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궁전의 아름다움은 나무와 물의 조화에 있는 듯 합니다. 궁전 내부는 섬세한 조각으로 정교함을 살리고자 했다면, 궁전 바깥은 나무와 물을 조화롭게 배치해서 시원한 느낌을 주려했던 걸까요? 하기사 나그네에 불과한 저도 이렇게 정원을 보고 시원한 느낌을 가지는 데, 업무에 지친 몸을 달래고자 이 정원을 찾은 무어왕국의 왕들은 얼마나 이런 광경에 기꺼워 했을까요? (이게 다 내땅이야! 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겠죠?^^) 싱그럽다. 라는 형용사가 그렇게 잘 들어 맞을 수가 없어요. 한국 정원에 물 하면 연상되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냇물인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있습니다. 너무 인공적인 미가 풀풀 풍기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곳 바닥도 돌을 이용해서 다양한 무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이 아닌 ..
헤네랄리페라는 이국적인 이름으로 불리지만, 영어로 쓰면 Generalife라고 씁니다. General + Life, 일상생활 정도의 의미려나요? 이 궁전이 완공된 것은 14세기 후반 그 이름도 무척 아랍다우신 무하마드 5세 때 입니다. 한국에서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지요. 이름처럼,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창덕궁/비원처럼 머리를 식히기 위한 휴식 장소로 지어진 궁입니다. 따라서 궁전 건물 보다는 정원에 의미를 두고 지어졌습니다. 길게 시원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왜 그리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이프러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헤네랄리페에 도달합니다. 입장을 했다하더라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 구역은 한 번만 구경이 가능합..
http://www.youtube.com/watch?v=RLHR8zaEsA8&feature=related 먼저 알함브라의 추억을 들으시면서 이 글을 읽어주시지요. 어린 시절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도 강렬한 감성으로 다가왔던 곡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파르르 떨리는 나방의 모습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링크한 연주는 나르시소 예페스(Narciso Yepes)의 연주입니다. 이 곡에 대한 감상문은 나중에 쓸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ScByhA15g0&feature=related 하나더 링크합니다. Heike Matthiesen이라는 여류 연주자의 연주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Mochi 게스트 하우스는 알바이신에 있기 때문에..
허기진 마음의 눈이 몸의 눈보다 먼저 찾아낸 장소는 Nujaila라는 아랍풍의 과자를 구워내는 가게입니다. 누얄라라고 읽었는데 솔직히 발음은 자신없습니다. 아랍어이건 스페인어이건 배운적이 없으니까요. 여하간,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에 있는 과자가게이니만큼 아랍식 디저트를 팔겠고. 아랍풍의 과자는 한 번도 맛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배고픔과 호기심, 그리고 불안함이 함께 합니다. 그래도 아니 먹고 어이하리? 누얄라, 앞에 세 명의 청년(?)들이 비켜주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함께 찍어버렸습니다. 사실, 찍을 때는 빨리 찍고 어서 가게로 들어가 뭔가 먹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는 상태여서요. 저 청년들에게 비켜줄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네요. 유럽풍으로는 보이지 않는 과자들도 ..
알바이신 거리를 걷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쓸쓸함'과 '이국적'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이국적인건 유럽인데다, 이슬람 문화의 발자취가 남아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쓸쓸함이 맴도는 건 어쩐 일일까요? 이 거리는 그 옛날 마지막 무어 왕조가 몰락한 이후, 아랍인들이 그 후 수백년간 거주했던 지역입니다. 즉, 그 시간 동안, 기독교 문명으로부터 때로는 박해 받았을테고, 때로는 손가락질 당하면서 두 문명간의 엮임과 충돌을 고스란히 감내해왔을 겁니다. 그때의 후손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퉁이마다 깨끗하지만 낡음을 숨길 수 없는 건물들, 처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이 거리들이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여행자로 하여금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알바이신을 ..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침대차를 타고, 쿨쿨 깊이 깊이 잠이 듭니다. 침대차에는 도둑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와야하는 좌석 자리이야기고 4인 1실로 비교적 편안하게 올 수 있는 침대자리에는 도둑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만큼 비싸지요.^^)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되는 법, 저는 제 여행가방 전부를 쇠사슬에 꿰고 침대와 엮은 다음 자물쇠로 잠가버렸습니다. 이 쇠사슬은 스위스, 로마,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명의 동생분들로부터 얻은 것인데 (여행하다보면 그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요.), 애석하게도 유럽 --> 미국 --> 한국으로 올 때, 미국에 전화번호를 놔두고 왔기 때문에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래서 안심하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나보니, 창밖으로..
