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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인상깊었던 작품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블로그질하면서 겸사겸사 미술에 대해서도 좀 배우는게 목적입니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인상파 작가들과, 로뎅의 작품들입니다. 특히 마츠타카 코지로는 로뎅에 쉼취했는지 칼레의 시민들, 지옥의 문 등 로뎅의 대표작을 수집했습니다. 


미술관 정원에 전시된 '지옥의 문'입니다. 너무 대작이라 그런지 생전에는 주조되지 못하다가 로뎅 사망 10년 후인 1926년,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처음 주문해서 첫번째 에디션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파리 로뎅 미술관의 작품이 두번째, 그리고 사진의 도쿄서양미술관 에디션은 마츠타카 코지로의 요청으로 3번째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한때 서울 플라토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7번째 에디션은 현재 호암미술관 수장고에서 공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도 리움 야외 전시관에서 작품을 공개해주면 좋을텐데요. 


왜 이렇게 세계 각지에 동일한 작품이 여럿 있냐면, 청동제 주조품은 원래부터 석고 모형을 이용해 여러 벌 작품을 찍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제한 찍어내다간 원형 틀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용 8개, 개인 소장가용 4개, 총 12개 까지만 틀에 찍어내는 걸 허용하고 있습니다. 


Carlo dolci, mater dolorosa, 1655 ca. 01

카를로 돌치(Carlo Dolci), Mater Dolorosa

세계 여기저기의 미술관을 다니다보면, 같은 작가의 작품들의 다른 시리즈를 볼 때가 있습니다. 2013년 플로리다에서 유명한 링링 박물관을 구경했을 때, 카를로 돌치(Carlo Dolci)의 블루 마돈나를 보며 이 미술관에서 가장 가지고픈 그림이라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카를로 돌치의 다른 작품을 보게 되네요. 역시 그가 즐겨 그리던 어두운 배경에 푸른 빛의 베일을 감싼 성스런 여인을 그렸습니다. 예전의 미술관에서 본 작품과 이렇게 이어지는 그림을 보다니 재미있네요. 


링링 미술관 이야기 링크: http://eyeofboy.tistory.com/1232


앙겔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 파리스를 전장으로 이끄는 헥토르 (Hector Upbraiding Paris for his Retreat from Battle)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입니다. 남의 나라 왕의 아내를 훔쳐와서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전쟁의 원흉인 동생이, 무서워서 전쟁에 나가지 않고 집에 숨어지내는 것을 꾸짖는 형의 그림으로, 이 주제는 여러 화가들이 그렸었죠. 카우프만도 이 이야기를 좋아했는지, 파리스를 전장으로 부르는 헥토르 (Hector Calls Paris to the Battle)라는 비슷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딱 하나, 헥토르가 엄청난 미청년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었는데 헬레네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Johann Heinrich Füssli - Theodore Meets in the Wood the Spectre of His Ancestor Guido Cavalcanti - Google Art Project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Johann Heinrich Füssli), 귀도 카발칸티의 유령과 만나는 테오도르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귀도 까발깐띠, 왼쪽에 몸에 착 붓는 이상한 옷을 입고나온 유령이 테오도르입니다. 그런데.... 이 두 남자는 모두 유령입니다. 그리고 오른 쪽에 그려진 개에게 물리면서 도망치고 있는 여자는 호노리아. 몸이 남자같아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설정상 여자입니다. 


까발깐띠는 호노리아의 사랑을 얻지 못하자 자살하고,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죽이려 하는 장면이고 테오도르 역시 유령으로 그녀를 잊지 못하지만 죽어가는 그녀를 보면서도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장면이라는데요.... 그렇게 보기에는 까발깐띠와 말의 표정이 참으로 휘안하고, 어딘가 코믹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또 호노리아가 남자 몸을 하고 있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의 형태를 그림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네요.  


