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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일하러 갔을 때 소개 받은 집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타이베이 북쪽 구석에 위치한 허름한 집이 었는데, 지금은 나름 번화가인 송산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습니다. 한적한 곳에 숨겨진 가게가 사라져버려 아쉽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레벨의 가게이긴 했어요. 서양인(어느 나라인지는 모름)과 대만 파티셰가 결혼하여 차린 가게로 짐작되는데,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는데 맛은 괜찮았거든요. 가성비로는 한국에서 따라올 가게가 없겠다고, 대만 제과 수준을 다시 보게 해 준 가게이기도 하지요. 


시후(Xihu)역입니다. 역 2층에 상가가 있었고, 거기 구석에 작은 가게였어요. 지금은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송산에 번듯한 매장 사진이 뜨네요.


어떤 분위기냐면, 남대문 시장 건물내 지하 푸드코트와 비슷. 이런데 제대로 된 케이크 집이 있을리가 없다고 소개 시킨 친구를 엄청 구박하며 따라갔습니다.


상가 한쪽 구석에 1평 남짓한 가게가 매장의 전부였습니다. 매장 내에는 굽는 장비가 안보이고 냉장고 뿐인 걸로 보아 작업장은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두 분이 파티셰이고, 오후에 가면 대부분 알바하는 판매원이 1명 있더군요. 가게가 작아서 부근 작업 공방(아마도 집?)에서 조금씩 계속 작업해서 매장에서 파는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꺄뉼레와 몇종의 쿠키가 보이네요.


위층에는 굽기 쉬운 파이, 마카롱, 아래 층에는 초코렛 음료와 키쉬 종류가 좀 있네요. 제품 전략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저런 작은 케이크 냉장고에서 섬세한 무스류나 티라미스는 오랜시간 보존하기 어렵지요. 마카롱을 미리 포장해 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가게 규모에 비해 제품이 꽤 많은 건 불안하더군요. 척 보니 마카롱이 인기가 높아 빨리 떨어지고, 파이류는 종류에 따라 호불호가 있어서 잘 팔리는 건 빨리 빠지는 듯 해보였습니다. 파이 종류는 갈 때 마다 조금씩 바뀌었는데, 아마도 시범작인 듯한 모양입니다. 따라서 선택에 따라 완성도와 맛이 차이가 나더군요. 작은 가게에서 시범작이 맘에 안든다고 안팔고 버리긴 힘들겠죠. 하지만 손님을 몰모트로 쓰는 거와 마찬가지니... 신제품이라고 주인이 말하면 고르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마카롱 종류는 여섯개, 지금은 더 늘어났을지 모르겠네요. 가성비가 태국의 Dhara Dhevi, Duc de Praslin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괜찮은 솜씨입니다. 왼쪽위부터초콜릿, 레몬(檸檬), 녹차, 밤,  캐러멜(焦糖),   마지막으로 딸기(红果莓)입니다. 红果莓가 정확히 딸기는 아닌데, 우리 말로 번역이 어렵네요. 사전에도 정확한 단어가 없고. Dingleberry라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건 위의 6종에 없는 메뉴. 여러개를 짬뽕 시킨 듯 해요. 먹어보고 나서 꽤 괜찮게 만들었네. 하고 데려간 친구에게 사과했습니다. 


캐러멜 마카롱. 마카롱 전부 입에서 씹히는 질감, 녹는 느낌, 맛이 분명했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번화가로 옮겼으니 좀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종류 별로 다 먹어봤지만, 굳이 전부 사진으로 올릴 필요는 없겠죠. 이렇게 말하면 카톡으로 라뒤레와 비교하면 어때요?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분이 있는데요 물론 냉동해서 한국에 들어온 라뒤레 보다는 맛있어요. 하지만 프랑스 현지의 라뒤레나 피에르 에르메와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제 라뒤레 마카롱에 관한 기억은 10년간 동경하던 마카롱을 파리 현지에서 먹었기 때문에 감격 그 자체로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정히 두 맛을 비교할 자신이 없네요. 그냥 가성비로는 절대로 우위라고 말씀드리지요. 뭐 가성비는 태국쪽이 더 허더더했지만.


