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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쨋날, 아코메야를 나왔을 때는 이미 오후 1시 무렵.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때쯤이면 점심도 다 먹고 우에노 방면으로 이동해서 박물관을 둘러보러 가야하는데 아직 에쉬레 버터과자도 손에 넣지 못했기에 마음이 좀 급해져 있었습니다. 


절로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유라쿠초를 지나 마루노우치 입구에 있는 도쿄 국제 포럼 (Tokyo International Forum) 앞에서 발을 멈추고 맙니다. 뭔가 사람들이 모여서 잡다한 것들을 팔고 구경하고 있는, 이름하여 오에도 골동품 시장(Oedo Antique Market)이 선 것을 보고 말았거든요. 


햄버거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Shake Shack 버거 지점이 있는 곳으로 더 잘알려져 있을듯 한 위치네요. 도쿄에 쉑쉑이 지점이 다섯인데 그 중 마루노우치점이 있는 Tokyo International Forum의 플라자(공공광장)에서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에 개최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골동품 벼룩시장입니다. (다시 알아보니 여기와 요요기 공원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된다고 합니다.)


오에도 골동품 시장이 높이 평가를 받는 이유는 퀄리티 높는 앤티크 제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 경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 보존 상태 완벽한 마이센의 컵과 소서를 보세요. 살까, 말까 두시간을 고민했었네요. 마음에는 들지만 제법 값이 나가서 선뜻 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이 고급스런 브로치들을 보세요. 개당 가격이 25만원 정도군요. 오에도 마켓에 골동품 부스를 출품하는 불들의 상당수가 탄탄한 컬렉션을 가진 개인 수집가이거나 도쿄 한적한 동네에서 자그마한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즉 업장을 홍보하기 위해 좋은 물건만 골라나오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는 말씀. 때문에 품질이 좋은 물건들이 많은 것이겠지만 덩달아 가격도 좋지요.  


나름 저렴하고 품질 좋은 물건도 이렇게 있습니다. 


하나하나 퀄리티가 상당하던 은제 금속 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부스. 라미띠에라는 이름의 실제 샵을 운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사진 오른 쪽 꽃무늬가 정교하게 세겨진 차 도구는 너무 탐이 났는데 살 수 있는 가격 자체가 아니더군요. 거의 박물관 레벨의 물건이었습니다. 


세트로 갖춰두고 일제히 케이크를 퍼묵퍼묵 하고 싶은 스푼들.


꽤 괜찮아 보이는 일본 접시도 여럿 있었는데, 일본 접시에 대해서는 전혀 배경 지식이 없어서 고를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제 겨우 중국 찻잔 한 두 점 구경한 처지에 언감생심, 못올라갈 나무죠. 뭐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으면 그냥 맘 가는 대로 고르는 게 최고입니다만 가격도 제법 되는 경우가 많아서.


유리가면이 생각나는 탈, 정교한 무늬의 접시도 좋지만, 무사 가문에서 쓸 듯한 금세공이 멋진 옷찬합이 정말 끝내줬습니다. 


오래된 커피 그라인더들


구리 주전자. 실제 실용성은 없으니 이런데서나 구경하는 물품입니다. 근데 참 크기도 하군요.


크리스탈 잔도 꽤나 많았습니다. 상당수가 바카라 제품인 듯 하네요. 


이렇게 하나하나 무늬를 짜 넣은 바카라 잔은 한 둘 쯤 갖고 싶은 법이지만 가격이 많많지 않습니다. 


오래된 향수병과 크리스탈 잔들


파란색 크리스탈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역시 가격이 싸지는 않네요. 


불교미술이 활성화된 일본 답게 금제, 목제 불상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겨울이라 약간 쌀쌀하긴 했네요. 뭐 견디히 힘든 추위까지는 아니었지만. 걷다보면 다들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거나, 저도 모르게 옷을 저미게되는 그런 오후였습니다. 


대략 30분 쯤 구경하다 즉흥적으로 미술관행을 취소하고 시장을 좀 더 돌아보기로 결정합니다. 원래 우에노 공원에 있는 도쿄도미술관에 가기로 했었는데, 그냥 오늘은 이미 시간도 늦었고 여기서 골동품 시장을 구경하다 긴자를 좀 더 돌아다니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먼저 이전 글에 있던 내용대로 에쉬레에 가서 피낭시에, 마들렌을 좀 먹고, 앙티브에 가서 점심을 먹은다음 다시 골동품 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차 관련 제품들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도쿄에 있었으면 매월 두 번 여기서 뭔가 구입하다 파산하고 말았을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요. 


색이 선명한 청화잔과 접시들. 하나하나 뒤져볼 시간은 없었지만 접시를 살 마음이었으면 여기서만 아마 한시간 쯤 고르고 있었을 거에요.


약간 균형이 일그러졌지만 무늬나 빛깔이 나쁘지 않은 청화백자 차호입니다. 


