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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avit는 라틴어로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만들어지는 증류주 이름이기도 합니다. 추운 동네라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그러는지, 식사 중에 작은 잔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하네요. 식당이름을 아쿠아빗으로 한 건 아쿠아빗이라는 단어가 보드카=러시아처럼 스웨덴을 인식하기 좋은 단어여서이겠지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칸디나비아 음식을 내는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으로 쉐프는 스웨덴 출신의 Emma Bengtsson입니다. 현재 미국 미슐랭 투스타급 레스토랑에서 여성 수석 쉐프는 그녀가 유일하다네요. 


스웨덴 식당이라면서, 입구에는 왜 프리다 칼로 그림이 있는 걸까요? 다른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매우 북유럽답게 군더더기가 없어 보이는데요. 


호텔을 midtown 한가운데 잡아서, 걸어서 여기저기 가기 편합니다. (르 버나댕 바로 앞이라 거기 잡았죠) 점심을 먹으러 일찍 도착해보니 아직 쉐프와 스태프들이 홀 한가운데 모여서 뭔가 파이팅! 하는 업무미팅을 하고 있어서 얌전히 바에서 기다렸습니다. 그야말로 깔끔한 인테리어로군요. 


자랑스럽게 홀 앞에 걸어두었네요. 


안내된 자리에서 본 창밖 풍경, 그야말로 도심 사무실 빌딩 1층에 있기 때문에 밖의 경관은 그다지 별볼일이 없습니다.


의자들도 모두 북유럽 스타일인거죠. 등받이가 높은 의자와 낮은 의자 섞여 있는데 왜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꽃사진은 잘 못찍어서... 그래도 예쁜 꽃이어서 찍었는데 결과물은 한숨이군요.


분위기는 투스타 레스토랑인만큼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Prix Fixe. 3찬 점심코스로 주문합니다. 버터와 소금을 가져다주네요. 


빵 괜찮은데요. 버터와 소금에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빵만으로 보면 뉴욕에서 가본 식당 중에 델 포스트>르버나댕>아쿠아빗 순일거에요. 색이 진한 건 북유럽에서 즐겨먹는 호밀빵인데, 솔직히 흰빵보다 맛없습니다.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포도주스가 있어 술을 못마시는 제 입장에서는 참 기뻤습니다.  


전채, 대표메뉴인 Herring Trio입니다. 원래 발효시킨 청어를 마리네이드 한다음, 산미가 있는 소스와 야채를 올리고, 증류주(Aquavit)과 함께 먹는, 스웨덴 대표 메뉴라고 해요. 청어를 절일 때 허브, 비네거, 소금, 차.. 등등 어떤 것을 함께 집어넣는지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음식이네요. 발효시킬 때 오크통에서 발효시키는지, 어디서 발효시키는지에 따라서 다시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멋진걸요. 수르스트뢰밍인지 하는 극악한 발효청어통조림만 먹는 나란 줄 알았는데 다 마일드해서 먹기 쉬운 정도로 절였더군요. 


원래 등푸른 생선을 발효시켜서 먹는 걸 좋아해서, 고등어 파스타를 만들 때 고등어를 7일 정도 절이고 (가정용 냉장고로는 그 이상은 힘들 더군요) 풍미가 강하게 해서 종종 먹는데, 이렇게도 절여보고 싶네요. 집에 오크통 따위는 없지만.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이 maatjes라 불리는 전통적인 스위스 청어 절임이라고 메뉴에는 나와있네요.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소금맛은 약하게 잡는다고해요. 하지만... 월귤의 맛이 강하게 났네요. (Lingonberry). 이날 메뉴가 잘못 찍힌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드러운 맛이 났습니다. 산미도 좋았구요. 두번째는 절인 청어에 호스래디시 기본의 소스. 꽃을 올려 장식해 두었네요. 모양도 이쁘고 멋지게 넘어갑니다. 마지막은 머스타드 청어절임이라고 메뉴에는 나와있는데, 보통은 머스타드뿐만 아니라 사과도 집어넣고 팔각같은 향신료를 추가하는 경우도 많네요. 단순히 머스타드, 사과로 절인 청어는 IKEA에서도 통조림으로 파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스웨덴에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 먹는 요리였고, 이 레스토랑이 기억에 남게하는 멋진 요리였습니다. 