 

꺄눌레. 나쁘지 않습니다. 


파이류를 사면 이런 식으로 포장해 주는데, 청백적 저 색이 프랑스 국기 색이긴 해도, 제과에서는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색입니다. 뭐 한국에서도 멋대로 쓰는 걸 봤지만. 프랑스에서 '명장' 혹은 '인간 문화재' 정도로 인정받아야 얻는 칭호인 MOF를 상징하는 색이거든요. 양심이 있다면 MOF가 아닌 해외 제과점이 멋대로 저걸 쓰는 건 도둑질이나 다름 없는 짓거리죠.


파이는 모두 4종류를 먹어봤습니다. 이게... 사과파이였나. 뜬금없지만 라면에 비교하자면, 파이는 면, 사과는 고명에 비교할 수 있을텐데 이 집 특징이 고명이 참으로 튼실하다는 점이에요. 양이 많지요. 그에 비해 파이 반죽은 좀 약합니다. 물론 나쁘지는 않아요. 버터가 듬뿍 들어갔고 허투루 만든건 아닙니다. 하지만 파이를 구웠을 때 나오는 구수한 맛은 좀 부족합니다. 사이즈가 작은 파이라서 충분히 굽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뭐 어쩔 수 없지요. 그걸 보충하려고 버터의 양을 늘렸던 것 같습니다. 뭐 하지만 이태원인가 거기있던 기억하기도 싫은 극악한 파이집에 비하면 천사의 맛이라 할 수 있죠. 좀 부족하다는 거지 괜찮은 파이반죽입니다. 


레몬 파이. 하나만 고른다면 이걸 추천하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맛이라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이 집은 이전하고 가격도 올랐을 거 같아서 블로그에 안쓰려고 했는데, 서울 포시즌즈 광화문에서 유자크림 케이크를 먹다, 대만에서 먹은 맛있는 레몬파이가 생각나서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이건 비 추천. 견과류 다루는 솜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듯 합니다. 밤 버터 크림의 맛이 그다지.... 


헤이즐넛이던가 체슈넛 파이였던가? 위에 올려진 마롱 글라셰의 상태만 봐도 짐작이 가시겠지만 맛 보자마자 버리고 싶은 레벨이었습니다. 짧은 대만 일정동안 자주 갔었는데 (숙소가 이 근방이어서) 3번째 갔을 때 오늘의 기대작이라면서 권해주길래 사먹어 봤는데 정말.... 헤이즐넛 파이로 따귀를 때리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완성된 게 아니고 레시피를 실험하는 단계 인듯 싶더군요. 지금은 저와 같은 선량한 피해자들을 발판삼아서 레시피를 완성시켰을지도 모르겠네요


가게 이름으로 위치 검색하면 나오니, 특별히 위치를 따로 알려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가성비가 괜찮은 집이 었는데 송산 번화가로 옮겼으니 아마 가격은 조정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격이 올랐다면... 솔직히 가기를 망설일 듯 하네요. 송산은 우바오춘도 있고 좀만 걸어가면 앙 주어 파리라고 제가 블로그에 쓴 더 산뜻한 집도 있거든요. 

우바오춘 링크

앙주어 파리 링크

참고만 하시고 지나가다 우연히 눈에 띄면 '인연이네' 하고 들어가 볼 정도는 되며, 절대로 '기대작' 어쩌고는 드시지 말기 바랍니다. 관광객이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제과점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

http://maisongourmande.pixnet.net/blog

https://www.facebook.com/%E5%90%83%E5%90%83%E5%96%9D%E5%96%9D-MAISON-GOURMANDE-178839212199129/timeline/


제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양인데, 둘이서 여러 제품을 만들다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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