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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에서 달랑 사흘을 머물렀습니다만, 그 와중에 하루를 빼내어 그랜드 캐년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3일로는 라스베가스 하나에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이라 좀 망설였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랜드 캐년을 포기할 순 없었거든요. 방문 목표는 단 하나, 달력 사진스러운 사진을 찍어보자! 였습니다.-_-;;;

원래 계획은 라이니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차를 렌트해서, 주요 9 포인트 (경관이 좋은 지점)를 전부 방문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네비게이션도 가져갔습니다만,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 캐년까지 편도 5시간, 왕복 10시간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포기해 버렸지요. 내일/모레 계속 여행 일정인데 하루 다녀오고 하루 퍼져 버리면 곤란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지방 버스 여행사 tour 프로그램으로 다녀왔습니다. $85정도 하더군요. 참고로 위의 블로그에 정말 잘 정리가 되어있으니 그랜드 캐년을 차로 다녀오실 분은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행코스는 간단합니다. 베가스에서 Hoover Dam을 지나, 대표적인 그랜드 캐년 남부지역을 갔다오는 겁니다. (South Rim이라 불리는 지역을 걷는 거죠) 위의 지도에서 A가 베가스, B가 후버 댐, C가 중간 기착지인 Flagstaff, 그리고 D가 Yaki Point입니다. 뭐 나쁘지 않은 코스입니다만 싼 여행사를 선택한 탓에, iMAX Movie 그랜드 캐년을 ($12) 보는 사람들을 위해 두 시간쯤 기다려줘야 했고, 점심 식사도 엉망이었습니다. 덕분에 돌아온 시간은 밤 11시. 라스베가스의 부페고 뭐고 전부 문 닫아서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심야 카지노에서 $5.99에 스테이크와 계란 프라이 2개를 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만 별로 가고싶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싼 여행사로 그랜드 캐년을 가실 분은

1) 컵라면을 준비해서 아침에 드실 것. 새벽 6시 출발입니다. 전 밤새  카지노에서 놀다가 거금 $6를 잃었습니다.
2) 점심도 필히 준비하실 것. 뭐 Flagstaff인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거기 식당이 제대로 된 곳이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라스베가스 부페에서 몰래 퍼가다 걸리거나 하진 마시고, 샌드위치라도 넉넉히 싸서 가시기 바랍니다.
3) 저녁에 돌아와서 푸짐하게 먹어줘야 겠다는 분은 일찍 돌아올 수 있는 서쪽 코스 (오후 4시면 돌아올 수 있습니다.)를 택할 것.

참고로 그랜드 캐년 가는 40번 고속도로는 과거 Route 66이라 불리던 길입니다. 1985년에 이름이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Arizona주 Flagstaff에 걸치는 길이 바로 40번 도로죠. LA와 시카고를 연결하는. 참고로 흔히 미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했다는 분들이 달리는 길이 바로 이 길이기도 합니다. 저도 함 해보고 싶었지만 이번에 그랜드 캐년을 가보고 포기했습니다. 지겹기 이를 데 없을 듯 하여.


어쨌든 과거의 명성덕에 들리는 가게마다 이런 기념품을 팔더군요. 딱히 별 감흥도 없는터라 구매하진 않았습니다.

버스는 2층 버스였는데, 전 타자마자 잠들어서 Hoover Dam에 도착하기 전 까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보는 경관도 괜찮으니 꼭 이층에 자리 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잠을 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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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이런 광경이 펼쳐지더군요.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커스단 출신인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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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떨어지면 콜로라도 강의 급류에 정확히 떨어질 수 있으니, 살 확률도 있을 겁니다. 후버 댐 위를 지나면서 찍은 광경인데요 비싼 관광은 내려서 내부도 보여주지만, 우리는 부근의 주차장 같은 데서 사진 찍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낮에는 잘 모르겠는데 밤에 돌아올 때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좁은 길에 깎아지르는 듯한 낭떠러지여서...

댐의 표고차가 1000 feet에 가깝습니다. 63빌딩보다 더 높은 높이에서 수직 낙하를 경험할 수 있는 높이입니다. 저 다리에서 번지 점프 설치하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돈 좀 만질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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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댐 옆에 있는 거대한 구멍을 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버스가 바로 옆을 통과하는 데..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들었고 순간적으로 2층 버스가 기울어져서 구멍에 빠질 것 같은 무서움에 손잡이를 꽉 잡아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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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근의 주차장에서 본 후버댐의 전경입니다. 뉴딜때 건설된 Infra의 상징처럼 된 곳이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뭐 이제 MBA에 왔으니 엔지니어의 길은 포기했습니다만-_-) 실제로 댐을 짓기위한 온갖 기술들이 이때 고안되어 졌죠.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저런 난 공사가 또 있을까요? 유속에서나 유량에서나, 표고차에서나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공사를 60여년 도 전에 했다고 생각하니 감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때 노동자들이 받은 대접은 인간 이하였다고 합니다. 직업을 찾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건설사들은 그 노동자들에게 보험조차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나서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 보상금도 못받고 해고 되었어야 했다고 해요. 그래도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수 많은 아버지들이 묵묵히 일했고 아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도 많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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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버 댐을 지나고 그랜드 캐년으로 달려가는 길, 황량합니다. 여기서 조난 되면 풀뿌리 밖에는 씹을 게 없겠네요. 뭐 저 멀리 보이는 콜로라도 강까지 걸어가면 물은 마실 수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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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 군데, 사람사는 마을도 있습니다. 최근에 이 부근에 인프라 공사가 늘어나서 다시 사람이 조금 몰려오고 있다고 하지만, 역시 황량한 곳이에요. 버스기사분이 되게 농담을 많이 하는 분이었는데, '여성 분들! 만약 남편이 여기서 살자고 하면 어쩔 껍니까?'라고 묻더군요. 가장 가까운 우체국까지 차로 30분이고, 방송 케이블은 안 들어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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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가니 눈이 여직 싸여있습니다. 원래 그랜드 캐년 관광 지역은 서/남/동/북부로 나뉘는데 서쪽에는 유명한 스카이 워크가 있고 (유리로 만들어져 허공을 걷는 듯한 효과를 보실 수 있는 그곳!) 라스베가스와 가까워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데도 더 비싼 돈을 주고 가야하지요. 남쪽은 달력에서 보던 그 광경을 대부분 볼 수 있어서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북쪽은 가장 높고 험하고 개발도 안 되 있고, 따라서 위험합니다. 여름에만 잠시 개방되는 데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http://www.froodee.com/에서 가져온 스카이 워크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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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년에 갈수록 점점 더 황량해 지는군요. 엄청나게 크고 끊없는 고원지대입니다. 지리산 세석평전은... 솔직히 어린애 장난 크기네요. 개마고원은 좀 비슷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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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사장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을 만큼 맛없는 점심도 먹고, 빈둥빈둥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를 기다린 (전체 50명 가운데 대 여섯명이 영화를 보느라 기다려야 했음) Visitor Center. 그냥 휙 그랜드 캐년 갔으면 좋겠는데 여행사 입장에선 $1라도 더 벌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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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아래가 South Rim 지도인데요...


