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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는 맨해튼 한복판에 남북으로 4km, 동서로 800m 규모로 자리잡은, 런던 하이드 파크와 땅값 비싼 공원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는 도심공원입니다. 사이즈가 의외로 작다구요? 여의도가 한강둔치를 빼면 2.9제곱 킬로미터인데 센트럴파크는 3.41제곱킬로미터이므로 여의도 보다 넓습니다. 경복궁이 광화문에서 끝자락 건청궁까지 남북으로 대략 800미터, 동서로는 400미터가 좀 넘는데 무리하면 경복궁이 10개도 들어갈 수 있으니, 절대 좁은 공원이 아니죠.
호텔이 센트럴파크 바로 옆은 아니지만, 설렁설렁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자전거를 탈까 했는데 그냥 걸어다니는 걸로 만족했네요. 공원에서 바라보는 뉴욕의 스카이라인. 녹색과 빌딩이 어우러집니다. 건물도 100년 전 스타일과 현대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구요. 다양한 양식의 '고층'건물이 군집하는 것이 미국 도시의 매력이려나요?
공원에서 목격한 3종 조깅 세트. 유모차를 밀면서 조깅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알고보니 조깅에 환장한 부모들을 위해 무려 '조깅용 유모차'가 있더군요. 바퀴가 좀 더 크고, 바퀴축도 강하고 튼튼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달릴 때 진동 때문에 아이 두뇌 발달에 안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남의 일이니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지요.
자전거, 런닝, 자동차로 도로도 잘 구분되어 있습니다. 울타리 안쪽은 저처럼 터벅터벅 걷는 사람들 용이구요. (근데 런닝코너에도 지치면 걷는 사람 많아요)
자전거 타고 공원 한바퀴 하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가 있겠죠.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배경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한 컷!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동차는 출입 불가능 한 걷기 전용 도로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습니다. 정말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죠? 나무도 풀도 건강해보이고 쓰레기도 없네요.
공원은 누가 관리할까요? 당연히 뉴욕 시에서 하겠지? 생각했는데 1980년 설립된 Central Park Conservancy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뉴욕시와 계약하에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공원을 민간단체에?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을 민간단체에 관리를 맡기는 격인데...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으니 할말이 없네요. 이 단체가 모금을 통해서 이 공원에 투자한 돈은 누적 8억 달러가 넘는다고해요. 아마도 뉴욕에, 특히나 이 공원 주위에 집을 가지고 있는 부호들을 대상으로 인맥을 이용, 모금을 잘 하는 거겠지요. 2007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하락에 베팅해서 5조원 이상을 벌었던 헤지펀드계의 거물 존 폴슨(John Paulson)도 1천억 이상을 뜯긴 기부했다고 합니다 .
군데 군데, 이렇게 다리가 있는데요, 이 공원을 설계할 때부터 마차가 지나가는 길과 보행 길을 분리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몇 개 도로는 자동차 전용이고,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공원으로 들어서는 통로 자체가 없어요. (이거 경험해 봐서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매연을 마시며 공원을 통과했다는)
옛날 센트럴파크의 그림 지도 입니다. 다리 위의 튼튼한 길은 마차가 이용했고, 사람들이 바로 아랫길을 이용했죠. 이 지도 그림은 [링크]에서 참고했습니다.
오래된 공원인 만큼, 건물도 100년 넘은 건물을 수리해서 쓰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개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건가요? MEN이라 씌여진 걸 보니 교육을 아주 잘 받은 수캐 인 듯 하네요.
공원 곳곳에 암석이 많습니다. 사실 이 동네가 150년 전에는 채석장이 있던 숲이어서요. 돌을 깨서 팔거나, 돼지 키우는 농민들, 땅도 없이 허드렛일을 하며 살던 가난한 흑인들이 움막일 짓고 살던 이 지역을 공원으로 만든 것은 1858년, 대원군때도 아니고 철종 시절입니다. 공원을 만들면서 이 곳에 무허가로 거주하던 수천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네요. 하지만 아마도 좀 더 척박한 맨해튼 북쪽지역으로 이주했거나 했겠죠.
