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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시카고가 그렇듯이, 바르셀로나도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이나, 구엘공원 등도 유명하지만, 비 가우디 작품으로도 유명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카탈루냐 음악당 - 팔라우 델라 무지카(Palau de la Musica Catalana)도 그런 곳입니다.

19세기 말부터 스페인에서는 모데르니스모, 프랑스에서는 아르누보, 미국에서는 모더니즘이라고 불렸던 새로운 예술부흥 운동이 일어납니다. 이 운동은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났으며 건축도 그 한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모데르니스모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의 하나가 이 카탈루냐 음악당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데르니스모 건축 양식의 특징인 이슬람 미술과 고딕 형태의 절충이 너무나 아름답게 나타나 있습니다. 가우디에 비하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놈의 성당이 워낙 유명해서 말이죠^^) 가우디 못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도미니크 (Lluis Domenech i Montaner)의 작품입니다. 산 빠우 병원도 그의 작품이죠.

http://www.yes24.com/24/goods/2304969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이 프로그램을 보세요. 전 건축에는 문외한이라 아는 척은 여기까지만!


람블라스 거리에서 대성당을 지나 좀 더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카탈루냐 음악당입니다. 기둥 하나하나와 천장의 장식이 독특하지요? 저는 알함브라에 가서야 비로소 이들이 왜 아랍의 건축을 받아들이려 애썼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입구도 범상치 않습니다.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어딘가 독특함, 이국적 그런 단어가 머리에 먼저 떠오릅니다.


아랍과 서방의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동거! 랄까요? 인물상들은 분명히 고딕, 기독교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표현되는 양식은 이슬람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기둥으로 올라가는 선이 멋지죠?^^


이슬람스러운 기둥의 벽화입니다. 이미 군데군데 조금 상하기 시작한 것 같아 안타깝군요.


스페인 건축 답게 이 건물도 멋들어진 발코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코니에도 자세히 보면 세밀한 조각들이 있어요.


매표소로 사용하던 작은 구멍. 다람쥐 굴 같이 앙징맞군요.^^ 위의 입구와 매표소는 사실 예전에 사용하던 곳이고


새로운 입구와 매표소가 있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건물 왼쪽벽을 현대적으로 꾸며서 새롭게 입구로 단장했습니다. 원 건축을 보존하기 위해서 내부 벽들은 그대로 두고, 외부에 시원하게 통유리를 씌워서 재단장 했어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랄까요?


나무를 형상화한 부조가 보이시나요? 이 건축물은 원래 카탈루냐 음악당에 속한 건물이 아니라, 새로 단장된 Petit Palau라는 건물입니다. 두 건물은 서로 찰싹 붙어있죠. 1982년부터 1989년 사이에 카탈루냐 음악당은 대대적인 수리 및 개축이 이루어졌는데, 개축할 때 목표는 가능한 카탈루냐 음악당과 재료 및 건축구조가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해요. 건축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살리기 위해서겠죠.

그 개축 방향의 연장선에서 새로 만들어진 건물이 Petit Palau입니다. 현대 음악 등을 연주할 수 있고, 모두 53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입니다. 2004년에 오픈되었다고 하네요. 글쎄요? 전 두 건물이 많이 달라보이는 데 건축학적으로는 전통을 훌륭하게 계승한 건물인가봐요.^^


넘어지기 직전의 나무 밑동을 형상화 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네요.


이쪽은 매표소로 가는 길.


다시, 카탈루냐 음악당으로 되돌아가서!


유리안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로비에 앉을 수 있는 식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둥마다 장식이 특이하네요. 뭐 아랍의 장식처럼 섬세하다기 보다는 대담하다고 해야하나요?


꽃 같기도 하고, 뭘 형상화 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내부 홀 모습은 이렇습니다. 아취형의 홀에, 천장과 기둥의 세밀한 장식. 실제 이슬람 건축에는 코란의 귀절 들이 있겠죠. 어딘가 어수선 한 듯 하지만 실제로 보면 구조적으로 매우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다양한 공연을 소개하는 간판들이 있습니다.


호오! 이렇게 보니까 기둥의 장식들은 꽃으로 보이는 군요. 그것도 핑크빛 장미. 아주 예쁘네요.


내부를 보고 싶었지만 다른 곳을 보느라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가이드 투어 시간에 맞추지 못했네요. 그래서 고민하다 분수쇼를 때려치고 (원래부터 그리 가고싶지 않았습니다.) 이날 있다는 음악회를 듣기로 합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34유로를 내고 가장 싼 좌석인데 3층 뒷자리를 예매합니다. 3층이 다 차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리는 3층에서 좋은 걸로 고르면 되겠죠. 그리고 국제 학생증으로 할인해서 보았던가? 그건 기억이 희미하네요. 판매자분은 다행히 영어를 하실 줄 알았습니다. 좌석을 화면에서 직접 보여주는 시스템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네요.


공연전. 간단한 타파를 팔아 매상을 올립니다.


사람들이 즐겁게 마시며 대화하고 있네요. 어딜가나 서양인은 스탠딩 파티를 즐기고 쉽게 친해집니다. (전 어렵더라구요.)


로비에 불이 밝혀지고,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위에 조각들과 천정을 있는 선들이 참으로 독특하군요. 등의 모양도요.


아시죠? 공연장에서는 촬영 금지입니다.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 도촬-_-;; (죄송합니다.)


사용하지 않는다더니 옛날 입구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네요.


