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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번가와, 23th street가 만나는 곳에 기묘한 빌딩이 하나 있습니다. 1902년 완공된 플랫아이언(Flatiron) 빌딩인데요 삼각형 자투리 땅에 지어진 상가 건물의 끝판왕 느낌입니다. 이 랜드마크 빌딩 덕분에 이 주변은 플랫아이언 디스트릭트(Flatiron District)라 불리는데, 메디슨 스퀘어 공원도 있고, 주변에 재미있는 레스토랑이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뉴욕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중 하나인 이탤리(Eataly)가 있습니다
플랫아이언 빌딩, 22층, 이탤리는 저 빌딩에 있는 건 아닙니다.
EAT + ITALY의 합성어인 이탤리는 말 그대로 이탈리아 식재료를 메인으로 하는 마켓입니다. 원래 오스카 파리네띠(Oscar Farinetti)라는 이탈리안 사업가가 이스탄불의 터키 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처음 설립한 마트인데요, 미국에는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밥보(Babbo) 오너, 마리오 바탈리와 마스터 쉐프의 심사위원 조 바스티아니치가 이탈리아 본사와 합작 회사를 차려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쉐프들이 고급 마트설립이라니, 백종원씨가 신세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을 '백종원마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수준이라 보시면 되겠네요.
뉴욕 이탤리 플랫아이언 매장 지도입니다. 면적은 상당하지만 오래된 빌딩의 일부만 세를 들었기 때문에 (월세가 좀 되겠죠?) 모양이 전체적으로 T자 입니다. 먼저 5번가 입구쪽으로 들어가면, 젤라또 가게가 있고, 좀 더 들어가면 꼭 들려봐야할 가공육, 치즈 코너가 있습니다.
먼저 가공육, 이탈리아는 프로슈토나 쿨라텔로로 대표되는 가공육이 발달한 곳입니다. 다양한 가공육이 모아진 판매대를 보니, 맛을 보고 싶었지만 뭐 여행중에는 남이 해준 음식을 먹어야하지 제가 손수 차린 음식을 먹는 건 별로여서 패스합니다. 사실 가공육 맛을 아직 잘 몰라요. 돼지는 그저 삼겹살이지요
멋들어진 프로슈토. 한국보다는 가격이 참 저렴한 것도 즐거움이죠.
포장된 가공육만 있는 건 아니고, 당연히 이렇게 다리 째 걸어둔 디스플레이도 있습니다.
가공육 코너에서 쭉~ 들어가면 (엄밀히 말해 직선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사람도 많고, 기둥도 있어요.) 정육 코너가 있습니다.
뉴욕의 많은 프리미엄급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드라이에이징 고기가 큰 인기죠. 립아이 구워 먹고 싶네요.
정육코너로 가기전, 가공육 코너 옆에는 다양한 치즈들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선반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치즈의 세계는 깊고 넓어서 이탈리아 치즈라고 하면 기껏해야 모짜렐라, 고르곤졸라, 파르미지아노 정도를 아는 저로서는 그냥 '치즈가 참 많구나'라고 생각할 따름이지요. 여기서 살았다면 주말마다 하나, 둘 씩 다른 치즈를 맛보며 즐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랫아이언 지점에서는 그라 파다노 치즈를 쌓아뒀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만들어지는 9백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는 경화치즈입니다.
여긴 플랫아이언 지점이 아닌 이탤리 다운타운 지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유리 장 안에 디스플레이 해 놨더군요. 뭔가 커다란 부페 식당 같아요.
과일, 야채 코너는 홀푸드같은 경쟁 스토어에 비해 좁고, 품질도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다양한 토마토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뭐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홀푸드에 비해서 다양하거나 하진 않더라구요.
특이하게 두어종류의 줄기콩이 있었던게 재미있었습니다. 잘 삶아서 먹으면 안주로도 좋지요.
버섯은 미국마트 중에 가장 잘 분류되고 전시가 잘 되어 있더군요.
품질좋은 썬드라이드 토마토.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한 재료죠. 제가 무지 좋아하는 재료이기도 하고.