개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이 공원은 개판 오분전 개들의 천국입니다. 개들이 많은 곳에가면 인구 밀도보다 개 밀도가 높게 느껴질 정도에요. 여기 산책 오시는 양반들이 돈 좀 있다보니 개들의 영양 상태가 허더더 합니다. 맨해튼, 이 공원 주변에서 개 키울 수 있는 집이면 도대체 얼마나 하겠어요? 강남보다 더 비싼게 이 동네고 원룸도 20억으로는 꿈도 못꾸는 데, 여기서 개 3~5마리를 키울 수 있으려면 좀 사는 정도론 어림도 없다구요. 얼마나 잘 관리되고 힘이 센지 개들이 저 아저씨가 타고 있는 카트를 질질 끌고 다니더라구요. 자세히 보시면 두 바퀴 카트를 타고 있습니다. 썰매개가 아니고 카트개인 셈이네요. 보면서 황당해서 죽는 줄 알았던 장면이에요.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로망. 물어와! 하고 공을 던지면 개가 뛰어가 공을 물고 돌아옵니다. 카트를 끌고 다니게 하는 거나, 공 물어오기나 힘이 남아돌아가는 개들의 에너지를 소모시켜 집에서 얌전하게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하네요. 모든 개 주인이 개산책을 나오는 건 아닙니다. 사실 부유한 집에서는 개 산책 알바를 고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지요. 어쨌거나 개건 사람이건 다들 건강해 보입니다.
태극권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평일아침부터 모래위에서 과격한(?)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이런 산책로 정말 맘에 들지 않나요? 녹색천지라 맨해튼과는 완전 다른 별천지네요. 마치 비원 숲길을 거니는 듯 합니다.
공원 중간쯤 까지 걸으면, 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를 만나게 됩니다.
현재 이름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이지만, 원래 이름은 센트럴 파크 저수지였죠. 원래 여기가 채석장이라고 했는데, 이런 건물들은 아마도 다 공원에서 직접 캔 돌로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입니다. 1862년 완공되었고, 1994년, 재클린 케네디가 사망하자 그녀를 기리기 위하여 이 호수에 그녀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호수 주위로 2.5km 길이의 흙으로 된 런닝트랙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스팔트 투성이인 센트럴파크에서 드물게 흙길이라 무릎을 소중히하는 러너들의 사랑을 받을 듯 합니다. 스테파니 & 프레드 슈만(Stephanie and Alfred Shuman) 런닝 트랙입니다. 이 분들이 Central Park Conservancy에 60억 정도를 뜯겼 기부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미국답게 기부자의 이름을 트랙에 그대로 붙여주었네요. 남편인 알프레드가 유명한 헤지 펀드 창업자라고 하네요.
조깅 트랙을 빙 둘르며 호수를 구경합니다. 건너편 어퍼 웨스트쪽에도 고급 아파트가 줄지어 있습니다. 특히나 유명한 아파트가 엘도라도라 불리는 중앙의 쌍동이 건물입니다. 1931년 아르데코 스타일로 건축된 31층 건물로 208개의 고급 저택이 있습니다. 워낙 아이콘 같은 건물이라 매물도 거의 없지만 센트럴 파크가 안보이는 낮은 2,3층은 40억 정도, 호수가 보이는 7,8층 정도 되면 90억~150억 정도, 그 위에 높은 층은 인터넷 같은 곳에는 나오지 않지만, 1,300억 정도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웨스토 쪽에 비해서 동쪽 편은 오히려 유명한 건물이 없는 편입니다.
호수 북쪽 기슭에서 본 남쪽방향 맨해튼 고층빌딩들. 미세먼지가 아니고 이날 안개가 좀 껴서 뿌옇게 보이네요.
호수물이 그리 깨끗한 건 아닙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나와 있지만 무언가를 잘못먹고 폐사한 오리가 한마리 떠다니더군요.
평평한 공원이지만, 언덕배기 (그래봤자 아주 높지는 않아요) 비스므리한 것도 좀 있습니다.
언덕 위에 벤치 하나, 올라가서 앉아보고 싶었는데 저 가족이 계속 이야기 삼매중이라 포기했습니다.
공원에는 큰 호수가 있어서 보트 대여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호수인 재클린 오나시스 저수지에서는 보트를 못타고, 두 번째로 큰 센트럴 파크 호수에서만 가능합니다. 100여 대 정도 대여 가능한 보트가 있고, 개인소유 보트는 금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센트럴 파크 호수, 아침나절이라 보트타는 사람들은 없네요.
아직 아침이라 물결이 잔잔해서 반영이 그대로 보입니다. 물이 깨끗한 곳은 아니지만요.
빌딩과 조화가 멋지지 않나요?
아침에 '센트럴 파크에서 활동하는 새를 탐조하는 투어'입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네요. 어떤 새가 울고 있다고 설명해주면 망원경이나 맨눈으로 열심히 찾아봅니다.
누군가와 함께 앉고 싶은 나무 벤치.
아침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여기 경치 멋지네요. 센트럴 파크 10경이 있다면 여기가 한 손 꼽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저 빌딩에 방 하나만 내거였으면 했던 저를 반성...까지 할필요는 없겠죠?
