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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을 만드는 돼지는 스페인, 포르투칼 남쪽에 사는 흑돼지로 이베리코라 불립니다. 발굽이 하얀 놈은 세라노, 발굽이 검은 놈은 이베리코라 불립니다. 나중에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흑돼지와 하얀 돼지(세라노)의 값이 다르기 때문에, 하몽을 만들 때는 반드시 발굽을 남겨둡니다.


원래 하몽은 자연바람으로 건조했고, 이 공장도 예전에는 그렇게 했답니다. 위의 지붕의 갈고리가 다 하몽을 걸어놨던 흔적이라고 해요. 하지만 연 10만개의 하몽을 출시하고 (10만 다리, 즉 돼지 5만 마리분이죠. 팔레타와 함께라면 2.5만 마리겠고요.) 100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이렇게 햇빛이 노출되는 곳에서는 하지 않는다고 해요. 햇빛에 너무 노출시키면 올레인 산이 급속히 녹아버려 지방이 많이 빠진 하몽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터는 촬영금지입니다. 라고 하면서 공장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수백미터가 넘는 거대한 광장 천장에 온통 하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허고고고... 저게 다 얼마일까요? 당연히 사진은 찍으면 안된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런 데가서 사진도 없이 올 수도 없어서 '스미마셍'하면서 계속 찍었습니다. (아. 한국인이라고 이미 밝혔죠?-_-)


숙성하는 데 총 3년이 걸린다는 하몽. 이것은 아직 숙성이 다 끝나지 않은 놈들이라고 합니다. 지방이 실온에서 녹아서 서서히 종유석 방울처럼 기름으로 배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숙성이 다 끝나지 않은 하몽은 매끈매끈하죠. 또한 곰팡이가 덜 핀 녀석은 숙련된 기술자들이정기적으로 닦아준다고 합니다. 어떤 처리를 하는 지 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점점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계속 사진을 찍으니 '특별이다!' 라고 하며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더군요.


좀 오래 숙성된 하몽입니다. 하몽은 구매 업자도 전문가여야 된다는 걸 아시는지요? 한국에 좋은 하몽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이거더군요. 하몽은 숙성이 시작되자마자 레스토랑 및 전문 사입업자가 찾아와 품질을 보고 예약을 해 놓습니다. 와인과 똑 같죠? 숙성이 시작되자 마자 찾아와서 하몽을 보고, "이 뒷다리는 위대한 하몽이 될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밭떼기로 선매한다는 겁니다. 즉, 품질 좋은 건 미리 유럽이나 미국의 상인들이 사가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비싸게 사거나 규격외 탈락품을 사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 종이가 누구에게 팔았다는 증명서입니다. 보통 2년 전에 와서 사간다고 하며, 그래서 일류 레스토랑 매니저는 하몽을 판별할 줄 아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단지 하몽을 잘 잘라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일종의 하몽 소믈리에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하몽 소믈리에를 소재로 한 만화라도 신의 물방울은 와인이고 이건 신의 뒷다리?


저 뒷다리는 우엘바 햄 협회에서 인증한 품질의 뒷다리라는 표시라고 합니다.


대략 20~30여만 개의 하몽이 공장 전체에서 숙성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와서 불을 킨거고 평소에는 작업할 때 이외에는 빛이 닿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됩니다. 즉 발효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어둡게 해준다는 거죠. 또 공장에는 벽 마다 창문이 있어서 바람도 조절해 준다고 합니다. 인공적인 바람으로 하몽을 말리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지하로 내려갑니다. 원래라면 하몽을 소금으로 씻고 이런 작업을 다 보고 싶었는데 그건 계절이 따로 있답니다. 도토리를 먹고 살찐 돼지를 잡을 시기에 하지, 지금은 그런게 다 끝나서 보여줄 수가 없다고 하네요. 결국 그런 작업은 비디오로 보고 끝났습니다.


하몽을 출하하는 시설입니다. 저 기계는 하몽을 써는 기계랍니다.


