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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섯 째날, 이날도 아침에 센트럴파크 산책을 마치고 아침을 케이크로 열고자 라 뒤레에 들렸습니다. 뉴욕에 라 뒤레 지점은 둘이 있는데, 소호 쪽에 있는게 더 크지만, 아침 산책길에 다녀오기 편한 곳은 센트럴파크에 있는 쪽이지요. 상당히 일찍 문을 열더군요. 


뉴욕에서는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아침거리를 팔기위해 베이커리도 상당히 일찍 여는편인데,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Glassdoor 같은 사이트를 좀 뒤져 보았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블라인드 같은 사이트임) 그런데 가장 큰 불만이 하루 9시간(점심시간 포함)이나 일을 시킨다는 거네요.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일해야 한다는데, 휴식시간 (점심시간 포함)은 있지만 휴식할 공간은 없다고 불만이 크더군요. 미국은 보통 9시 출근, 6시 퇴근이 일반적이긴 해도 직급이 높지 않고, 일이 없으면 보통 단축해서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라뒤레는 상당히 빡빡하게 업무시간을 지켜 일하는가 봅니다.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 일시키는데 프랑스 기업이면서도 미국에서는 45시간을 일시키는군요.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라는 송곳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아침부터 케이크 진열대는 꽉 차있습니다. 라뒤레 US에서는 프랑스 레시피 그대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만든 케이크. 라고 하니 불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만 브랜드를 믿고 먹어봐야죠. 한국에는 허가하지 않은 직접 제조를 미국에는 허가해주었다는 건 그만큼 실력, 재료 수급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니까요. 


라뒤레 미국 수석 파티셰는 Jimmy Leclerc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어쨌든 뉴욕에서는 EMM의 Thiago Silva, Le Bernadin의 Thomas Raquel과 더불어 꽤 유명한 쉐프랍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3개 국어를 능숙하게 한다는데 쉐프들도 케이크만 잘해서는 힘든 시대인가봅니다. 최소한 3개 국어는 해야 여러 나라에서 모인 파티셰를 부려먹을 수 있고, 정보 교환도 활발히 하는거죠. 더 중요한 건 투자자들과도 말이 통해야겠구요. 


케이크는 직접 만들지만 마카롱은 프랑스에서 냉동 상태로 배송되어 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흠. 무얼 가져갈까? 이스파한은 당연히 가져가야겠고, 마카롱도 가져가야죠. 


아침식사로 호텔로 직접 배달한 La Duree 마카롱박스. 아침부터 마카롱을 주문하고 있자니, 동네 할머니들과 잠깐 small talk를 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남편도 종종 아침에 케이크와 꽃과 커피를 사다준 적이 있다면서 저더러 스윗 가이라고 하시더군요. 음... 꽃은 살 생각이 없지만 어쨌든 그러니까 저는 Uptown Grandma들에게 공인받은 Sweet Guy인 것입니다. 


이쁘기도 하지. 요즘은 좋은 마카롱이 워낙 많아서 라뒤레라고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기 전에 두근거리는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피에르 에르메보다 못하고, 태국에서 먹은 Dhara Dhevi 마카롱이 훨씬 맘에 듭니다만 라뒤레는 라뒤레지요. 


꺄눌레. 있으면 꼭 하나 맛보는 메뉴인데, 라뒤레의 꺄눌레는 별 특징이 없네요. 


이번엔 오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구경하고 들렸을 때 입니다. 아침엔 저 혼자였는데 오후에는 줄이 좀 서 있네요. 


포장 박스가 참 이쁩니다. 


차를 한 잔 했는데, 뭐... 레스토랑에서 차맛은 포기했지만 베이커리 카페에서도 이런 맛이면 힘들죠.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타격이 큽니다. 커피는 미국에서 훌륭한 커피샵이 많지만, 차는 대부분 티백이고, 만족스럽게 타주는 것도 아니어서요.  


뭐 깔끔하게 가져다 주긴 했습니다.


La Fraise 케이크. 케이크를 빨리 먹고픈 욕망에 손이 떨렸는지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서빙하다 실수해서 꼭지가 뿌러진채로 내오기도 했네요. 한눈에 보아도 '딸기'를 모티브로 만든 케이크죠? 안쪽까지는 찍지 않았지만 다쿠아즈 베이스에 두 층의 딸기 콩핏(strawberry confit)이 들어있습니다. 와! 할 정도는 아니지만, 모양과 맛은 나쁘지 않네요.


흠... 밀풰유. 이걸 만족스럽게 만든 곳을 아직 못찾았는데 라뒤레도 마찬가지네요. 모양도 별로고 자른 상태도 대충대충입니다. 


진한 초콜렛, plaisir Sucré 를 고를까 하다 안먹어본걸 고르려고 Elysees를 골랐는데 묵직한 맛이었지만 프렌치 케이크스럽지 않고 미국식 초콜렛 케이크같은 무식한 맛이었습니다. 흠. 레시피대로 만들었을텐데 참 이상하네요.


역시 이걸 안먹고 갈 수는 없죠. 이스파한. 하지만 역시 피에르 에르메가 그만둬서 그런지, 미국에서 만들어져서인지 그렇게 잘 만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피에르 에르메 쪽이 훨씬 맛있네요. 프랑스에서 먹은 라 뒤레는 이 수준이 아니었는데 미국인들이 그렇지 아쉬움 가득한 맛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레이디엠보다는 훨씬 괜찮은 갈만한 곳 수준이긴 하지만요. 


케이크 값은 수준에 비해 많이 비싼 편입니다. 뭐 땅값이 비싼 뉴욕이라 이해는 가지만, 사진만 보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수준이 좀 떨어지는 편이에요. 서빙도 그렇고. 뉴욕에 가더라도 다시 들리는 건 여전히 망설일 것 같습니다만, 뉴욕에서 다른 대안도 없긴 하네요. 


뉴욕은 디저트 먹기에는 역시 좋은 도시가 아닙니다. 이유는 일류 파티셰들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때문이지요. 솔직히 라뒤레가 뉴욕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프렌치 디저트를 위한 시장은 여전히 작습니다. 반면 레스토랑 시장은 가게 하나의 매출이 연 수백억 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요리사들도 큰 회사를 선호하는 거겠죠. 다른 레스토랑으로 옮기는 것도 쉬울 듯 하구요. 어쨌든 라뒤레를 나와서 다음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즐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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