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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츠키지 시장은 - 남들이 다 들린다고 하지만 - 특별히 갈 예정을 잡아두지는 않았습니다. 스시는 이미 두 곳에서 먹어보았고, 츠키지에서 인기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길게 줄을 서야한다고 해서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 날은 여행에서 돌아가기 하루 전 날, 애초 세워둔 계획에 변수가 생기면 이를 메꾸기 위해 예정없던 일을 벌이기 딱 적당한 날인거죠. 


원래 이날 점심을 먹기로 했던 곳은 평범한 해물덮밥집 니혼바시 츠지반(日本橋 海鮮丼 つじ半)이라는 곳이었습니다. 하와이에도 지점이 있는 꽤나 큰 체인점인데, 덥밥 이외에도 해물요리 두엇 시켜먹기 적당한 곳이라고 들었거든요. 문제는 이날 예정도 없이 니혼바시 본점이 수리하느라 휴점 상태였다는 거지요. 예정에 없는 휴점이라 점원 한명이 나와서 오는 손님들에게 사과를 하며, 가장 가까운 칸다 어디메 있는 지점을 안내해주고 있더라구요. 주변에는 아는 식당도 없었기에 1분 쯤 고민하다가 정말 즉흥적으로 해물덥밥을 먹으러 '츠키지 시장'에 가자! 라고 결정을 내려버린 거죠. 


뭐 멀지도 않았으니까요. 니혼바시 역에서 아사쿠사 라인을 타고, 히가시 긴자 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되는거였으니까요. 


히가시 긴자역을 내려서 츠키지 시장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눈에 띄는 건물이 '가부키좌(歌舞伎座)'입니다. 별로 관심은 없지만, 전통예술을 이렇게 상업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전용 시설이 있다는 건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일본어를 모르고, 안다고 해도 볼마음은 없습니다만 포스터는 일본풍으로 색다름이 느껴지네요. 가장 왼쪽의 그림은 중국풍이라 눈여겨 보았더니, 극 제목이 '양귀비'라고 되어 있네요. 양귀비라기 보다는 패왕별희에 나온 옷 같은데 뭐 그런가보다 해야죠. 그 다음 작품은 瞼の母, 눈가에 떠오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어머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그런 이야기라 합니다. 나카무라 미츠코가 부른 구슬픈 엔카곡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뭐 관심이 없어서 그냥 패스합니다. 


출연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악사나 가수, 보조 무용수역으로는 여자도 출연할 수 있지만 배우로는 남자만 출연할 수 있다고 하네요. 원래 가부키 배우에는 여성도 등장했지만, 전국을 돌면서 매춘을 하는 등 풍기 문란이 심화되자 막부에서 여성 배우의 출연을 금지시켰고 그게 전통으로 남아서 유지되고 있다고 하네요. 


가부키좌 앞에 쌓아올려진 술통. 공연 성공을 기원하며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술통을 쌓아두는 데, 오래 전에는 가부키 배우들에게 들어온 예물을 쌓아두었던 것이 점점 양조업체가 후원해주는 술통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극장만 전부가 아니고, 바로 뒤에 있는 건물까지 '가부키좌 타워'입니다. 가부키 협회 건물인가 그럴거에요. 꽤나 돈이 있는 협회인 듯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츠키치 시장 입구입니다. 좀 초라한 환영 간판이 서 있습니다. 츠키지 시장의 수호신 암수 사자 두마리 입니다. 츠키치 시장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거칠거나 하면 안되므로 비, 바람과 물을 관장하는 용을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동물이 있어야 하는데, 고대 일본에서는 사자가 짖으면 용이 잠잠해 진다 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시장 가까이에 자리잡은 나미요케 신사에는 거대한 암, 수 사자의 머리가 수호신으로 모셔져 있는데 매년 6월에 츠키지 사자 마츠리(つきじ獅子祭)라는 행사를 하면서 그 머리를 짊어지고 행진을 한다고 하네요. 


가부키좌 동쪽 극장, 별관 같은 곳인가 봅니다. 


