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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일 째, 이번 여행에 들렸던 레스토랑 중 가장 타베로그 평점이 높았던 '레페르베상스'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도쿄에는 높은 평가를 받는 프렌치가 여럿인데 타베로그 기준으로 퀸텐상스(Quintessence) 독보적인 No.1 이고, 비밀주의 레스토랑이라 홈페이지로만 예약 가능하다는 l'equateur가 2위, 그리고 세번째가 레페르베상스입니다. 그 뒤로 조엘 로부숑, 르와지에르, 보뉴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보뉴, 레페르베상스를 들렸고, 아쉽게도 퀸텐상스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ㅠㅠ


우에노 역에서 긴자 라인을 타고 25분 정도 걸려서 오모테산도 역에서 내립니다. 긴자가 '명동' 이면 오모테산도는 '청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더니 걷는 길 양 옆으로 명품샵이 참 많더군요. 쇼핑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봐야 할 곳일 듯 합니다. 사진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띈 이세이 미야케 샵. 입구가 특이하게 생겼네요. 


가는 길목에 신사같은 게 하나 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다른 샵들은 다 불이 환한데 여기만 불이 꺼져서 유령이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더군요. 도리이는 있는데 '신사'가 아니고 青山表参道町会, 아오야마-오모테산도 상점 모임이 여기 정식 이름이라네요. 상점의 번영을 빌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나봅니다. 


레페르베상스는 명품이 잔뜩 있는 미나미 아오야마 지역을 지나, 네즈 미술관 뒤쪽에 있는 주택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입니다. 이날 조금 추워서 약간 오들오들 떨면서 걸었습니다. 역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길이라 만일 정장을 하고, 힐을 신은 차림이라면 롯퐁기힐 쪽으로 가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택시를 탈 때는 '후지필름 본사'로 가자고 해서 조금만 걸어가시면 됩니다. 


레페르베상스는 규모가 커서 대략 50석 정도 되기 때문에 한, 두달 전에 연락하면 비교적 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 못하면 안된다는 말도 없구요. 저는 7시 쯤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아직 대부분의 테이블이 비어있더군요. 노쇼가 많나? 걱정했지만 8시 쯤에는 만석이더라구요.


뉴욕 르 버나댕(Le Bernardin) 접시와 똑같네요? Bernardaud에서 만든 Ecume 시리즈 접시로 알고 있는데 같은 회사의 그릇을 쓰나봅니다. 르 버나댕을 따라한 건 아니고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품이라고 봐야겠죠. 레페르베상스 = Le Effervescence, 프랑스어로 '기포'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Ecume도 거품을 나타내죠. 접시 가장자리(라고 하기엔 너무 큰 면적이지만)의 오톨도톨한 무늬가 거품 방울을 나타냅니다. 


웰컴 드링크. 색이 좀 뿌옇게 보이는데 사케와 화이트 와인을 섞은 술이라고 합니다. 색을 봐서는 니고리같은 탁주가 들어가지 않았나 싶네요. 알콜이 들어가서 마시진 않았네요. 동행분이 제것까지 마셨는데 맛있다고 합니다. 어쩌라고?


올리브. 하나는 향을 입혔다고 하고, 하나는 그냥 올리브라고 하는데 구분이 별로 가지 않더군요. 그저 덜 짭짤하다 정도? 


올리브는 카가와현 (오사카보다 좀 서쪽, 사누끼 우동이 유명한 지역)에서 재배 했다고 하는데, 미국, 유럽에서 먹었던 올리브에 비해서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또 올리브에 직접 향을 입힌 건 아니고, 올리브 오일에 허브를 넣어서 향을 입힌뒤, 그 올리브 오일에 담궈두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후각이 예민한 분들은 희미한 향을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잘 구분이 가지않았어요. 


