가게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을테니까요. 장사가 잘 안되자 헤밍웨이가

"야. 그때 우리 쿠바에 갔을 때 Sloppy Joe's에 자주 갔잖아. 네 이름도 Joe잖니? 이름을 같이 바꿔버리면 여기 오는 신사들이 쿠바에 있는 유명한 가게의 지점인줄 알고 들리지 않겠냐?" 

라고 권유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장사가 잘 안되자 Joe Russell이 뭔저 헤밍웨이에게 상의했을 수도 있습니다. 

"야. 그때 우리 쿠바에 갔을 때 Sloppy Joe's에 자주 갔잖아. 사실 내 이름도 Joe잖니? 이름을 같이 바꿔버리면 여기 오는 신사들이 쿠바에 있는 유명한 가게의 지점인줄 알고 들리지 않겠냐?" 

라고 하면서, 사장인 내가 남의 이름을 훔치기는 부끄러우니 헤밍웨이에게 네가 그렇게 권유했다고 해달라고 부탁했을 수도 있지요. 둘은 술에 취해 가게 리노베이션 할때 뜯은 화장실 변기를 함께 집으로 가져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으니 그 정도 부탁은 들어주었을 겁니다. 

어쨌든 하바나의 가게나, 키웨스트의 가게나 수많은 미국인 유명인사가 단골이 되며 번창했지요. 원조인 아바나의 가게는 불행히도 쿠바 혁명으로 1959년에 폐업해야만 했지만요. 뭐 2013년에 쿠바에서는 달러를 벌기 위해 그 자리에 Sloppy Joe's Bar를 다시 열었다고 하는데 가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리지널 위치는 이런데요... 뭐 굳이 들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미국 관광객은 바에 오기 위해 키웨스트를 오는지 어지간한 가게는 항상 붐비네요.

지나치면서 본 가게 입구.

기념품 가게. 야자나무열매에 그림을 그린 기념품.


키 라임 파이 팩토리. 간판이 들려서 한 번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키 라임파이는 플로리다의 대표적인 디저트인데요, 키는 키웨스트와 같이 산호초가 퇴적되어 만든 열대의 작은 섬을 의미하고, 라임이야 이 동네 많이 나는 과일이죠. 그걸로 파이를 만든겁니다. 플로리다 전역에서 팔지요. 


키라임 팩토리라는 이름답게 라임으로 만든 다양한 가공품들을 팔고 있네요. 


이것이 키라임 파이. 생긴건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렌지나 레몬으로 파이를 만들고 여긴 라임이 특산물이니 라임으로 만드는 것 뿐이지요. 


벽에는 여러가지 기념품이 붙어 있습니다. 


정말 상품 다양하네요. 저 병에 있는 건 키라임 주스인데 마시는 게 아니라 레시피대로 키라임 파이를 만들 때 쓴다고 합니다. 


초콜렛에도 라임을..


쿠키에도 라임을...


뭐 다양하게 있습니다.


키 라임파이를 하나 사서 맛을 봤습니다. 나쁘지 않더군요. 미국 남부에서 파는 미국인이 만든 디저트 치고는 훌륭합니다. 달기는 달지만 라임향이 단 맛을 잘 잡아주어 균형이 맞습니다. 사실 미국 남부지역 케이크는 시럽폭탄인 경우가 태반이어서요.


배부르게 먹고 마일0를 향해 걷습니다. 지나가다 보니 커다란 정원이 있어서 찍어 보았네요. Audubon House의 정원입니다. 정원이 좀 예쁜 곳이라는 데 들어가는 데 입장료를 받아먹더군요. 그다지 들어갈 필요는 없어 보여서 그냥 총총 지나칩니다.


Mel Fisher Maritime Heritage Society & Museum, 미술관이자 박물관. 르누아르의 시골 무도회의 춤추는 커플을 커다랗게 재현해 두었네요.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 그림을 본 게 언제인지... 다양한 전시가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래뵈도 전 바쁜 사람이어서요.


모퉁이를 돌아 whitehead street로 들어서자 뭔가 있어보이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해리 트루만의 작은 백악관. 트루먼 대통령이 휴가 때 종종 묶었던 곳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11차례 이 집에서 겨울을 났고 12월부터 3월까지를 여기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1947년에는 거의 한 해의 반을 보내기도 했죠. "내가 있는 곳이 곳 백악관이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멋진 집 같지만, 그다지 당기지 않아서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반얀트리가 정원에 있는 집. 


반얀트리도 많지만, 동네가 한적하니 닭들도 많네요. 

주변 주차장에는 아예 닭들이... 참고로 이 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무료라고 합니다만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드디어 마일 제로에 도착. 뭐 덩그러니 이렇게 있는 게 고작입니다만..하나 더 봐야할 팻말이 있습니다. 


조금 만 더 걸어가면 이렇게 기괴한 나무가 있는데요...


여기도, US1 도로의 끝을 알리는 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나무는 Kapok이라고 합니다. 벽처럼 생긴 독특한 뿌리를 가졌고 다 크면 60미터가 넘게 자라는 나무입니다. 멕시코나 케리비안에서 부터 아프리카처럼 열대 지방에 자라는 나무입니다. 하와이에도 있다고 하는데 나무 모양이 독특하니 가져가 심은 거겠죠. 


뿌리가 참 독특하게도 생겼네요. 에전에는 이 나무의 씨에서 나는 섬유질로 옷을 해입었다고 합니다. 목화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나무가 신기해서 사진 찍으며 구경하면 마일제로를 다 본겁니다. 이제 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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