수산물 코너는 제법 다양한 물고기들을 팔고 있습니다. 'Arctic Char'가 있네요.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델 포스토(Del Posto)에서 먹어보고 반해버린 맛있는 물고기입니다. 연어는 싫어하는데 이녀석은 맛이 훨씬 고급스럽더군요. 아구도 팔고 서대(Sole)도 파는군요. 물론 한국의 서대와는 완전 다른 맛을 내는 물고기지만요. 프렌치에서는 매우 고급요리 재료입니다.
클랩, 굴도 여러 종류가 있네요. 캐나다, 뉴질랜드, 각지의 조개를 모아왔군요. 조개류는 아주 다양한 건 아닙니다. 서양인들이 굴이외에 조개를 잔뜩 먹는 사람들은 아니어서 이 정도만 해도 많은거죠.
요상하게 생긴 스콜피온 피시(Scorpion fish). 붉은 쏨뱅이와 유사한 생선입니다.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를 빼놓을 수 없죠. 매장 일부 공간에서는 직접 만든 다양한 생파스타를 팝니다.
라비올리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먹고 싶어라!
옆에서는 다양한 이탈리아 빵들이 있네요. 치아바타, 바게트 같은 식사용 빵도 있지만,
포카치아에 피자처럼 여러 재료를 올린 빵도 팝니다. 저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맛을 보진 않았습니다.
올리브, 말린 토마토, 뇨끼도 있네요.
건파스타 매장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파스타 매장으로만도 작은 편의점보다 크거든요. 사진은 매우 일부만 찍힌 겁니다.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파는 Garofalo 파스타가 있길래 찍었습니다. 뭔가 내가 아주 나쁜 제품을 먹고 있는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지네요. 여기서 파스타 건면을 파는 건 어느정도 인기있는 제품이란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니까요.
모노그라노, Monograno Felicetti. Pastificio Felicetti사의 프리미엄 건면 제품입니다. 1,000미터 높이의 고원지대에서 제배한 유기농 밀로 만든다고 하네요.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드는 밀가루를 흔히 듀럼이라고 불리는데, 이건 쌀로치면 자포니카 종 같은 대표 종이고, 그 세부 품종으로 보면 고시히카리, 오대미, 사사니시키, 밀키퀸 등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 듀럼도 마찬가지로 Matt, Kamut, Farro, iL Capelli 등 하이엔드 품종이 있고, 모노그램의 의미는 이 밀가루를 섞지 않고 한 종으로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위 사진은 iL Capelli 밀가루 1종으로만 만든 파스타입니다.
Antiqnano의 딸리아뗄레면, Nero Di Seppia라는 말이 설명에 있는데, 오징어 먹물이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면 색도 그렇죠?
피사니 & 파스타의 스트로짜프레티 파스타. 푸실리와 함께 소스를 잘 먹기 때문에 라구와 같은 고기 소스와 함께 많이 먹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란이 들어간 넙적한 페투치니면입니다. 일일이 다 소개하자면 끝이 없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리조또를 만드는 쌀도 여러 브랜드가 있습니다.
라비올리도 공산품이 있군요. 지오바니 라나(Giovanni Rana), 역시 유명 브랜드죠. 포장에 있는 할아버지가 창업자이자 사장인 지오바니 라나씨입니다.
발사믹과 올리브 오일을 파는 매장입니다. 올리브오일도, 발사믹도 고급스러운 걸 따지면 한도가 없는 분야지만, 시식코너가 없으니 잘 모르니 패스합니다.
소스류 매장도 넓습니다. 다 찍은게 아니고 일부만 찍은 거에요.
송로버섯 통조림입니다. 라지만 사진처럼 트러플이 통째로 들어갔을리는 없고 대부분은 샹피뇽과 같은 다른 재료들에, 향만 살짝 들어간 수준입니다. 실제로 송로버섯이 370그램 들어갔다면 가격이 10배는 되어도 모자르겠죠.
리구리안 바질 페스토. 리구리안은 이탈리아 북부해안을 가리키는 말인데, 리구리안 바질, 혹은 제노바 바질이 이탈리아 요리에 범용적으로 쓰이는 바질품종입니다. 리비에라 바질이라고도 부르고요. Ranise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바질 30%, 올리브 오일 30%, 잡다한 재료가 추가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바질이 좀 더 들어간게 좋아서 패스합니다.