링크: https://blog.naver.com/kagawalove/220556694789

어쨌든, "일본에서 올리브도 키운단 말야? 라고 놀랐었는데 정보를 조사하다보니, 카가와현에서는 무려 한국어로 네이버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더군요. 한국도 한국어를 잘 아는 해외 유튜버나 위챗 유저를 고용해서 영어나 중국어, 또는 다른 나라 언어로 관광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구글맵도 제대로 안돌아가는 나라에서 제가 넘 많을 걸 바라나요ㅠㅠ


시그니처 중 하나라는 어뮤즈인데, 와! 도대체 주방에서 몇명이나 되는 스텝이 일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물론 미리 준비한 걸 마무리해서 내놓기만 하겠지만, 음식 하나 하나가 손이 엄청 가는 것들로 보입니다. 뭐 저야 전문가가 아니니 짐작할 따름이지만요. 음. 분자요리니까 뭔가 첨단 장비로 착~하면 착~ 나오는 걸 수도 있겠네요. 알지 못하니 상상만 해봅니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로 만든다는 콩소메와 술을 액체수소로 급속 냉동한 그라니테가 함께 나옵니다. 메뉴 적은 쪽지를 잊어버려서 콩소메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서버 분이 설명을 그렇게 한 걸로 기억됩니다. 이날은 도화새우가 중심이 된 콘소메였는데, 한번에 깊숙이 푹 퍼서 먹은 다음 오른쪽 그라니테로 입가심을 하라고 하더군요. 생선맛이 강하지 않았지만 도화새우, 트러플, 컬리 플라워가 주재료이고, 감자로 만든 브랑다드(Brandade)가 추가되어 있다고 합니다. 상단의 거품 (레스토랑의 정체성이죠?)은 성게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물론 맛있습니다. 오른쪽은 입가심으로 먹는 니고리 (막걸리쯤 되는 일본술) 그라니떼를 조금 맛보았는데 (취할까봐 많이 못먹음) 상큼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요리에만 거품이 있는게 아니라, 여기 그릇 하단에도 거품이 보이네요. 이렇게까지 정체성을 각인시키지 않아도 될텐데. 어쨌든 재미있는 소품들이었습니다. 


이것도 시그니쳐 중 하나라는 애플 파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애플파이 비스므리한 것"이 메뉴 이름이지요. 맥도날드 애플파이에서 영감을 받은게 틀림없는 듯한 포장입니다.


뭔가 종이 쪽지를 주는데, 주인장의 철학이 담긴 노트이지 음식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맨 마지막 줄만 읽으세요. '뜨거우니 입을 데지 않게 주의해서 먹어요.' (be careful not to burn your mouth). 뭔 디저트를 이리 일찍 가져다주나 했는데 애플파이는 이름일 뿐, 애플은 없습니다. 


계속 계절별로 변화를 주면서, 버전업을 시키고 있는데 제가 먹은 것은 (아마도) 31번째 버전이었습니다. 메뉴를 잊어버려서 정확히 기억을 못하겠네요. 파이는 버터 풍미가 굉장했고, 안의 간과 바닐라, 샐러리의 조합도 멋집니다. 간을 좀 더 퍼붓듯이 넣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파이도 좀 더 커져야겠죠? 저는 주의사항을 안 읽어보고 급히 먹다 입안을 데어버려서 풍미를 충분히 즐기지 못해 아쉽네요. 


와인 페어링뿐만 아니라, 주스 페어링을 시킬 수 있습니다. 주스도 와인도 계절마다 시간마다 달라지는데, 이 주스는 애플파이에 담긴 간의 진한 맛과 잘 어울리는 감귤류의 주스였습니다. 


동행분이 청한 와인 페어링, 샴페인인데 Richard Cheurlin, Brut Millésimé Cuvée Jeanne. 피노누아로 만들어졌고 푸아그라와 같은 간, 진한맛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하네요. 동행분의 평은 '나쁘지 않다.'정도. 


자~ 42가지 야채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정말 여러가지 야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절별로 야채 가짓수가 달라집니다. 일단 야채만으로 이런 다채로움을 끌어내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니 멋지네요. 하나하나 이름을 찾아서 먹어보려고 하다 포기하고 그냥 먹었습니다. 뭐 야채가 야채죠. 솔직히 아직 봄에 참죽나무, 가죽나무순을 먹는 게 저한텐 최고의 야채긴 합니다. 