스페인 시장에서 파는 음식 재료들은, 당연히 이국적인 것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한국과 매우 유사합니다. 다양한 생선이 있는 것도 그렇고, 고추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물의 내장 (뇌까지는 좀 아니지만...^^)등을 판다는 점에서 그래요. 그런 스페인 시장에 가면 Must Eat 아이템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리브입니다. 짭쪼름하게 담근 올리브를 먹고 다니는 재미가 그렇게 솔솔합니다. 갈증도 덜어주고 입의 심심함도 덜어주고, 가격도 싼 편이고... 맛도 좋지요. 1유로 어치입니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1,800원 어치 사면 비슷한 양이 아닐까 하네요.^^ 스페인에서는 이걸 김치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자. 그럼 올리브도 샀겠다 하나씩 먹으며 다시 시장을 돌아보죠. 다..
저는 여행가서 꼭 둘러보는 것이 시장이나 마트입니다. 특히 식음료 관련 시장을 좋아하죠. 그 고장 사람들은 어떤 재료를 먹는지를 훤히 알 수 있고 전 그런 것이 무척 재미있답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보케리아 시장 입구입니다. 람블라스 거리에 있죠. 스페인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에 이런 재래식 시장이 있다니 재미있네요. 한국 같으면 벌써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없어져버렸을겁니다. 피맛골처럼요. 보케리아 시장이 유명한 건, 몫 좋은 자리에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주차 공간은 전혀 없고 상점의 밀집도도 높습니다. 냉/난방은 안된다고 봐야죠. (난방은 별 필요없는 기후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시장입니다. 왜 인지 천천히 살펴보지요. ..
구엘공원은 가우디 건축의 특징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자연의 곡선을 살려서 하는 건축이고, 또 하나는 트렌카디스(trencadis) 기법입니다. 트렌카디스 기법이란 일종의 모자이크 기법인데 깨어진 타일을 벽에 붙여서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화려한 가우디의 타일 공예(?)의 세계를 구경하시죠. 구엘 공원의 정문입니다. 제가 특별히 저 앞에 두 남자를 찍어주려던 건 아니고, 이 두사람이 기념촬영하는 중에 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아시디시피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호젓하게 찍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죠. 정면 계단의 가운데 유명한 도마뱀이 있고 (사진에서는 안보입니다.) 저 위, 대리석 기둥으로 지어진 신전 같은 곳이 저번 글에서 보았던 '다양한 천정 ..
