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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간 이야기를 써야겠지만 사진이 너무 많아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저녁 먹은 이야기를 먼저 씁니다. 



도착한 다음날 스케줄은 좀 하드했습니다. 아침 먹으러 블루잼 카페에 갔다가 (완전 실패였죠), 누베 아티잔 아이스크림에서 가볍게 입가심하고, 멜로즈 스트리트의 벼룩시장을 땡볕에 돌아다녔더니 완전 녹초가 되어, 방으로 돌아가 피곤해서 점심도 건너뛰고 좀 잤습니다. (세상에, 점심을 안먹다니. 10년에 한 번 있을 일이네요) 뭐 나중에 LACMA에 갔다가 간식을 좀 먹었죠. 어쨌든 LACMA에 가서 미술품 구경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이쁘게(?) 옷을 갈아입고 프로비던스(Providence)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로스엔젤레스에는 미슐랭 별 셋은 없고 별 두 개가 셋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입니다. 오랜만에 미슐랭 별이 달린 식당에 가보았네요. 


로스엔젤레스에 있을 때가 만월 시기여서 저녁만 되면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려있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늑대로 변하지는 않았구요. 


프로비던스 입구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분위기입니다.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고급 콘도처럼 보이는 입구에요.


안에 들어 가서 자리로 안내받았습니다. 별이 둘 달린 식당답게 안내나 서빙은 최상급. 편안히 즐길 수 있게 배려해줍니다. 


건물 외관도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내부 인테리어도 별 다른 건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밋밋하게 하는건 좀 미안했는지 쓸데없이 천정에 이런 장식을 달아 두었네요. 2014년 5월에 리모델링했다고 하는데, 이때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회사가 House of Honey 라고 Los Angeles에서는 나름 그쪽에서 먹어주는 회사라고 합니다. 어쨌든 해산물이 장점이 있는 식당이니까 바다의 이미지를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로 해석해서 인테리어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뭐 어디가 바다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문 기자가 찍은 좀 제대로 된 사진입니다. 저는 자리에 앉아서 찍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각도가 나오질 않아서 라고 변명해 봅니다. (출처: LA Times). 뭔가 초등학생들이 한 종이오리기를 좀 큰 규모로 잘 한 분위기인데, 뭐 별 관심 없어서 밥 다먹을 때 까지 다시 쳐다보지도 않은 듯 해요. 별로 멋이 없었거든요. 


뽀글이 샴페인을 시켜봅니다. 크뤼그 그랑 뀌베(Krug Grande Cuvee)를 글래스로 팔길래 시켜봤는데 맛은 그대로였다고 합니다만, 병을 딴지 좀 되었는지 기포가 약하더군요. 뭐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크뤼그 그랑 뀌베를 글래스로 파는데 안시킬 수도 없었고. 새거를 뜯으라고 하기도 미안한 술이어서요. 그나저나 난 술을 마시지도 않는데 왜 저런 비싼 술을 주문했을까요?


첫번째 아뮤즈 부쉬, 한 번에 가져다 주지 않고 하나씩 서빙해 줍니다. 민트 모히토(Mint Mojito)라는 이름이 있는 것처럼 모히토를 젤리로 만들어서 가져왔습니다. 프로비던스는 철마다 전채를 바꾸는데요 어느 경우든 첫번째 전채는 항상 알콜이 들어간 음료를 기반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칵테일을 농축시켜 한입거리 스푼푸드로 만들어 먹는 느낌, 즉 웰컴 드링크란거죠. 먹어보지 않았으니 소감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얘네들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는 민트 잎이 아주 예쁘게 올라가 있는데 저희 테이블에 가져온 음식은 아주 이파리가 성의없이 가져왔네요. 별 둘 식당에서는 하면 안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음 부터는 좀 예쁘게 해서 줬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타코(taco). 초밥을 타코 느낌으로 해석한 메뉴라고 합니다. 북해도산 가리비 관자가 잘 안보이지만 조금 들어가 있고, 초밥처럼 쌀이 주재료입니다. 위에 올려져 있는 알갱이는 쌀 튀김이에요. 튀밥이라고 해야 하나?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기 위해 올려둔 거라고 하네요. 타코에서는 밀가루나 옥수수 전병으로 싸먹지만 이건 연꽃 종류의 이파리로 싸먹는 게 좀다릅니다. nasturtium이라는 식물의 잎이라고 하는데 연꽃 비스므리 하다고 합니다. 향이 나름 나쁘지 않아서 재미있는 느낌이 납니다. 