Rotten Highway,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졌고, biodynamic 와인입니다. 즉 무수아황산염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화가 빨리되고 뭔가 발효된 장같은 강한 맛이 나는 와인이 된다고합니다. 


주스도 뭔가 강한 맛입니다. 식초와 같은 느낌입니다. 야채의 소스와 같은 느낌입니다. 와인도 주스도, 식초와 맛먹는 강한 맛으로 마리아주를 만들려고 했는데요 그냥 오렌지 주스 정도 주는게 차라리 낳을 거 같습니다. 뭔가 억지스러운 조합이고 마음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주스는 별 맛 없지만 샐러드는 아름답습니다. 


빵이 나왔습니다. 한입 먹고 놀랐고, 이날 3번이나 리필했네요.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 그야말로 훌륭합니다. 도쿄에도 좋은 빵집이 많은데 일부러 오사카 Le Sucre Coeur에서 주문하는 이유를 알 정도로 맛있는 빵이었습니다. 


빵을 찍어먹는 버터 대신, 두부와 샤워크림, 올리브 오일로 만든 스프레드입니다. 여기 발라먹는 것도 맛있었는데 빵 자체가 맛있어서 빵만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가다랑이, 연근. 왼쪽의 소스같은 것은 낫토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다랭이는 스시집에서 하는 것처럼 곤부지메, 다시마위에 올려놓아 감칠맛을 높였다고 하네요. 향이 좋고 맛있는 가쓰오였습니다.  

세번째 주스 페어링. 낫또와 잘 어울리는 주스라는 설명만 기억이 납니다. 메모라도 해둘걸. 


Jean-Pierre Robinot, Cuvee Camille Robinot. 루아르 지방의 와인으로 굉장히 매니악한 와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소믈리에분이 바이오다이나믹스에 관심이 많은지 이것도 무수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은 와인입니다. 포도 품종은 피노도니(Pineau d'Aunis). 고기류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나 사슴고기), 가다랭이에 매칭시킨건 바이오다이나믹스의 특징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동행분 평은 무난한 정도라고 하네요. 


레스토랑의 시그니처라는 순무요리입니다. 녹색의 소스는 파슬리 퓨레, 순무 아래에는 브리오쉬와 햄이 깔려 있습니다. 순무를 4시간 동안 저온조리하고, 마지막에는 버터와 함께 강한 불로 조리해서 향과 풍미를 만들어 냈습니다. 


요리와 함께 먹으니 정말 감탄스러웠던 주스... 라기보다는 국물이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순무껍질과 가쯔오부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리의 맛이 한결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Gérard Schueller Pinot Gris La Cuvée de l' Oncle Léon. 2012. 피노그리(Pinot Gris)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소믈리에분이 뭔 철학이 있으신건지... 첫번째 샴페인 빼고는 전부 무수아황산염을 뺀 와인들입니다. 뭐 어떻게 만들어졌던 잘 어울리면 그만인데 이 와인은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쪽 주스 페어링이 훨씬 더 좋았다고 하네요. 


생각보다는 씹는 맛이 있습니다. 4시간 동안 어떻게 조리를 한 걸까요. 흐물흐물하지 않네요. 12월에 수확된 순무는 그 자체로 매우 단맛이 높고 즙이 많다고 하는데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즙이나 단맛이 강하진 않더군요. 하지만 주스(?)와 매칭하니 정말 좋은 음식으로 탈바꿈 하더군요. 와인 시킨 사람이 불쌍할 정도로 정말 뛰어난 마리아주였습니다.  


나마에 쉐프가 순무를 준비하는 영상입니다. 작은 순무를 가져와서, 껍질을 전부 깎아냅니다. (그 껍질은 주스로 활용) 그리고, 66도로 4시간 동안 저온조리한 후, 마지막에 버터로 향과 열을 가합니다. 손이 제법 가는 요리네요.