IL MONGETTO에서 만든 브루스게타 소스. 바질과 올리브 오일, 토마토로 만들어졌고, 빵을 살짝 구워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비교적 신생업체(1999년 창업)인 Pietrantica 의 RED Pesto 소스입니다. 레드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든 말린 토마토에 견과류, 바질, 올리브 오일을 첨가한 소스죠.
그란구스토에서 나온 케찹입니다. 약간 단맛이 나는 토마토 품종으로 만들었는데 토마토 퓌레의 비율이 무려 75%나 됩니다. 공산품의 경우 50%정도 되고, 제대로 된 물건은 75% 정도 비율인게 케첩의 상식이죠.
Datterini 토마토로 만든 Nanu의 토마토 퓌레입니다. 작지만 상당히 단맛이 나는 품종이라고 해요. 토마토를 이용한 다양한 소스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못사와서 안타깝네요.
여행길에서 탐나는 물건은 발견 즉시 사지 않으면 끝이지요.
Mutti사의 토마토 제품들. 토마토를 통째로 절인 통조림입니다.
Melchiorri Tartufata White Truffle Sauce입니다. 귀한 화이트 트러플이 눈물만큼 들어있는 소스입니다. Tartufata는 트러플의 이탈리아 말입니다. tartufata, tartufo, tartufato, tartufi와 같은 뜻이라나요. 파스타에 넣으면 인공향료가 들어가서 트러플 풍기나 좀 나죠. 하지만 그 인공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저는 쓰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먹거리 위주지만, 마트의 다양성을 보이려는 시도로 구색갖추기 느낌으로 이탈리아 디자인 느낌의 (하나하나 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음) 주방기구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Gentilini Fette Biscottate, 이탈리아 비스킷은 바삭하고 맛있죠. 버터, 달걀, 꿀, 설탕 등 천연재료로 맛을 낸다고 자랑하네요.
누텔라로 대표되는, 견과류와 초콜렛의 믹스 스프레드는 경쟁이 뜨거운 분야입니다. 사실 먹어본 바로는 이 분야의 최고 제품은 아직까지는 아메데이의 제품이었는데요, 사진은 GOLOSI DI SALUTE사의 Crema Cacao&Nocciole입니다. 헤이즐넛과 카카오 믹스죠. 먹어보지 않아서 맛은 모르겠네요.
이탈리아 샵이니 디저트는 프렌치처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만, '젤라또'와 '티라미수'가 반드시 있습니다. 수준도 꽤나 높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뭐. 나쁘지는 않아요. 재료는 참 훌륭합니다. 커피 듬뿍 레이디 핑거스, 마스카포니 치즈, 그런데... 달아요. 너무 답니다. 지나치게 달아서 먹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젤라또도 마찬가지에요. 솜씨, 재료 모두 나쁘지 않은데 마이애미보다 달아서 잡쳤습니다. 이건 뉴욕의 어쩔 수 없는 특성 같습니다. GROM에서도 젤라또를 맛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맛보다 훨씬 달게 느껴졌거든요. 텍사스-뉴욕을 관통하는 미국식 입맛의 특성이랄까요? 이정도로 달아야 이 지역에서는 팔리나봅니다. 마이애미는 훌륭했는데 여긴 너무 미국화되었어요. 아쉽네요. 뭐 하지만 한국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아무리 바빠도 여기서는 시식을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홍대쪽은 특히나, 젤라또 샵에서 시식을 거절하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어버린 듯 해서 서글프더군요.
내부 이곳저것 공간에는 식당도 많습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금박 화덕을 자랑하는 로쏘뽀모도로(RossoPomodoro). 잘 알려진 나폴리피자 전문 체인점이라고 합니다.
피자 말고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를 팝니다. 구석구석 숨듯이 자리한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마트 중앙 통로옆 넓은 자리에서 먹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점심, 저녁 다 예약이 있었고 그렇게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먹지 않았습니다.
시장, 마트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세번이나 방문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하지만 제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좀 아쉬웠네요. 다음 번 뉴욕에 가면 역시 또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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