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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동안은 그로브 몰 주변에 있는 홀푸즈에 주로 다녔습니다. 다운타운에 있는 홀푸즈에도 한 번 갔구요. 거의 요리를 안하긴 했지만 요구르트, 우유, 물, 간식거리를 사는 데 이만한 곳이 없지요. 물론 로스엔젤레스에 유기농 그로서리 스토어가 홀푸즈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도 알지만 미국와서 홀푸즈를 안가본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군요. 


매장 분위기는 어느 홀푸즈 매장이나 대동소이합니다. 먹거리 좋아하는 분이면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요. 


군데군데 독특한 차림을 한 고객들이 바구니를 들고 장을 봅니다. 과연 로스엔젤레스!!!!


미국 그로서리 스토어의 대부분은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고, 입구로 들어가면 야채, 과일 - 해산물 - 육류 - 와인 - 공산품 - 치즈 - 매장에서 만들어낸 식품코너 순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토마토가 눈에 띄네요. 맛있어 보입니다만 그냥 먹기보다는 샌드위치같은 곳에 쓰면 더 좋을 듯 하네요.


신선해 보이는 리이치. 몇 개 사서 맛을 보았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필리핀, 태국에서 먹었던 녀석처럼 맛있지는 않더군요. 결국 남은 건 처리가 곤란해서 남주고 말았다는 이야기.


견과류 및 소금, 말린 과일 등 다양한 품목을 파는 곳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것보다 봉지로 사는 게 싸기 때문에 여기선 사지 않습니다.


여행가서 바나나도 아침으로 자주 먹습니다. 다만 홀푸즈든 어디든 덜 익은 바나나를 가져다 두는 경우가 많아서 2~3일 실온에서 놔둔 후 먹는게 더 맛있습니다. 하지만 여행길에서는 그렇게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익은 걸 고르려고 합니다. 왼쪽에 상한 것처럼 보이는 바나나는 'Red Banana'라는 품종입니다. 노란색 다른 바나나보다 조금 단단하고 찰진 느낌이라는 데 먹어보진 못했네요. 


캘리포니아도 플로리다처럼 오렌지와 텐저린, 자몽 이런 것들이 많이 납니다. 플로리다에 갈 때 마다 먹었으니 여기선 고르지 않기로 합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 가뭄때문에 농업용수 가격은 2014년에 이미 10배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그래도 과일 값은 아직 싼편이네요. 아마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 생선코너라고 하면 대부분 연어가 메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필렛으로 큼직큼직하게 떠서 팔기 때문에 생선살은 푸석푸석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선들이 다 덩치는 참 크고 좋습니다. 


게들, 새우도 주요 해산물이죠. 커다란 덩그 크랩이 참 맛있어 보이고 킹크랩도 파는군요. 


캘리포니아 성게. 파운드에 $10 정도인데 손질안한 성게라면 1파운드에 몇 개나 할까요? 상당히 비싸게 파네요. 홀푸즈니 어쩔 수 없긴 하죠. 산타바바라산 성게의 맛이 훌륭해서 요즘은 한국 초밥집에서도 종종 쓰이는데 언제 캘리포니아 성게를 푹푹 퍼서 먹어보고 싶군요. 가격만 적당하다면요. 


대구 역시 서양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생선이죠. 아주 큼지막한 놈은 아니지만 맛있어 보이네요.  


소프트 쉘 크랩이 한마리 씩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습니다. 소프트 쉘 크랩은 껍데기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아 껍데기가 아직 얇아서 씹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게를 말하는데... 튀김으로 해서 먹어보고 싶네요. 


관자와 랍스터 꼬리가 먹음직해 보이고, 오징어도 좋아 보입니다. 그 옆은 죽합인가요?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킹크랩이 아니고 대게 종류가 있는 모양인데 살이 꽉꽉 찼네요. 시간이 있으면 저거 좀 먹어보고 싶습니다. 어째 끝내주는 맛일 것 같아요. 그 옆에서는 달팽이 비스므리한 걸 파네요. 


오. 여긴 삼겹살을 파네요. 한국인이 많으니까 파는가 봅니다. 파운드에 $16.99면 한국 돼지고기 가격과 맞먹는군요. 그래도 삼겹살이 있다는 게 어딘가요. 텍사스에선 삼겹살을 먹으려면 한국마트에서 흑돼지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냉동 삼겹살을 먹거나, 수상한 냄새가 나는 중국마트의 삼겹살 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전 지금 한국에 있으니 굳이 삼겹살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죠. 이탈리안 소시지도 맛있어 보입니다. 