유청, 컬리플라워로 소스를 만들고, 그 소스로 옥돔을 살짝 익혔습니다. (poaching) 그리고 보타르가와 유자를 뿌렸네요. 일본 프렌치의 생선익히기는 완벽에 가깝다고 계속 들어왔는데, 정말 익힘 상태가 맘에 드네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구이와 같은 야성적인 맛은 없지만, 부드러움과 섬세한 맛이 일품입니다. 


주스는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어쨌든 이것도 와인보다 더 잘맞았습니다. 동행분이 계속 제 주스를 뺏아먹고 말해주니 그런가보다 합니다. 


Beau Paysage Tsugane Chardonnay. 일본 와인입니다. 동행분의 말을 빌자면 '나쁘지 않았다.' 정도. 


메인 전에 나온 수프 비슷한 요리, 자왕무시 느낌이었습니다. 숫가락에는 약간의 와사비. 


안에 들어있던 게 치즈였던가? 잘 먹기는 했는데 메뉴를 잃어버려서 뭔지 자세히 적을 수도 없네요. 


이제 메인이 나올 차례입니다. 레기올 나이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메인은 원래 겨울에는 비둘기나 오리가 나오는데, 제가 가금류를 빼달라고 미리 요청해서 스테이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비용을 추가하고 화이트 트러플을 좀 뿌렸습니다. 


좀 더 뿌려주시지. 겨울이 제철일텐데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디 부위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맛이 풍부했고,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트뤼플 버섯 특유의 향도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가면 트뤼플 추가는 안하려구요. 너무 비싸고 만족도가 낮아서.


고기와 대응하기 위해 주스도 산미가 강하네요. 


Spat-Burgunder Trocken Baden, Bernhard Huber Weingut. 독일 피노누아가 나왔습니다. 역시 동행분 말에 따르면 꽤나 맛있는 와인이라고 하네요.


주스 페어링은 끝났지만 와인 페어링은 계속 됩니다. (가장 비싼 와인 페어링을 시켜서 그렇네요.). 이번에는 레드 와인과 사케입니다.


먼저 레드와인은 이탈리아 시실리 섬 쪽에서 난 와인입니다. Giotto Bini - Serragghia Rosso Fanino Vinificato In Anfora, 2007년산. 역시 비오미다미, 소믈리에 취향인가요? 산화방지를 하지 않은 와인입니다. 뭐 산화가 빨리 될테니 치즈와 어울릴거라 판단한 건지도 모르죠. 저야 술을 안먹으니 뭐라 말하기 곤란하네요. 동행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정도. 


치즈는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북해도 치즈 3종, 나가노 치즈 1종. 아니 한국은 임실에서 구워먹는 치즈나 만들고 있는데 일본은 이런 치즈를 만들고 있다구요? 우유값부터 비싼 한국에서 프랑스 수입가보다 경쟁력있는 치즈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걸까요? 부럽기만 합니다. 


블루치즈, 나가노 현 Atelier de Fromage에서 만든 블루치즈. 일본 국내 치즈관련 상이란 상은 다 수상했고 프랑스에서도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먹어보고 깜짝 놀랐네요. 파스타에 넣어보고 싶다.  치즈 자체도 맛있었지만 사케와 페어링이 정말 훌륭했다고 합니다. 동행분 말씀으로는 오늘 나온 페어링 중 최고였고 깜짝 놀랄만한 경험이었다고 하네요. 술을 못마시는 저로서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하니 좀 부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미나미 아오야마 쪽에도 Atelier de Fromage에서 직영하는 매장이 있다고하니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들려서 이 치즈를 사오고 싶네요. 


함께내준 白玉香이라는 사케는 여과하지 않은 원주를 상품화한 술이군요. 도쿄 아래쪽 치바현의 술이랍니다. 쌀은 효고현에서 재배한 야마다니시키, 60% 도정해서 쌀, 누룩, 물만으로 만든 술이라 준마이다이긴조라고 표기해도 될텐데 그보다는 원주라는 성격을 중시했는지 '무여과'라는 표식을 크게 붙여놓았네요. 무여과술인데도 이상하게 색이 탁하거나 덩어리가 없습니다. 


