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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리에스 궁전은 단언컨대 인간이 세운 건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의 하나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디자이너들의 건축물과 역사적 유물을 보았지만, 건축물을 보고 예술품이라고 생각한 건 나자리에스 궁전이 맹세코 처음이었습니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은 '비싼 건물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긴 했어도 건물 자체에 감탄하지는 않았는데 나자리에스 궁전을 둘러보면서는 '이건 사야해' 예술품이야!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인도의 타지마할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까요? 건물 안에 작은 소우주를 구현해 두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수백장의 사진이 하드 속에 들어있습니다만, 나자리에스 궁전, 특히나 이번 글에 올릴 두 방에 대해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제 사진으로도, 글로도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각다 못해 이번 글은 별다른 설명없이 사진을 위주로 올릴 예정입니다. 묘사를 할 자신이 없네요. 

먼저 두 자매의 방입니다. 똑 같은 모양의 대리석 두 개가 바닥에 깔려 있어서 두 자매의 방이라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천정에만 5천여개나 되는 벌집, 혹은 종유석 모양의 조각이 8면에 각각 2개씩 뚤린 채광창으로 흘러오는 빛을 산란시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뭔가 성스러운 푸르스름한 빛이랄까요? 희미해서 잡히지 않으면서도 위엄있고 차갑습니다. 



정말 꼼짝도 못하고, 이 방에서 나가기가 싫어서 한참을 천정만 보고 앉아있었습니다. 마치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키스 그림을 보았을 때 주저앉은 것처럼 여기서도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부럽고 행복해 보여서^^. 다음 번에 갈 때는 저도 둘이 가면 좋겠는데요. 

다음으로, 아벤세라헤스의 방입니다. '비극의 방'이라고도 부르는데 아벤세라헤스라는 장수가 왕이 총애하던 후궁과 뭔가 염문이 있었다는 이유로 그 가문의 청년 36명의 목을 자른 방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두 자매의 방과 마찬가지로 이 방에도 사자의 정원으로 흐르는 분수와 수로가 있는 데 이 수로가 피로 넘쳤고 사자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합니다. 끔찍하군요. 

자신의 핏줄들이 죽어가는 처절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아벤세라헤스는 피눈물을 흘렸고, 그 순간 인과의 율에 의해 목에 걸고 있던 베리히트가 반응해서 고드핸드들이 강림했고...' 그런 베르세르크스러운 스토리는 아쉽게도 없네요. 뭐 어쨌든  장수를 용서하지 않고 일족까지 다 처형하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불이 꺼진 상태에서 자기의 후궁을 희롱하자 모두 갓끈을 떼게하여 허물을 덮어준 절영지회(絶纓之會, 갓끈을 끊고 노는 잔치)의 고사가 생각나는 일화입니다. 


들어가는 조각 부터가 기를 죽이지 않습니까? 이 방의 조각은 기분 탓인가요? 두 자매의 방보다 더 정교한 모양입니다. (실제론 똑 같겠지만) 기독교 왕들이 다른 곳은 개축했으면서도 이 방은 그대로 내버려둔 이유가 이 정교함과 아름다움 덕분이겠죠. 


두 자매의 방과 아벤세라헤스의 방의 생김새, 조각은 사실 거의 유사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벤세라헤스 방의 천장은 위와 같은 별 모양인데 비해 두 자매의 방은 팔면체라는 점이죠. 위의 채광 창을 통해서 빛이 들어오고 그 빛이 이 방 천정과 벽을 장식하고 있는 복잡한 조각들과 만나서 기묘한 빛의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그건 결코 글로도,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고 사진으로도 비디오 카메라로도 담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 있어보기 전에는 알지 못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왕이 사는 동네라 그런지 벽면도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비슷한 사진을 계속 나열한 건 제가 느낀 감동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어선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요. 네이트에 어떤 분이 촬영 비디오를 올리셨는데 사진 보다는 좀 나을까요? 비디오 링크는 여기를 참조하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조회해 보시길 권합니다.

두 방을 보고나니, 너무 심력을 집중한 때문일까요? 힘이 확 빠져버렸습니다. 터벅터벅 다음 방으로 갑니다. 이제 알람브라도 거의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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