아주 예전에 저 파우스트란 와인이 맛있다고 추천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사서 먹어보니 '돈 값 못하네'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사실 파우스트 따위 보다는 위 사진 왼쪽의 Red Rock Terrace 2010을 질렀어야 하는데 말이죠. $159 가격은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고 로버트 파커도 95점을 준 적이 있는 와인이죠. 단지.. 지금 말고 10년후에 마셔라.. 그랬다던데 음 사서 한 병 쟁여둘 걸 그랬습니다. 


프랑스 레드와인도 여러 종이 있네요. 가격은 싸지 않은 편입니다. 홀푸즈에서는 그래서 와인을 잘 사지는 않아요. 뭐 어차피 저야 먹지도 못하지만. 


스페인 와인도 많이는 아니어도 제법 여러 종을 가져다 두고 있습니다.


리틀 도쿄가 가까이 있으니... 일본주도 여럿이네요. 일본에서 수입한 일본주는 적고 캘리포니아의 쌀로 만든 미국산 사케가 주류를 이룹니다. 


반찬거리... 텍사스 살 때 김치가 없으면 이렇게 올리브로 신맛을 메우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잼들이나 치즈는 언제나 와인코너 바로 옆에 있죠. 


육가공품도 다양합니다. 유럽 전문점 정도는 아니지만요.


햄들 브랜드, 종류도 제법 갖춰져 있네요. 하지만 여행이 아니라 여기서 살더라도 저런 큼지막한 고기덩어리를 사서 집으로 가져가는 건 참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한국도 이제 백화점에 가면 치즈 코너를 제법 갖춰두었지만 다양성에 있어서 따라갈려면 멀었습니다. 우린 기껏 와인안주고 여긴 생필품이니 당연하지만요.


로크포르님이 구석에 딱! 파스타나 다른 요리할 때 제가 즐겨 쓰는 치즈입니다.


가격도 저렴저렴 하기도 하지! 


캘리포니아도 플로리다처럼, 자체 제작한 주스를 팔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프로세싱하는지 아니면 로스엔젤레스 부근에 공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건 브랜드 제품들. 가격은 매장에서 만든것과 많이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엘에이 답게, 홀푸즈 안에 이런 가게가 있더군요. 약간 변형된 한식이랄까요? 

캘리포니아 답게 픽업 코너에는 캘리포니아 롤도 팝니다. 


그리고... 제가 잘 알죠. 재료는 많지만 맛은 별로이고 양은 많은 케이크들


좋은 재료를 고문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니가 그렇게 좋은 재료야? 이래도 맛있어?" 이러면서요.


다운타운 쪽에 있는 홀푸즈입니다. 건물 1층을 임대하고 있는데, 건물 반 정도는 매장으로, 나머지 반은 주차장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있는 특유의 녹색 로고. 


과연 캘리포니아. 테슬라가 주차장에서 충전을 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홀푸즈를 이용하는 고객군은 테슬라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을테니, 테슬라 측에서 충전시설을 주차장에 설치해준 게 아닐까 합니다. 


유제품의 경우, (다른 식품 대부분이 그렇지만)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팔리고 있는데요 꼭 소개해야할 우유가 있습니다.


사실, 어디 여행갔을 때마다 홀푸즈 글을 쓰고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라 이번에는 안쓰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된 게 이 우유를 마셔 버렸거든요. 즉,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가 바로 이 'Straus Family Creamery Whole Milk' 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음식 단 한가지만을 꼽으로고 하면 이 우유를 꼽겠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우유는 미시간 칼더 우유였는데 이게 새롭게 인생 우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기농 우유니, 먹이도 유기농, 호르몬이나 항생제를 안쓰고, 건초도 제초제를 안쓴다는 건 기본이겠죠. 식물성 먹이만 먹이고 (발효시킨 먹이를 먹이기도 합니다) 가끔 별식으로는 주변 농장에서 나오는 오렌지 찌꺼기 등을 준다고 해요. 


컵에 따라 보았습니다. 유지방 층이 그냥 보이죠. 억지로 지방을 균일한 크기로 만드는 균질화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는 비균질화 우유가 제가 알기론 없죠.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저온살균은 아니고 77도 정도 온도에서 18초간 살균했습니다. 사실 무살균 우유를 먹어보고 싶긴 하지만요. 