기묘하게 생긴 톱. 어쩐지 막부시절 죄인을 땅에 목만 내놓고 묻어두고 사람들이 조금씩 썰게 했다는 잔인한 이야기가 연상되는 그런 톱입니다.


은제 차도구는 하나 쯤 있으면 하고 언제나 생각하지만 돈낭비라는 성격이 더 강해서 구입은 못하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사실 돈도 많이 비싸구요. 더구나 빈티지 제품이면 더 하죠. 


차시까지 곁들여 달린 제품인가요? 아아~ 가지고 싶어라. 


없을리가 없죠. 복고양이!


실제로 수 놓은 고양이. 솜씨가 좋네요. 


드립커피 만들 때 좋을 듯 보이는 구리로 된 물주전자. 이런 사이즈의 제품은 좀 처럼 없어서 탐이 났지만 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요


호박으로 만든 정교한 세공의 장신구. 


멋진 피겨린 세트입니다. 피겨린을 가지고 온 상점도 꽤 많았는데 흥미가 없어서 사진으로 남긴건 별로 없네요.


뭔가 오래되어 보이는 (50년 쯤) 철로 된 도구들. 


백년전(?)쯤 영국에서 만들어진 미니어처는 아니고, 그냥 멋대로 상상을 해봤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니 이 제품이 어떤건지 설명해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주변을 보니 물어보면 열심히 대답해 주시더군요. 다만 상당수 골동품 상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 공공 광장은 원래 돌과 철로 된 미술품이 있는 지역인데 골동품사이에 있으니 원래같은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 뭔가 이것도 파는 건가? 하는 느낌이랄까요?


철로 만들어진 이 덩어리 들은 이날은 전혀 예술품 대접을 받지 못하더군요. 원래 광장의 주인일텐데.


티세트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상태는 모두 좋아보였습니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좋은 그릇은 전용 박스에 두고 보관을 하는 게 일반화 되어서 한국에 비해 보관 상태가 좋은 오래된 그릇들이 많다고 하네요. 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건 찾기 어려웠습니다. 괜히 아까 자리로 돌아가서 마이센 잔만 얼쩡거리며 바라보곤 했습니다.  


이날 본 크리스탈 제품 중 최고였던 물잔, 아니 꽃병인가요?


바닥, 벽에 들어간 무늬 수준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장식의 목적만으로 실용성 없는 물건을 구입하는 건 싫어하지만 이런 제품이면 하나 쯤 가지고 싶더군요. 단지 장식용으로라도요.


브랜드는 기억에 안나는데, 커피 한 잔 하면 참 어울릴 것 같았던 플라워 컵과 소서.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세트로 사왔으면 잘 어울렸을텐데요. 가격도 저 정도면 아주 좋은데요. 


무늬가 멋진 청화백자 접시. 흰색보다는 파란색이 도드러지는 느낌으로 찍혔는데 실제로 그랬는지 카메라 화이트 밸런스 문제였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손으로 그린 접시이고 일본 내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안사고 꾹꾹 참는게 쉽지 않네요. 


접시와 컵 세트 사이에 은은히 그려진 꽃병도 이쁘네요. 일본에 레스토랑 다녀오면 비행기값 빠진다는 데 이태원 골동품상 기준으로 여기서 접시 몇개사면 그냥 호텔비까지 빠질지도. 


잘 정돈된 부스. 무질서하게 물건을 늘어놓은 부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돈이 잘 되어 물건을 살펴보기가 쉬웠습니다.


테이블 정리용 은제품과 수저. 탐이 나네요. 


이런 미니어처 잔들이 모여있는 것만 봐도 크게 눈보신이 됩니다. 정말 쟁반 째로 사고 싶었던 콜렉션이네요. 



 

오래된 회중시계들입니다. 한눈에 들어올만한 좋은 제품은 찾지 못했네요.


터키석 등 보석반지를 팔던 가게. 개성적인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예쁜 장신구가 많았던 가게. 저야 큰 관심 없었지만 이런 것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하나하나 재미있는 아이템일 듯.


솔직히 장신구에 대해 전혀 몰라서 좋은 품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봐도 이정도면 고급스러워보이지 않나요?


5만원 정도에 팔던 라기올 나이프. 와인 따개야 관심없지만 나이프는 하나 쯤 가지고 싶던터라 이것도 살까말까 한 참 망설였던 아이템입니다. 


두 시간 채 못보았는데 점점 온도도 떨어지고, 대부분 샵들이 자리를 정리하더군요. 아쉽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죠. 오에도 골동품 시장은 정말, 다음 번에 오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와보고 싶더군요. 저에게는 'MUST GO EVENT'입니다. 


저녁 식사는 이미 예약해 둔 곳이 있긴 하지만, 한-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긴자로 돌아가 백화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여행 중 시간 때우는 데는 백화점이 최고지요! 이래놓고 긴자 식스로 돌아가 시장을 둘러본 피곤함 때문에 필립 콘티치니의 파르페를 비싼 돈을 내고 먹는 돈지랄을 하고, 돈이 아까워 죽을 뻔 하긴 했습니다만 여행 중 다반사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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