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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건 2000년 경, 시카고 공연을 보고나서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오리지널 캐스팅은 아니었고, 신시 뮤지컬 컴패니에서 라이센스를 사들여서 각색한 공연이었죠. 뮤지컬 공연장으로는 지나치게 넓은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는데, 지금은 망한 유*텔에 있던, 모 동호회에서 초대권을 받아 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록시 역에 전수경, 빌리 플린 역에 주성중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했고 (당시는 누군지도 몰랐음) 벨마역을 인순이씨가 맡았습니다. 공연을 보고나서, 노래는 좋지만 나이 때문에 너무 몸사리는 연기를 한다는 식으로 약간 '시니컬'한 평을 올렸는데 인순이씨가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줘서-- 허걱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뮤지컬에 맛을 들인 저는 이후로도 뮤지컬을 보려고 나름 노력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역시 '오페라 유령'을 공연했을 때 (한국 배우들이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2001년 공연) 로군요. 그 해 뮤지컬 시상식도 참여했고, 같은 공연을 꽤 여러번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프리챌에 있던 팬 사이트에 엄청나게 긴 리뷰를 올렸었는데, 프리챌도 거~의 망하면서 팬 사이트 자체가 없어져서^^;; 글이 어디있는지 모르겠군요. 블로그도 홈피질도 안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언젠가 런던에 가서도 뮤지컬을 보겠지만, 못지 않은 뮤지컬 중심지인 브로드웨이에 뮤지컬을 보러 온 것은 사실 감개무량한 일이었습니다. 뭐.. 호화찬란한 극장들이 아니라 나름 초라한 듯 한 (라이온킹같은 최신작을 하는 곳은 화려, 전통있는 극장은 초라)극장이었지만 말이에요. 제가 NY에 갔을 때가 2008년 3월에, 당시 가장 인기있는 뮤지컬은 Wicked와 Lion King이었습니다. 다른 뮤지컬은 50% 할인권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반해, 이 두 뮤지컬은 할인권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지요. 찾아보았지만 그 두 뮤지컬은 할인권이 없다는 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두 뮤지컬을 싸게 보는 방법은 미국 로컬 순회 공연때 (오리지널 팀과는 다른 팀들이지만,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보는 방법뿐인 것 같습니다. 내년 8월 Texas Austin에 Wicked가 오는데, 에효... 졸업한 다음이로군요.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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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을 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저 긴 줄을 보세요. 표 값도 비싸지만, 좋은 자리 잡기도 그만큼 힘들죠. 팬텀이 2001년 처음 개봉했을 때 크리스마스 공연표가 수십만원 암표로 거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무대 앞 중앙 자리는 이미 예약이 끝나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개인적으로 거기서 못보면 비싼 표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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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지나가다 간판을 한장 더 찍어보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롯데 월드 극장에서 공연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가보지 않았습니다. 오리지널로 봐야지 했는데 정작 뉴욕에 와선 비싸다고 못보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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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보았던 뮤지컬, Chicago의 포스터입니다. 영화도 정말 멋지게 만들었죠. 팬텀의 영화가 원 제작자의 간섭을 지나치게 받은 듯, 돈 아까운 수준이었던데 반해서 Chicago 영화는 뮤지컬을 보고 싶지 않게 만들정도로 잘 만들었었죠.

