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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워에서 나와서 15분, 아니 20분 정도 걸었더니 아자부주반에 있는 Allie에 도착했습니다. 예. 저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간 레스토랑입니다. '람베리'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소믈리에분이 운영하시는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블로그 리뷰는 잘 안믿지만 타베로그 평가도 4점대로 나쁘지 않아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그 소믈리에분 이름이 타다시 하라시마상이겠네요. ^^


손님과 와인을 고르는(?)듯한 - 뭘 했는지는 모르고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 분이 오너 소믈리에 타다시상입니다. 이 가게의 오너가 소믈리에인 탓인지, 여기 와인 페어링이 정말 실하고 괜찮다는 소문이 있어 동행분 메뉴에 와인 페어링을 요청했습니다. 레페르베상스처럼 주스 페어링도 있으면 했지만 그건 없다고 하네요. 


샴페인으로 시작합니다. Ruinart. 

기포가 힘있게 올라오네요. 


제가 주문한 Pommillon, 무알콜 사과주스인데 바닐라와 탄산을 살짝 첨가했습니다. 탄산수만 덩그러니 있는 거 보다는 이거라도 메뉴에 있는 게 다행이죠. 


전채로 나온 도화 새우 미큐이(mie cuit). 완전히 익힌게 아니라 살짝 익힌 요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손을 많이 데기보다는 일본풍이 더 강한 프렌치네요. 그런데... 한 사람앞에 한 마리씩이라니. 일본에서는 도화새우가 저렴한건가요? 한국에서는 한마리에 만원 주고도 못사는데...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이런 식으로 맛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머리까지 바닥바닥 씹어먹었는데, 주방에 부탁해서 머리를 튀김으로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차마 못했네요. 


돼지감자로 만든 스프가 나왔습니다. 따뜻하게 속을 풀어주네요. 


신정주조주식회사(新政造酒株式会社). 1852년 창업한 아키타현의 주조회사에서 만든 술 '陽乃鳥'인데요, 이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고 놀랐습니다. 와인처럼 사케를 마케팅하고 있는 건 기본이고, 실험적인 술을 만들어서 매니아 계층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 술은 오크통에서 발효시켰다고 하고 단맛을 강조했다고 하네요. 포도를 섞듯 쌀도 두 품종을 아상블라주했다고 합니다. 정미비율도 다르게 하고요. 매년 약간씩 만드는 방법, 소재를 다르게 하면서 이 병입은 9번째 버전이라고 하네요. 


푸아그라가 나왔습니다. 단맛이 있는 술과 푸라그라가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사과주스와도 궁합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버터와 올리브오일, 그리고 빵이 나옵니다. 


빵맛은 그냥저냥!


다음 코스에 곁들여마실 와인, Henri Bourgeois Sancerre Le MD De Bourgeois 2015. 동행분 말로는 향이 끝내주는 와인이었다고. 


복어 셰비체와 겨울 야채. 복어회라구요? 


맛있습니다만, 프렌치가 아니고 정말 일본풍 프렌치를 먹고 있는 느낌이 확 드네요. 


다음 코스인 전복과 함께 마실 순미대음양주. 醸し人九平次 純米大吟醸 別誂. 효고현 하리마에서 재배한 야마다니시키로 정미한 술이라고 합니다. 프렌치로 EAU DU DESIR라고 씌여있네요. '희망의 물'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동행분의 말에 따르면 열매나 나무향이 난다고 하는데, 뭐 저야 안마셔봐서 모르겠습니다. 사케가 이렇게 향이 좋다니 하고 동행분이 놀라더군요. 


음양주라고 하지만 정미비율은 35%입니다. 이 메이커가 생산한 술 중에는 정미 비율이 50%인 대음양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덜 정미한 이 술을 더 비싸게 받더군요. 정말 일본 고급술 시장이 넓으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네요. 동양에서 술로 이런 시도가 가능한 건,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일본 그리고 중국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일본에 비해 기후가 엄청 다양하고, 와인에 적합한 땅도 엄청 많죠. 아예 프렌치 와이너리를 통째로 구입하면서 기술도 들여오고 있고 게다가 이미 세계 최대의 와인 소비국입니다. (인구 13억이니 뭐). 한국은 고급주 시장이 크지 않으니 뭐-_-;;;; (위스키 폭탄주 시장은 예외로 합니다.) 


원래는 오리가 나와야 하는데, 제가 사전에 가금류를 빼달라고 해서 나온 전복입니다. 


보탄에비, 복어, 그리고 전복. 뭔가 프렌치가 아니라 초밥집 코스같은 느낌이었네요. 전복의 경우는 초밥집처럼 술로 삶았는지 부들부들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저는 애플 주스를 다 마셔서 포도주스로 바꿨습니다. 다양한 주스가 있으니 이것도 좋네요. 한국 레스토랑도 이런 걸 좀 갖춰져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다음은 해산물 코스. 곁들일 와인이 나옵니다. Sylvain Loichet Les Grechons, Ladoix Premier Cru. 샤도네이, 브루고뉴. 정말 잘 어울렸다고 하는데 뭐... 알게뭐임


해물 요리입니다. 갑각류 소스와 죽순을 곁들인 아구요리


아구도 좋았지만 갑각류 비스크 소스와 조화가 좋더군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타카시상이 "좀 무리했습니다." 하면서 들고나온 스테이크와 마실 와인입니다. Camus Pere & Fils Charmes-Chambertin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샤름 샹베르탱, 꼬뜨 드 뉘. 그랑 크뤼. 동행분은 스테이크와 마시면서 연신 좋다!를 연발하시더군요. 저는 마시지 않아서 잘 모르고요ㅠㅠ


스테이크 용 커틀러리. KAI 제품이었는데 저는 칼 자체보다 칼집이 더 맘에 들더라구요. 


