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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가든 유지 아지키(Sweets Garden Yuji Ajiki)는 여행객으로 방문하기에는 좀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일단 도쿄 시내가 아닌 요코하마에 위치해있는데, 관광객이 많이 가는 바닷가 쪽이 아니고 어중간한 내륙지역입니다. 제가 머물렀던 신바시에서 대중교통으로 대략 1시간 좀 넘게 가야 합니다.

1시간 1분 정도 걸린다고, 구글 맵에 떴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라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헤매다가 실제로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더군요. 제가 택한 경로는 호텔에서 - 오미나리몬 역까지 900미터 정도 걸어서, Mita라인을 타고, 히요시역까지 한 번에 간다음 그린라인으로 갈아타고, 키타야마다 (北山田) 역까지 갔습니다. 

환승역인 히요시역, 갈아타느라 좀 헤맸습니다. 

기타야마타는 관광명소가 없는 한적한 동네입니다. 요코하마 국제수영장(横浜国際プール)이 있긴하지만, 그걸 보려고 올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타베로그 점수 4.0대의 디저트샵이 있으니 저 같은 사람이 종종 오겠지요.

역 근처 자전거 정류장. 집에서 역까지 자전거로 와서 지하철로 출퇴근이라. 뭐 어디나 샐러리맨 삶이 다 그렇겠죠. 

외관. 동네 주민들이 주로 다녀가는 듯 자전거가 자물쇠도 없이 정차해 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로고는 뭔가 루이비통 폰트를 흉내낸 X자 두개가 겹쳐 있네요. 물어보니 XX처럼 보이지만 YA가 포개져 있는 모습이라고 하네요. Yuji Ajiki의 머리 글자이군요. 安食 雄二(아지키 유우지) 오너 쉐프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는 제법 넓은데, 아쉽게도 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제품 진열장으로 꽉 차 있어요. 정말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왼쪽은 케이크 진열장, 가운데는 롤케이크 진열장, 오른쪽은 구움과자 진열장. 하나의 샵에서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만든다면 대기업 체인점이라 공장제 제품으로 채우거나,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가게라는 의미겠지요. 

타베로그에서 '일본제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유지아지키의 롤케이크입니다. 아쉽게도 작은 사이즈로 팔지 않아서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몽슈슈 롤케이크보다 더 크고, 가격도 1,450엔 (2018년 당시 기준) 으로 싸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덩어리로 파는 케이크를 볼 때마다 도쿄에 케이크 친구를 만들어두고 싶습니다. 돈은 제가 내도 좋으니, 케이크를 먹으러 함께 돌아다니고, 함께 먹어줄 친구들이요. 혼자가면 아무래도 다양하게 먹을 수 없으니까요. 

 

파티셰의 블로그에 보면, 맘에 드는 수준의 스폰지를 만들기 위해서 돌가마를 주문했고, 나스고원에 있는 양계장으로부터 매일 오전 8시에 도착하는 계란을 받아 쓴다고 합니다. 크림은, 바닐라, 우유, 계란으로 만들고 단맛을 내기 위해 벌꿀도 쓴다고 하는데, 너무 크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노려야했습니다. 한입먹고 버리면 케이크에 너무 미안하니까요. 놔둘데도 없고.

일하는 분들이 쉴새없이 케이크와 빵을 굽고 있습니다. 

앉을 자리는 없어 아쉬운.. 차 한잔 하면서 먹어야 제맛인데.

색감, 장식도 다양하군요. 전부 먹어보고 싶지만 위장은 하나요 케이크는 많으니 별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것들만 챙겨올 수 밖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런 모양의 케이크도 만들고 있네요. 근데 뭔가 그로테스크합니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유지 아지키의 친구들이라는 캐릭터가 몇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곰입니다. 귀엽지는 않지만요. 

잼도 직접 만들어서 파는 듯 합니다. 뭐 일손이 많으면 가능하죠.

Saotobo Rouge? saotobo는 분화구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독특하게 생겨서 사먹어보고 싶었으나, 위장의 한계로 입맛만 다셨네요. 가격은 한국 케이크 생각하면 아주아주 저렴한 편입니다. 뭐... 요코하마에서도 외곽이니 임대료 부담이 적어서 그럴까요?

