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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도스에서 나와서 게티 뮤지엄을 다녀왔으나, 역시 일단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박물관 글 쓰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스테이크를 먹은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왔으니 햄버거도 먹고, 스테이크도 한 번 먹어야지 해서 가게를 살펴보는데, 솔직히 이 가게는 맛을 기준으로 고른 것은 아닙니다. 


1) 숙소와 비교적 가까울 것

2) 헐리우드 분위기를 좀 느낄 수 있는 곳일 것


두 가지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미국에서 스테이크하우스 고르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한국이랑 마찬가지로 검색을 해보면 되거든요. LA Best steakhouse같은 검색어로 구글에서 찾아보면 결과가 주르르 뜨는데 그 리스트 중 적당한 가게를 고르면 됩니다. 저는 보통 Eater, Thrillist를 참조하고, 거기서 고른 가게 중에 yelp의 최근 비평을 읽어본 다음 결정하는 편이에요. 


LA에서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는 CUT, Chi Spacca, Baltaire, Arthur J, Bourbon, Chianina 등이 있는데요, 원래는 이 중에서 고르려고 했는데 숙소에서 먼 곳도 있고, 헐리우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기 보다는 뉴욕의 스테이크 하우스같은 곳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맛을 좀 희생할 각오로 친구에게 "가장 헐리우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게가 어디야?" 라고 친구에게 물어물어서 추천받은 곳이 BOA였습니다. 뭐... 그래서 맛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여기도 나름 예전에는 스테이크 하우스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했던 곳이라고 해요. 


분위기는 저런 곳입니다. 세련된 바에 점잖은 신사분이 접객을 하는 게 아니고 젊은 서버들이 안내를 담당하죠. 그래서 헐리우드 분위기라고 한건가?


실내 좌석도 나쁘지 않지만, 일부러 야외 좌석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습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아서 그게 좋을 것 같았어요.


야외 좌석은 이런 분위기. 6월이라 저녁시간이었는데도 환합니다. 뭔가 고기에 걸신 들린 아저씨들이 와서 스테이크를 비장하게 뜯어먹는 곳이 아니고 옷 잘입고 와서 진득하게 대화하면서 사교하는 곳입니다.


버터를 가져다주는데... 원래는 BOA라고 도장이 찍혀 있는 듯 했습니다만 좀 녹아서 엉망이 되었네요.


그저 그런 빵


하지만 야외 좌석의 공간은 정말 넓고 좋습니다. 다만 좌석이 좀 흔들려서 다른 편한 곳으로 옮겨 달라고 했네요. 

야외 좌석이라고 해서 밖으로 훤히 보이는 곳이 아니라, 담과 나무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레스토랑에 오면 샴페인을 주문할 때가 많습니다. 술을 마실 줄 아는 동행이 있을 때 좋은 점이죠. 혼자 돌아다니면 술을 못마시니 기껏해야 탄산수 정도 주문하는 데 그 경우는 서버들의 태도가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구요. 술 많이 시키는 손님이 팁도 많이주기 마련이거든요. 


자리 마음에 듭니다. 편하기도 하구요.


나이프도 레기올. 


주변을 좀 더 둘러봅니다. 바를 겸하고 있어서 스테이크 하우스지만 꼭 스테이크를 먹지 않고 술과 안주만 시켜서 대화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해가 지면 사막답게 기온이 좀 내려갑니다. 몸을 녹이기 위해 주문한 양파스프. 뭐 미국에서 시키는 양파스프야 기본은 확실하죠. 양 많고 재료는 듬뿍 들어갔습니다. 맛도 있고 먹고 나면 몸도 풀립니다.


이날 전채를 상당히 배부른 걸로 시켰군요. 염소치즈 바클라바(Goat Cheese Baklava). 다른 곳에선 먹어보기 힘든 메뉴이고 피스타치오, 좀 안어울린 듯 하지만 블랙 트러플이 조금 뿌려져 있습니다. 맛있네요. 블랙 트러플이 굳이 들어갈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건 디저트로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뭔고 하니


훈제 카르파쵸입니다. 타임잎으로 스모크를 약하게 한다음에 그 훈제향을 가두어서 같이 서빙합니다. 재미있더군요.


구운 아티쵸크, 트러플 아이올리 소스가 곁들여 집니다. 뭐 아이올리 소스에 트러플이 살짝 들어간 정도겠죠. 맛있네요. 술 마시는 사람에겐 안주로도 좋을 듯 합니다. 전채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양은 제일 적었습니다.


받는 순간 '이런 무식한 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 크림 시금치(Creamed spinach with Crispy Shallots)


스테이크에 곁들여 먹을 야채로서는 너무 헤비하고, 양까지 많군요. 먹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맛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식당이군요. 뭐 미국사람들이야 좋아하겠지만.


립아이를 시킬까, 뉴욕 스트립을 시킬까 고민하다 둘 다 시키기로 했습니다. 먼저 40일 동안 드라이에이징 시켰다는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21일간 드라이에이징한 립 아이. 뼈가 붙어 있네요. 


굽기는 미디엄으로 주문했는데요 색만을 보면 나쁘지 않은데 고기 굽기 자체는 미디엄보다 좀 더 딱딱하게 구워진 듯 한 느낌이 나더군요. 필렛미뇽을 시키거나 일본 와규를 시켜볼 걸 그랬나요? (그런데 일본 와규는 싯가라고 적혀 있어서 겁나서 못시켰어요)


맛은 괜찮았는데 이날 기온이 밤에 많이 내려가서, 빨리 식으니까 급격히 딱딱해지더군요. 그래서 다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싸가서 다음날 남은 건 라면에 넣어 먹었답니다. 


서비스로 나온 아이스크림. 이건 아이폰으로 대충 찍었더니 화질이 별로네요. 앗. 그러고보니 스테이크 먹을 때 곁들여 주문한 와인 사진도 없군요. 뭐.. 배불러서 정신없이 먹던 참이라 굳이 찍지 않았나봅니다. 


나쁘지 않게 잘 먹었고 특히나 세련된 분위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크 맛에서는 아주 마음에 든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맛있었지만 일인분에 $50 정도 받는 스테이크가 그 정도 맛이 안나면 이상한 거죠. 다음 번에 기회가 있으면 역시 최근 각광받는 곳을 가보고 싶네요.


그래도 잘 먹은 저녁식사였고, 정말 배가 불렀습니다. 미국 가면 이상하게 배를 꽉꽉 채우고 다니는군요. 뭐 제 여행 스타일이 항상 그렇긴 합니다만. 덧붙이면 다음날 아침, 남은 립아이로 끓인 라면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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