우유를 따라낸 병에는 이렇게 크림층이 넘실 거립니다. 동부에서 먹었던 Amish파의 우유도 좋았지만 이 우유에 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버터도 굉장히 정성들여 만든다고 하던데 이 회사의 버터와 생크림으로 한 번 뭔가 만들어 보고 싶긴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맛있는 우유가 나왔을까요? 일단 이 우유가 생산되는 곳은 스트라우스(Straus)집안의 목장과 그와 협력을 맺고 있는 여덟 목장에서 나온 우유로 만들어 집니다. 단일 목장 우유면 최고 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이윤을 만들어 낼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렵기에 선택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목장은 스트라우스에서 정한 규정 그대로 우유를 생산하고, 소를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스트라우스 집안은 1940년 중반,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 스물 세 마리의 저지종의 소 만을 가지고 목장을 열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목장을 지키고 가꾸어 온거죠. 목장의 위치가 재미있는데요 토말레스 만(Tomales Bay)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위쪽에 있는 지역인데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굴 양식지역이죠. 굴 농장이 있어서 굴을 양껏 먹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요, 저는 갈 기회가 된다면 굴 도 좋지만 이 집안의 목장에 가고 싶네요. 이 목장은 275마리의 저지, 홀스타인 젖소를 키우고 있는데요, 저지 종만으로 만든다면 아무래도 가격이 너무 올라가게 되니 (저지 종 소는 홀스타인에 비해 착유량이 1/2 정도라고 합니다) 홀스타인 우유와 섞어서 보급하는 것 같습니다. 100% 저지종의 소로만 만든 우유 브랜드가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대중적인 가격으로 사지는 못하겠죠. 


이 우유는 미국 최초로 유기농으로 인증 받은 우유라고 합니다. 1980년대 레이건 시절, 다양한 규제가 철폐되면서 목장은 점점 대형화 되고 중소 목장의 경영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때 이들은 규모를 키워서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전통적인 유기농 우유를 만들기로 했죠. 그것도 다른 곳에서 유기농 먹이를 사서 키우는 게 아니라, 목장 주변에서 건초까지 모두 키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먹이부터 철저히 관리한 끝에 이런 맛있는 우유가 나오는 거겠죠.


크리미라는 이름답게 마시고 나면 지방의 층(크림)이 유리병 표면에 그냥 남아서 무늬를 만들어 냅니다. 배가 꽉 차있어도 이 우유는 넘어가더군요. 중독되버린 듯.


요거트도 있네요. 요거트는 우유만큼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역시 훌륭했습니다. 미국에 갔을 땐 항상 그리크 요거트를 먹기 때문에 그걸 골랐어야 했는데 잘못해서 플레인을 골랐네요. 뭐 그래도 맛이 좋았습니다. 미국으로 여행가면 아침식사는 항상 생 블루베리에 요거트로 때우거든요. 한국서도 마찬가지로 먹지만, 생이 아니고 냉동 블로베리를 먹는 게 좀 다르죠.


캘리포니아에 사시는 분들은, 우유를 못마시는 분들 빼고, 꼭꼭 자주자주 드시기 바랍니다. 한국 우유는 언제 저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비슷한 우유가 좀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 참고로 클로버(Clover), 브루주아(Broguiere's)와 클라라베일(Claravale)우유는 안 먹어봐서 비교 불가합니다. 캘리포니아 우유 덕후들 사이에서 가끔 논의되는 주제가 이 우유중 뭐가 제일 맛있냐? 라는 건데요 클라라베일은 위에서 제가 언급한 '저지종'으로만 만든 우유를 파는 회사입니다. 그것도 가열안한 '무살균' 우유를요! 


브루주아는 인텔리젠시아에서 이용하는 우유라서 최근 좀 유명해졌고, 클라라베일은 정말 소 몇마리 없는 목장에서 만드는 매니악한 우유라.... 파는 곳도 거의 없어요 (구하기 자체가 힘듬) 게다가 먹어보고 싶지만 탈날까 겁나네요. 사실 무살균 우유를 파는 명분은 '동물에게 먹이고 사람은 먹지 마세요.' 뭐 이런 건데요 법망을 피해 가려고 한거지만 이미 소송중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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