슬슬 해산물, 건어물을 파는 상점들이 나오네요. 츠키지 시장은 수산시장으로 한정된 게 아니어서 해산물 이외에도 각종 식품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만, 역시 해산물이 가장 눈에 띄네요. 


전통차를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시음도 시켜주네요. 


다양한 김을 파는 가게도 있구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제법 알려진 녹차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라고 합니다. 겨울이라 땡기지 않아서 패스했네요.


츠키지 입구에 있는 커다란 스시잔마이 광고판입니다. 츠키지에서 성장해서 전국적인 스시 체인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로, 매년 1월 첫물 참치를 수천만, 수억에 낙찰하는 마케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운데 부흥성회 목사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이 창업자인 기무라 기요시 ​(木村 清) 사장입니다. 나름 유명인사죠. 


거대한 참치로 시선을 모으고 있는 스시 이치방(築地すし一番) 광고판입니다. 


관광객을 유혹하는 해산물 덥밥 메뉴. 그럴듯해 보이지만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싼 것은 아니라 합니다. 


해산물 덥밥(海鮮丼)가게는 꽤 여럿이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주로 이꾸라, 우니, 참치, 오징어, 도미, 새우 등이 들어가는 데 맛도 천차만별이라 합니다. 아무데나 들어가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씀.


다양한 야채, 과일을 파는 가게도 있네요. 아스파라거스가 참 실해서 찍어봤습니다. 


가격은 비슷비슷합니다. 여기도 돈 = 품질이 거의 공식처럼 되었고 관광객들이 미어터지는 곳이라 싸게 먹을 생각은 안하는 게 좋습니다. 


우니와 어란을 파는 가게. 나무판과 프라스틱판에 들은 우니는 담음새도 가격도 틀립니다. 


뭔가 라면 비스므리한 걸 팔 던 곳


사실 츠키지를 제대로 보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장내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고 장외시장 입구 부근의 일부만 쭐래쭐래 돌아다닌게 전부여서요. 좀 더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시간이 없더라구요.


칼 파는 곳. 여긴 좀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살 마음이 없었기에 과감히 건너뛰었습니다.


츠키지 가보신 분들은 익숙한 곳일 듯. 장외시장 입구입니다.


이런 골목 안도 좀 들여다 봐야하는데, 다음 기회에는 다녀볼 수 있겠죠.


목표로 한 참치 전문점에 도착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츠키지는 처음이라 어디로 가면 그나마 속지 않고 괜찮은 참치덥밥을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이 가게를 추천해주시더군요. 츠키지 시장보다 오사카 시장의 점포가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마구로야 쿠로긴(まぐろや黒銀 築地本店) 츠키지 본점입니다. 말로만 듣던 오오마(大間)산 마구로를 팔고 있네요. 덮밥으로도 팔고, 참치회로도 팝니다. 가격은 만만치 않죠. 오오마산 쥬도로 작은 덩이가 3,500엔이네요. 


2017년에 뭔가 인기 구루메 점포로 뽑힌 모양입니다. 가게 앞에서 손님끌기용 장식으로 전시되고 있네요. 


3점 짜리 생참치를 5000원에 맛보기로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 생각하면 비싼게 아니라고 하네요.


초밥도 팔고 있습니다. 쥬도로 일곱점에 3000엔. 


훈남 청년들이 쉬지 않고 참치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질한 참치들은 도쿄 각지의 초밥집이나 이자카야 여러곳에 배달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사이즈의 참치덥밥이 있는데, 1000엔짜리부터 2,500엔짜리 한정판 30그릇의 삼색동까지 다양합니다. 남자라면 삼색동!이죠. 마침 마지막 한그릇이 남았다길래 (영업용 멘트겠지만) 주문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손님이 오니 다 떨어졌다고 하네요. 정말 그게 마지막이긴 했나봐요. 


접시가 제법 큽니다. 먼저 밥을 담는데 시장에 서서먹는 가게치고는 밥이 고슬하니 훌륭합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참치 해체쇼는 계속됩니다. 좌판 앞에 간이의자가 몇 개 있고 여기 앉아서 먹는 겁니다. 25,000원짜리 밥 치고는 참 초라한 좌석이죠. 사실 이게 싫어서 시내 이자카야같은 곳에서 먹으려고 한 건데 별 수 없네요. 먹어봐야지. 


