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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를 다녀온 이야기는 나중에하고 저녁에 밥먹은 이야기 먼저하겠습니다. (이러다 안쓰는 경우가 많죠) 이날 저녁은 공연을 보러갈 예정이어서 간단히 햄버거로 떼웠습니다. 뉴욕에서 먹고픈 햄버거가 넷 있었는데, 그 중 하나 버거 조인트의 햄버거를 먹은 이야기입니다. 


아아. 하지만 이날 저는 지리를 잘 모르는 탓에 큰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센트럴 파크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어느 정도 걸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구경도 좀 하려고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서 어퍼 웨스트로 간다음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버거 조인트로 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든 것이지요. 


센트럴파크는 채석장을 하던 공간이라더니, 바로 밑은 다 바위였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없는겁니다. 


센트럴파크는 설계 당시부터 마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을 엄격히 분리했는데, 그 설계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어서 동-서로 횡단하는 일부 도로는 인도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15분 정도 땡볕에 매연을 폴폴 맡으며 걸어야했지요. 빠른 길이라고 자동차 길로 접어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세요.


뭐 매연을 마시고 고생고생 한 끝에 지하철을 타긴 했습니다. 뉴욕 지하철이 낡아빠지긴 했어도 조금씩 시설의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어느 역에 위치해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객차 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에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한국 작가 이동윤의 SINCE 1904~ 라는 작품입니다. 한국 지하철도 이상한 시 같은 거 제발 그만두고, 젊은 작가들의 일러스트나 이번 달 열리는 전시회 작품들을 좀 설명해주거나 했으면 좋겠는데요. 


58th - 콜롬버스 서클에서 내렸습니다. 


걸어서 도착한 호텔 버거 조인트, 아시겠지만 참 묘한 위치에 있단 말이지요. 일단 이 햄버거집은 르 파커 메르디앙(Le Parker Meridien)호텔의 1층 로비에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찾기도 힘들어요. 보통 호텔 1층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오픈된 공간이잖아요? 하지만 버거 조인트는 결계를 쳐둔 듯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쪽 구석 대리석 기둥 뒤에 두터운 벨벳 커튼뒤에 숨어있거든요. 


기둥 사이로 들어가, 구석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어두컴컴해지고 70년대 하이웨이를 지나가다 지쳐서 들어갈법한 햄버거 가게의 구식 네온사인이 보입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죠. 저 화살표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는 대리석으로 장식한 고급호텔이 아니라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옛날 버거집이 나옵니다. 버거조인트가 아니라 '메르디앙 할머니의 원조 버거' 뭐 이런 이름을 붙여도 될 거 같아요. 


1970년대 뉴욕으로 돌아간 듯한 일러스트와 조명들


조리하는 공간을 빼면 전반적으로 어두컴컴합니다. 여기가 비싼 호텔 1층이라는 사실을 바로 잊어버리게 만드는 광경입니다.


버거 패티의 조리는 1차로 구운다음, 마지막에는 윗불

메뉴는 아시겠지만 버거, 치즈버거, 더블버거, 더블치즈버거. 넷 뿐입니다.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데 기름이 흥건하네요. 


더블치즈버거입니다. $17. 가격이 쎄긴 한데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의 버거 가격 생각하면 싼건 아니고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토마토, 마요, 상추, 양파, 피클 등을 넣어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지만 (비용은 받지 않음), 저는 원래 그런 걸 버거 먹을 때 먹지 않습니다. 소가 야채를 먹으니 괜찮아 번, 고기와, 치즈, 피클은 따로 달라고 했지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은데 아래 말고, 번 바로 아래 패티가 하나 더 있습니다.-_-;;; 덕분에 번이 좀 떠보이지요?


한장 더. 베이컨을 추가한 것 같군요. 베이컨은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맛은 훌륭합니다. 묵직한 고기의 맛과 치즈맛.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 버거가 이래야죠. 느끼하지 않냐고요? 소다를 먹으면 되는데 무슨 걱정인가요? 다만 감자튀김은 별로네요. 


스트라이프. 밀크 쉐이크를 시키는 사람도 있던데 그럼 전 못먹습니다. 너무 느끼해서요. 


버거 조인트는 르 파커 메르디앙이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입니다. 호텔 주인이 도박을 하다 져서, 호텔 로비 일부에 버거집을 차리게 해준 게 전혀 아닙니다. 르 파크 메르디앙 호텔은 프랑스 이름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전혀 관계없는 잭 파커(Jack Parker Corp.)라는 부동산 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사장(전문경영인)인 스티븐 파이프(Steven Pipes)가 호텔에 뭔가 임팩트를 주기 위해 만든 가게라고 하네요. 


당시 뉴욕 버거 업계는 '호화로운버거'를 추구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점심을 먹은 다니엘 불뤼는 캐비어와 푸와그라가 들어간 버거를 선보이기도 했고, 미네타 태번에서는 일본 와규를 쓴 $100짜리 버거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파이프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제대로 된 버거'를 호텔 구석에 '숨겨서' 만들자. 그것만으로 대단한 임팩트가 있을 거다! 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성공적인 시도였고, 뉴욕을 대표하는 버거 중 하나가 된거죠. 


다음 뉴욕 여행 올 때도 방문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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