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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딘타이펑에는 갈 마음이 없었습니다. 현지 친구 소개로 항주샤오롱바오를 먼저 들렸고, 상당히 맛있게 먹은터라 굳이 딘타이펑을 갈 필요가 있냐는 느낌이었거든요. [항주 샤오롱바오를 다녀온 이야기]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유명한 레스토랑을 다녀오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어서 결국 혼자 다녀왔습니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건 참 힘들군요. 어쩔 수 없죠.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오피스에 있는 분들은 '술이나 한잔 하자! 호텔가서 그냥 쉬자!'는 분들이라.


동문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입니다. 붉은색에 흰색 간판, 가까운 간판은 신동양, 좀 멀리 있는 간판이 딘타이펑입니다. 멀리래 봤자 코 닿을 곳입니다만.


딘타이펑 본점. 101 빌딩점을 많이 찾지만 여기가 아무래도 본점이니 이쪽으로 왔습니다. 융캉제에 가깝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구요. 융캉제에 언제오겠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여행으로 나가는 게 아니고 비지니스로 나간 경우는 어쩔 수가 없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됩니다. 위에 나온 숫자가 대기 번호입니다. 


만두돌이 라고 해야 할까요? 18겹 주름을 가진 소롱포 동자(?)가 마스코트입니다. 귀엽네요. 일본의 영향인지 몰라도 대만도 이런 캐릭터 산업이 매우 발전했다고 합니다.


메뉴에 한글이 나와 있습니다. 직원분들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건 아니고, '한글 메뉴 있어요.' 와 같은 간단한 대사를 암기하고 계십니다. 


평일이지만 역시 좀 기다려야 자리가 났습니다. 바로 옆에 서점이 있어 잠시 돌아다녀 봅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싱가포르 이광요 총리에 대한 책이 나와 있더군요.


2층 좌석으로 안내되었습니다. 대기할 때 주문표에 체크해서 주문할 수도 있고, 2층에서 추가 주문도 가능합니다.


가장 기본인 샤오롱바오가 나옵니다. 혼자니까 이걸 다 먹기 위해서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먹어야 합니다. 


새우와 돼지고기 쇼마이. 항주샤오롱바오에서 먹을 때, 새우의 퀄리티가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딘타이펑은 그 아쉬움을 없애주는 군요. 딘타이펑이 더 좋습니다만 이날 계산한 가격은 항주샤오롱바오의 2배가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냐? 비싸지만 좀 더 괜찮은 맛이냐?의 선택이군요. 


게살과 돼지고기 샤오롱바오. 보통 게살이 든 소롱포는 구분하기 위해 위에 뭔가 표시를 해주는 데, 여기는 그게 없더군요. 설마 저 바닥의 미처 떼내지 못한 껍질 같은게 표식일리는 없겠죠?


많은 분들이 꼭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주문했던 볶음밥. 꼬들거리지 않고, 기름 사용이 억제된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불맛은 나지 않습니다. 양주식 볶음밥으로 보니는데 메뉴판에는 특별히 양주식 어쩌고 표기가 되어 있지는 않네요. 솜씨가 나쁘지 않네요. 밥 알이 뭉그러져 있거나, 기름이 과한 부분이 없습니다. 한 입 먹고 남긴 건 포장해 달라고 해서 가져와서 밤참으로 먹었습니다. 혼자서 먹는 경우, 이런 전략도 필요한 법이죠.


