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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한끼 식사로 유명한 음식은 단연 우육탕면입니다. 하지만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하는 제가 대만에서 점심으로 가장 즐겨 먹은 메뉴는 볶음밥, 또는 마장면에 만두를 추가해서 먹는 거였습니다. 배도 든든하고 가격도 저렴하죠. 


먼저 볶음밥. 대파, 당근, 새우, 돼지고기를 기름이 과하지 않게 잘 볶아냈습니다. 위 사진에서 밥위에 올라간 고기가루는 중국 발음으로는 루송(肉鬆)이라고 하는 놈입니다. 밥과 섞어 먹으면 좋은 맛내기가 되어서 심심한 맛을 보충해 줍니다. 대만 여행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녀석이지요.


딘타이펑의 볶음밥 만큼 여분의 기름을 제거하지는 못해 기름자국이 보이긴 합니다만, 느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대만에 오면 불맛 가득한 볶음밥을 팍팍 맛볼 줄 알았는데 동네 밥집을 여러군데 다니면서 먹어보았지만, 흔히 말하는 '불맛'과 같이 과한 열이 가해진 느낌을 가해진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딘타이펑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여분의 기름을 잘 제거해서 볶아내서 느끼한 맛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볶음밥이 심심하긴 하지만 한국식으로 말하는 불맛이 가득한 볶음밥보다 먹기 편하고 좋습니다. 중식에 대한 이해가 짧기 때문에 양주식은 불맛이 없고 광동식은 불맛이 강하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같이 간 중국분들은 우리네 말로 불맛나게 볶아내는 건 오히려 기술이 없어서라고 하더군요. 즉 진정한 불맛이란 여분의 기름을 날려버려서 고슬고슬하게 만드는 거랍니다. 우리가 흔히 불맛이라고 표현하는 놈을 중국에서는 鑊氣라고 하는데, 뜨겁게 달궈진 무쇠 냄비와 볶음 거리가 만나서, 순식간에 기름이 증발해버리는 기술이라고 하네요. 어쨌든 이런 내용들을 대만 분들과 원활하게 대화를 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서러 못하는 영어로 어버버버) 제가 만났던 대만 분들은 한결같이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점심으로 자주 먹은 마장면, 깨로 만든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도심지가 아니라 타이뻬이 좀 변두리 지역에서는 한 그릇에 2000원 정도 했는데, 양은 조금 적지만 가격도 좋고 맛도 좋은 메뉴였습니다. 여기에 개당 200원 정도하는 만두 5~10개 추가하면 정말 호화로운 점심이죠. 4,000원으로 배부르고 맛있게. 서울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죠. 


대만에서는 군만두 하는 집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찐만두, 물만두 하는 집은 정말 많았는데 꿔티에 하는 집을 찾기 쉽지 않았네요. 뭐 찐만두도 맛있었으니 군만두를 먹지 못해 아쉽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산동가서 진짜 본고장 꿔티에를 먹을 일이 있겠죠. 위 사진은 산동식 찐만두로 유명한 복대산동증교대왕(福大山東蒸餃大王)이라는 가게의 간판을 찍은 것입니다. 미스코시 백화점이 있어 한국인들도 자주 들리는 중산역(中山) 부근에 있습니다. [위치는 구글맵을 참조하세요]


간판은 줄여서 복대수교관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대중식당이 흔히 그렇듯, 외관은 한국의 허름한 식당과 별 차이 없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좁디 좁은 조리실에서 열심히 만두를 빚는 모습이 보입니다. 


점심 때 식당은 언제나 꽉꽉 찹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인 손님은 벽에 있는 일인용 자리에 앉거나 합석해야 합니다.


찐만두를 시켜 봅니다. 한자만 알면 만두 주문은 어렵지 않습니다. 찐만두는 蒸餃, 물만두는 水餃라고 씌여 있습니다. 湯餃라는 메뉴도 있는데 다들 잘 아시는 만두국을 말하죠. 찐만두 가격은 10개에 85 대만달러, 개당 320원이 조금 넘는데, 먹어본 찐만두 중 제일 비싼 축에 속했습니다.


육즙이 가득한 찐만두.

한장 더!


소롱포와 마찬가지로 생강과 간장, 혹은 쌀식초와 먹습니다. 이건 다른 집의 만두 사진.


허름한 산동 만두집. 山東餃子館. 대만 어딘가에 있습니다.^^ 외곽이라 여기 가실분은 없으실테니 위치는 말씀 안드리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거의 모든 만두집에서 만두는 직접 빚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김밥천국에서 제대로 만두를 빚고 있는 겁니다. 안먹으면 손해죠.


교외 먹자골목의 가게여서, 넓지는 않고 초라합니다. 한국의 허름한 식당에 비해 좋은 점은 술마시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기본적으로 허름해도 금연이라 담배 냄새도 없습니다. 


만두만 먹는게 아니라 반찬도 같이 집어와 먹는게 일반적입니다. 대만은 공짜 반찬이 거의 없어서 모두 돈 내고 먹어야 합니다. 생강 정도가 공짜일까요?


찐만두 집 앞에는 항상 이런게 있지요. 쉴새없이 만두를 쪄내고 있습니다.


제대로네요. 이 집 만두는 개당 200원 꼴이었는데, 위의 유명하다는 복대산동증교관에 별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찐만두는 동네에서라도 좋은 집만 찾으면 굳이 도심의 유명한 집에 갈 필요가 없을 듯 하네요. 대만 친구가 있으면 주변에 제대로 된 교자를 파는 집이 있는지 좀 물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만두 말고 다양한 반찬들과, 루웨이들도 있습니다. 보는 눈이 즐겁네요.


다시마, 내장도 있구요. 루웨이는 대만에서 인기있는 먹거리중 하나인데요, 재료를 위와 같이 한약재 등이 들어간 국물에 삶아서 파는 음식입니다. 보통 위의 내장, 오뎅, 두부 등을 취향에 맞게 주문해서 면에 얹고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야시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가게는 대만으로 치면 김밥천국에 해당하는 팔방운집(八方雲集)이라는 체인점인데요, 가격 착하고 먹을만한 메뉴가 많습니다. 가격대에 비해서 주방, 서빙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 사진에서만 직원이 다섯 명인데 이게 다 가 아닙니다. 한 분은 물만두만 만드는 등 나름 전문적인(?) 역할 분담도 있는 듯 합니다. 먹거리 물가가 이리 좋으니, 관광하기는 참 좋은 곳 같네요. 


팔방운집에서 가장 자주 먹었던 검은깨 소스 마장면입니다. 저는 이걸 좋아해서 대략 사흘은 점심에 무조건 이걸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만두를 10개 한접시 씩 시켜야 하는 집도 있지만, 개당으로 시킬 수 있는 집도 많습니다. 다만 한 두개는 잘 안팔더군요.


대만의 먹거리 물가는 참 저렴합니다. 관광객에게는 참 좋은 일인데 대만 사람들(요식없이나 식재료 업계 종사자들)도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관광객으로는 2~3000원이면 맛있는 만두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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