몬세라트에서 돌아와 구엘 공원으로 향합니다. 가우디의 걸작으로 알려진 공원이죠. 가우디의 후원자인 구엘 백작이 영국풍의 주택단지로 개발하려고 가우디에 의뢰하였으나, 자금부족으로 실패하고 이후 공원으로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뭐! 실패할만 하네요. 가우디가 영국풍 귀족스런 혹은 시골스런 정원을 잘 설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가우디 설계로 주택단지로 개발했다면, 아마 이후 영국인들이 와서 '절대 영국식이 아니야!'라며 화를 냈을 거에요.^^ 지하철에서 내리면 친절하게 안내판이 있습니다. 구엘 공원을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후문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박물관 및 도마뱀 조각, 과자의 집 및 벤치가 있는 주요부분과 바르셀로나의 경관을 한 ..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몬세라트 정상에 올라가려면 푸니쿨라라는 일종의 기차형 엘레베이터를 타야합니다. 산을 오르는 기차 하면 스위스인데 그네들은 톱니형 바퀴를 써서 경사를 올라가는 구조고, 푸니쿨라는 엘레베이터처럼 쇠줄로 끌어올리는 구조더군요. 당연히 승차감은 스위스가 훨씬 좋습니다. 내부는 대강 이렇습니다. 경사져 있죠. 올라가면서 외부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외관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꽤 됩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걸어가는 옵션도 있습니다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몬세라트는 하이킹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어서, 올라가는 표만 끊고가서 하이킹으로 몬세라트를 관광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한국 여행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군요.^^ 아래, 수도원이 천장을 통해서 그대..
몬세라트 수도원은 1025년 경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파괴되어 이후 재건축 되었죠. 전략상 큰 의미도 없어보이는 이런 산동네까지, 나폴레옹군은 뭐하러 온 것일까요? 스페인 성지의 보물을 약탈하러? 성 조지(St. George)의 상 등 다양한 상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이 당시 너무 늦게와서, 유명한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짜증이 난 상태였답니다.^^ 뭔가 비쩍마른 수도사의 상입니다. 굉장히 엄격하실 것 같은 선생님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바실리카 양식의 파사드입니다. 파사드는 건축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을 말합니다. 결혼식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는지 마침 신랑/신부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네요. 행복하세요! 라고 속삭여주고 방해가 되지 않..
한국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시 가까이에 아름다운 도봉산, 북한산 등이 있기 때문이지요. 디자인 서울?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감탄한 건 아파트 숲 한가운데 조금 이상한 건축물따위가 아니라 도봉산 만장봉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수도 주변에 이러한 산이 있는 또다른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입니다. 도봉산에 가면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듯이 이곳은 워낙 유명해진 관광 천국이죠. 한국도 도봉산의 사찰과 자연을 잘 홍보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서울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요? 몬세라트 가는 길이야 여러 여행기에 잘 나와 있으니 생략하고, 어쨌든 기차를 타고 1시간 쯤 가면 우뚝 솟은 돌산이 나옵니다. 다른 산에 비해 높이가 꽤 돼죠. 멀리서도 '아! 몬세라트구..
미국에서는 시카고가 그렇듯이, 바르셀로나도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이나, 구엘공원 등도 유명하지만, 비 가우디 작품으로도 유명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카탈루냐 음악당 - 팔라우 델라 무지카(Palau de la Musica Catalana)도 그런 곳입니다. 19세기 말부터 스페인에서는 모데르니스모, 프랑스에서는 아르누보, 미국에서는 모더니즘이라고 불렸던 새로운 예술부흥 운동이 일어납니다. 이 운동은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났으며 건축도 그 한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모데르니스모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의 하나가 이 카탈루냐 음악당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데르니스모 건축 양식의 특징인 이슬람 미술과 고딕 형태의 절충이 너무나 아름답게 나타나 있습니다. 가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를 여행해 보면, 어쩐지 우리네 음식이랑 정서가 잘 맞는 다는 걸 느낍니다. 글쎄요? 이탈리아도, 스페인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포루투칼이 있어서 좀 애매하지만) 지형이 우리네와 비슷하달까요? 그래서 저는 프랑스 별셋 레스토랑보다 스페인의 타파스 바가 훨씬 더 정겹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스페인어로 타파스는 덮개를 뜻한다고 합니다.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술잔에 얇게 썬 빵이나 고기를 덮어서 먼지나 벌레로부터 달콤한 포도주(쉐리)를 보호했고, 이게 유래가 되었다고 해요. (from The joy of cooking) 하지만 이것 역시 민간 설화이고 누가 처음 타파스를 팔기 시작했는지 유래는 알 수 없지요. 어쨌든, 타파스는 지금도 진화해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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