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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포스토는 마이클 화이트 쉐프보다 더 문어발인 마리오 바탈리의 레스토랑입니다. 어제 가본 이탤리 [링크] 도 그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죠. 마리오 바탈리하면 떠오르는 레스토랑 Babbo보다 윗길인, 바탈리 계열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데... 아쉽게도 미슐랭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레스토랑입니다. 2005년 오픈해서 이제 13년차 레스토랑인데, 여전히 원스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탈리안에 유난히 짠 미슐랭이라해도 이해할 수 없는 등급입니다. 대신 뉴욕 타임즈 별 넷을 받고 있지만 해외 여행자에게는 미슐랭 평가가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죠. 


사실 Del Posto를 예약하면서 좀 망설였던 부분이 운영자인 마리오 바탈리의 부재입니다. 폭행 혐의(본인도 인정)가 밝혀져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변호사 비용을 엄청 쓰고 있을텐데 레스토랑 운영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좀 고민이 되기도 했죠. 또 2010년 NY Times로부터 별 넷을 받을 때의 쉐프이자 2015 Beard Award 수상자인 마크 래드너가 그만두고 멜리사(Melissa J. Rodriguez)가 2017년 3월부터 그 자리를 이어받았는데 (멜레사는 이로써 최초의 뉴욕 타임즈 4스타 레스토랑의 여성 수석쉐프라는 명예를 얻음) 과연 잘할까? 라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뭐 불안보다는 궁금증, 호기심이 더 컸기에 결국은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델 포스토는 첼시 마켓 건너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이라인 파크 등 새롭게 도심개조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첼시 구역은 구글, 페이스북 등 돈 많은 회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걸로 유명합니다. 뉴욕 IT 기업의 핵심지역이라 할까요? 라 콜롬베(La Colombe) 커피숍에서 걸어가느라 건물 뒤쪽으로 가게 되어 찍은 사진입니다. 저 철길이 하이라인 파크, 건너편 벽돌건물이 첼시마켓, 지나가고 있는 오른쪽 벽돌 건물 1층에 델 포스토가 있습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이고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명확히 "미슐랭 쓰리스타를 노리고 만든" 레스토랑임을 알게 해줍니다. 다분히 EMP를 의식하고 만든 것 같은 구조같은데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여요. 하지만 투스타 조차 못받고 있어 안타깝네요. 거기에 사장은 감옥에 갈 위기입니다만 경영은 동업자이자 뉴욕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큰손이자 마스터 쉐프의 심사위원으로도 잘 알려진 조 바스티아니치가 잘 하고 있는가 봅니다. 


마레아와는 완전히 딴판이죠? 좌석간 간격도 널찍합니다. 


인테리어를 맡은 회사는 Glen & Co Architectue, 인테리어 및 건축계의 스타 중 한 사람이라는 Glen Coben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합니다. 원래 대규모 다리, 건물, 공원 등의 프로젝트로 유명하던 사람이었는데 뉴욕에서 회사를 차린 이후에는 먹고살기 위해서 호텔, 레스토랑, 호화 아파트 등의 인테리어 일을 주로 하고 있다고 해요. 입구 쪽을 찍었는데 실제로 저 문 밖에서는 안이 잘 안보입니다. 문 옆에는 코트나 짐을 보관해 주는 작은 오피스가 있더군요. 


좌석은 1층, 2층으로 나뉘는데 2층의 요 사진의 자리가 미드 Suits에서 하비와 도나가 밥을 먹던 자리입니다. 아니 뭐 그렇다구요. 제대로 챙겨본 몇 안되는 미드거든요. 


계단 옆에는, 멋들어진 이탈리안 아저씨가 피아노를 쳐줍니다. 노래는 안 부르시더라구요.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크리스탈 등. 슬로베니아의 Rogaška Crystal 회사의 제품이라고 합니다. 바카라같은 건 상당히 비싸니까 가성비 좋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장만한 듯. 가죽 의자는 이탈리아에서 수공으로 제작한 의자이며 테이블 보는 Frette 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레스토랑치고는 상당히 고급품에 속한다고 하네요. 


서빙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빈자리가 없어 한달 쯤 전에 예약하는 게 안전한 르 버나댕이나 EMP에 비하면 규모에 비해 손님이 꽉 들어차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예약이 쉬워서 다행이었네요. 매출을 위해서 지하 1층에 별도 공간이 있는데, Private한 파티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웰컴 디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요리도구 없이 손으로 먹으라고 하네요.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먹기 전에, 로즈마리 오일을 살짝 뿌린 따뜻한 수건을 줍니다. 손을 닥고 먹을 수 있습니다. 훈제한 굴, 6월이라 걱정했지만 맛은 문제 없었습니다. 뭐 좀 이따 첼시에 가서 생굴도 퍽퍽 먹었는데요. 


뭐라뭐라 설명을 해줬는데 잊어버렸네요. 호스 래디쉬 사이에 상큼한 녹색 소스가 있었는데 적어두지 않아서. 뭐 점심 때라 그런지 어뮤즈가 화려하거나 하진 않네요. 그러니 별을 못따나?


