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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녁을 아사쿠사에서 먹으려 했지만, 마음을 바꾸어 일전에 실패한 나리쿠라 돈까스를 먹기 위해 다시 다카다노바바에 왔습니다. 점심타임에 가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줄서야하는데,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은 저로서는 저녁 타임을 노려본거죠. 한번 실패한 경험도 있으니 이번에는 진득하게 기다려볼 예정이었습니다.
다카다노바바역 앞의 풍경 (실패했을 때 아침에 찍은 거군요)
옆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이 사진도 처음 실패한 방문 때 찍은 사진입니다. 아직 오픈 전인데 줄이 길더군요.
식사하려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원에 말에 그때는 바로 포기했습니다.
나리쿠라, 간판. 다른 일본 가게처럼 말끔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너쉐프 이름은 미타니 나리쿠라(三谷成藏)입니다.
나리쿠라의 메뉴판은 일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문하기 위해서는 약간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주 메뉴는 돈까스지만, 사용하는 돼지고기가 모두 4종류입니다. 돼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주문해야 합니다.
* 일단 사용하는 브랜드 돼지는 Tokyo X, 煌麦豚, 霧降高原豚, 雲峰高原豚 입니다.
* 안심은 히레라고 하지 않고 소고기 안심 중에 가장 고급 부위인 샤토브리앙을 빗대어 '샤톤브리앙 (シャ豚ブリアン)'이라고 부릅니다. '톤'은 돼지의 일본 발음입니다. 135그램, 200그램 두 가지 메뉴가 있고 이보다 작게 35그램, 90그램의 작은 단위로 팔때는 히레라고 부릅니다.
* 등심은 로스, 상로스, 특로스가 있는데 고기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용량이 달라집니다. 각각 130, 190, 250그램입니다.
먼저, Tokyo X, 도쿄도 축산시험장에서 맛있는 돼지를 만들기 위해 중국의 북경흑돈, 미국 뉴욕지역의 갈색 품종인 듀록, 영국 버크셔종을 교배시켜 만들었다고 하며 1997년부터 소규모로 생산되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가격을 보세요. 보통 1인분 돈까스 그램수가 135그램인데, 가격이 3980엔. 그러니까 돈까스 히레 1인분이 4만원 입니다.
제가 선택한 煌麦豚, 도쿄 X보다는 조금 쌉니다. 로스까스 250그램이 4만원, 안심은 135그램을 시키면 3만 2천원입니다. 둘이서 1인분씩 시키고 맥주 한잔하면 8만원. 돈까스 집에 다녀온 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 다녀온 듯한 가격입니다. 아이고야! 참. 카드가 안됩니다. 일본 레스토랑은 현금 들고 다니는 게 가장 안심되니 참고하시길.
煌麦豚을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빛나는 보리 돼지'라는 참 알쏭달쏭한 의미가 되는데요. 니가타 현 이와후네 지역 (쌀 코시히카리로 유명한 곳)에서 자란 브랜드 돼지입니다. 역시 미국 뉴욕의 듀록 종을 기본으로 교배해서 만들어낸 품종이라고 합니다. 이름에 맥(麦)이 들어가는 이유는 밀가루를 주로 먹이로 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동양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밀을 소맥이라고 불렀었죠. 소주와 맥주 섞은 거 말고 작은 보리라는 의미로요. 지방을 높이기 위해 먹이에 옥수수를 섞어주는 건 Tokyo X와 동일하네요. 고기의 특징으로는 지방에 올레인 산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도토리를 주로 먹이는 이베리코 돼지와 비슷한 특성이죠.
雪室熟成豚: 煌麦豚과 같은 돼지고기 회사 '우오쇼쿠' 에서 나오는 고급육입니다. 가격은 동일하네요. 니이가타 이와후네 지역은 눈이 많이 오는 것이라 눈을 이용해 식품을 저장하곤 했는데 이를 돼지고기 숙성에 응용했다고 합니다. 추운시기 눈을 대량으로 저장해두고 이를 이용해서 일년 내내 숙성을 하는 모양으로, 눈 때문에 실온 1-2도, 습도 90%의 저온고습 천연 저장고가 만들어지는데 소와 돼지를 여기서 저장, 숙성해서 출하한다고 합니다. 근섬유가 부드러워지고 돼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바뀌기 때문에 더 맛있다는 게 회사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모든 고기 숙성은 근섬유가 부드러워지고 아미노산이 증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눈에서 숙성시킨다면 뭔가 특별한 다른 점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은 설명이 없습니다.