어쨌든,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은 모두 4편입니다. 3편은 시카고, 팬텀, 렌트라는 고전 명작들이고, 하나는 fuerzabruta라는 Off-broadway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산업도 비지니스화 되어서 이젠 본 무대(Broadway)에 바로 올리는 일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신인들이 기획한 작품이면 브로드웨이가 아닌 약간 변두리(그래도 맨하탄) 극장에서 실험적으로 공연하고, 좋은 평을 받게되면 투자자를 모으고, 새로운 기획자들을 고용, 공연 내용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그때 비로소 본 무대에 올라갑니다. 그게 Off-broadway 뮤지컬이죠. 하긴 그래봤자 Rambo라는 뮤지컬이 기획된 걸 보고 헛똑똑이가 정말 많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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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은 여럿이 있습니다. 가장 멍청한 짓은 정가를 주고 구매하는 방법이죠. 타임 스퀘어의 메리어트 호텔부근에 있는 티켓 판매소에서는 공연 시작 얼마전부터 50% 할인 티켓을 팝니다. Wicked나 Lion King같이 최신 표는 구할 수 없지만 위와 같이 거의 대부분의 표가 50% 할인을 해줍니다. 물론 자리는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런 고전 뮤지컬은 최신이 아닌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하기 때문에 어떤 표를 사도 딱히 불편함은 느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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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처와 같이 보러 갔던 시카고. 만들어진지 워낙 오래되었고 인기도 좀 떨어지는 편이라 무척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합니다. 공연 자체가 그리 큰 공연장을 필요로 하진 않기는 하죠. 배우들도 좀 젊은 배우들은 나오지 않고 경륜이 높으신 (그래서 다른 배역 따기 힘든) 분들이 나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고르고 고른 배우라 가창력, 연기력은 모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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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오페라의 유령님 공연입니다. (내일의 왕님이 생각나서 유령님이라 붙여 보았음 - 에미코 야치를 모르는 분이 태반일테니 그냥 넘어가시압) 혼자 보러갔었는데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무대 자체는 좀 낡았고 워낙 많이 봐서 대사 및 동작까지 다 알고 있는터라 신선함은 덜했지만 이날 출연했던 팬텀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에 오리지널 무대때 한국에 왔던 Brad Little이 나와주었다면 좋겠지만 다른 사람으로 생각되네요. (이름을 확인 못해서) 하지만 정말 멋진 밤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틴 역은 역시 누가 나와도 불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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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막 사이에 찍었습니다.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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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입니다. 떼어가지 못하게 유리로 보호되어 있습니다. 제가 떼어가려고 했던 걸 어찌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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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끝나고 나오는 관객들입니다. 이 각도 사진은 매체에서도 많이 보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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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본 공연은 렌트입니다. 영화 때문에 친숙하고 젊은 층에게도 인기있는 작품이죠. 게이, 가난한 예술가 등등이 나오는 작품이니 만치 익숙하지 않은데다 대사도 많은 탓에 이해가 쉽지 않아서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야 한국 버전/영화로도 몇 번 보고 갔는데... 그럼에도 영어는 못 알아먹겠더군요. 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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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의 본 무대입니다. 역시 한국에서 했던 라이센스 공연과 무대 구성은 거의 같군요. 이쪽이 철제 잡동사니를 좀 더 많이 사용했기는 합니다. 아직 인기가 있는 공연인지 줄도 제일 길었고요 (줄 서서 입장했던 거의 유일한 공연이었던 듯) 뮤지컬 배우들의 실력도 가장 뛰어난 것 같았습니다. 배우들의 역량은 대단하더군요. 다들 젊고 핸섬했고(남자는 다 게이일거야~) 가창력은 고르고 골라선지 한국과는 수준이 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아무것도 없지만, Off-broadway 공연이었던 fuerzabruta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면, 굉장히 실험적인 기획이었는데, 대사는 없이 마임만으로 공연됩니다. 뮤지컬이라고 하긴 어렵군요. 실험적인 연극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공연 중간에 천장이 (물이 살짝 찰랑이는 반 투명 프라스틱으로 되어 있음) 내려오는데, 천장위에는 여배우들 (남배우들도 있었으나 눈에 들어오진 않았음) 이 뛰고 달리고 장난을 칩니다. 부서져라 내리치기도 하고요.

공간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공연을 많이 보셨던 분이면 한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던 De La Guarda를 쉽게 연상하실 겁니다. 비슷한 성격의 공연이죠. "From the creators of the smash-hit De La Guarda, Fuerzabruta is an event where worlds collide, dreams are real and reality takes a back seat. The visuals are spectacular." 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델 라 구아르다 기획자가 공연 제작에 참여한 듯 싶습니다. 
 

YouTube 동영상입니다. '물쇼(?)'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다시 NY에 갈텐데, 이번엔 큰맘 먹고 Wicked를 지르고 싶습니다. 다시 언제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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