친절한 해설을 보시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Ary Scheffer - Greek Women Imploring at the Virgin of Assistance - Google Art Project

아리 셰페르(Ary Scheffer), '전장에서 성모의 가호를 청하는 그리이스 여인들 (Greek Women Plead for the Virgin's Help)


성모의 가호를 청하는 표정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당시 유럽 문인들에게는 동방의 악마(투르크 제국)에 대항하여 독립하려는 국가(그리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바이런 같은 시인이 그리스를 돕겠다고 갔다가 열병으로 죽었던 것만 보아도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아마도 독립과 가족의 무사평화를 비는 여인들을 상상해서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Jean-François Millet - Spring (Daphnis and Chloë) - Google Art Project

밀레 (Jean Francois Millet), 봄 (다프니스와 클로에). 


밀레도 이런 신화 속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었나요? 엄숙하게 일하는 농부들만 그린 줄 알았더니.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러브 스토리를 소재로 봄의 풍경과 아직 연인으로 맺어지기 전으로 보이는 두 남녀의 표정이 참으로 매력적인 그림이었습니다. 


Gustave Dore - La Siesta, Memory of Spain - Google Art Project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 시에스타, 스페인의 추억


멀리서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중앙의 밟은 부분과, 주변의 어두움의 대조가 시선을 끌었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시에스타(낮잠)이라는 제목과 달리 너무도 어두운 아이들의 표정이 놀랐습니다. 아기같은데 대략 50년은 풍상에 찌들은 표정이라니. 


귀스타브 도레는 화가라기 보다는 판화작가로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그의 성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아서 '도레 판화 성경'이라고 팔고 있습니다. 교보, YES24에서 살 수 있... 이 그림에서 보듯 화가로서 재능도 엄청났지만 판화나 삽화, 풍자만화로 더 알려진 이유는 일찍 소년가장이 되어 집안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빨리 돈버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친구와 스페인을 여행하고 나서 200여장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여행 중 경험을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Parisiennes in Algerian Costume, by Pierre-Auguste Renoir, 1872, oil on canvas -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Tokyo - DSC08637

르누아르의 엘제리 의상을 입은 여인들입니다. 르누아르의 연인이었던 리즈 트레오(Lise Trehot)가 모델을 했다고 하네요. 1866년부터 1872년까지 대략 20작품의 모델로 알려져 있는데, 이 그림이 바로 헤어지기 직전(?)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아직까지는 르누아르 작품에 나오는 여인의 특징인 극단적인(?) 풍만함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네요. 


이 그림은 고흐의 아를의 침실과 함께 마츠타카 코지로의 컬렉션 중 일본이 가장 돌려받고 싶어했던 그림입니다. 아를의 침실은 총 세가지 버전이 있는데 한장은 암스테르담, 한장은 시카고, 그리고 마츠타카 코지로가 소유했던 그림은 프랑스의 오르세에 걸려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운 좋게 도쿄도미술관의 반 고흐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오르세의 작품은 아니지만,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를의 침실을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르누아르의 장미, 보는 순간 '이거 르누아르 아녀?'라고 생각했더니 맞네요.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Pierre-Auguste Renoir - In the Woods - Google Art Project

르누아르, 숲에서


하지만 이 그림은 르누아르라고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인상파 작품 같았거든요. 더구나 르누아르 초기, 인상파화가들과 교류하고 퐁텐블로 숲에서 풍경화를 배우러 다닐 때 그림도 아니고 인상주의에 대해서 고민하던 1880년대 시기라고 합니다. 거의 마지막으로 그린 인상파 기법의 작품이라고 봐도 되려나요? 


회화 전시방식이 참 맘에 들었는데요, 작가나 작품순으로 모아놓은 게 아니라 비슷한 색감과 주제의 작품으로 모아두었더군요.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나폴리 항구의 추억


이탈리아 풍경화를 많이 그린 화가의 그림입니다. 나뭇가지의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역시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어보시죠.


Camille Pissarro - Conversation - Google Art Project

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대화.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그림이었습니다. 카미유 피사로에 대해서는 인격이 좋은 사람,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근거가 화가 '폴 세잔'과의 교류입니다. 폴 세잔의 성격이 더러워서 까다로워서 누가 가르치거나 배우는 걸 꺼리고 있었는데, 피사로는 세잔의 성격을 참아가며 끈기있게 가르친 유일한 화가였다고 합니다. 세잔은 피사로로부터 인상파의 기법을 배우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죠. 물론 후기 인상파에 잠깐 몸 담았다가 현대 회화라는 새로운 주제를 열어제끼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요.


