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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파크를 걷고나서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쉬러 하브스(Harbs)로 갑니다. 도쿄 여행 때 가보고 싶은 레벨의 케이크샵은 아닌 것 같아서 방문하지 않았는데 레이디 엠에서 미국의 케이크 수준에 절망하고 나니 "아이구. 훌륭한 케이크 샵이죠. 이 정도면."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배가 고파봐야 소중한 걸 알게 됩니다. 뭐 이 경우에 맞는 격언은 아닌것 같지만요. 




메뉴는 일본과 비슷하게 생겼군요. 베리류 케이크를 제일 위로 올려둔 건, 미국에서 이게 가장 어필할거라고 생각해서겠죠? 하지만 대표 메뉴는 역시 밀크레이프죠. 일본에서도 샵 마다 조금씩 치즈 케이크 구성이 다른데 여기는 일본매장에서는 흔히 파는 레어 치즈 케이크가 없고, 대신 뉴욕 치즈케이크가 있네요. 뭐 도쿄 쪽 하브스에서는 이걸 베이크드 치즈케이크란 이름으로 팔고 있고 사실 뉴욕에는 이쪽이 더 어울리니까 적절한 메뉴 선택이겠죠. 일본에 가면 딸기 시즌에 스페셜 한정 딸기 케이크만 5~6종이 나온다고 하던데 미국에서는 그런 특별 메뉴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브스의 밀크레이프는 신선한 과일과 생크림을 크레이프 레이어 사이에 촘촘히 깔아둡니다. 과일샌드와 비슷한 느낌인데요,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솔직히 크레페만 본다면 얇은 크레페를 잘 만들고, 멋지게 깔아둔 레이디 엠이 더 기술적으론 뛰어날지 몰라도, 식감을 제외한 닷맛이나 신선한 과일 때문에 얻는 만족감은 하브스가 더 좋습니다. 취향에 따라 레이디엠이 더 좋은 분도 있을 것이고, 저는 레이디엠에서 받은 인상이 하도 거지 같아서 하브스가 더 괜찮게 느껴지네요. 


위의 사진 메뉴에는 없는 데 사쿠라 케이크입니다. 애매하네요. 이쁘기는 이쁜데 무슨 맛을 보여주려고 한지 참 애매합니다. 그냥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건가요? 딸기 밀크레이프나 먹을걸. 


여기도 차맛은 별로 입니다. 흠. 집에서 마셔 버릇하니 어저간한 곳에서는 차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힘드네요. 케이크를 먹고 체력을 회복한다음, 다시 첼시마켓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굴로 저녁을 먹은 이야기는 이미 했구요, 이제 시간 대는 밤중.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물을 사려고 CVS를 들렸는데....


문을 여는 순간 어딘가 100년전으로 시간 이동한 듯한 공간이 나옵니다. 물건이 있는 걸 보면 CVS는 맞는데 여긴 어디죠? 


CVS라고는 믿기지 않는 벽과 천장의 양식입니다. 1897년, 도금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원래는 뉴욕저축은행 (New York Savings Bank) 건물이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도금시대에 대한 정의는 문헌마다 조금씩 틀려서, 1893년까지라는 설명도 있고 산업자본의 부의 과시가 절정에 달했던 대공황 이전까지를 잡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 시대 건물들의 양식은 매우 독특한데 화려한 세공과 구조물이 당연시 되고, 덕분에 이 때 지어진 빌딩들은 도시에 설명하기 힘든 멋과 분위기를 전달하게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원래는 3층 빌딩입니다. 창문 구조를 보면 아시겠죠? 지금은 은행 사무실로 쓰이지 않으니 하나로 터서 더욱 더 로마 공회당스럽게 보이네요. 


천정과 돔 부분입니다. 


벽과 기둥은 대리석으로 처발라두었습니다. 미국 대리석의 주요 산지 중 하나인 버몬트 주에서 가져온 대리석이라고 하네요.


이런 빌딩에서 판다고 뉴욕 다른 지점에 비해 더 비싸거나 하진 않습니다. 2010년까지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식료품점이 입점해 있었는데 수익 문제로 지금은 CVS가 들어와 있다고 하네요. CVS도 별로 수익은 안날거 같지만 뭐 이런 곳에 매장을 연 이유가 있겠죠. 


저런 웅장한 기둥아래서 파는 바디로션이나 데어로란트를 쓰면 뭔가 효과가 더 좋을 거 같아 .... 보이지는 않네요.


뭐 여기 어울리는 대리석크림(?)이나 고딕 로마 역사책같은 걸 팔면 좋겠는데 현실은 화장품이나 맥주가 전시되어 있네요. 화려한 서점으로 개축하면 굉장한 명소가 될 거 같은데. 제가 돈만 많으면 그래보고 싶습니다. 


이 동네에 가보시는 분들은 구경삼아 한 번쯤 가보면 좋을 듯 합니다. 주소는 81 8th Ave, New York, NY 10011 입니다. 


CVS에서 마실 물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의 하루하루를 참 꽉꽉채워 다니네요. 


다른 날 지나가다 본 CVS 건물 외관. 편의점 건물이죠. 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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