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링컨로드 산책을 마치고 원래 저녁먹으러 가려 했던 곳은 찰랑(Chalan on the beach)이라는 페루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원래는 점심 때 가려고 했던 곳인데 사람이 너무 많고, 버스 투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포기했던 곳이지요. 


하지만 결국 찰랑은 가보지 못하고, 대신 찾게 된 곳이 올라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풀네임은 올라 앳 생츄어리(Ola at Sanctuary)라고 하네요. 위의 지도에서 가장 북쪽에 표시되어 있는 지점입니다.  


외관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조용한 느낌이에요. 사람이 북적거려도 어째 모두 조용조용 이야기 하는 듯한 분위기. 입구에 있는 OLA라는 이름은 풀잎에 파묻혀 있고 E자는 어디로 날라갔는지 빠져있네요.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 맞는지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Yelp, Zagat, Tripadvisor 평이 모두 좋긴하지만 무조건 신용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음.. 위 사진 오른쪽 위의 사람 머리는 이 가게 매니저분입니다. 호러 사진 아닙니다.


레스토랑 내부에도 앉을 수 있고, 테라스에도 앉을 수 있습니다. 오션 드라이브와는 달리 차량통행이 별로 없고, 밤이라 덥지도 않았기에 테라스 쪽 자리로 달라고 했습니다. 테라스라고 하더라도 도로와는 담으로 나뉘어 있고 또 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야외 기분만 느낄 수 있다뿐이지 실제로 도로를 볼 수도 없고 밖에서도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1층 일부만 레스토랑 올라(Ola)이고 건물의 나머지는 생츄어리(Sanctuary)라는 호텔입니다. 그래서 레스토랑 이름이 올라 앳 생츄어리인거죠. (Ola at Sanctuary)


앉았던 옆자리입니다. 야외지만 충분히 밝고 아늑합니다. 

테라스 가장 안쪽 자리, 도로쪽은 저렇게 나무로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올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라틴 아메리카 퀴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이라기 보다는 많이 미국화된 요리를 팝니다. 라지만 이 집의 브로셔나 메뉴는 가격에 걸맞지 않게 좀 촌스러웠습니다. 차마 보여드리지는 못하는데 가게 명함은 그야말로 동네 분식집 수준이더군요.


모히또를 시켜 보았습니다. 저야 술을 안해서 모르지만 정말 맛있는 모히또라고 하더군요. 이 가게에서 먹은 다른 모든 메뉴보다 모히또가 최고였다고 할 정도로. 휴대폰 조명을 아래에서 비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매니저분이 와서 신기한 듯 바라보며 다른 손님들에게도 가르쳐줘야 겠다고 합니다. 


전채로 시킨 방어 세비체 요리입니다. 한국 레스토랑에서도 세비체가 소개된 지 몇 해 되었죠. 날 생선, 조개를 레몬이나 오렌지 즙의 과즙 소스, 향신료와 혼합해서 먹는 남미 해변가의 요리라고 하는데, 2012년 미국 포브스에서 선정한 새로운 음식 트렌드로 소개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미식 제대로 된 세비쳬를 먹어보려고 시켰는데 환장하게 일본식을 흉내낸 세비체가 나와버렸습니다. 미국 해산물 요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라임, 오렌지, 실란트로가 향신료로 들어간 건 원래 그대로지만, 저 바닥의 소스는 간장에 라임과 오렌지를 섞은 것이더군요. 메뉴 설명에 간장 비스므리한 말이 나왔어도 절대로 안시킬 것을 그런 말은 눈씻고 봐도 없었단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미국에서 방어 취급하는 걸 본 기억이 없어서 (시애틀, 뉴욕 어디서도) 어디 방어냐고 물어보니 일본 직수입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더군요. 비싼 이유가 그건가-_-;;. 쓸데 없이 돈 썼다는 느낌입니다. 방어를 일본식으로 긴파치라고 메뉴에 써놨을 때부터 알아먹었어야하는건데. 