메인이 나왔습니다. 저온조리한 와규에 블랙 트러플 소스. 


맛. 익힘 모두 좋습니다. 보뉴처럼 놀라운 맛은 아니지만 (보뉴에서 제 스테이크는 질겼지만 동행분의 스테이크는 정말 극강이었어요) 이게 스테이크다! 라고 할 정도로 바른생활 스테이크(?)였습니다. 기본이 탄탄하다는 의미죠.


맛있게 먹었네요. 신사동 톡톡에서 예전에 먹었던 스테이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톡톡도 람베리에서 연수했고, 이 레스토랑도 람베리의 사람들이 갈라져서 나온거니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디저트. 딸기 소르베를 곁들인 화이트 초콜렛 무스. 엘더 플라워 풍미.


엘더 플라워를 거품 형태로 올려놓고, 안에는 초컬렛 무스와 딸기 소르베가 들어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디저트지만 임팩트가 아주 강하지도 않네요. 그런데 언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했는데 그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집에 와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2년전 로스앤젤레스 미슐랭 투스타, 프로비던스에서 먹었던 디저트가 딸기 아이스크림과 엘더플라워 조합이더군요, 두 조합이 잘 어울리는지 여기서도 비슷한 풍미를 맛보게 되네요. 라지만 맛은 프로비던스가 훨씬 좋았습니다. [프로비던스 방문기 링크]


디저트 와인으로 나온 Doisy Daene 2010년, 보르도 소테른(Sauternes)의 2등급 포도원인 샤또 드와지 다앤(발음은 자신없음)에서 나온 귀부와인입니다. Noble rot. 곰팡이로 부패한 포도이긴 한데 귀하게 부패했다는 참 역설적인 단어 아닌가요? 2등급이지만 와인스펙테이터같은 데서는 극찬을 한 와인이라는데 뭐... 술을 마시지 않는 저야 그런가보다.. 할 뿐이죠. 동행분은 맛있다며 아주아주아주~ 만족하셨습니다. 


저한테는 녹차, 일행에게는 커피가 나왔습니다. 차 잘 타시네요. 


차와 곁들임으로 먹는 미냐르디즈.


동행분은 와인 페어링때문에 이 레스토랑에 정말정말 만족하셨고, 저는 아마도 다음 방문에서는 아직 들려보지 않은 다른 식당을 방문할 것 같습니다. 전 아직 도쿄 초보라서요. 


아. 요리가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니고 진짜 맛이 좋고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안가본 곳이 너무 많잖아요? 강조할 점은! 방문할 경우, 술을 드시는 분이면 와인 페어링은 꼭 하시라고 권하겠습니다. 레페르베상스의 와인 페이링보다 몇배나 더 좋았다고 합니다. 동행분은 늦게까지 영업한다는 걸 듣고는 샤퀴테리와 와인 마시러 오고 싶다고 난리였습니다. 여기 와인 진짜 진짜 맛있었다고 하네요. 뭐 술을 안마시는 저로서는 잘 모르지만요. 동행분 혼자 와인을 너무 맛있게 마셔서 소외감을 느껴서는 여기 안가겠다는 건 아닙니다.


홀의 좌석에서는 저희가 마지막 손님이었네요. 어딘가 방이 있는지 계속 떠드는 소리가 좀 들렸습니다.


차와 커피를 마시며 이것저것 매니저분과 이야기하는데 "와인 페어링이 환상이었다."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레페르베상스, 보뉴를 다녀왔다."라고 했는데... 보뉴의 매니저와 주방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하더군요. 가끔 퇴근하고 같이 술 마신다고. 레페르베상스와 보뉴에 투자한 물주(?)도 같아서 서로 어울린다고 합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도쿄의 레스토랑도 나름 서로서로 인맥이 있는 것 같아요. 


Allie를 나왔습니다. 시간이 좀 애매하네요. 내일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롯퐁기 쪽 돈키호테를 한 번 더 둘리기로 하고, 걸음을 옮깁니다. 지나가는 길에 스누피 박물관이 있었네요. 먹을 걸 팔지 않으니 들어갈 일이야 없겠지만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은 빼놓지 않을 장소겠죠. 


도쿄타워가 아주 가깝습니다. 


롯퐁기 쪽에 왔는데, 엇 여기는 지금까지 왔던 롯퐁기힐, 미드타운 쪽과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군요. 이날이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외국인들도 많고 완전히 홍대를 보는 느낌입니다. 롯퐁기가 이런 곳이었군요. 좀 둘러보고 싶지만 돈키호테에서 산 물건들을 양손에 들고 있어서 얌전히 호텔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지하철이 이미 끊어진 시간이라 택시도 타봤네요. (참 비싸더군요)


내일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네요. 에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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