꽁신차이. 야채는 하나 쯤 있어야죠. 역시 남겨서 다음날 볶음밥과 비벼 아침밥으로 먹었습니다


새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완탕을 매운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입니다. 새우가 탱탱하고 한국인 입맛에 아주 잘 맞을 듯 하네요. 새우 맛을 느끼는 데는 쇼마이보다 이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딘타이펑에서는 물론 소롱포가 첫째지만 이 메뉴도 위장이 허락하면 시키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시킨 메뉴. 시킬까 말까 고민하다 한 번 시켜본 송로버섯이 들어간 소롱포입니다. 엄청 고가입니다. 써봤자 운남성 송로버섯을 썼겠지 했는데 물어보니 분명히 프랑스산 송로버섯을 썼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출장 가기전 압구정 어딘가에서, 송로버섯 좀 잘라주는 데 30,000원 추가로 파스타를 먹은 기억이 나네요. (예. 알아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그걸 생각하니 개당 3,600원은 갑자기 싸보이더라구요. 지금도 혼자서 뭔 배짱으로 저걸 시켰어?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소롱포 한 점에 3,600원 정도 합니다. 대만에서 저 가격이면 약간 교외에 가면 국수 한그릇에 한 개 이백원 정도 하는 산동식 만두를 열 개 정도 시켜서 배터지게 먹을 수도 있어요. 송로버섯 (Truffle)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먹어보니 제법 느낌이 나더군요. 


먹기전에, 간장이니 생강이니 전부 가져가더니 차를 한잔 가져다 줍니다. 입을 행구고 찍어먹지 말고 순수히 소롱포 맛만 보라고요. 시키는대로 한 입 먹어보니.. 분명 송로버섯의 향기가 입안에 가득 느껴집니다. 물론 송로버섯이 들어가서 소롱포가 한 층 새로운 맛이 나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단순히 송로버섯을 잘라서 요리위에 뿌려서 먹는 방법도 있지만 스프를 활용하는 것도 송로버섯의 향기를 느끼기에는 괜찮은 방법인거죠. 폴 보큐즈에서 먹었던 Truffle soup V.G.E가 생각나는군요. [폴 보큐즈 이야기는 여기]


정말 잘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내려오는 길에 주방이 열려 있어서 우연히 만드는 걸 구경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거둔요. 그러고보면 대만의 경우는 대부분 식당에서 주방, 홀의 인원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 분식집에서도 역활이 잘 분담이 되어 있었고요. 한 아주머니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야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환경이죠. 위의 영상은 소고 백화점의 딘타이펑에서 촬영한 겁니다. 소롱포를 만드는 장인이 정말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피를 빗고 계시더군요.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융캉제의 스무시로 망고 빙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아! 분명 모순이 있는 문장이지만, 디저트 먹을 배는 따로 있는 법이지요. 대학시절 술을 좋아하는 동기들에게 걱정되서 조금씩 먹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동기들 왈 "술은 근성으로 먹는거야."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맞아요. 디저트도 근성으로 먹는 겁니다. 어쨌든 딘타이펑 --> 스무시는 뭐 광광 코스가 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융캉제 거리입니다. 얼핏 보면 왜 이 거리가 유명한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치면 홍대거리만큼 개성있는 가게들이 즐비해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밤에 잠깐만 돌아다닌거라 융캉제는 그냥 다녀와본 수준이고 제대로 둘러본 게 아니래서 뭐라 말할 수 없으니 패스합니다.

15번지에 있다고 해서 융캉제 15호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도라에몽이 창가에서 내려다보고 있네요. 뭐지?

도라에몽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유명 가게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홍보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뭐 추억의 만화지만 제가 도라에몽을 대만에서 볼 일은 없겠죠. 음성은 일본어. 자막은 중국어일테니. 


메뉴는 이렇습니다. 아이스 몬스터에 비하면 좀 싸네요. 한글로도 메뉴이름이 나와 있는 걸 보니 얼마나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지 알겠네요. 


수가 준비되었습니다. 양이 상당하네요. 


망고의 양은 많지 않습니다, 얼음은 우유 얼음. 맨 위에 우유 푸딩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솔직히 태국 Siam Paragon에서 극상의 망고를 먹었기 때문에 그 망고에 못미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를 먹을 때 애플망고를 굳이 빙수와 먹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 처럼요. 하지만 이 때는 솔직히 혼자 이걸 먹느라 배가 불러서 맛을 평가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이 때 배터져 죽는 줄 알았거든요. 어쨌든 딘타이펑 딤섬, 스무시 망고로 이어진 잘 먹은 하룻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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