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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 거리를 걷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쓸쓸함'과 '이국적'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이국적인건 유럽인데다, 이슬람 문화의 발자취가 남아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쓸쓸함이 맴도는 건 어쩐 일일까요?

이 거리는
그 옛날 마지막 무어 왕조가 몰락한 이후, 아랍인들이 그 후 수백년간 거주했던 지역입니다. 즉, 그 시간 동안, 기독교 문명으로부터 때로는 박해 받았을테고, 때로는 손가락질 당하면서 두 문명간의 엮임과 충돌을 고스란히 감내해왔을 겁니다. 그때의 후손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퉁이마다 깨끗하지만 낡음을 숨길 수 없는 건물들, 처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이 거리들이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여행자로 하여금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알바이신을 걷다가 만난 짙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담벼락. 건물이 아무리 낡았어도 이렇게 꽃으로 장식된 벽은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꽃이 있는 집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아파트에서는 힘들겠죠. 뭐, 한국에서도 한 때,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을 걸어놓는 사업이 성행했지요. 제 어릴 때 전대통령 때였는데, 아파트 미화사업이었나? 어쨌뜬 집 마다 화분 4개씩을-_- 강제로 구매시키더라는.


저 담쟁이 벽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가 시작됩니다. 바닥이 참 색다르지요? 초롱꽃을 형상화한 돌 무늬가 재미있습니다. 아침에는 여길 통해서 가방을 끌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룰루랄라 걷고 있으니, 참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가 봅니다. 한국 할아버지들은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강렬한 색감의 셔츠를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어디에서 뭔가를 사오시는 지 비닐 봉다리를 하나 들고오십니다. 썬글라스는... 가급적 필수적으로 착용하는 게 좋죠. 햇빛이 매우 강해서 시력이 약화됩니다.


바닥에 돌과, 물이 내려가는 수로가 있다는 것 빼놓고는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분입니다.) 별로 특별한 게 없어보이는 좁은 길입니다만...


상점들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사람들도 많아지고 활기가 있는 골목이 되는거죠. 간판이 참으로 독특하게 생겼네요. 원래 아랍방식일까요? 유럽 방식일까요? 등도 고풍스러운 이미지고요.


앉아서 쉬는 할아버지. 물건으로 고르는 여인. 환하게 웃고 있는 연인들. 사진 한 장엔 저들마다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에, 여행에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거죠. 정통 아랍식으로 차도르를 칭칭 감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제외하고 머리를 감춘 여인과 다리까지 환히 드러내며 육감적 몸매를 뽐내고 있는 유럽 아가씨와의 차이는 참으로 극명하네요.



옷감이나 장신구는 몹시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차도르 속에는 저렇게 화려한 옷을 입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텐데... 외출하는 아랍복장의 여인들이 주로 단색 계열의 옷을 입었던 것에 비하면 이곳에서 파는 상품들의 색감은 그야말로 다채로워요. 밖에서 꾸미지 못하니까, 안을 화려하게 꾸미는 걸까요?


옷도 화려하지만, 장신구도 몹시 다채롭게 걸려있습니다. 질좋은 양탄자라도 파는 곳이 잇나 했지만 그런 곳은 없더군요. 대부분의 제품들은 아마 모로코, 이집트와 같은 저임금 국가에서 가공해서 온 것일테죠.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중국산이면 어쩐지 실망스러울 듯 해요.


많이도 파는군요. 손님들이 물건을 보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옷가게 청년은 가게 앞이 아니라 맞은 편 벽쪽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손님들을 기다립니다. 그러고보니, 한국과는 달리 옷/장신구를 파는 가게는 한쪽면에 밀집해 있습니다. 반대쪽은 전부 음식점. 이런 것도 아랍의 현명한 전통일까요?


다채로운 색감. 사막의 어두운 색감에 대한 반발일까요? 아랍권에서 파는 상품들의 생각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네요.


재미있는 문양입니다. 유럽 곳곳의 도시에는 아랍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있기에, 유럽 시장 어디에 가도 이런 종류의 천 조각들은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물론 스페인에서 사는 게 프랑스보다 훨씬 싸겠죠.


무언가 음침한 분위기의 가게가 있어서 살며시 들여다 봤더니,


오오! 이것은 물담배! 피워본 적도 없고 필 생각도 없지만, 신기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아랍 양식의 기하학적인 장식으로 꾸며진 어느 가게의 입구입니다. 섬세하군요.


차를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색깔로 봐서는 뭔가의 발효차 일 듯 한데, 무엇일까요? 좀 더 자세히 봤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쳤습니다. 아쉽네요.


알함브라를 다녀와서, 마지막으로 찍은 밤의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 해가 지는 무렵이라 짙푸른 푸른 색과 회색빛 타일, 그리고 화려한 포목들과 대비가 되네요. 이국적 아랍분위기도 좋지만, 아침부터 먹은 거라곤 고작 크로아상 하나라, 슬슬 배가 고파 무언가 먹기로 결심합니다. 그건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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