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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이와에서 저녁을 먹고, 디저트를 맛보려고 미츠코시 백화점으로 갑니다.
미츠코시 긴자점 지하 식품코너, 이세탄 백화점에서도 보았던 장 폴 애뱅(Jean-Paul Hévin)의 카페가 보입니다. 이세탄 백화점이 미츠코시를 인수했기 때문에 구성은 비슷비슷해 보이는군요. 위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이 피에르 에르메, 오른쪽이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쇼콜라 특별 매장입니다. 초콜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긴자를 방문하시는 길에 여긴 꼭*꼭*100 가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각종 빈투바 초콜렛이 가득합니다.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볼까요? 먼저 Compartes,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초콜렛 매장인데 사다하루 아오키 못지않은 칼라풀한 색상의 트러플 초콜렛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스페인 카카오 삼파카(Cacao Sampaka), 마드리드에 여행가셨던 분은 한 번 쯤 들려보는 초콜렛 전문점입니다. 가장 오른 쪽에 있는 Antica Doleceria 어쩌고 써있는 브랜드는 Bonajuto. 이탈리아 시실리 섬에 있는 오래된 초콜렛 브랜드입니다. 보냐주또? 발음을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잘 모르는 브랜드지만 예전에 Chuao 빈투바를 찾을 때, 이 브랜드에서도 그 지역에서 생산된 원두로 초콜렛 바를 만들고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은 Green Bean to Bar? 여기서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일본 후쿠오카에서 설립된 Bean To Bar 업체라고 하네요. 맛을 보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쇼콜라 카즈나휘(Chocolat Cazenave), 이것도 발음을 잘 모르겠는데 1854년 설립된 오래된 프랑스 초콜렛 브랜드입니다. 당시에는 발로나같은 대형유통업체가 설립되기 전이라 직접 에쿠아도르나 베네수엘라에 가서 초콜렛 원료를 사와서 만들기 시작했던, 빈투바 이외에는 선택이 없었던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며 초콜렛을 만들던 초기 업체라고 합니다. 맛은? 역시 맛보지 못해서 모릅니다. ㅠㅠ
왼쪽의 초콜렛이 피에르 마르콜리니 글에서 언급했던, 그의 멘토였던 베흐나시옹의 쇼콜라입니다. 물론 1대는 죽고 그 후대들이 가업을 계승하고 있죠. 그리고, 베트남에서 등장한 태풍의 눈과 같은 빈투바 초콜렛. 'MAROU'. 먹고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던 초콜렛입니다. 다만 한국으로 직접 배달은 안해주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거래업자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왼쪽 아래 COROLLE라고 씌여진 쇼콜라는 Franck Kestener, 파리에 있는 유명한 초콜렛 브랜드입니다.
포르투칼의 Chocolateria Ecuador, 포장이 화려하지 않아서 맘에 드는데 먹어본 일이 없어서 패스합니다. 그리고 Naive. 무려 리투아니아에서 만들어지는 초콜렛인데, 인생에 있어서 꼭 먹어봐야 할 빈투바입니다.
Chocolaterie Laia. 역시 프랑스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초콜렛을 만드는 크리스티앙 캄프리니(Charistian Camprini)도 있군요. 이 사람 초콜렛은 가격만으로 볼 때는 세계 탑클래스래서 아직 못사먹고 있습니다. 4개에 2700엔이라니. 일본에서 오면 상당히 비싸지는데 그래도 사먹는 사람이 많으니 저 가격이 유지되는거지요.
솔직히 저도 위에 적어둔 다양한 브랜드를 다 맛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먹어본 Marou, Naive를 정말정말 추천드립니다. 베트남. 리투아니아라는 좀 외진 지역의 브랜드인데 정말 세계 초콜렛 업계에서 떠오르는 별과 같은 브랜드입니다.
SECRET DE CACAO par Sylvie Faucher, 오렌지필이 너무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미친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개 구입했습니다. 2700엔에 오렌지필이 4개 들어있더군요. 처음에는 두개만 주는 줄 알고 안사려고 했는데 4개라고 해서 '아 싸구나?' 하면서 샀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무지 비쌌던 것이었습니다. 탐욕으로 잠시 눈이 멀었던 게지요.