먹어본 소감은? 뭐 긴 코스요리에 한 두개 쯤 이런 게 섞이면 재미있긴 하겠지만 먹는걸로 장난치면 싫다 입니다. 가격 문제로 북해도산 가리비 관자를 많이 줄 수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재미있는 식감보다는 제대로 된 조개맛을 보고 싶습니다. 프랑스 요리를 많이 먹어본 지인이 제가 이런 말을 하자 말씀 하시길 "그런 느낌만 좋다고 하면 스시 코스를 먹어야지. 그와는 다른 느낌도 한 번 좋아해보게"라고 이야기하는데 뭐 결국 돈 많이 벌어서 더 자주 먹어봐야 이런 코스간에 수평적 비교를 좀 해볼 수 있고, 즐거움도 더 느낄 수 있고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 빵위에 레몬과 계란으로 만든 크림을 올리고 연어알로 장식했습니다. 원래는 빵 대신 연어껍질을 줬다고 하는데요 그게 더 맛있을 거 같은데 아쉽네요. 연어알 촉감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채, 해물탕이라고 해야 하나요? 헬리벗(Halibut) 수프입니다. 우리네로 치면 광어라고 해도 되는 Halibut이라는 생선의 뼈와 생선살로 육수를 내고, 버터와 올리브 오일, 완두콩(Petit Pois)으로 맛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좋더라구요. 먹고나니 속이 든든해 집니다. 흠. 이 생선의 생선살은 그리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스프로 만드니 풍미가 일품이네요.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전채 메뉴가 나왔군요. 와규 시가렛(Waygu Cigars). 저 패스트리 안에 미야자키산 와규 졸임(Braised)이 들어있습니다. 재미있고 괜찮은 맛이네요. 


올리바(Oliva)는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시가 회사입니다. 뚜껑까지 완벽하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네요. 


이제 코스 시작합니다. 테이스팅 메뉴($220)를 시키지 않고 가장 싼 4가지 코스($90)를 시키고 단품을 몇 개 더 주문했습니다. 이건 코스 첫번 째 메뉴. 광어회입니다. 영어로는 Fluke Sashimi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미 서부해안이 아니라 동부 해안에서 가져오는 거라고 하네요. Fluke를 가자미라고도 번역하는 사람도 봤는데 적어도 이 메뉴에 적힌 Fluke는 '광어'를 가리킵니다. 미국 주요 레스토랑에서 쓰는 Fluke 대부분은 동부 매사추세스 주 Nantucket라는 지역에서 잡혀오는데요 거기서 초밥 요리사들이 많이 주문한다고 Sushi Fluke라고 불리는 물고기입니다. 


산미를 강조한 그린 토마토와 몸에 좋다고 캘리포니아에서 요즘 많이 먹는다는 바닷말(red ogo). 자두, 뭔가 색감을 맞추기 위한 파란 식용꽃이 들어갔습니다. 위에 올라간 식물은 아까 타코에 나왔던 nasturtium의 어린 잎입니다. 회 맛은 괜찮았습니다. 


버터와 소금을 같이 줍니다. 빵은 버터보다 소금을 조금씩 올려서 먹는게 더 좋았습니다.


빵은 나쁘지 않았지만 한 두 입만 먹고 얌전히 남겨 두었습니다. 더 이상 빵을 리필하면서 코스를 다 싹슬이 할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요.


계란과 성게알 조합. 추가 주문한 메뉴입니다. 계란, 성게알, 거기에 버터와 샴페인이 들어가서 굉장히 복잡한 맛을 보여줍니다. 위의 조각들은 100% 성게는 아니고 작게 썰어둔 브리오쉬 크루통이 좀 들어가 있습니다. 전 별로였지만요. 


프로비던스 홈페이지에 보면, 쉐프 Cimarusti는 최고의 해산물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He is completely dedicated to procuring the finest sustainable seafood)라고 써 있는데요, 이 성게는 좀 실망이었습니다. 반숙보다 더 날것상태의, 즉 살짝만 열을 가한 계란에 산타 바바라산 성게를 넣었는데요, 뭐 어떻게 보면 계란말이 우니의 조합을 좀 더 별 두개 레스토랑 답게 세련되게 풀었다고 봐도 되겠지요. 하지만 그다지 맛은 없었습니다. 운이 나빴는지도 모르지만 제가 먹은 이 성게는 그렇게 크리미하고 맛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바닷가재 요리, 추가 주문한 메뉴입니다. 왼쪽은 시금치. 오른쪽은 오레건 주에서 캔 모렐 버섯입니다. 둘 다 멋지게 조리가 되어 있고 크리스피한 브리오쉬위에 올라간 게 바닷가재 살입니다. 안쪽은 순수한 살코기를, 그 겉은 내장과 살로 무스를 만들어서 소스처럼 말았습니다. 바닥에는 훈제한 깨와 기름이 소스로 뿌려져 있습니다.


시금치 맞나? 올라간 꽃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먹은 요리 중 가장 괜찮았습니다. 다음에 또 가면 한 번 더 주문할 듯.


