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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경한 이야기는 좀 뒤로 미루고, 이날 카페 불뤼(Boulud)에서 점심을 먹은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발음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불뤼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뉴욕의 스타쉐프(라고 쓰고 문어발 쉐프라고 읽음) 중 한 사람인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의 레스토랑입니다. 미슐랭 원스타이고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구경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인데 MET 입장권은 한번 구매하면 3일간 유효하기 때문에 점심 먹으러 나갔다와도 추가로 표를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이 경우에는 가방을 보관시키고 가는 걸 추천하는데, 다시 들어갈 때 가방을 가지고 있으면 검문검색을 한 번 더 받아야해서 줄서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거든요. 


MET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레스토랑입니다. 이번 뉴욕여행에서 묵는 것을 고려만한, The Surrey호텔 1층에 있습니다. 고려만한 이유는 Upper East에 있는 호텔이라 미술관가는 데는 좋지만, 다른 곳에 가기에는 전반적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무엇보다 스타들이 즐겨찾는 호텔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상당히 가격이 높더라구요. 별다른 부대시설도 없는 주제에. 마케팅을 잘 한 호텔이랄까요? 


도착하니까 오픈시간이 5분 정도 남아서 호텔 로비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답게, 테이블에는 아리따운 생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뮤즈 부쉬로 아란치니를 가져다주네요. 안에는 완두콩과 모짜렐라 치즈, 겉에는 빵가루를 입혀 튀겼습니다. 별 감흥은 없었네요. 


빵이 나옵니다. 대여섯 종류의 빵을 보여주고 선택하게 합니다. 배부르게 먹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개만 골랐습니다. 밑에 있는 것은 호두가 들어있는 빵. 작은 바게뜨도 하나 골랐네요. 빵은 그럭저럭 먹을만한 편입니다. 


런치메뉴라고 흔히 불리는 PRIX FIXE를 주문했습니다. 3품 코스인데, 첫번째 코스. 광어 크루도(Fluke Crudo)입니다. 크루도는 이탈리어로 '날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식의 요리에는 사시미라는 일본어도 많이 쓰이고 있지만 이번 여행 중에 메뉴를 보니 크루도(Crudo)도 생선의 경우 회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잡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회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셰비체처럼 라임이나 레몬즙을 살짝 곁들여서 나오는게 일반적이더군요. 여기서는? 무려 시소잎으로 다시를 만들어 광어 살에 적셨다고 합니다. (다시라는 일본 용어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시소잎 다시라니 먹을 땐 전혀 그런 걸 못느꼈는데.) 바닥에 있는 것은 오이인줄 알았는데 멜론의 한 종류라고 해요. 2016년 로스엔젤레스 프로비던스에서도 광어 사시미란 이름의 요리가 나왔었는데 [링크], 솔직히 필렛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생선회 종류는 그다지 맛있지 않네요. 


일식 생선요리의 기법이 꽤나 미국에서 유행인 모양이지만, 솔직히 프렌치나 이탈리안에서 노골적으로 일본 풍의 요리를 먹으면 한국식당에서 10년 전 '퓨전'이라는 단어가 붙은 음식을 먹던 느낌을 그대로 받습니다. 자기들 딴에는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일본인, 한국인의 눈으로는 왜 이렇게 했지? 라는 느낌이에요. 아직은. 하지만 이 많은 고급인력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멋진 요리가 탄생할 수 있을겁니다. 제가 그 실험대상이 되고 싶진 않지만요. 

돼지감자로 만든 수프로 기억합니다. 메뉴를 적은 메모를 잊어버린 탓에...


Roasted Sea Bass.  농어인데, 잡냄새 없이 잘 조리해서 가져왔지만, 간이나 맛이 너무 밋밋해서 아쉬웠네요. 생선이 싱싱해도 그렇게 맛있는 놈은 아니었나봅니다. 이번 미국 여행중에 좋은 생선요리를 상당히 많이 만났는데 (마레아의 은대구, 델포스토의 북극곤들메기 등) 이 요리는 '좋은'쪽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조리 상태는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Cafe Boulud에서 잘 알려진 메뉴죠. 시금치 페투치니입니다. 이날 따라 야채가 남았는지, 콩과 잣, 치즈에 이름은 들었지만 까먹은 허브가 듬뿍 올라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에 보면, 저렇게 허브를 많이 올려주지 않던데 면이 드러나지 않을정도라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이날 런치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요리입니다. 마레아에서도 그랬지만 뉴욕에는 좋은 파스타 요리가 많네요. 


이제 디저트 입니다. 사진이 좀 흔들렸네요. 이번에 갔던 레스토랑 중 디저트가 비교적 괜찮았던 건 르 버나댕 정도였고, 나머지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뉴욕 디저트가 저와는 맞지 않나봐요. 


메뉴에는 없는 디저트입니다. 주방에서 만들어서 가져다 준다고 했고, 이름은 안알려줬거든요. 맨 위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말린 아프리콧과 초콜렛, 맨 밑에는 패스트리가 깔려 있었습니다. 가져오면서 좀 무너져서 모양은 볼품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가져왔다면 나름 이쁠 디저트네요. 맛은 별로 없었지만. 


이것도 모양은 이뻤습니다. 라즈베리, 절인 베르가못이 바닥에 뿌려져 있고 (서투르게 만들었지만) 화이트 쇼콜라 무스케이크 위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 뉴욕 디저트와 저는 맞지 않는것같다는 인상만 깊게 남겨준 디저트였네요. 


작게 구워준 마들렌. 한 두 개 먹고 남겼습니다. 


우리가 점심을 먹고 나오자, 하나 둘 씩 손님이 오기 시작하네요. 날씨가 괜찮아서 야외자리를 선호하는 분들도 제법 있던데, 흠 저는 아무리 어퍼이스트라고 해도 길거리에서 밥먹는 건 좀 꺼려지더라구요. 


레스토랑에 대해서 따로 평하진 않겠습니다. 점심에 나오는 3품 코스여서, 제대로 평가하긴 무리인 메뉴라고 보거든요. 다음 번에는 역시 디너를 제대로 먹으러가고 싶습니다. 처음 방문에서 3품 코스만 먹는 건 아무래도 그 레스토랑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전 이 코스에 그렇게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해서요. 


점심을 먹고 다시 MET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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