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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afran은 사프란 향료의 스페인 말입니다. 레스토랑의 정식 이름은 Ruta del Azafran, 샤프란 향료의 무역로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냥 Azafran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이 가게를 찾았던 건 Trip Advisor에서 였습니다. Google Map 서비스와 연동되는 여행 사이트인데, 그 사이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더군요. 그 링크는 여기에. 평점으로 따지면 San Nicolas가 1위고, Ruta Del Azafran이 2위지만, 리뷰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 식당을 선택했습니다. 
(8년이나 지난 지금 둘 다 망한 듯 싶네요. 세월의 무상함이란)


뭐, 작은 소도시 그라나다(Granada)에 미슐랭 가이드에 실린 레스토랑은 아예 없을 것 같아서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앗차! 실수였네요. 스타 레스토랑은 없지만 포크를 받은 식당 정도는 있더군요. 그라나다를 방문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긴 그라나다에서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비싼 식당보다는 값싼 타파스를 먹으며 돌아다니는 게 가장 즐 거울 거라고 봐요.  



어쨌든, Azafran입니다. 위치는 구글 지도를 참조하세요. 알람브라의 전경이 바로 올려다보이는 그 위치입니다. 


알함브라의 야경이 환히 올려다 보입니다. 


음식점에 도착했습니다. 투박하게 나무에 Azafran이라고 씌여있습니다. 


가게의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무척 어둡더군요. 게다가 손님이 너무 없어서 걱정되었습니다. 잘못 고른 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벽에는 어딘가 북아프리카 분위기가 날락 말락한 (아마도 Made in China?) 장신구들이 놓여있었는데 어딘가 어수선해서 인테리어에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렇게 번다한 건 아니었고 깨끗하긴 했지만요.


다행히 손님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4개 테이블이 차는 정도였습니다. 역시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미슐랭 가이드에 실려야하나 봅니다. 뒤늦게 찾아봤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추천은 받지 못했더군요. 


메뉴는 붉은 색과 흰색의 조화가 멋스럽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확인했지만 디자인 강국 스페인답죠. 특히나 원색을 대담하고 아름답게 사용합니다. 종이로 만든 메뉴판이지만, 멋들어지게 보이네요. 


유럽식당은 미국 식당처럼 냅킨에 포크를 질질 감아오지 않아 좋습니다. 물론 미국도 비싼 식당에선 그런 짓을 하지 않지만요.^^ 저 냅킨꽂이 몰래 하나 가져오고 싶었어요.^^


접시에도 이렇게 레스토랑 이름이 하나하나 프린트 되어 있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것 같아요. 


빵이 나옵니다. 그런데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워낙 오래전 일이라^^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이었던 듯 합니다. 사진으로 보니 무척 맛있었을 것 같긴한데요.^^


뭐 였는지 기억이 남아있지 않네요. 빵을 찍어먹는 소스였던 것 같습니다. 오렌지의 약간 시큼 달콤한 소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하진 않네요.) 요리를 주문합니다. 코스로 주문하려다, 해물/육류 중 메인을 뭘로 할지 결정을 못내린 저는 메인을 둘 주문하고 전채를 생략해버립니다.^^ 사실 스페인의 해물 요리도 먹어보고 싶었고 (바르셀로나에서 타파스 이외엔 제대로 된 식당엘 가지 못했죠. 산빠우를 가고 싶었지만-_-) 스페인의 흑돼지도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먼저 해물요리가 나왔습니다. Turban of sea-bass and courgette, coconut sauce, King prawns, crispy black rice and lemon foam

유럽 사람들은 뭔가 철학이 담긴 요리를 원하는 걸까요? 호박을 얇게 잘라서 생선과 새우를 둘둘 말은 이 요리에, 마치 배추에 벌레가 달라붙은 것처럼 장식을 해두었네요. 물론 진짜 벌레는 아니죠. 장립종의 쌀을 벌레 처럼 보이게 조리한 거죠. 제가 먹어본 쌀 중 가장 긴 종류였던 듯 합니다. 바닥에 있는 것 코코넛 소스인데요, 그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녹색의 소스는 올리브유와 실란트로 소스인 듯 한데, 검은 건 뭔지 잘 알수가 없네요. 


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입니다. 벌레 모양이 좀 더 확실히 보이죠? 바닥과 새우, 호박에 골고루 코코넛 소스를 뿌렸습니다. 