해산물 잘하는 식당에서 뜬금없이 쇠고기를 시켜본 건, 이 메뉴가 새로운 쉐프 Emma Bengtsson의 요리라고 해서 였는데요 (Harring Trio는 이전 쉐프인 Marcus Jernmark가 만든 메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군요. 7X Beef는 미국에서 키운 와규 소 브랜드인데 가격도 비싸게 받는데 돈 값을 못하는 메뉴였네요. 쳇. 쇠고기 카르파치오, 호스래디쉬, 약간의 허브, 연어류의 하나인 생선의 알(Kalix Lojrom)이 올려져 있습니다. 생선알과 소고기의 조화라.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네요. 


두번째 코스, 메인메뉴 차례입니다. 곁들여 먹으라고 감자와 키쉬를 좀 가져다주네요. 밥 대신이겠죠?


제가 시킨 대구 요리, Icelandic Cod. 


마레아처럼 은대구가 나오진 않았고 그냥 대구였습니다. 플레이팅이 이쁘긴한데 맛은 그냥저냥. 


동행분이 시킨 스칸디나비안 부야베스(Scandinavian Bouillabaisse)가 제가 시킨 메인보다 훨씬 더 만족감이 높더군요. 조리된 생선요리에, 수프대신 거품을 뿌려줍니다. 탄수화물로 사워도우가 깔려있어서 함께 먹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입니다. 제가 주문한 시그니쳐 디저트. Arctic Bird's Nest. 북극새의 둥지. 초콜렛이 들어간 Tuile로 새둥지를 표현하고 염소치즈 파르페를 알 모양으로만들었다고 합니다. 음. 저에게 서빙된 음식은 대충대충 만들었지만 원래 알에는 점박이 같이 무늬를 잘 표현한다고 하네요. [레스토랑 리뷰]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면 정말 알처럼 만들었습니다. 


빨간 조각은 액체질소로 급냉한 라즈베리, 블루베리는 그냥 올려두었네요. 블루베리와 빨간 라즈베리 사이 나뭇가지 같은 것은 실제로 초콜렛으로 나뭇가지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사진이 좀 어두워 잘 나오진 않았지만 아래에는 흙같은 게 깔려 있는데 브라우니를 잘게 부숴서 흙처럼 만들어냈다고 하더군요. 


맛은... 애매하네요. 나쁘지는 않은데 맛 보다는 둥지를 파괴하는 가학적 즐거움을 느끼는 음식이랄까요? 둥지랑 비슷하게 생기고 이걸 부수면서 다양한 맛을 느끼는 건 참 즐거운데, 맛만보면 아주 만족감이 남는 디저트는 아니거든요. 단맛을 느끼는 디저트보다는 보고, 즐기는 부분을 극대화한 디저트라는 느낌입니다. 


커피 아이스크림. 이라는 디저트입니다. 맛은 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보기에는 예쁜데, 맛은 부족한 느낌. 


커피와 함께 먹으라고 나온 쿠키. 그럭저럭 먹을만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흥미가 생겨서, 쉐프 EMMA BENGTSSON에 대해서 좀 뒤져보았습니다.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 인터뷰한 기사가 있던데 노르딕 전통과 새로운 개념을 접목하는 요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네요. 설명을 들어보면 뭔가 덴마크 NOMA의 음식같은 느낌인데 (가보진 못했습니다만) 예를 들어 연어를 소금과 허브에 절이는 걸 노르웨이에서는 Gravlax라고 하는데, 거기에 노간주나무와 차로 향을 입힌 바닐라로 향을 덧입힌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숲에서 놀 때 맡던 향을 재현했다."

라고 하는데, 흠...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저런 요리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Emma Bengtsson은 원래 Patry 부문 담당이었습니다. 디저트에도 조예가 깊을테지만, 가장 높이 평가 받는 장기는 요리를 접시에 담는 플레이팅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이전 쉐프가 그만두고 갑작스레 이 식당의 수석쉐프가 되었는데, 6개월 후 미슐랭 1 스타였던 이 레스토랑은 2 스타를 받게 됩니다. 이후 Fortune에서 그녀를 인터뷰하고 올린 기사의 제목은 뉴욕에서 most-decorated chef라고 칭했더군요. 오늘 먹어본 음식들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다음 뉴욕에 들리면 런치 메뉴가 아니라 제대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식당이었습니다. 다만 오늘 먹어서 좋았던 요리는 그녀의 손길이 덜 가해진 이전 쉐프의 레시피였고, 그녀가 만든 요리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가서 확인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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