로비쪽에 비해 공연장 1층 천장은 더 화려하군요. 별과 같은 무늬에 빛도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시 도촬중-_-)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계단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데 도촬인 처지라 세세한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공연장 1층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관광객 보다는 이 고장에서 오래 살면서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듯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둥이나 다른 부분도 굉장히 화려합니다. 외부는 그저 도울뿐! 인 수준이었던 것이에요. 물결이 춤추는 듯한 저 실내 발코니의 모습. 어쩔껀가요!


1층 홀 입구에는 탱고를 춰도 될만한 다른 로비가 있고 아무도 없더군요. 등의 모습이 하도 예뻐서 (사진은 엉망이나) 찍어봤습니다. 스테인 글라스나 기둥의 장식은 이슬람 + 고딕! 이라는 말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더군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생각해보니, 제 좌석은 3층이었나? 이 부분은 1982년 새로 개축한 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선 실내 계단. 우리나라는 리움이나 가야 볼 수 있죠.


아랍풍 창문이 이쁘네요.


3층에서 (예. 자리가 가장 싼 좌석으로 택하다보니) 본 공연장 광경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평소 이러던 사람이 아닌데 거의 짐승스런 예절을 보이고 있군요. 도촬은 나쁜 것입니다. (꾸벅) 앞쪽에 말 발굽은 기둥에 붙어 있는 장식이고, 공연장 내부와 천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정교하고 호화롭습니다.


기둥마다 다른 형태의 등이 달려있는 것도 볼거리지만... 자. 이제 카메라는 집어넣고 공연에 열중해야죠.


이날 공연의 프로그램입니다. 굳이 가이드 투어가 아닌 공연을 택한 건, 유럽에 와서 제대로 된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기도 하고, 음향효과가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할 경우 거의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당 음악홀에서 하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이들 두 홀은 그다지 음향효과가 좋은 구조가 아니죠. 

그에 비해서 카탈루냐 음악당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음향효과가 좋다는 빈 필하모니커 전용홀인 GroBer Saal과 마찬가지로 구두박스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LG홀이 비슷한 구조이긴 하지만 나무벽으로 만들어졌고 유럽의 홀 들 처럼 대리석, 석고 등으로 만들어지고 천장에 복잡한 조각 및 무늬가 있는 홀에서 전 한번도 실연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꼭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연주단체와 소프라노, 지휘자! 지휘자 성이 카레라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3대 테너로 유명한 호세 카레라스의 조카라고 하네요. 호세 카레라스의 성악곡을 많이 지휘했고, 우리나라에도 호사 카레라스와 함께 방문 공연을 온 일이 있다고 합니다.


지휘자는 잘 모르겠지만 소프라노가 Isabel Rey라니! 운이 좋았군요. 라고 잘난체 하고 싶지만 지휘자와 마찬가지로 모르는 사람입니다.-_-


오늘의 연주 곡목!


공연중에는 아무리 저라도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스페인 지휘자의 슈베르트는 매우 궁금했는데, 뭔가 좀 지나치게 여유있는 (음악 평론가가 아닌 이상 해설 불가^^) 느낌이었고, 이자벨 레이의 경우는 목소리가 맑고 아름다웠지만 슈베르트의 노래에는 지나치게 색기가 강한 느낌이 들었네요. 모르죠. 슈베르트를 내성적인 게이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런 해석이라면 얼추 비슷할지도요.^^;

공연장 음색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여기서 제가 노래를 하면 박수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음색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잔향이 지나친 건 아니었고요. 제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연주홀이자 가장 아름다운 음색의 홀이기도 했습니다.

단점이라면 벽이 좀 얇다는 것? 음악 연주중에는 몰랐는데 막간 휴지 기간에는 외부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더군요. 생각해보니 유리창으로 사실상 오픈된 공간이어서 당연한 듯. 하지만 연주가 막상 시작되면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은 홀의 아름다움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단. 저는 예당/세종홀에서만 음악을 듣던 사람이라 다른 곳과는 비교 불가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던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다시 나쁜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정녕 아름다운 건 외부가 아니라 공연장과 그 천장이에요. 저 곡선형 스테인글라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던 걸까요? 100년도 전에. 정교하게 스테인 글라스를 조립해서 만들었을텐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그 곡선 스테인 글라스와!


정말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무대 부분입니다. 뒤에 벽에 부조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빠져나갔지만...


저는 1층으로 내려와 주변을 흩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마다 관광객들은 천정을 여기저기서 찍고 있고, 별다른 제재는 없습니다. 왜? 문명인들이니 규칙을 알아서 지킬걸로 믿고 있어서죠.)


무대 옆 기둥에 있는 조각들도 멋지지만...


무대 뒤에 있는 건 파이프 오르간인가요? 부조와 기둥의 조각들. 뒤의 파이프 오르간과 스테인 글라스, 기둥의 느낌이 정말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무대 위 천정에 있는 건 채광창인 듯 하고요.


가장 아름다운 건 역시 천정입니다. 수십송이의 장미꽃들도 아름답고 기둥과 천정이 잇닿는 장식들도 아름답지만 저 입체형 스테인글라스는 할말을 잃게 만들만큼 아름답습니다.


이제 내려가야죠.


내려가는 길에 찍은 계단입니다. 곳곳에 장미가 숨어있네요. 아마도 도미니크는 장미를 아주 좋아했던 건축가가 아닌가 싶어요. 계단 하나하나도 세밀한 장식이 빠지는 곳이 없네요.


이제 음악도 끝나고 호텔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아아.. 너무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호텔에서 푹 자고, 몬세라트로 가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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