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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마음의 눈이 몸의 눈보다 먼저 찾아낸 장소는 Nujaila라는 아랍풍의 과자를 구워내는 가게입니다. 누얄라라고 읽었는데 솔직히 발음은 자신없습니다. 아랍어이건 스페인어이건 배운적이 없으니까요. 여하간,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에 있는 과자가게이니만큼 아랍식 디저트를 팔겠고. 아랍풍의 과자는 한 번도 맛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배고픔과 호기심, 그리고 불안함이 함께 합니다. 그래도 아니 먹고 어이하리? 


누얄라, 앞에 세 명의 청년(?)들이 비켜주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함께 찍어버렸습니다. 사실, 찍을 때는 빨리 찍고 어서 가게로 들어가 뭔가 먹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는 상태여서요. 저 청년들에게 비켜줄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네요.


유럽풍으로는 보이지 않는 과자들도 몇 있었고 초콜릿으로 아침을 먹는 나라 스페인 답게 초컬릿 제품도 몇 보입니다. 기대와는 달리 아랍의 색깔이 별로 묻어나는 것들은 없네요. 전 도대체 뭘 기대한 걸까요? 오아시스 모양이나 낙타모양의 과자라든가 밸리댄스를 추는 여인이 새겨진 케이크라도 기대했던 걸까요? 아니면 주인이 차도르를 쓴 미녀이길 기대했던 걸까요?


아마도 아랍의 복잡한 세공이 가미된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만, 불행히도 아랍사람들은 먹는 과자따위에게 자신의 세공기술을 공유할 마음은 없었던 모양이에요. 아쉽네요. 



뭘 고를까 망설이다가 속에 들어가는 재료로 골랐습니다. 말린살구(Apricot)와 사막하면 생각나는 과일 무화과와 유일하게 이름을 들어본 과자인 바클라바(Baklawa)입니다. 이런 봉지에 담아주더군요.


이렇게 생긴 과자들입니다. 하나씩 자세히 보실까요?


다마스코스(Damascos)라는 과자입니다. 약간 통통한 모양이에요. 내부에 말린 살구가 가득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왜 골랐나 싶어요. 전 아랍풍의 과자를 먹고 싶었지 아프리콧이나 말린 무화과를 먹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그건 이미 여러번 맛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크라머스(Karmus)라는 이름의 과자입니다. 안에는 말린 달콤한 무화과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모양이 조금 틀리기야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다마스코스와 별로 차이가 없죠? 즉, 내부 속재료만 빼면 완전히 같은 거란 이야깁니다. 즉, 하나를 먹었고 내부 속재료의 맛을 모두 아는 상태라면 구태여 둘 다 먹을 필요는 없는 과자였던 거죠. 다른 걸 하나 먹어봐야했었는데..  


그리고 이 것이 가장 유명한 바클라바(Baklawa, 혹은 Baklava라고도 표기)입니다. 제가 알 정도니 중동의 '단 과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어디서 알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리고 제가 본 것도 사실, 저런 형태로 되어 있는 게 아니고 여러개의 파이지가 층층히 겹친 모양 (라리의 크레이프 케이크를 아시는 분은 비스므리하게 생겼다고 보셔도 됨)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파이지로 둘둘말아버린 형태로군요.


어쨌거나 맛을 봅니다. 먼저 바클라바의 내부를 볼게요. 헤이즐 넛과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말려서 벌꿀에 절인 것들이 속에 가득 합니다. 그걸 얇은 파이지로 감싼 거죠. 원래 더 얇은 파이지를 써야하는 데 솜씨는 그다지 세련은 아닌 듯 해요. 달콤하고 맛 좋습니다만, 맛도 생긴 그대로 세련된 맛은 아닙니다. 소박하고 정직해요. 딱 생각한 바로 그 맛 그대로입니다. 뭐... 기교를 부린 과자는 아니니까요.


다마스코스의 내부는 이렇습니다. 말린 살구가 가득 들어있어 좋았는데, 아쉽게도 겉의 반죽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상태는 아니더군요. 그냥 속의 말린 살구만 긁어내서 먹는 게 제일 맛있을 듯 해요.  


크라머스입니다. 말린 달콤한 무화과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투박한 솜씨이지만 맛있네요. 하지만 역시 겉 반죽은 별로입니다. 다마스커스와 똑 같은 반죽일텐데요. 역시 그냥 무화과를 먹고 좀 더 담백한 빵을 집어 먹는 게 더 좋겠습니다. 말린 살구는 좀 덜했지만 말린 무화과는 무척 달기 때문에 차라리 잘 만든 식빵에 잼 처럼 발라먹는 편이 더 맛있을 듯 합니다. 물론 제 취향으로는 말이에요.

싫망스럽기는 했지만 경험을 쌓았다는 데 만족하고, 단 걸 먹어서 에너지도 확보(?)했으니 이제 알함브라를 치러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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