먹어본 오렌지필 중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었습니다. 먹으니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리던데 2700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두번 사먹기는 좀 어려운 제품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번 여행 중에 히데미 스기노와 함께 저를 놀라게 했던 바르셀로나의 디저트 가게. Bubo의 코너. 바 초콜렛만 파는 게 아니고 샵 형태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부보의 초콜렛 케이크를 사가지고 미츠코시 백화점 9층으로 올라갑니다. 손님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어서 좋더군요.
이런 넓은 공간에 이렇게 듬성듬성 자리를 배치해 두다니. 긴자 한 복판에서! 매상을 생각하면 고객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거죠. 장하다! 미츠코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평일이라 아직 일하고 있는 일본 직장인들도 보입니다.
풍경 따위는 무시하고 초콜렛 케이크를 먹기 시작합니다. 사비나(Xabina), 864엔. 일본에서 먹어본 쇼콜라 무스 중에서도 비싼 축에 속합니다.
진하고 멋진 색감의 쇼콜라 글라사주. 안쪽에는 쇼콜라무스, 바닐라 시럽이 든 쇼콜라 스폰지, 쇼콜라 크레이프, 마지막으로 바닥에는 스페인 스럽다고 하나요? 베이스로는 올리브 오일을 쓴 케이크 생지를 썼다고 하네요. 즉 히데미 스기노처럼 과일의 신맛을 첨가해서 먹기 편하게 밸런스를 중시한 케이크가 아니라 다른 케이크보다 세배는 될 듯한 두꺼운 쇼콜라 글라사주부터 시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쇼콜라를 강조한 케이크입니다. 먹기 편하게 하려는 노력은 중간 중간에 스폰지, 크레이크, 올리브 오일 케이크 생지 등의 탄수화물을 좀 첨가했을 뿐이네요. 리스크가 큰 구조입니다. 못만들면 식빵에 누텔라 정도의 맛이기 때문이죠.
맛은? 내부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인생 BEST 1 쇼콜라 무스입니다. 히데미 스기노의 앙브로지아가 BEST 1이었는데 이틀만에 이 케이크로 바뀌었네요. 다음에 일본 갈 때에도 이 케이크는 다시 찾아가서 맛봐야겠습니다.
이건 다른 케이크도 맛보고 싶어서 다음날 다시 찾아가서 먹은 케이크입니다. Bubo Marfil, 뭔 뜻인가 했는데 Marfil은 스페인어로 아이보리(상아)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음... 사비나와는 달리 화이트 쇼콜라 무스로만 승부하지 않고 안에 레몬크림이 들어있네요. 화이트 쇼콜라 정도는 레몬의 신맛 없이도 괜찮은데? 진한 다크 쇼콜라인 사비나는 진한 맛만 강조하고 화이트 무스에는 레몬을 넣어서 조화를 꽤하다니. 기대와는 다른 조합이라 조금 실망했습니다.
부보 초코 딜럭스, Bubo Xoco Deluxe. 사비나와 마찬가지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쇼콜라만 강조한 케이크입니다. 것 표면은 글라사주, 안에는 쇼콜라 무스, 가장 안쪽에는 쇼콜라 가나슈가 들어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좀 넣어서 진하면서도 먹기편한 사비나와는 달리 아예 쇼콜라를 때려부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군요. 하지만 이렇게 먹을 거면 굳이 쇼콜라 무스가 아니고 가나슈나 트뤼플을 먹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전히 Xibina가 저에게는 베스트 쇼콜라무스입니다.
부보 초콜렛 케이크를 즐기고, 다음으로는 도쿄 야경을 즐기러 가려고 했는데 뜻밖에 지하철 패스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냥 호텔에 가서 쉬었습니다. 아쉽고 당황스럽고, 아직 하루 더 남아있는 지하철 패스가 참 아까웠던 저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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