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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셔야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동행을 위해 블루보틀에 잠시 들려, 커피를 하나 구입하고 MOMA로 향합니다. 이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저녁에는 무료 입장이 시작되는터라 박물관 줄이 길어질게 뻔하기 때문에 그전에 다녀올 계획이었습니다. 학생때라면 모를까 사람에 치이면서 미술관 구경할 생각은 전혀 없어서요. 돈 쓰는게 훨씬 맘 편하죠.
블루보틀커피. 저야 커피맛을 모르니 뭐 아메리카노 1잔만 주문했습니다.
MOMA 입구, MET와 더불어 뉴욕에서 반드시 가야하는 미술관이죠.
10개 국어안에 한글이 들어있는 건 현대카드 때문일까요? 그 이전에도 그랬을까요? 10년전 방문때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독일어, 일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중국어 간체, 스페인어, 중국어 번체, 포르투칼어, 한국어 순이군요. 배열순서는 영어가 중간에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미적 요소를 고려해서 배치한 것 같습니다.
좋은 미술관은 어쩐지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작품의 한장면 같이 느껴진단 말이죠.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MOMA 구경하는 방법은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한층씩 내려오면서 보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맨 위층에는 작은 기념품샵이 있지요. 맨 위층은 현대작가의 특별전이 주로 열리는 공간인데 제가 갔을 때는 Adrian Piper 라는 작가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대작가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 항상 즐겁게 감상하는 (10년에 1회면 항상이라 할만하죠?) MOMA의 건축 구조로 눈길이 먼저 가더군요. 맨 위층 복도는 이런 식으로 허공에 떠있는 다리처럼 만들어져서 걸을 때면 진짜 흔들리는 느낌이 난답니다. 전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 나는 건 아니고, 직원분이 서 있는 저 다리같이 좁은 부위에서는요.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렇게 빈 공간이 많이 보입니다. 고소공포증있는 분은 올라오기 힘들지도.
이건 한 층인가 두 층 아래로 내려가서 본 광경입니다. 구조가 참 희안하죠?
MOMA의 이런 내부구조는 다른 미술관처럼 고풍스럽지 않으니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건물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MOMA가 오픈한 것은 1939년으로 한국은 아직 일제 식민지로 고통받고 있을 시점입니다. 건물을 필립 굿윈 (Philip Goodwin), 갈때마다 뭔 행사가 있어서 한번도 나가본 적 없는 조각정원은 에드워드 스톤(Edward Stone)이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 모습은 본적이 없고 2004년 다니구치 요시오가 리모델링을 맡아서 개축한 MOMA만 경험했죠. 그전에는 전시공간도 좁고 상당히 불편한 미술관이었다고 해요. 따라서 오늘날 보는 이런 빈 공간과 같은 현대적인 요소는 다니구치가 디자인한 컨셉일겁니다.
도대체 뭘 저렇게 준비중이냔 말이지요. 제가 갔을 때에만. (10년에 두 번 갔는데 두번 다 저러기 쉽지 않을 듯)
제가 현대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요소가 한눈에 보이는 작품이군요. 공예품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이아닐까 하는데 정밀함, 섬세함이(=개노가다) 들어가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한 이런 작품은 참 맘에들지 않습니다. Adrian Piper의 The Color Wheel Series라는 주제의 작품인데요, 같은 주제로 작품이 상당히 많나봅니다.
Faith Ringgold 작품. American People Series #20: Die. 1967. 1960년대는 인종갈등으로 인한 폭력이 빈번하던 시대였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주제를 빌려와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학살이죠) 인종간 다툼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입니다. 일부러 흑인, 백인 모두 정장, 드레스를 입고 그려서 더욱 인종간 적대감을 그려냈다고 하네요. 흑인이 번듯한 옷을 입고 있어도 (=백인사회에 순응한 성공한 흑인) 결국 인종차별의 대상이라는 걸 보여주는 걸까요? 섬뜩한 느낌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아. 싫어하는 비싼 양반이 나왔군요. Jackson Pollock. 이 작가 전시실을 아예 따로 하나 잡아주었더군요. 하기야 무지 비싼양반이니. 1947년 바닥에 페인트를 떨어뜨리는 기법 (액션 페인팅이라고 한데요. 풋)을 새롭게 발견해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뭐... 저런 작품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아요. 무지로 인한 공포일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 정도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거죠.
르네 마그리트. 위협에 처한 암살자 (The Menaced Assassin). 당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자 무성영화 Fantomas 시리즈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Fantomas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범죄자라는데요, 아마 그림에서는 축음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인 듯 하네요. 숨어서 범인을 잡으려는 흉기를 든 두 탐정, 얼굴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창밖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세명의 남자는 구경꾼, 방관자라고 해석해야할까요? 소설 표지같은 그림이네요.