곡물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면, 술 탱크 표면에 기름같은 덩어리, 물질이 떠다닙니다. 보통 일본 청주는 이 물질을 전부 여과시켜서 출하하지요. 술에 섞여 있으면 지나치게 강한 맛과 향을 내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무여과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술을 저온 보관시키면서 그 원주 그대로를 제품으로 출시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출시할 때 위에 뜬 기름 (아부라 라고 보통 불린다고 함)을 약간 섞어서 출하할지, 기름이 없는 아래쪽만 골라 출하할지는 기업 비밀입니다. 어쨌든 여과하지 않았다는 건 일본 특유의 깨끗한 맛보다는 강한 맛을 추구했다는 의미로 봐도 되겠네요. 치즈와 페어링하기에는 적당한 성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뭔가 요거트스럽죠? 안에는 산딸기 퓨레와 크림이 들어있던 디저트로 기억합니다. 메뉴를 잊어버리고 기억에 의존해서 쓰려니 힘드네요.


밤을 주재료로 만든 디저트. 밤은 달게 조렸고 (마롱 글라쎄와 같은 진한 단맛은 아닙니다.) 바닥에는 밤크림이 깔려 있습니다. 쑥갓(春菊)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귤로 만든 오렌지 소스, 파삭하게 부서지는 쇼콜라 쿠키도 포함된 다채로운 느낌의 디저트입니다. 나쁘지 않네요. 


Klein Constantia, Vin De Constance. 남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디저트 와인입니다. 포도 품종은 머스캣 (정확히는 뮈스까 블랑 아 쁘띠 그랑(Muscat blanc à Petits Grains))이며, 동행분은 굉장히 멋진 와인이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보다 더 많은 와인을 소비하는 국가이다보니 세계 각 국의 와인을 구하기가 쉽겠죠. 이런 와인 페어링도 그래서 적절한 가격에 가능할거구요. 


월드 피스라는 이름의 드링크. 헤이즐넛, 우유, 흑설탕, 바닐라 등이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먹은 모든 것이 맛있었지만 이 건 별 맛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뭔가 술도 들어있다고 했는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미냐르디즈. 저 막대사탕이 슈팅스타처럼 입안에 들어가면 톡톡 튑니다. 별 둘 레스토랑에서 설마 이런 애들장난감 같은 게 나올 줄 몰라서 즐겁더군요.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외에는 전부 무난한 수준이어서,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동행 분이 커피를 주문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원두인지는 모르겠지만 산미가 적당하고 맛있다고 하네요.


일본 다도 예법으로 말차를 만들어 주는 마무리입니다. 저는 말차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네요.


거품이 균일하게 차를 덮고 있습니다. 저렇게 잘잔한 거품이 나게 만들어야, 차의 떫은 맛이 최소화된다고 합니다. 예법으로 보면 그릇을 돌려가며 마시지만, 설명해주지 않기에 저도 굳이 따르지는 않고 편안하게 마셨습니다. 차를 마시고 대략 세시간 정도 걸린 저녁식사가 끝났네요. 매니저 두 분이 문 앞까지 배웅해 주셨습니다. 


미국 레스토랑처럼 직접 만든 파운드케이크를 하나씩 넣어주시네요. 버터 풍미가 좋았구요 안에 들어있는 과일은 금귤이랍니다. 다음 날 아침으로 냠냠 잘 먹었습니다.


서비스도 좋았고.. 아니 좋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다른 모른 레스토랑의 서빙이 훌륭했지만 레페르베상스는 그보다 하나 윗등급의 서빙을 해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부담없고 편한 서빙이었습니다. 음식도 좋았습니다. 특히 식당에서는 훌륭한 서비스와 결합되어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 맛있게 느껴졌답니다. 지금은 냉정을 찾고보니 각 음식별로 인상이 '보뉴'처럼 깊이 남아있지는 않네요. 


무엇보다 술을 안마시는 사람도 편히 먹을 수 있게 주스 페어링을 제공한다는 점이 참 좋네요. 술을 못마시는 사람으로써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런 데까지 신경써주는 레스토랑의 존재는 참 고맙지요. 다음 번 일본에 올 때도 예약하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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