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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또는 알람브라의 일몰은 동해안 일몰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알람브라는 알바이신에서 동쪽에 있기에 일몰과는 좀 거리가 멀지요. 그래서 동해안에서 일출을 찾지 않고 일몰을 찾는 것과 똑같은 꼴입니다. 하지만 속초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울산바위 일몰이 나쁠리는 없지 않은가요? 어제 밤기차로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축제 때문에 달라진 버스 코스 때문에 Mochi 게스트하우스를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몸 상태는 천근만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니콜라스 교회에서 보는 알함브라 일몰을 보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8시던가? 9시던가? 알다시피 유럽 여름의 해는 무척 늦게 집니다. 알함브라를 보고와 힘든 척 하며 걸어갑니다. 일몰이 끝나자마자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으니 서둘러야겠죠. 어스름하게 노을이 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은 쌍쌍이거나 일행이랑 같이) 노을을 보고 있었습니다. 홀로와서 좋은 점도 있지만 이럴 때는 외롭지요. 허허...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다리의 피로함은 사라져버립니다. 알함브라는 이미 구름의 그림자로 적막에 젖어있고, 저 멀리 시에라네바다 정상에 남아있는 흰눈이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광경은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녔더니 감수성이 예민해진 모양인지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민폐가 될 걸 알기에 꾹 참습니다.


알함브라의 모습은 대충 보았으니, 이제 진짜 일몰도 좀 보기로 합니다. 서쪽, 해가지는 쪽은 그라나다 시가지 쪽입니다. 


바로 옆, 공원에 갔더니 언새 저 멀리 서쪽하늘은 화려한 빛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야자수 그림자가 운치 있네요.


그라나다 시가지입니다. 낮은 건물밖에 없기에 낮은 산이지만 멀리멀리 내다보이죠. 


시간이 되었으니, 저녁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9~10시 넘어가면 식당이 슬슬 정리하는 우리네와는 달리 스페인에서는 9시부터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 가게가 많습니다. 그래서 늦은 시간이라도 문 닫거나 영업종료 걱정이 없지요. 


처음 가보는 골목이었는데, 골목골목 거리의 예술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이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해주네요.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참고로 '여기'에 가보시면, 어떤 분이 그라나다 스트리트 아트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진을 찍어주셨네요.


조용한 골목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두 나이지긋한 연인분들은 제가 데이트를 방해하는 무례를 범했음에도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이런 자그마한 추억이 있어 즐겁죠.


거리 예술가들의 그림 중에 제가 주목했던 건 이 고양이 그림. 캐릭터로 만들어도 될 듯. 

밤에 찍어 좀 흔들렸지만 이 고양이도 독특하네요. 


아까 그 고양이 그림입니다. 같은 사람이 그렸네요. 귀엽지 않나요? 이 사진까지 찍고 저녁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여기'


밤의 알바이신 골목은 깜깜하고 아무도 없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10시 30분, 아니 11시쯤이었던 걸로 기억되네요. 물론 산동네만 그렇고 아래 쪽 술집이 늘어서 있는 곳은 맥주와 값싼 타파스를 먹으며 세계에서 놀러온 젊은이들로 북적댑니다. 


밤의 알함브라!!!


버스 코스를 바꿔 저를 고생시켰던 축제 개막제라 이날 술집들이 더 붐볐을 것 같습니다. 전 내일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세비야로 가기로 했던 터라, 알바이신 산위에서 멀리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축제의 한구석을 즐길 수 밖엔 없더군요.


다음날 아침, 처음 버스를 탓던 그랑비아 골목입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이렇게 거리 전체에 차일을 쳐둡니다. 다음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럽여행을 갈 때는 아마도 유레일 패스는 사지 않을 듯 합니다. 도시 별로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유레일 때문에 짧게 머무르고 떠나는 일들이 반복되었거든요. 맘에 맞는 친구만 있다면 커다란 승합차를 몰고 유럽을 돌고 싶어요. 주차비가 문제겠지만... 

이제 세비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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