생참치, 냉동참치 골고루 취급하는 듯 합니다. 


식당으로 보낼 참치들이 부위별로 잘 분류되어 담겨지고 있습니다. 하루 매상이 어마어마 할 듯. 


뼈에서 네기도로를 만들 나카오치(中落ち)를 긁어내고 있습니다. 기름지고 맛있는 부위죠. 


숫가락으로 푹푹 떠먹고 싶네요. 맛있겠다.


간장과 작은 일회용 와사비를 줍니다. 간장과 와사비 없이는 느끼해서 먹기 힘들정도로 진한 맛의 참치였네요. 옆차는 얼마든지 무료로 마실 수 있습니다. 


간장과 와사비 뿌리기 전. 삼색덥밥. 국화 꽃잎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네요. 제법 실한 오오도로 2점. 쥬도로 몇점에 아까미도 있고, 뼈에서 긁어낸 나카오치를 올려줍니다. 부위는 넷인데 시소잎의 푸른 색, 참치의 붉은 색, 국화의 노란색이 삼색이라 삼색동일까요? 밥의 흰색까지 하면 4색인데... 뭐 그런 의문은 접어두고 먹기로 합니다. 


!!!!!!!!


스시 레스토랑 두 곳에서 고급 참치를 먹긴 했지만, 양이 감질났었는데 한번에 많은 양을 입에 넣어보니 맛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래서 츠키지 츠키지! 하는거군요. 감탄사를 내 뱉으며 연신 참치를 먹고 먹고 먹습니다. 끝내주네요! 더 먹고 싶어요! 라고 생각한 순간 허무하게 빈 그릇만 남아버렸습니다. 25,000원이 위장에 들어가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네요.


참치를 일단 먹었으니 계란 말이도 먹어봐야죠. 한개에 백엔이던가? 


여기 사장님도 스시 잔마이 사장님처럼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데 열심이신 듯. 


한개씩 먹어봅니다. 좀 달고 맛은 계란말이군요. 꼭 먹어볼 필요까진 없지만 값이 싼 편이니 오면 또 먹을 거 같네요. 


일본의 가을, 겨울은 연어의 계절이라더니 여기저기서 연어를 팔고 있습니다. 


명란, 매운맛과 단맛이 있네요. 


오후라 슬슬 폐장할 시간인데 사람은 여전히 북적거립니다. 


각종 절임 반찬류를 파는 곳도 있고... 두서없이 여기저기 구경 다닙니다. 


많이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요 골목 대략 50미터 정도만 왔다 갔다 한게 전부입니다. 정말 츠키지 맛만 보고 온거죠. 


건어물 가게. 시식이 있길래 맛보고 사진 않았습니다.


표고말린 것, 팥 등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계란말이 가게가 꽤 많더군요. 종류도 다양했지만 한번 먹었으니 패스 합니다.


츠키지 시장 내 운반차. 이거 꼭 보고 싶었는데 마침 지나가주네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볼까? 하는데 동행분이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오도로 더 먹자" 뭐... 저야 따를 수 밖에요.


다시 쿠로긴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덥밥은 끝내고 파장 분위기였는데 오도로만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이 한덩이를 보여주시더군요. 아이고메! 


오오마산 생 마구로. 저게 5,000엔 어치입니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구다사이!'라고 호기롭게 외쳐봅니다. 


이렇게 즉석에서 회접시를 만들어주네요. 


국화꽃은 여기도 올려줍니다. 와사비와 간장도 주고요. 


클로즈업해서 한 장 보시죠. 5만원 어치랍니다. 이게. 


하지만 진짜 오오마산 혼마구로의 오오도로라면 비싼 건 아니라고 하네요.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 생 참치를 이렇게 먹는 게 난생 처음이라 긴장됩니다. 초밥집에서 감질나게 한 점 한 점 먹어본게 전부였죠. 아! 물론 속았을 수도 있죠. 스페인산, 냉동을 잘 해동한 걸 수도 있지만 그걸 감별해 낼 능력은 없으니 믿고 먹을 밖에요. 