푸른 야채도 좀 보이고, 아래쪽에 있는 무우를 갈아넣은 듯 한 건 Lemon foam입니다. 저 레몬 폼 + 코코넛 소스 + 실란트로 소스의 삼중첩이고, 저 호박 안에는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농어 살이 잘 다져져서 들어있습니다. Sea Bass는 농어과의 흰살 생선입니다. 

 
사실, 이 요리를 주문하면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유럽와서 먹어보는 첫번째 생선요리인데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하구요. 이 걸 먹기 전까지 전 미국 남부의 생선요리밖에 먹은 경험이 없는데, 그 요리라는 게 생선 맛을 살리기보다는 소스맛으로 떡칠을 하는 데 그쳤던 수준이었으니까요. 주문하고 보니 여기도 치즈는 없지만 소스의 범벅. 과연 생선 맛이 제대로 살아날까요? 

 
예, 기우였습니다. 저 레몬팜과 실란트로 소스가 환상적으로 코코넛 소스를 조절하면서 생선살의 담백함, 그리고 기름진 맛까지 남김없이 전해줬으니까요. 아니. 별 하나 없는 레스토랑의 생선요리가 왜 이리 훌륭하단 말입니까? 사실, 제 취향이 생선이나 육류에 강한 소스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요리가 프랑스 별 셋 레스토랑에서 먹은 생선요리보다 훨씬 더 맛족감이 높았으니까요. 얼마전, 일본식 이름을 쓰고 있지만, 엄연한 한국인인 라스베가스의 아키라 쉐프가 국내 잡지사와 한 인터뷰를 보았는데, 자신은 프랑스 요리를 싫어한다면서 그 이유로 재료의 맛을 죽이는 듯한 강한 소스를 꼽더군요. 공감이 갔습니다. 어쨌든,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가격도 착한 편이고요. (당시 17유로)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다음 요리입니다. 역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생선요리를 먼저, 다음은 고기요리를 가져다 주는군요. 요리 이름은 Iberian Secreto pork fillets, cllantro sauce, soja and lime with oriental rice. 제가 제대로 먹어보는 (하몽 이외의) 첫번째 스페인 흑돼지입니다. Secreto는 항정살이죠. 스페인에서 가장 고급스럽게 여기는 부위입니다. 앞서 요리에 쓰였던 실란트로 소스가 사용되었고 약간의 새싹채소, 그리고 콩가루와 깨가 뿌려진 밥이 나옵니다. 일본식 장국 비스므리한 것도 나오고요. 2009년 당시 가격 16유로. 착한 편이긴 한데... 맛은 어땠을까요?


항정살을 강한 불에 구웠습니다. 겉과 속 모두 잘 익어 있네요. 


장국인지 뭔지 모르는 정체 불명의 음식이었습니다. 고기에 살짝 찍어먹었는지 마셨는지도 기억이 희미하네요. 일본풍을 내려다 실패한 것 같네요. (동양인인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동양과 서양을 조합한 퓨전 요리점은 미슐랭 별 하나를 받든 말든 가지 않는게 정신적 건강에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양인이 보는 동양의 시각을 느끼러 간다면 몰라도 맛에서는 어설픈게 사실이거든요.)

이 요리는... 
맛이 있긴 했는데, 너무 기대한 탓일까요? 전 우리나라 제주 돼지보다 환상적으로 맛있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네요. 게다가 구운 상태가... 아무래도 제가 직접 불판에서 굽는 것 보다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씹는 맛, 지방의 맛 모두 정상급에 가까운 고기였습니다. 또 양도 작았습니다. 뭐 나쁘지 않긴 했습니다만, 저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에 사이비 일식스런 걸 먹으려고 레스토랑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이 집이 무슨 엄마손집도 아니고^^ 생선은 만족스러웠으나, 고기는 약간 불만족이었습니다. 어쨌든 메인을 먹은 다음, 디저트를 맛보기로 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든 소르베를 먹을까하다가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Olive oil Ice-cream이 있어서 처음 먹어보는 걸로 먹기로 합니다. Fruits in Ginger sauce and Olive oil ice-cream. 


안에는 이렇게 열대 과일이 들어있고, 껍질은 생강이었나요? 메뉴를 보면 생강이어야 할 것 같고 그런 맛이 났던 건 기억나는데 완벽히 기억은 나지 않네요. 단지, 올리브 오일 아이스크림 맛은 좀 실망스러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에서 이 정도면 성공이었다고 자평해 봅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특히 생선요리가. 다음 번 그라나다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재방문해 보고 싶네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 Trip Advisor에 몇 점 있더군요. http://goo.gl/iN19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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