어뮤즈 다섯 가지 쯤 줘야지 하고 궁시렁거리던 불만은 빵을 먹고 사라졌습니다. 이 빵과 버터는 래드너 쉐프가 시실리 섬을 여행할 때 먹었던 맛을 새롭게 발전시켜 본 것이라 합니다. 빵은 프랑스 바게뜨와 이탈리안 그리시니의 중간지점에 있습니다. 샤워도우처럼 신맛이 약간 우러나면서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안쪽을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빵 중에 1위는 도쿄 레페르베상스에서 먹었던 'Le Sucre Coeur'에서 만든 빵이었는데, 입에 저 바게띠니(저 빵의 이름이래요)를 넣는 순간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어디서 납품하냐고 물어봤더니 '순수 재료이외에 모든 것은 이 레스토랑 내에서 만든다.'고 자부심 넘쳐서 말하더군요. 


모짜렐라 치즈에서 영감을 받은 것 처럼 생긴 이 하얀 공은 실제로는 치즈가 아니라 '거의 버터'입니다. 치즈맛 나는 버터라고 해야하나. 정확히 말하면 뉴욕시 1등 우유로 선발된 Battenkill Valley 생크림을 가져와서, 크림 프레쉐(crème fraîche, 우유에서 유지방을 분리하고 조금만 남긴 것)와 섞고, 거의 버터상태가 될 때까지 휘핑해줍니다. 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분자요리 기법과 장비를 쓴다고 하네요. 야 참 쉬워보이네. 나도 만들어볼까?


클로즈업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어느 레스토랑 비평가가 이렇게 평가했더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걸 리필해서 계속 먹어대느라 너무 배가 불렀지만 또 먹고 싶었으니까요. 


랍스터와 아티쵸크. 사실 뉴욕에 오기 전에 르 버나댕의 랍스터를 참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다음날 먹은 르 버나댕의 랍스터보다 이게 맛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르 버나댕의 랍스터를 폄하할 생각은 없어요. 이날은 이 쪽이 재료 퀄리티가 더 좋았던 것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굳이 비교할 필요없이 최고의 한 접시중 하나였습니다. 


촉촉한 살, 그리고 농축된 듯한 맛. 소스도 별로 많이 쓰지 않고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건지. 사실 Del Posto 메뉴에는 랍스터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단골 손님의 레스토랑 리뷰에만 나오는 요리인데 저희는 처음 간 손님인데 어떻게 이걸 먹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별도로 주문했던 기억도 없는데.  


안티 파스타로 나온 ASPARAGI Grigliati & Fritti. 튀김은 아스파라거스를 튀긴 걸로 기억되는데 이건 덴뿌라 후카마치(てんぷら 深町)의 아스파라거스 튀김에는 미치지 못했네요. 하지만 재료는 정말 좋았습니다. 염소치즈가 약간 바닥에 깔려있고 호스 레디쉬, 아티초크 등이 있었습니다. 멋진 야채의 향연이었네요. 생으로 주는 샐러드보다는 칼로리가 높겠지만 이 쪽이 확실히 맛있죠. 


FUSI Istriani. 이걸 주문하려면 $20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데 트러플 버터가 들어가서 그런가봅니다. 추가비용없이 트러플을 먹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네요.  


마레아에서 먹었던 파스타도 훌륭했지만 전 이 파스타가 더 맘에 들더군요. (더 비싸니까 그런건지도), 모렐 버섯과 양의 젓으로 만든 리코타 치즈(Ricotta di Pecora)의 조화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이 면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좀더 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싹싹 긁어 먹었네요. 


이번 여행에서는 감탄 스러운 생선요리를 많이 먹게 되네요. 북극곤들메기(Arctic Char)가 메인으로 나왔습니다. 북유럽이나 알래스카, 북극권에 주로 서식하는 물고기이며 연어와 유사하게 대부분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생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재료이지요. 생긴 것을 보고 연어처럼 보여서 맥이 빠졌는데요, 제가 연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대부분 미국 시장에서 보는 아틱 차(Arctic Char)는 알래스카 등지에서 조금씩 하는 양식입니다. 어지간히 큰 수산시장 아니면 그것도 구하기 어렵지요.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어제 마레아에서 먹었던 은대구도 감탄스러웠는데, 이건 그보다 더 맛있네요. 조리한 상태, 소스. 모든게 훌륭합니다. 녹색 소스는 리크(Leek)의 녹색부분을 진한 형태의 폼으로 만든 것이고 바닥에 깔린 소스는 조개입니다. 다시 가서도 또 주문하고 싶네요. 연어의 사촌겪으로 맛이 비슷한 부분이 없진 않은데 느끼하지 않고, 살도 퍼석거리지 않습니다. 독특한 생선맛을 훌륭한 조리로 잘 살린 것 같아요. 평생 먹어본 생선요리 중 1위입니다. 


