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마음의 눈이 몸의 눈보다 먼저 찾아낸 장소는 Nujaila라는 아랍풍의 과자를 구워내는 가게입니다. 누얄라라고 읽었는데 솔직히 발음은 자신없습니다. 아랍어이건 스페인어이건 배운적이 없으니까요. 여하간,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에 있는 과자가게이니만큼 아랍식 디저트를 팔겠고. 아랍풍의 과자는 한 번도 맛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배고픔과 호기심, 그리고 불안함이 함께 합니다. 그래도 아니 먹고 어이하리? 누얄라, 앞에 세 명의 청년(?)들이 비켜주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함께 찍어버렸습니다. 사실, 찍을 때는 빨리 찍고 어서 가게로 들어가 뭔가 먹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는 상태여서요. 저 청년들에게 비켜줄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네요. 유럽풍으로는 보이지 않는 과자들도 ..
알바이신 거리를 걷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쓸쓸함'과 '이국적'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이국적인건 유럽인데다, 이슬람 문화의 발자취가 남아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쓸쓸함이 맴도는 건 어쩐 일일까요? 이 거리는 그 옛날 마지막 무어 왕조가 몰락한 이후, 아랍인들이 그 후 수백년간 거주했던 지역입니다. 즉, 그 시간 동안, 기독교 문명으로부터 때로는 박해 받았을테고, 때로는 손가락질 당하면서 두 문명간의 엮임과 충돌을 고스란히 감내해왔을 겁니다. 그때의 후손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퉁이마다 깨끗하지만 낡음을 숨길 수 없는 건물들, 처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이 거리들이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여행자로 하여금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알바이신을 ..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침대차를 타고, 쿨쿨 깊이 깊이 잠이 듭니다. 침대차에는 도둑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와야하는 좌석 자리이야기고 4인 1실로 비교적 편안하게 올 수 있는 침대자리에는 도둑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만큼 비싸지요.^^)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되는 법, 저는 제 여행가방 전부를 쇠사슬에 꿰고 침대와 엮은 다음 자물쇠로 잠가버렸습니다. 이 쇠사슬은 스위스, 로마,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명의 동생분들로부터 얻은 것인데 (여행하다보면 그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요.), 애석하게도 유럽 --> 미국 --> 한국으로 올 때, 미국에 전화번호를 놔두고 왔기 때문에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래서 안심하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나보니, 창밖으로..
스페인 시장에서 파는 음식 재료들은, 당연히 이국적인 것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한국과 매우 유사합니다. 다양한 생선이 있는 것도 그렇고, 고추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물의 내장 (뇌까지는 좀 아니지만...^^)등을 판다는 점에서 그래요. 그런 스페인 시장에 가면 Must Eat 아이템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리브입니다. 짭쪼름하게 담근 올리브를 먹고 다니는 재미가 그렇게 솔솔합니다. 갈증도 덜어주고 입의 심심함도 덜어주고, 가격도 싼 편이고... 맛도 좋지요. 1유로 어치입니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1,800원 어치 사면 비슷한 양이 아닐까 하네요.^^ 스페인에서는 이걸 김치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자. 그럼 올리브도 샀겠다 하나씩 먹으며 다시 시장을 돌아보죠. 다..
저는 여행가서 꼭 둘러보는 것이 시장이나 마트입니다. 특히 식음료 관련 시장을 좋아하죠. 그 고장 사람들은 어떤 재료를 먹는지를 훤히 알 수 있고 전 그런 것이 무척 재미있답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보케리아 시장 입구입니다. 람블라스 거리에 있죠. 스페인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에 이런 재래식 시장이 있다니 재미있네요. 한국 같으면 벌써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없어져버렸을겁니다. 피맛골처럼요. 보케리아 시장이 유명한 건, 몫 좋은 자리에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주차 공간은 전혀 없고 상점의 밀집도도 높습니다. 냉/난방은 안된다고 봐야죠. (난방은 별 필요없는 기후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시장입니다. 왜 인지 천천히 살펴보지요. ..