뭘 골라갈까요? 두근두근...

뭔가 떡 같은 것도 파는 거 같습니다. 먹어보진 않았네요. 그럴 맘도 없고. 

초콜렛 드링크까지. 뭔가 제품에 그림 설명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쉐프가 그림을 그리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아까 본 그로테스크한 동물 케이크가 바로 이 그림의 곰둥이 캐릭터를 구현한 건가봐요.

계산대 및 포장코너, 포장지 크기는 다양하지만 세련되진 않았습니다. 코코가 상영하던 시즌인가요? 지금 사진을 보고 알았는데 코코의 해골 그림들이 보이네요. 

가게를 나왔습니다. 어디서 먹을까요? 옅게 가랑비가 오는 날씨라, 공원에서 앉아서 먹기에는 좀 힘들었습니다. 

주변에 커피숍도 안보여서, 호텔로 다시 갈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한 시간 동안 케이크를 들고가기보다는 근처에 있다는 요코하마 국제수영장에 가서 먹기로 합니다. 어디 앉을 자리가 있기를 기대하며.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계단 친화적인 건물입니다. = 올라가기 싫더군요. 

도착. 하지만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계단으로 올라가서 둘레둘레 보다가...

이런 곳을 찾았습니다. 비가 오지만 이때는 마침 그쳤고, 바닥이 젖은 정도는 아니어서 여기서 먹기로 합니다. 

멀리 요코하마 항구, 대관람차가 보입니다. 

바로 앞, 대나무숲을 보면서 케이크를 먹습니다. 전망은 괜찮군요. 

돌 몇개를 의자삼아, 테이블 삼아. 전망 빼고는 누추하지만 여행중에 모든게 만족스러울 수 없는 노릇이지요. 

간결하고 기능적인 포장. 움직이지 않게 잘 고정되어 있고, 빈틈없이 냉동팩을 붙여줍니다. 멀리까지 가져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인데... 한국에서는 아직 호텔에서도 이런 기본적인 포장을 잘 못하죠. 

가을이라, 대부분의 샵에서 몽블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도쿄 여행 때가 9월 말이라 상당히 많은 몽블랑 케이크를 먹었는데, 완벽히 만족스러운 녀석은 없었습니다. 이 케이크도 마찬가지. 전체적으로 잘 만든 케이크였지만 밤크림의 질감이나 맛이 '긴자에서 여기까지 올'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먹기 편하긴 한데 이 전날 먹은 장 폴 애뱅의 몽블랑이 훨씬 더 제 취향이었거든요. 

 

결론적으로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맘에든 몽블랑은 장 폴 애뱅이었는데, 내부를 설탕공예 수준으로 달디달게 한 머랭으로 채워둬서 전체 밸런스는 엉망이었습니다. 겉에 밤크림만 먹고 속은 남겼을 정도로. 하지만 그럼에도 장 폴 애뱅이 훨씬 맛있게 기억에 남은 이유는 제가 케이크 맛 밸런스에 높은 점수를 주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바닐라 빈이 듬뿍 들어간 푸딩. 필시 나스고원에서 온다는 그 계란으로 만든 건데, 바닐라 향도 좋았고 나쁘지 않았지만 아주 훌륭하다까지는 아니었네요. 카스타드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라면, 파티스리 요코의 슈크림이 떠올라서 여기까지 와서 굳이 고를만한 디저트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일본 디저트의 약점이기도 한데, 강하게 후려치는 듯하지 않고 일부러 약하게 만드는 듯 하단 말이죠. 항상 '더 잘할 수 있는데 80%만 보여줄게'의 느낌이 나요. 

 

사실, 이 가게에서 파는 푸딩은 3종류가 있습니다. 이건 스탠다드 푸딩이고, 프리미엄, 저지 우유 푸딩이 더 있죠. 처음 방문이니까 스탠다드... 이렇게 여유 부리지 말고, 역시 저지우유로 만든걸 사왔어야 했어요.