코스의 두번 째 메뉴입니다. 원래 Santa Barbara에서 잡힌 새우 요리가 나와야 하는데, 이날 주문이 많았는지 다 떨어지고 다른 생선 요리를 가져왔습니다. 이 집 새우가 맛있다고 해서 꽤 기대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생선은 농어였던 것 같고 문어다리, 전복이 좀 들어가 있었습니다.  


와인을 바꾸고. 뭐 저는 술을 안먹으니 동행분만 홀짝 홀짝. 제가 시킨 A5 스테이크와 같이 먹게 Bouchard Pere & Fils 도멘의 Beaune du Chateau 1er Cru를 주문했습니다.


역시 추가 주문한 푸아그라. 달고 산미가 강한 플럼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뭐 맛이야 푸아그라 맛이죠. 


메인 메뉴인 일본 와규 스테이크입니다. A5라고 일본에서 마블링 기준으로 최고 등급인데, 보시는 바와 같이 살 코기는 거의 없고 지방의 향연이죠. 주로 미야자키 쪽 소를 쓴다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듯이 사라집니다. 뭐 좀 씹어야 하긴 했지만요.


곁들여진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도 아주 좋았습니다.


곁들여진 콩은 영어로는 Broad Beans (넙적한 콩). 원 이름은 파바스(favas)라고 합니다. 콩 껍질 채로 구운다음 다른 야채와 꽃을 함께 가니쉬로 곁들여 두었네요. 저 콩이 제법 맛있어서 하나하나 주워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동행한 분이 메인으로 주문한 연어요리. 알래스카에서 잡힌 King Salmon의 뱃살이라고 하네요. 저도 조금 나눠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연어 중 최고 였습니다. 뭐 제가 연어라는 생선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건 맛있었네요. 연어껍질만 튀겨서 곁들여 주었는데 이것도 좋았습니다. 


올라가 있는 것은 그린 아스파라거스와 어린 purslane (쇠비름), chanterelle라는 버섯이 올라가 있네요. 향초 같은 게 좀 더 들어갔나 싶은데 뭔지 이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메뉴에 안 써 있어서요. 


Harry's Berries Strawberry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디저트인데, Harry's Berries는 캘리포니아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딸기 농장이라고 합니다. 해리 이와모토라고 미국계 일본인이 창업한 농장기반의 회사인데, 지금은 그 딸이 남편과 함께 딸기를 키우고 있다고 해요. 지역 재료를 쓴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농장주를 함께 표기하는 듯 합니다. 가비오타(Gaviota)라는 딸기 품종인데 뭐 미국 딸기가 흔히 그렇듯이 당도가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당도가 높은 품종만 키우려고 해서 문제인데 이쪽은 맛과 향의 균형을 중시한 품종이 인기라고 해요. 


그런데 먹고나서 와~ 하는 느낌을 가져본 디저트가 최근 1년간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건 먹고 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디저트를 잘 만들지? 역시 전에 살아본 텍사스 촌구석과는 완전 다르네요. 딸기 아이스크림은 먹어본 딸기 아이스크림 중 최고로 꼽을 만하고 밑에 깔려있는 엘더플라워(녹색 꽃 이파리)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도 극찬한 당뇨와 노화방지에 좋으며 의 향, 식감과 잘 어울립니다. 라임과 바질 커드가 올라가 있고 약간 녹색으로 덜 익어 보이는 딸기(Green Strawberries)는, 익어도 녹색인 품종이 있는 줄 알았더니, 진짜 덜익은 겁니다. 이런 덜 익은 녹색 딸기를 쓰는게 미 서부 레스토랑에서 자주 시도되고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이 맛의 조합은 진짜 괜찮았습니다. 이날 코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바닷가재도 좋아지만 음~ 그 보다는 이쪽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진짜라니까요!


쁘띠쁘루를 조금 가져다 주는 군요. 초컬렛, 망고 + 파인애플로 만든 마카롱, 라즈베리 젤리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땅콩 버터맛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하나하나가 다 제법 맛있었습니다. 초콜렛은 평범했지만 마카롱이 기대보다 맛있어서 놀랐네요. 이걸로 모든 코스가 끝났습니다.


계산을 마치니, 내일 아침에 먹으라고 머핀을 사람당 하나 씩 싸주더군요. 이런 배려 좋네요. 버터가 듬뿍 든 맛있는 머핀이었습니다. 다음날 LACMA를 한 번 더 갔는데 가서 걸어다니다 간식으로 먹었더니 좋더군요. 


별 둘을 값을 하네요. 물론 가격도 그만큼 했고요. 팁까지 대략 $500 정도 썼던 것 같습니다. 다음 번 엘에이에 갔을 때 또 들려볼까요? 그건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별 둘 레스토랑도 경험해 보고 싶지만 이 다음날 저녁을 먹은 애니멀(Animal)을 훨씬 더 가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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