잔디는 보통 들어가게 해주는 데, 군데 군데 보존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쳐둔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들어가면 절대 안됩니다!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작은 소로. 어쩐지 이 광경은 한국 공원 같아서 찍어보았네요
여기서 보트 한 번 타보는 것도 괜찮겠는데요? 실제로 뉴욕에서 인기있는 '청혼장소'이기도 하답니다. 뭐 청혼하면서 저 빌딩을 널 위해 사두었어라고 하면 더 효과적이겠지만요.
또 가보고 싶은 광경이네요. 아니 여기서 살면 정말 좋을 듯 한데... 그러긴 어렵겠죠. 국내 복권에 당첨되는 정도론 이 공원 주변에서 사는 건 어림없습니다.
공원 내 여기저기, 다양한 동상이 있습니다. 이건 뜬금없지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에요. 이 공원과 무슨 관계나구요? 뭐... 500여년전 그가 와서 백인들이 이 땅에 오고, 인디언을 홀려서 유리구슬이나 뭐 그런걸로 맨해턴을 차지한다음 세월이 흘러 이 공원을 만들게 해준 대가로 세운 걸까요? 뭐 비슷합니다. 1892년, 그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4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뮤지컬로 만들어져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뮤지컬 표값이 비싼기로 이름 높음) 알렉산더 해밀턴의 상입니다.
매사냥꾼 동상, 영어이름은 Falconer입니다. 매사냥꾼이라기 보다는 귀족이 매사냥을 할 때 매를 관리하고 다루는 하인 정도 될까요? 1871년에 영국 조각가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져서 미국에온, 나름 글로벌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동상이라고 하네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오벨리스크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바로 뒤쪽에 위치해있어요. 물론 이집트에서 약탈해 온 물건으로 런던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오벨리스크와 한쌍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녀보다 1400년 전, 그러니까 대략 34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참, 국력이 강하니 약탈해온 물건을 전시하는 데도 당당하네요.
1913년 세워져 백년이 조금 넘은 USS Maine 기념비입니다. USS Maine은 1898년 쿠바가 스페인에 저항하여 혁명을 일으켰을 때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고 파견된 해군함정입니다. 때가 때였으니 증기선이었죠.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하여 수십명의 승무원이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수장됩니다. 미국은 이런 국가 관련 사고는 정말 꼬박꼬박 기념비를 만들어 두는듯 해요.
왜 이 공원에 있는지 뜬금없긴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1959년 George Delacorte라는 출판업자이자 돈 많은 자선가가 공원에 기부한 것이라 합니다. 토끼와 난쟁이가 있고, 버섯위에 앨리스가 앉아있는 모습은 이 소설이 영국에서 첫발매 될 때 일러스트를 본딴 것인데, 앨리스의 얼굴만은 자선가의 특권으로 이 양반의 딸네미 Donna를 모델로 만들어졋다고 합니다.
앨리스상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Conservatory Water라는 연못입니다. 온실 연못이라는 뜻인데, 원래 1857년 공원 계획을 짤 때는 공원 내에 커다란 온실을 만들고 열대식물들을 키울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온실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이름을 딴 연못만 남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연못의 물은 공원 지하에서 솟아나는 자연적인 물이라고 하는데요, 이스트 리버(동강, 브루클린 - 맨해튼 사이의 강)쪽으로 흘러나간답니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모형 범선, 요트들을 가지고 노는 장소로 유명하다는 데 아침이라 그런지 모형 배는 구경하지 못했네요.
연못곁에는 빵집, 화장실등 휴게 공간이 있는데 술도 파는 듯 합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술을 가지고는 연못 가까이 접근 못하게 저 울타리 안에서만 마실 수 있게 안내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갑니다. 센트럴 파크에 있는 넓은 풀밭, 양떼 목초지(sheep meadow). 1934년까지는 실제로 여기서 양을 놓고 풀을 먹였다고 합니다. 넓은 광장이라 행사도 자주 열리고, 가족들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좋죠. 덩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풀밭인데, 공원을 짓는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간 장소라고 합니다. 계속 말하지만 여기가 원래 채석장이라 흙이 부족해서 바위 투성이였거든요. 150년 전에 인부들을 동원해서 공원에 나무와 풀을 심기 위해 흙을 가까운 뉴저지에서 날라왔다고 하네요.
여긴 안에 들어가도 되는 풀밭인데, 음... 사람이 없어서 그냥 밖에서 쳐다보기만 하고 왔네요.
공원을 나가려고 남쪽으로 걸어갑니다. 기존에 있는 낮은 건물들의 위로 새로 높게높게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 경기가 호황이라는 거죠. 뉴욕 어디가든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뭐 하긴 한국도 한강변과 서울숲 부근에 계속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지요.
공원 산책을 마치고, 다시 오늘 여행을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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