4월의 마지막 날, 분당에서 서울까지 약 28km를 탄천을 따라 걸어보는... 정신나간 계획을 세웠답니다. 30Km를 산길로 걷는 거라면 몰라도.. 제가 왜 그랬을까요? 하지만 혼자 걷는 게 아니라 팀 동료들이랑 함께 걷는 거여서^^ 분당 정자역에서 출발합니다. 정자역에 계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광경일 듯. 앞으로 가야할 길입니다. 뭐 여전히 정자역 다리위죠. 이때 시간이 7시 53분. 가야할 길은 대략 28KM. 목표는 12시 전에 한강에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속 7Km로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저녁은 대충 떼우고 출발합니다. 이전에 야탑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림) 몇 번 걸어가 본 적이 있는데 한강까지 걷기는 첨입니다. 인라인을 타고 가본 적도 있습니다만, 걷는 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죠. ..
구엘공원은 가우디 건축의 특징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자연의 곡선을 살려서 하는 건축이고, 또 하나는 트렌카디스(trencadis) 기법입니다. 트렌카디스 기법이란 일종의 모자이크 기법인데 깨어진 타일을 벽에 붙여서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화려한 가우디의 타일 공예(?)의 세계를 구경하시죠. 구엘 공원의 정문입니다. 제가 특별히 저 앞에 두 남자를 찍어주려던 건 아니고, 이 두사람이 기념촬영하는 중에 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아시디시피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호젓하게 찍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죠. 정면 계단의 가운데 유명한 도마뱀이 있고 (사진에서는 안보입니다.) 저 위, 대리석 기둥으로 지어진 신전 같은 곳이 저번 글에서 보았던 '다양한 천정 ..
"서울이 아름다운 이유는 도봉산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말을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제가 말했지만^^, 아마 누군가 틀림없이 같은 소리를 한 사람이 있겠지요.) 어쨌든, 서울 같은 인구 천만의 도시 주변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실, 서울은 한강과 여러 산들만 옛 모습으로 돌려주면, 세계 어느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운 산이 될 겁니다. 주말에 자전거만 타다가, 이번에는 오랜만에 산으로 발걸음을 올렸습니다. 도봉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정평있는 '포대능선' 코스를 탔지요. 오랜만에 산을 타려니 그야말로 몸이 안따라주더군요. 엉금엉금 기어갔습니다. (헥헥~) 주말마다 자전거만 타지 말고 산도 좀 타야지 않되겠어요. (어느 분은 운동하려..
몬세라트에서 돌아와 구엘 공원으로 향합니다. 가우디의 걸작으로 알려진 공원이죠. 가우디의 후원자인 구엘 백작이 영국풍의 주택단지로 개발하려고 가우디에 의뢰하였으나, 자금부족으로 실패하고 이후 공원으로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뭐! 실패할만 하네요. 가우디가 영국풍 귀족스런 혹은 시골스런 정원을 잘 설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가우디 설계로 주택단지로 개발했다면, 아마 이후 영국인들이 와서 '절대 영국식이 아니야!'라며 화를 냈을 거에요.^^ 지하철에서 내리면 친절하게 안내판이 있습니다. 구엘 공원을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후문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박물관 및 도마뱀 조각, 과자의 집 및 벤치가 있는 주요부분과 바르셀로나의 경관을 한 ..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몬세라트 정상에 올라가려면 푸니쿨라라는 일종의 기차형 엘레베이터를 타야합니다. 산을 오르는 기차 하면 스위스인데 그네들은 톱니형 바퀴를 써서 경사를 올라가는 구조고, 푸니쿨라는 엘레베이터처럼 쇠줄로 끌어올리는 구조더군요. 당연히 승차감은 스위스가 훨씬 좋습니다. 내부는 대강 이렇습니다. 경사져 있죠. 올라가면서 외부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외관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꽤 됩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걸어가는 옵션도 있습니다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몬세라트는 하이킹으로 무척 유명한 곳이어서, 올라가는 표만 끊고가서 하이킹으로 몬세라트를 관광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한국 여행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군요.^^ 아래, 수도원이 천장을 통해서 그대..