자. 다음은 유지 아지키의 스페셜리테라는 '프로마쥬 크뤼' 케이크입니다. 덴마크, 프랑스산 두 종류의 크림치즈를 혼합해서 만든 케이크로, 460엔. 엔화가 1:10일 때는 참으로 부러운 가격의 케이크네요. 한국 케이크들은 요즘 퀄리티에 비해 넘 비싸져서. 

 

먹는  순간 박수를 칠만한 맛입니다. 와우. 훌륭합니다.

 

풍성한 치즈맛만으로도 행복했을텐데 이 케이크에서 감탄스러운 것은 크림과 조화를 이루는 스폰지 케이크에요. 스폰지 케이크 자체에서 뭔가 오래묵은 치즈같은 맛이 난단 말이죠. 그 두 가지맛이 잘 조화되면서 멋진 치즈맛을 입안으로 전달합니다. 밸런스에 점수를 많이 안주는 편이지만, 이 정도로 잡아주면 그야말로 감탄스럽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힘이 부족해요. 무슨 말이냐면 치즈케이크라면서 차를 안마시고 그냥 케이크만 먹어도 잘 넘어갑니다. 아이들도 먹을만한 치즈 케이크랄까요? 좀 더 파워풀했으면 좋았을텐데. 뭐 어쩌니 저쩌니해도 이건 오랜만에 맛보는 훌륭한 케이크입니다. 

역시 시그니쳐 케이크 중 하나라는 Fraisier. 딸기케이크, 피스타치오 크림을 강조한 케이크죠. 

위에 스폰지 케이크가 두껍게 있는데, 아까 프로마쥬 크뤼와 같은 스폰지 케이크를 썼더군요.

 

유지 아지키 케이크의 공통점이랄까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요. 적당한 당도. 크림도 딸기도 좋고, 무엇보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일품입니다. 뭔가 실수하나도 하지 않는 잘 정리된 연기, 무대를 보는 느낌인데, 맛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케이크를 차 없이도 잘 먹긴 하지만, 벌써 네 개째 먹었는데도 여전히 차 생각이 별로 안 났단 말이죠. 입을 씻는 정도로 먹고 있긴한데. 

 

고기를 못다루는 요리사와 초콜렛을 못다루는 파티셰는 가치가 없다. 고 생각하기에, 처음 방문한 샵에서는 항상 초콜렛을 사용한 케이크를 꼭 고릅니다. 스폰지 스타일 초콜렛 케이크보다는 글라싸주를 두껍게 바른 무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 케이크가 6종류의 초콜렛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서, 파티셰의 센스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다... 는 생각에 골랐습니다. 

초콜렛 스폰지, 초콜렛 무스... 딱 6층 맞네요. 음... 이건 별로. 다음에 가면 고르지 않을 듯.  

크림브릴레로 마무리 합니다. 푸딩과 크림브릴레 2개를 연달아 고르는 짓은 별로 안하는데, 계란 좋은 걸 썼다고 강조하길래 기대하고 구입했습니다. 음.. 푸딩과 같은 맛이네요. 굳이 둘 다 고를 필요는 역시 없었네요. 부드럽고 먹기 편한 크림입니다. 아주 진하지는 않고요. 

 

정리하자면 일본 스타일 케이크의 장점이 잘 보이는 케이크입니다. 밸런스가 뛰어나고 먹기 편합니다. 프로마쥬 크뤼는 정말 훌륭했고, 다른 케이크도 흠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만약 한 번 더 오게 된다면 프로마주 크뤼, 저지우유로 만든 푸딩, 그리고 스폰지 케이크 딱 셋만 고르게 될 거 같네요. 안먹어본 케이크도 많지만 어느걸 먹어도 '밸런스가 참 좋네. 먹기 편하네' 이 느낌만 있을 듯 해서요. 

 

요코하마에 있다면 고려해 볼만하지만 저로서는 도쿄의 그 많은 케이크 옵션을 버리고 여기 다시 오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도쿄에도 아직 못 먹어본 케이크가 엄청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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