우리가 간 곳은 Mather Point에서 시작해서, Yavapai point를 거쳐 서쪽으로 가서 Bright Angel Trail의 시작점까지 가는 코스였습니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Bright Angel Trail이라는 군요. (죽고 싶음 혼자서 가고 아니면 가이드와 함께 가는 코스로 별도 요금이 필요함) 사실 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Desert View, Navajo, Yaki 등 좋은 포인트가 많습니다만... 뭐 코스와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니 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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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r Point 주변에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사진만 가지고는 절대로 그 웅대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계곡 안에 빛의 차이가 너무 커서, 햇볕이 비치는 쪽은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똑딱이는 관용도가 너무 낮죠.) 탓에...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달력 사진을 찍으려다 그랜드 캐년에 압도되 버린 꼴이랄까요?

하지만 너무도 크고 거대합니다. 대부분 연약한 이암으로 되어있는 땅을 백만년이란 시간동안 콜로라도 강과 바람이 깎아내려서 이런 깊은 계곡을 만들어 낸 거지요. 제 짧은 표현력으로는 그저 웅장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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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Rim의 어느 의자, 낙서가 잔뜩인데 한국어 낙서가 없는 게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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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감동입니다. 관람대 주변은 표고차가 3000~5000feet가 넘는 낭떠러지 인데요, 떨어지면 흔적도 안 남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관람대 이외에는 울타리를 만들어 놓지도 않았어요. 실제로 바위 위에서 앉아서 계곡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떨어져 죽는 사고도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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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일생에 한 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광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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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기후 때문인지 이렇게 껍질이 메말라 버린 나무가 무척 많았습니다. 지리산 주목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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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r Point에서 Yavapai Point로 이동하는 중에 찍은 풍경들입니다. 너무 웅장한 광경이라 오히려 이거 거대한 세트장 아니야? 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렇지요? 신들의 세트장이 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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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vapai point 주변에 있던 작은 Mesuem입니다. 1540년 스페인 탐험대가 처음으로 이 계곡을 발견한 지점이라고 하네요. 뭐 인디언들은 그 이전에 여길 신성한 곳으로 여기며 뛰어 다녔겠지만... 유리창을 통해서 계곡 전면을 보다 잘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빼 먹었지만 LA쪽에서 날라오는 오염된 공기로 인해서 시야가 흐려지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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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계신다는 프랑스에서 온 부부. 친해두면 프랑스 놀러 갈 때 좋았을텐데 이분 들은 영어를 잘 못하시고 (못하는 채 했을지도) 저는 프랑스어를 메르씨 밖에 못하는 터라... 그래도 나이 들어서 이리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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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vapai Point 주변에서 본 광경입니다. 달력에도 많이 나오죠. 이날 찍은 사진 가운데 유일하게 맘에 드는 사진인데... 예. 겁이나서 절벽 가에는 가지 못하고 (바람도 심하고, 안전망도 없고 주절주절-_-) 따라서 계곡 바닥은 찍혀 있지 않은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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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흐릇한데 아래 계곡 바닥에 보이는 길이 Bright Angel Trail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새 한마리가 바람에 맞서서 외롭게 날고 있네요. 시간만 되면 정말 당나귀(?)를 타고 한 번 내려가 보고 싶더군요. 계곡 안의 광경도 한 번 경험해 볼 만하다고 합니다. 하긴 어디가서 이런 광경을 또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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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은 아니고, 각 포인트를 가리키게 되어 있는 Scenic Locator입니다. 위의 홈에 꽂으면 그 포인트를 쉽게 찾을 수 있죠.

높이가 백두산정도 되는 곳이어서 그런지, 바람이 무척 세차고 춥습니다. 여름이라도 따뜻한 옷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 그랜드 캐년을 가실 분들을 위한 마지막 팁은 따뜻하게 입고, 간식 거리를 충분히 가져가시라는 겁니다. 아! 물도요. 보온병에 따끈한 꿀물을 담아가면 베스트일 것 같습니다.

그랜드 캐년을 보긴 했지만, 정말 맛보기만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경비행기나 헬기로 이 상공을 날으자니 돈이 비싸고, 당나귀를 타고 내려가면 추가로 하루를 잡아야하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언젠가 은퇴하면 아마도 그런 여행을 해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짧은 거리지만 걸어다닌 것에 만족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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