르네 마그리트. 연인(The Lovers). 르네 마그리트의 주된 주제였던 좌절된 욕망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흠... 기묘하죠? 음식을 먹는 접시와 도구를 송아지가죽으로 만들어 본래 가진 의미, 모습을 뒤틀어낸 한 초현실주의 작품. Meret Oppenheim의 '오브제'라는 작품입니다.
프리다 칼로(Frida Kalo), 나의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나 (Family Tree) 라는 작품입니다. 맨 앞에서 나체로 있는 어린 소녀가 프리다 칼로 본인이겠죠.
모네의 커다란 수련 작품입니다. 너무 커서 감상이 힘들 정도죠.
피카소, 세 음악가. 너무 유명한 작품이죠? 저번에 볼 때는 개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에는 잘 알아보았답니다.
흠... 이 사진을 왜 찍었냐면 10년전에 왔을 때는 저 계단 너머 벽에 마티스의 Dance(I)이 걸려 있었거든요. 그때는 '과연 MOMA, 마티스의 그림쯤은 계단 옆 공간 장식이란 말인가?'라고 감탄했는데 이번에 오니 마티스 작품만 모아둔 방을 따로 만들어두었더군요.
바로 이 작품입니다!
마티스 붉은 스튜디오. 당시 작가들은 작품안에 자신이나 친한 친구 화가의 작품을 함께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아래있는 마티스의 접시도 MOMA에 실제 있는 마티스의 작품이고, 벽에 걸린 그림도 자신의 작품들을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Umberto Boccioni, The City Rises. 말들의 모습이 멋있는 그림이어서 찍어두었습니다.
MOMA 5층인가 있는 카페, Terrace 5입니다.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죠. 동행분이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들어오셨네요. 저는 사진만 찍고 나가서 다시 그림에 달라붙었습니다.
그저그런 샌드위치. 미술관 음식스럽달까요?
그저그런 감자튀김
뭐 뷰는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돌아다니다 좀 쉬긴 했습니다. 층마다 휴게 공간이 있어서 좋네요.
폴 고갱, The Seed of the Areoi,
그림에 나온 여인은 타히티섬에서 고갱의 정부였던 Tehura라네요. 폴리네시안 전설에서 전쟁의 여신은 풍요의 씨앗을 함께 들고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폴 세잔(Paul Cezanne)의 정물화. 사과접시가 떨어질 듯 위태롭습니다. 양쪽눈으로 본 광경을 캔버스위에 표현하려 했고, 덕분에 입체파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는데 이런 면 때문인가봅니다.
앙리 루소(Henri Rousseau). 잠자는 집시(The Sleeping Gypsy).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입니다. 만약 MOMA에서 하나의 그림만 들고 나가는 게 허락된다면 당연히 가장 비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골라야겠지만, 그보다 더 맘에 들고 좋아하는 그림은 사실 이 그림입니다.
앙리 루소, 꿈(The Dream).
잠자는 집시에 비하면 임팩트가 약하지만 역시 마음에 드는 그림입니다. 그래도 들고나가는 그림은 여전히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모인 사람들. 평일 오후인데도 이렇습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 앞에 비하면 점잖은 수준이지만요.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가지고 싶다.
피카소 그림도 몇점이나 있습니다만 역시 가장 유명한 건. Les Demoiselles d'Avignon, 아비뇽의 여인들. 바르셀로나 매춘굴의 여인들을 그린 작품이며, 최초의 입체주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고흐도 좋지만 이게 더 비싸지 않을까?
Marc Chagall, I and the Village. 샤갈의 마을과 나. MOMA에 와서 이 그림을 안보고 나갈 순 없죠.
밀도있게 4시간 정도 MOMA를 구경하고 사람들이 몰아닥치기 전에 나와서 기념품 가게를 둘러봅니다. 재미있는 물건도 많고, 사고 싶기도했지만 가격은 저렴하지 않네요. 이런 건 역시 사지 않고 두었다가 나중에 '그때 그걸 샀어야 했어!'라면서 안타까와하는 게 제맛이죠. (어차피 다시 기회가 오더라도 안삼)
하지만 이건 살까말까 하고 고민중입니다. Built라는 브랜드로 나온 네오프랜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오븐 장갑인데요, 신세계 백화점에 새로 들어온 사과파이 매장 (RAPL, 일본에서는 Ringo라는 브랜드를 씀) 직원들이 비슷한 장갑을 쓰고 있어서 어쩐지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역시 전시된 것 보다는 남들이 잘 쓰는게 더 가지고 싶은 법입죠.
MOMA를 나오니 아직 창창한 오후, 하지만 맨해튼에는 언제나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무얼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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