[우오쇼쿠 회사 사이트: 스노우 에이징 자료 사진. 비닐로 고기를 감싼 Wet Aging의 일종으로 보임: 링크]
가장 저렴(?)한 雲峰高原豚. 250그램 로스가 3만, 샤톤브리앙 135그램은 24000원 정도입니다. 雲峰高原豚은 어디 브랜드 돼지인지 애매합니다. 메뉴에도 별다른 설명이 없고 타베로그를 뒤져보면 가고시마 키리시마시의 돼지라고 써놓은 리뷰가 많던데, 거기 브랜드 돼지는 키리시마 돼지(霧島高原豚)라고 따로 브랜드가 있거든요. 어쨌든 저도 잘 모르겠고 이 돼지는 버크셔 품종이라 합니다. 솔직히 모두 비싼 돼지이고, 돈까스 조리법 특징상 튀겨버리는 데 그렇게 맛의 차이가 크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해외여행을 오면 간뎅이가 붓는 법. 도쿄X는 다음기회에 먹기로 하고 '올레인산'어쩌고 하는 설명에 혹해서 키라무기톤(煌麦豚)으로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돈까스 레스토랑으로는 무지 비싼 가격인데 '맛에만 집중한다'는 느낌입니다. 메뉴나 가게 장식에는 거의 돈을 투자하지 않는 느낌이고 반찬은 처음에는 무료지만 리필하려면 2000원을 내야합니다. 돈지루는 3000원이고요. 저도 반찬을 리필하려다 빈정상해서 안했습니다. 그런데 돈까스가 맛있으니 가야한다.
5시 30분 부터 점심인데 5시쯤 도착했더니, 일단 가게 밖으로 줄이 서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입구부터 계단으로 줄은 서 있더군요. 세어보니 18명 (한 타임에 앉을 수 있는 최대인원)은 넘어서 좀 더 기다려야겠네요. 다음번 부터는 4시 30분까지 와야 줄을 좀 덜스겠군요.ㅠㅠ
대부분 일본 명점이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깨끗하던데 여기는 먼지도 좀 많고 어수선합니다.
인테리어... 겠죠?
뭔가 한국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막걸리집으로 내려가는 듯한 분위기의 조명입니다.
뜬금없이 이런 장식도 있어요.
벽에 붙어있는 안내는 줄서기 주의사항입니다. 끼어들기가 안됩니다. 즉 다섯사람이 먹을 거면 다섯사람이 다 와야 줄을 설 수 있습니다. 늦게오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먹지 말고 뒤에 서든가 해야지 중간에 끼어들 수가 없다는 주인장의 안내입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지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문앞까지 왔습니다. 주문을 하면 돈까스 조리를 시작하고, 하나의 주문을 조리하는데 대략 15분이 걸리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지 않습니다. 평일이었지만 일찍가나 늦게가나 최소 1시간 줄은 설 각오를 하고 가셔야 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동행분은 맥주를 주문합니다. 튀김에는 맥주라는 공식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주문한 250그램 특로스입니다. 색감이 독특하죠? 빵가루는 매일 신선한 빵의 껍질 쪽은 잘라내고 흰 빵 부분을 갈아서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돼지기름(=라드)를 이용해서 저온에서 천천히 튀깁니다. 좋은 돼지, 좋은 빵가루, 좋은 기름. 맛의 비결이겠죠. 조리하는 방식을 유심히 보니 깡통에서 라드유를 꺼내서 몇 번 사용하면 기름을 바꾸더군요. 라드가 일반 식용유보다 비싸지만 몇번 튀김에 사용하면 냄새가 나빠지고 쉽게 타기 때문에 기름 냄새를 가능한 없애기 위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듯 합니다. 그러니 돈까스 가격도 높은 거죠.
고기는 약간 붉은기가 돕니다.
맛은 어떨까요? 이 가격을 받으면서 맛없으면 사기지요. 인생 최고의 돈까스이긴 한데... 일반 돈까스의 4배나 되는 가격을 받으니, 비싼 만큼 맛있다고 해야할까요? 먹을 때는 가격 생각안하고 감탄하면서 먹었는데 다 먹고 계산하려니 비싼 가격이 맘에 걸리게 되는 맛입니다.
그래도 맛있긴 맛있습니다.
그리샤톤브리앙 두 조각. 그렇게 크지 않은데 먹기 편하게 반으로 잘라주었네요.
아! 끝내줍니다. 뭔가 돼지고기의 맛이 안에서 폭발하는 듯 합니다. 돼지는 지방맛이라 생각했는데 안심도 이렇게 맛있던 것이었군요.
이건 돈이 아깝지 않을 레벨이네요. 등심도 좋았지만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저는 샤톤브리앙을 고르겠습니다.
돈지루. 맛 나쁘지 않습니다.
반찬은 평범합니다. 다만 리필하려면 200엔입니다.
밥은 일본가게 치고는 그냥저냥. 맛이 없다는 이야긴 아니지만 돈까스에 비해 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모든 손님의 표정에 '나리쿠라의 돈까스를 먹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의가 배어있는 듯 합니다.
예! 먹어보니 이해가 됩니다. 정말 대단한 맛의 돈까스였습니다. 특히 샤톤브리앙은 충격적이었네요.
다음에 도쿄 방문시에 꼭 방문해서 이번에는 Tokyo X를 먹어보고 싶어요. 배를 채웠으니 신주쿠로 이동해서 여행 선물을 좀 사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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