메인과 곁들여 마실 와인, 물론 제건 아닙니다. "Moroder Rosso Conero Riserva Dorico" 2004년. 이 레스토랑이 와인 셀러도 매우 충실하고 가격도 괜찮다고 하는데, 소믈리에 분이 괜찮을 걸 추천해 주신 모양입니다. 맛도 좋고 메뉴와도 잘 매칭되었다고 하네요. 라지만 전 별 관심이 없어서. 


잘 썰어먹으라고 칼을 주네요. 역시 이탈리안 Berti 제품입니다. 손잡이는 물소뿔로 된 하이라인이네요. 수공으로 만드는 거라 싼 제품이 아닙니다. 하나에 $400 정도는 넘어갈 제품이에요. 


동행분이 주문한 립아이 스테이크인데, 


파김치에 고기를 좀 곁들여 준건가? 사진에선 얼핏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한국에서 보고와서 이런 플레이팅을 꾸민건 아니겠죠? 실제로 파(Scallions)입니다.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굽고 토마토 소스가 약하게 첨가되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파김치처럼 보이네요. 어젠 마레아에서 두부구이를 드시더니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그보다는 약간 과조리된 느낌이었습니다만 고기 맛 자체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곁들여진 구운 당근이 환상적인 맛이네요. 그냥 야채만 먹으면 짭니다. 수분을 최대한 빼기 위해 소금을 많이 사용한 듯 한데 고기 & 와인과 함께 먹어야 맞는 간으로 만든 듯 싶습니다. 맛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양이 아주 많았습니다. 르 버나댕은 정말 고기를 손톱만큼 주던데 확실히 이탈리안이 인심이 더 좋은거죠. 하지만 아틱 차(Arctic Char)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가도 시키진 않을 것 같습니다. 


디저트를 가져다 줍니다. 사실 메인까지는 너무나 맛있어서 디저트도 굉장하겠지 기대를 많이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져내렸습니다. TORTA di Ricotta e Limone. 레몬 파운드 케이크 쯤 되는 것과 양의 젖으로 만든 젤라또인데, 뭐 호두와 서양 배도 좀 들어갔구요... 뭔가 이탈리안 디저트 베이스로 하면서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데 이봐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건 이런 게 아니랍니다. 그냥 티라미수나 젤라또를 좀 덜달게 내주는 게 훨신 더 만족도가 높을 거 같아요. 결론은 손이 가지만 맛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네요. 


Milk Chocolate BUDINO. 한숨이 나오네요. 도대체 초콜렛은 어디 껄 썼는지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맛이 별로 입니다. 


쁘띠쁘루 비슷하게 가져다 준 몇가지 과자류들. 그다지 손이 안가서 호텔로 싸온다음 아무도 안먹어서 버렸습니다. 르봐브로 만든 뭔가의 달콤이. 맛을 안봐서요 잘 모르겠어요. 


뭔가 과자. 한 입먹고 맛이 없어 놔뒀는데 굳이 싸주었음. 호텔가서 버림. 


초콜렛도 반 먹고 맛없어서 놔뒀는데 굳이 싸줌. 호텔가서 버림. 


비스킷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호텔가서 커피랑 먹을 수 있겠네 했지만 호텔에서 커피를 안먹어서 결국 버림. 


디저트랑 함께 먹으려고 차를 주문했는데


레스토랑에서 차 맛있게 타기가 힘든가요? 뭐 그럭저럭 마시긴 했네요. 


첫 방문만으로, 델 포스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뉴욕에 가게 되면 꼭 또 들리고 싶네요. 단지.... 왜 미슐랭의 평가가 박한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요인은 디저트와 서빙입니다. 디저트는 요리에 비해서 상당히 안습인데요, 두번 방문 모두 맘에 드는 디저트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정도 레벨에서 상당히 이상한 일이죠. 이게 맛있는 케이크샵이 거의 없는 뉴욕의 한계일지도 모르지요. 또 하나는 서빙입니다. 정말 친절하고 좋은 '이탈리안'사람들의 서빙이거든요. 접시를 놓는 태도나 말투 모두 르 버나댕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이탈리아 분들의 한계라고 해야 할까요? 르 버나댕의 서버분들은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지만, 두 레스토랑의 서빙의 차이는 


델 포스트는 '친구가 해주는 서빙'

르 버나댕은 귀족을 오래 모신 집사가 손님에게 해주는 서빙


의 느낌입니다. 미슐랭에서 어느 쪽을 좋아할지는 극명하지요. 그렇다하더라도 원스타는 너무 말이 안되는 등급입니다. 투스타는 너끈하고 별셋을 줘도 욕할 사람은 없을거라 보거든요. 그리고 전 이탈리아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면서하는 서빙도 좋아하니 불만은 없습니다. 미슐랭은 싫어한다는 의미지요. 


너무 맘에 들어서, 식사를 끝내면서 바로 뉴욕에서 마지막 저녁을 여기서 하겠다고 다시 예약했습니다. 팁도 후하게 주고요. 원래는 이날 저녁도 여기서 먹을까 할 정도로 맘에 들었지만, 첼시 마켓에서도 이것저것 먹을 예정이라 못한게 아쉽습니다. 어쨌든 밥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지요? 첼시 마켓으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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