그런데.... 이거 진짜 진짜 맛있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맛있네요. 도쿄에서 일했으면 앤티크 시장에서 마이센 티컵 구입하고, 골동품 고르고, 츠키지에서 참치 사먹다 파산했을 것 같이 맛있습니다. 먹어본 참치 중 최고네요. 스시집에서 먹었던 참치들도 맛있었지만 이런 많은 양을 한번에 입에 넣어 포만감을 느끼며 먹으면 모든 게 한꺼번에 입안에서 맴돌다 스르륵 녹아버립니다. 굉장하네요. 앞으로 도쿄 올 때 마다 먹으러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맛있습니다. 글 쓰면서도 침이 고이네요. 


5만원 어치 오도로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네요. 정말 맛있었거든요. 이제 만족해서 츠키지 시장을 나와 문화생활을 즐기러 미술관에 가기로 합니다.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니를 못먹었지 않겠어요? 원래 다섯 종류의 우니를 섞어 맛볼 수 있는 5만원짜리 우니 덥밥을 파는 가게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양이 적다고해서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산지가 표시된 우니를 박스로 먹어보는 정도는... 여행 중이니까 이런 사치는 해도 되는거잖아요? 


츠키지 장외시장 초입에 있는 가게인데 일본산 / 수입산 우니를 판매합니다. 모양이 잘 잡힌 우니인데, 저 가격에서 소비세가 붙더군요. 가장 고급은 150그램에 4,000~5,000엔 하는 북해도산 우니인데요, 사장님은 2,900엔짜리 러시아산을 권하시더군요. 


북해도 지도입니다. 자세히 보면 북해도 오른쪽에 지명이 표시되지 않은 작은 섬이 넷 있는데 러시아 영토래요. 그래서 거기서 나는 우니인데 어차피 바다는 같아서 품질은 차이가 없지만 좀 더 싸다고 합니다. 믿고 먹어보라길래 그걸로 주문했습니다. 


아직 녹지 않고, 모양이 잘 잡혀 있는 우니입니다. 참 예쁘게 생겼네요. 여기도 간장, 와사비를 좀 주셔서 먹기 시작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친듯한 속도로 퍼먹고 있더라구요.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녹아! 죽인다!"


이런 감탄사를 내 뱉으면서요. 아아... 정말 잘 먹었습니다. 참치와 우니에 순식간에 많은 돈을 써버렸지만, 정말 만족했습니다. 츠키지! 츠키지! 하는 이유가 있네요. 갑자기 북해도를 가서 거기 시장에서 우니, 참치를 퍼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이제 히비야 라인을 타고, 우에노 역에서 내려 '도쿄도미술관'으로 가서 '고흐전'을 감상할 계획입니다. 


지하철 역에 막 들어가려는 데 건너편에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보이네요. 츠키지 혼간지(築地本願寺)라고 하는데 인도식 양식 + 서양식 건축 양식이 뒤섞인 건물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불교 사원으로는 드물게 스테인글라스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고 하는데, 별 관심이 없어서 패스했습니다. 


한국 노량진과 마찬가지로, 츠키치도 결코 싼 곳이 아닙니다. 처음 간 터라 물정을 몰라 약간 비싸게 먹은 것 같지만 오도로를 통째로 사서 먹고, 우니를 박스로 사서 퍼먹어보니 가격이야 제법 되지만 만족도가 장난 아니네요. 다음 번에 도쿄에 올때도 아마 츠키지에 와서, 참치, 우니를 듬뿍 사서 퍽퍽 퍼먹을 듯 합니다. 조리사가 만들어주는 초밥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해산물 요리를 파는 이자카야도 방문하고 싶네요. 


참고: http://www.asahi.com/special/tsukiji/map-nakaoroshi/

아사히 신문에서 만든 츠키지 장내시장 맵입니다. 다음 번에 갈때는 가게 같은 정보를 좀 찾아가지고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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