폴 세잔(Paul Cezanne), 퐁투와즈(Pontoise)의 다리와 제방, 1881


Paul Cézanne - The Bare Trees at Jas de Bouffan - Google Art Project

폴 세잔(Paul Cezanne), 자 드 부팡(Jas de Bouffan)의 앙상한 나무, 1885-1886


스승 까미유 피사로와 폴 세잔의 그림을 함께 묶어서 전시해 두었네요. 세잔도 젊었을 때는 고흐만큼이나 그림이 안팔리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죠. 부유한 은행가였던 아버지의 지원과 유산으로 미술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그가 주는 교훈은 '계속 미술활동을 하려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니 지나치게 가난한 천재작가의 작품을 사지마라.'입니다. 대부분 고흐처럼 죽을때까지 자신을 몰아 붙이며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포기한 화가의 그림은 대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죠. 


솔직히 세잔의 그림은 저에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 세잔에 대해 해설한 책이나 함 읽어보면서 감상해봐야겠습니다.  


라파엘 콜랭(Raphael Collin), 시(Poem)


라파엘 콜랭(Raphael Collin), 뮤직


어딘가 소설의 표지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입니다. 라파엘 콜랭은 일본과 한국 근대 미술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화가라고 하네요. 일본 근대회화의 선두주자였던 구로다 세이키가 그의 제자였고, 구로다 세이키는 또 고희동, 나혜석 등 한국 1세대 서양화가 (주로 일본 유학파)를 가르친 사람이거든요. 

폴 랑송(Paul Ranson), 디기탈리스(Digitales). 심령, 접신, 신화 등에 관심이 많았던 화가의 작품. 이쪽도 모험 이야기가 담긴 책 표지로 어울립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오리 새끼들(Duclkings), 셰익스피어 비극 오필리아를 그린 걸로 유명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입니다. 아이의 표정과 눈동자가 인상적입니다. 


폴 고갱(Paul Gauguin)의 화가 슬레빈스키(Slewinski)의 초상. 정말 구도 안맞추고 대충대충 찍은 티가 나네요. 아마도 이때 피곤했던 듯. 


폴 시냐크(Paul Signac), 생 트로페(Saint Tropez) 항구. 잘 그린 점묘화 그림은 항상 시선이 갑니다. 


알베르 글레이즈(Albert Gleizes), 추수탈곡(Harvest Threshing). 뭔가 힘차게 집단노동하는 그림이군요. 입체주의 그림이라 참 난해합니다. 알아 먹지는 못하겠는데 그림이 크고... 어딘가 맘을 끄는 구석이 있어서 찍었습니다. 


미로의 그림입니다. 단순하고 날로 먹는 것 같지만 어쩐지 어느 미술관에서도 눈에 띈단 말이죠.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커플. 피카소 그림이야 이해하기 어려우니 포기하구요. 


모네의 수련(Water Lilles), 뱃놀이(On the Boat) 폴 고갱의 브리트니의 풍경 등 이 미술관의 다른 대표작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습니다. 해외 전시를 위해 대여했거나 수장고에서 휴식중인 거겠죠. 꼼꼼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미술관을 들리는 것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코스여서 만족스럽더군요. 이전 글에서 설명한대로 미술관 내 카페에서 말차와 케이크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저녁을 먹으러 우에노 역으로 향했습니다. 


우에노에는 '동물원'이 있고, 이 동물원에는 귀하디 귀한 팬더가 있습니다. 우에노 주변 상점들은 저각권 비용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팬더를 캐릭터화해서 상품을 팔고 있구요. 우에노 공원과 우에노 역을 잇는, 야마노테선 위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의 이름도 '팬더 브리지'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지는 않았는데 다리 한쪽 구석에는 거대한 팬더 인형도 전시되어 있구요. 참, 뭔가 꾸며서 팔아먹는 것에는 도가 튼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리를 건너서 내려가면, 긴자선 우에노 역이 나타납니다. 긴자선으로 오모테산도 역으로 이동해서, 레페르베상스(L'Effervescence)에 가서 저녁을 먹을 예정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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