몬세라트 수도원은 1025년 경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파괴되어 이후 재건축 되었죠. 전략상 큰 의미도 없어보이는 이런 산동네까지, 나폴레옹군은 뭐하러 온 것일까요? 스페인 성지의 보물을 약탈하러? 성 조지(St. George)의 상 등 다양한 상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이 당시 너무 늦게와서, 유명한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짜증이 난 상태였답니다.^^ 뭔가 비쩍마른 수도사의 상입니다. 굉장히 엄격하실 것 같은 선생님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바실리카 양식의 파사드입니다. 파사드는 건축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을 말합니다. 결혼식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는지 마침 신랑/신부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네요. 행복하세요! 라고 속삭여주고 방해가 되지 않..
한국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시 가까이에 아름다운 도봉산, 북한산 등이 있기 때문이지요. 디자인 서울?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감탄한 건 아파트 숲 한가운데 조금 이상한 건축물따위가 아니라 도봉산 만장봉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수도 주변에 이러한 산이 있는 또다른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입니다. 도봉산에 가면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듯이 이곳은 워낙 유명해진 관광 천국이죠. 한국도 도봉산의 사찰과 자연을 잘 홍보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서울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요? 몬세라트 가는 길이야 여러 여행기에 잘 나와 있으니 생략하고, 어쨌든 기차를 타고 1시간 쯤 가면 우뚝 솟은 돌산이 나옵니다. 다른 산에 비해 높이가 꽤 돼죠. 멀리서도 '아! 몬세라트구..
미국에서는 시카고가 그렇듯이, 바르셀로나도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이나, 구엘공원 등도 유명하지만, 비 가우디 작품으로도 유명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카탈루냐 음악당 - 팔라우 델라 무지카(Palau de la Musica Catalana)도 그런 곳입니다. 19세기 말부터 스페인에서는 모데르니스모, 프랑스에서는 아르누보, 미국에서는 모더니즘이라고 불렸던 새로운 예술부흥 운동이 일어납니다. 이 운동은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났으며 건축도 그 한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모데르니스모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의 하나가 이 카탈루냐 음악당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데르니스모 건축 양식의 특징인 이슬람 미술과 고딕 형태의 절충이 너무나 아름답게 나타나 있습니다. 가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를 여행해 보면, 어쩐지 우리네 음식이랑 정서가 잘 맞는 다는 걸 느낍니다. 글쎄요? 이탈리아도, 스페인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포루투칼이 있어서 좀 애매하지만) 지형이 우리네와 비슷하달까요? 그래서 저는 프랑스 별셋 레스토랑보다 스페인의 타파스 바가 훨씬 더 정겹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스페인어로 타파스는 덮개를 뜻한다고 합니다.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바르셀로나는 까딸루냐) 술잔에 얇게 썬 빵이나 고기를 덮어서 먼지나 벌레로부터 달콤한 포도주(쉐리)를 보호했고, 이게 유래가 되었다고 해요. (from The joy of cooking) 하지만 이것 역시 민간 설화이고 누가 처음 타파스를 팔기 시작했는지 유래는 알 수 없지요. 어쨌든, 타파스는 지금도 진화해가고 있..
구글 위성지도를 볼 때마다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20~30년 후에는 3D 지도로 가상 여행체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내려오면, 자연적으로 바르셀로나 항구에 다다르게 됩니다. 항구와 Mare Magnum이라는 거대한 쇼핑몰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요. 뭐 한국으로 치면 부산 센텀시티쯤 되려나요? 람블라스 거리를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두려움에 대한 공포보다는 황금에 대한 탐욕이 앞선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존재, 콜럼부스의 동상입니다. 여행 내내 스페인의 하늘은 참으로 맑고 깨끗했습니다. 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동상은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그런데 아마 청소는 안해줄 듯. 꼭대기 부분의 청동으로 만든 콜럼부스 좌대는 7.2m, 이하 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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