저가 품질의 하몽은 썰어서 출시가 되는데, 예외가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고품질의 하몽은 hand sliced, 즉 장인들이 손으로 썰어서 판매 됩니다. 본 고장이라 저걸 하나 샀는데 스페인 전역에서 같은 값으로 팔더군요. 쳇.


초리소 등을 훈증하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엄청난 양이더군요.


마지막으로 하몽을 맛보는 코스입니다. 건장한 아가씨가 하몽을 서빙해 주는데 솜씨가 영 서툴더군요.


싸구려지만 스페인 와인 한잔!


동네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하몽을 썰어줍니다. 빵껍질 위에 올려줍니다. 


세비야에서 맛 보았던 최고급 하몽과 비교해 볼까요? 아래쪽 사진이 1Kg당 159유로 하던 최고급품입니다. 하몽을 그렇게 많이 먹어본 게 아니라서 그렇게 맛 차이가 확연하다! 라는 건 전 모르겠습니다. 단지 향은 다르더군요. 뭐가 다르다고도 확연히 말씀드릴 수준이 되지 못하지만 숙성시키는 방식과 지형에 따라서 향은 저마다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하몽도 부위에 따라 맛이 틀리다는 걸 아시는지요? 

La cana: 발굽에 가까운 부분은 카나라고 부릅니다.
El jarrete: 그리고 카나보다 조금 위, 허벅지와 가까운 부분은 jarrete입니다.
La Maza: 하몽을 대표하는 부위가 여기입니다. 가장 지방과 살이 많은 부위죠. 이 곳도 중앙인지, 좌우인지에 따라 맛이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La Contramaza: 가장 향이 강한 부위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Contra라고 씌여 있는 부위에요. 일반적으로 Maza 지만 Contra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홍어로 치면 '코'나 아가미에 해당하는 부위랄까요?
La babilla: 별로 먹을 게 없는 부위라고 하네요. 대퇘부 골격이 있는 부위라서^^ 잘라내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Punta: 원래 맛좋은 고기가 있는 부위여서 예전에는 이 부위는 잘라내서 먹고 하몽을 만드는 데는 쓰지 않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솜씨좋은 하몽 전문가는 이 부위의 맛을 모두 알고 있고, 겹치지 않게 썰어낸다고 해요.^^; 그냥 얇게 써는 게 아니란 말씀. 그러고보니 회를 뜰때도 뱃살과 등살, 옆구리 살 다 맛이 다르니 그 맛과 결을 알아야 잘 썰어내지 않겠습니까?


하몽이 왜 비쌀까요? 3년이나 숙성시키기 때문일까요?



3년이나 걸리는 숙성기간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하몽 이베리코 들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깊어져서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질 무렵 우리에서 쫓겨나 방목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까지는 다른 먹이를 먹고 쓸데없는 지방이 붙지 못하게 쫄쫄 굶기죠. 날씬해진 돼지들은 정신없이 도토리를 먹기 시작하는 데 대략 하루에 8kg의 도토리를 먹어치운다고 합니다. 매년 10월부터 4월까지 도토리를 먹이는 데, 한 마리의 돼지가 먹는 도토리양은 2톤 가까이 돼는 셈이죠. 이 때 돼지는 대개 생후 14개월인데 크기도 크고, 지방도 풍성해 집니다. 그리고 4월부터 집중적으로 돼지를 잡아서 부위별로 해체하죠. 4월, 5월은 그래서 하몽 공장이 가장 바쁠때라고 합니다. 돼지를 소금에 씻고 염장해주는 중요 작업을 진행해주기 때문이죠. 

하몽을 먹고나니, 공장 관광이 거짓말 처럼 끝났네요. 말뼈로 하몽의 숙성도를 관찰하느니 하는 고급스런 작업은 보지도 못해서 아쉬웠습니다만, 뜨내기 손님이니 하몽을 맛 본 것 만으로 감사해야겠지요? 이제 하부고에 있는 다른 집들의 하몽도 좀 구경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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