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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여행 마지막 글이네요. 물론 LACMA도 반도 못썼고, 게티는 아예 넘어가버렸지만 그건 언제 또 기회가 있겠죠. 


돌아오는 길은 운이 좋아서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미션은 LAX에서 햄버거와 피자 한꺼번에 먹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비지니스 석을 즐겨라! 였던 모양입니다. 훗! 항상 이코노미만 타다가 비지니스를 타는 건 처음이라 무척 신나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까지 한 촌놈이 바로 저랍니다.


A380 기종은 2층 전체가 First Class와 비지니스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딩할 때부터 이코노미와 다른 입구로 들어가서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로 가보니, 참 넓기도 넓더군요. 단순히 세 좌석이 두 좌석으로 줄은 게 아니라 앞/뒤 간격도 넓찍합니다. 발을 뻗어도 앞좌석이 닫지 않을 정도더군요. 덕분에 이코노미에서 잘 버티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면 항상 슬리퍼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슬리퍼만 신고 등산복 바지는 그대로 입고 가기로 했습니다.


앞 좌석 뒤의 공간도 뭔가 여유 넉넉합니다.


뭔가 기능이 많은 좌석 팔걸이. 잠을 잘 때는 거의 침대처럼 눕힐 수 있습니다. 정말 좋더군요. 

촌스럽지만 수면 모드로 만들고 찍어봅니다. 비지니스만 타던 분들이 이코노미 타면 지옥이라 느낄 듯. 저도 돈만 있으면 정말 비지니스 안 탈 이유가 없을 듯 하네요. 근데 실제로는 비지니스 좌석 넓히기 위해 이코노미가 좁아진 거니까 참 맘이 복잡합니다. 뭐... 이코노미 좌석이 싸진 덕분에 저같은 소시민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 거긴 하지만요. 


70년대 비행기는 아무나 타던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위 사진은 기즈모도에 실린 기사에서 가져왔는데 [링크] 퍼스트 클래스는 지금보다 훨씬 넓은 사교의 장으로 만들어졌고, 이코노미 석은 위의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후 30년 동안 비행기 티켓의 평균 가격은 1/2 정도로 줄었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보면 거의 대중교통화 되었습니다. 이 기사[링크]를 참조하면, 70년 대에는 미국 인구의 80%는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예. 당시 비행기는 상류층만 탈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교통수단이었거든요. 



1980년 대 초 미국 국내 비행기 왕복 티켓 가격은 600달러 정도죠? 당시 미국의 1인당 GDP는 $12,000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53.000로 4.5배 정도 상승했죠. 좀 억지스러운 계산법이지만 당시 기준으로 비행기 티켓 가격이 유지되었다면 지금 미국 국내선의 왕복 평균가격은 대략 $2,700 달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 수준인 $300~$350임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우선 기술의 발전으로 운송비용이 절감된 부분도 큽니다. 더 가까운 거리도 비행기로 이동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평균 가격도 따라서 줄었던 탓도 있구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나 노선확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필요했고 그 수요를 증진시키기 위해 비행기는 보다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어야 했습니다. 버스나 기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 되어야했죠.


미국 비행기 업계의 경쟁은 무척 치열했고, 위의 그래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80년대 이후 가계의 평균 소득은 GDP만큼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GDP가 4.5배 증가하는 동안 가계 소득은 $42,000에서 $53,000로 30% 정도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죠. 결국 이런 환경에서 수요를 일으키려면 비행기 좌석은 더 싸져야했고, 싸진만큼 80년 대 이후 비행기 좌석 사이즈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싸진 가격덕분에 이용자는 점점 늘어났지만, 좌석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죠.  


뭐 잡다한 이야길 좀 하긴 했는데 어쨌든 현재 비지니스 석은 여유롭고 넓습니다. 예전 가격과 현재 비지니스석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결국 70년대와 같이 넓은 비행기 좌석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의 비지니스 수준의 요금을 지불하는 게 맞다는 논리가 되네요. 단지 비지니스 석만 운영하면 항공사로서는 노선을 운행할 수 없으니 이코노미로 본전을 뽑고, 이익은 비즈니스에서 남긴다 라는 방향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건데, 항공사가 바뀌려면 단지 이런 사업의 혁신이 아니라 퀀텀점프 수준의 기술혁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누가 그걸 해낼진 모르겠지만.

이왕 탄 비지니스 석이니 충분히 편하게 가야죠. 이코노미와는 달리 충전 하기도 쉽게 해두었구요. 자리 옆에 가방(핸드백)을 수납하는 공간도 있더군요. 

일인당 이런 걸 하나씩 주길래 뭔가 했더니... Amenity Bag이라고 하던가요?

치약이니 칫솔이니 안대니 하는 게 있더군요.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받고나서는 기분이 나쁠리야 없겠지요. 그런데...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사무장 쯤 되는 분이 손님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코노미만 타던 인간이라 좀 불편했던게 앉아있는 손님과 눈을 맞추려면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어야 하거든요. 저도 같이 인사를 하긴 했지만 뭐 저럴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맘이 매우 불편하기도 했고요. 저도 남의 밑에서 월급 받아먹고 사는 처지에 저런 식으로 일하는 분을 보는 게 좋은 기분이 아니더군요. 항공 서비스와 안전같은 중요 항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보여주기 같은 행동이기도 했구요. 하기야 땅콩항공의 누군가가 만든 규범일테니 어련하겠습니까만.

 돌아다녀 봅니다. 이코노미로 내려가는 문은 이렇게 막혀 있습니다.


맨 뒤에는 간단한 음료,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코노미 맨 뒤에는 스카이샵(면세점)이 있었는데. 여기서 여유롭게 앉아서 음료를 주문하거나 할 수 있죠. 이때는 출발 전에 승객에게 나눠줄 물품이 꺼내져 있어서 좀 어수선했습니다.

화장실 어매니티로는 쥴리끄가... 역시 돈을 쓰면 대접이 좋아지는군요. 


출발하고 나서 좀 지나니 밥을 먹입니다. 식탁도 이코노미보다 훨씬 크고 넓더군요.


이런 식으로 식탁보도 깔아줍니다. 


메뉴판도 제대로.


코스요리 식으로 전채부터 나오더군요. 참치 타다끼인가 그랬을 겁니다. 연어알, 오이절임.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만족스럽게 웃어봅니다. (촌놈이 좋은 대접을 받으면 웃음이 나오는 법)


전채 후 다음 코스. 빵과 샐러드


빵은 그냥저냥. 그래도 따뜻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샐러드 치고는 호사스럽습니다. 접시도 플라스틱이 아니어서 좋았구요. 


스프가 나왔던 거 같은데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스파라거스였던 것 같기도 하고.


메인으로 고른 안심 스테이크. 야채와 감자가 좀 나옵니다.


기내식치곤 상당히 맛있는... 하긴 이코노미에 비하면 당연한 일이죠. 

술은 안마시지만 따라주시길래 받아놓은 와인. 애주가들은 비행기안에서 취할 수도 있겠네요.

디저트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나왔습니다. 

녹차와 아이스크림이라... 


덕분에 한국까지 아주 편하게 왔네요. 돈 벌면 정말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당분간은 여전히 이코노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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