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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 이외에 돈쓰기를 싫어하는 저이지만, 한 번 범선을 타보기로 합니다. 범선을 타고 탁 트인바다에서 일몰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해황기 원피스 등의 만화를 보고 저도 한 번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사실, 키웨스트에 와서 해양스포츠를 좀 즐겨야할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산호초에서 스노쿨링이나 제트스키 등 여러가지 아이템이 있었고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2박 3일 일정 중에, 그걸 할 시간은 오늘뿐인데 헤밍웨이집을 보고, 슬로피조를 방문하고 하느라 시간을 쏟은 탓에 이미 오후 늦은 시간. 산호초로 떠나기에는 시간이 좀 아슬아슬 했습니다. 결국 결정한게 범선을 타보는 것이었지요. (사실, 하고 싶은 일은 잔뜩 있었지요. 북쪽 항구나 남쪽에 있는 해수욕장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고, 바다 저편으로 페리를 타고 나가면 갈 수 있다는 장소들도 가지 못했으니... Dry Tortugas National Park나 Wildlife Refuges는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죠. )
키웨스트에는 2개의 항구가 있습니다. 카리브해를 도는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는 서쪽 항구와, 요트로 가득찬 북쪽 항구입니다. 뭐 남쪽부분은 공원이고 서쪽/북쪽은 전부 항구라는 게 가장 정확한 말이지만요. 어쨌든 상당수 여행 상품은 서쪽 항구에서 출발합니다. 북쪽항구는 주로 요트를 타는 사람들이 이용하구요.
주변에는 이렇게 리조트가 있습니다. 저 커다란 유람선 때문에, 일몰 광경이 안보일테니 집값에 영향을 받을거라는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생각을 해봤습니다.
열대라지만, 크리스마스 장식.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땜에 하는 듯.
유람선 회사 Danger Charter. 키웨스트에는 범선 타는 것만해도 여러개의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묵고 있는 가든호텔 사장님이 이 회사의 경우 선상에서 와인파티를 하는데 와인하고 안주가 나쁘지 않다고해서 이리로 정했습니다. (전 술을 안마시니 일행이 정했습니다.--)
항구에 정박해있는 배들.
녹색하고도 잘 어울리나요?
갑자기 좋아하는 어느 몸좋은 흑인 청년. 근데 전 이걸 왜 찍었을까요? 몸좋은 흑인 처자도 아닌데.
모터보트. 상당히 빠를 듯.
우리가 타고갈 범선입니다. 삼각돛 두개짜리. 나름 준수한 크기네요.
출발전이라 돛은 접혀져 있습니다. 우르르 탑승하는 일행들. 전부 연세 지긋하고 점잖으신 분들로서, 어떤 커플은 결혼 50주년 기념여행을 왔다고 말씀하시기도....
올라가니 오늘 먹고 마시고할 와인이 있습니다.
선원이 안전 사항을 설명합니다.
이분이 선장님.
이제 나가기 시작합니다. 외해로 나갈 때까지는 모터를 이용합니다. 완전히 옛날 범선은 아니란 말씀. 배 둘레로는 승객안전을 위해 망이 쳐져 있습니다.
순식간에 작아지는 키웨스트.
바닷가 리조트들...
커다란 크루즈곁을 지나서...
외해로 나가는중입니다.
작아지는 크루즈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탱크섬입니다.
충분히 나간 다음에는 이제 엔진을 끄고!
돛을 올려라!
삼각돛이 펴지고, 밫줄로 고정시킵니다.
아직 완전히 펴지지 않았네요. 다 펼 때까지는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각도로 항해합니다.
가까이서 본 탱크섬의 리조트. 펠리컨 한마리가 모래밭에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습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태양!
카리브해 서쪽으로는 망망대해 입니다.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괜찮다는 안주가 이거였어--;;; 뭐 그런거죠.
그저 태양이나 찍어봅니다.
돛이 바람을 받기 시작합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지만 멋집니다.
배타고 있는 모습은 요렇습니다. 와인파티 분위기란 그냥 저기서 프리스틱 잔에 와인 먹고 마시는 거.
태양이나 볼 밖에요.
선장님과 선원들은 쾌활하게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네요.
멋지긴 멋집니다.
와인 맛이 나쁘지 않다고 하네요. 마테라. http://www.materrawines.com/. 캘리포니아 나파 부근에 있는 세인트 헬레나에 와이너리가 있는 모양입니다. 예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지나간 적도 있을 듯 하네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언제 해가 질까...
구름이 또 많아지는 게 슬슬 불안해집니다. 오후까지는 구름도 없었는데... 바다 한가운데라 구름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곳이라는 걸 깜빡했어요.
근데 갑자기 배가 빙그르르 돌더니... 바다가 안보이고 제자리에서는 키웨스트가 보이게 되더군요.
다른 범선 회사. 이쪽 보다는 좀 더 제대로 된 캐러밸 형태인 듯 하네요. 사실 우리쪽 삼각돛 두 개는 무늬만 범선이라 흥은 좀 안났습니다.
좀 가더니 다시 빙글 돕니다. 마치 바다 사이에 선을 그어두고 왔다갔다 하는 느낌.
이유는 이렇습니다. 키웨스트 주변은 대부분 산호초가 많아서 바다가 얕습니다. 그래서 조금 큰 요트는 반드시 저 채널이라고 불리는 흰 선을 따라서 움직이거나, 남서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탄 배는 멀리 가지 않고 같은 장소를 왕복하더군요.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추천드리고 싶지 않네요.
안주로 비스킷과 치즈를 내옵니다. 치즈는 상당히 맛있는 걸 골라 왔더군요.
키웨스트 보다가..빙글돌면..
도는 중입니다.
다시 서쪽 석양을 바라보는데 구름이 너무 많네요. 은근 불안해 집니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하고 있는데..
아아... 일출 10분 정도를 남기고 엄청난 구름떼가 몰려왔습니다. 니들 나한테 왜이러는 거에요?
아아!!!!
아아. 검은 구름이... 어제도 그렇고 지금까지 맑다가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반지의 전쟁에 나오는 사루만이 저멀리 오탕크의 탑에서, 주문이라도 외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키웨스트에 머무른 이틀동안 일몰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 배에 탄 손님들도 같은 신세.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니.. 금방이라도 풍랑이 몰아칠 듯 합니다. 배를 타고 보는 검은구름 가득한 밤바다도 장엄한 광경이기는 했지만,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저런 검은 구름이 좋아 보일리가 없지요.
뭍으로 돌아옵니다. 배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지 않네요.
키웨스트에서 일몰을 보실 때 팁을 하나 공개합니다. 저처럼 배타고 나가서 일몰을 못보시면 상당히 돈이 아깝습니다. 각종 날씨 사이트에 보면, 기온/온도뿐만 아니라 구름사진도 나와 있는데요 배를 탈지 말지 결정하실 때는 위의 구름과 바람을 참조하세요. 아래처럼 구름과 바람의 방향만 있으면 일몰을 제대로 보일지, 안보일지를 확인할 수 있겠죠. 저처럼 이틀연속 보지 못한 건 상당히 드문 경우에 해당됩니다만. 다음을 기약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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