그런데 신기하게 저 허접해 보이는 게 맛은 나쁘지 않았어요. 하긴 간장에 방어 찍어먹는 거니 맛이 없을리는 없지요. 뱃살과 살코기가 제대로 나눠있지도 않고, 칼질도 그냥 씹기 쉽게 다져 놓은 수준인데 맛은 있었습니다. 방어가 맘에 안든거고 간장이 좀 뜻밖이었던거지, 소스는 좋았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 그래도 방어 세비체를 굳이 먹는다면 이렇게 뱃살이 듬뿍 나오는 걸 먹고 싶긴 합니다.

참고, 신사동 톡톡의 방어 세비체. 이 정도는 되어 방어를 먹었다고 할 수 있죠. 겨울이 지나기 전에 다시 가서 먹어야겠다 결심합니다. 


서빙 타이밍이 좀 엉망이네요. 전채가 나오고 난 다음에야 빵이 나옵니다. 매니저가 시간이 좀 걸린다고 양해를 구하더군요. 약간 단맛이 나는 빵인데 괜찮았습니다.


두번 째로 시킨 전채, 메뉴에 없는 특별한 게 있다길래 주문했는데 이게 대박이었습니다. 직접 구운 옥수수 또띠아에 잛게 다진 소고기, 아마도 토마토와 뭔가로 버무린, 를 올려놓았을 뿐인데, 이게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요? 먹는 순간 방어 세비체는 잊어버리고 입속에 기분 좋은 고기맛이 감돕니다. 맛있어 라는 한마디가 절로 나오는 음식. 


가격에 비해 양은 정말 조금이지만 흔해빠진 또띠아, 소고기 조합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도 있군요. 다음에 가면 꼭 시키리라 다짐한 메뉴입니다. 또 이 레스토랑에 갈진 모르겠지만요. 


판 콘 비스텍(Pan con bistec). 상당히 두꺼운 채끝 등심을 오븐으로 구웠는데요 미디엄 정도를 주문했는데 미디엄 웰 정도로 구워져 나왔네요. 정확히 미디엄, 혹은 미디엄 레어로 나왔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은 고기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오븐으로 오랜시간 굽고 레스팅도 오래 한 듯 해서 맛은 부드러웠고 곁들인 야채도 좋았습니다만, 가격 대비 좀 아쉬운 메뉴였습니다.


고기가 너무 익어서 맛이 살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남의 살을 먹으려면 피맛도 좀 봐야... 아쉬웠던 메뉴입니다. 고기에 고기를 먹고나니 상당히 배가 차버려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디저트는 시키지 않았는데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젤라또나 하나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맛있게 먹긴 했지만 가격이 꽤 나와서 '좀 허걱'했습니다. 여기가 키웨스트가 아니라 사우스 비치라는 게 다시 실감되더군요.   


올라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시가'입니다. 쿠바산 시가와 성냥 모양으로 만든 초컬렛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의 조합이죠. 먹으면 꽤 즐거울 것 같았지만 고민하다 포기했습니다. 일단 너무 배가 불러서 좀 걷고 싶기도 했구요. 


남쪽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여기저기 재미있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잠시 들려본 이탈리안 베이커리 로제타(Rosetta Bakery). 투박한 이탈리안 빵을 팝니다. 


세련미라곤 전혀없는 이런 직선적인 디저트도 팝니다. 하지만 전 이제 더 이상 눈에 띄는 모든걸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신중히 골라서 먹을 필요가 있지요. 하나쯤 먹어볼까 하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해변가는 온통 고급스런 콘도미니엄으로 가득합니다. 하루종일 스타 아일랜드의 거대 저택을 보니 이런 콘도는 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당연히 싸지 않습니다. 대략 10평 정도인 스튜디오가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로 5~6억이 넘기도 한 동네가 여깁니다.


Lowes 호텔입니다. 역시 상당히 고급호텔인데 


이 호텔 로고가 '너'입니다. 길가다가 웬 한글이지? 했을 정도로 '너'와 닮았네요.


밤이 되면, 아르데코 호텔들은 요상한 조명을 키곤 하는데요


대부분 이런 붉은 계열이 많습니다. 흠 멋있나요? 전 음침해서 싫던데.


달빛이 하도 좋아서, 해변으로 나와봅니다. 밤 12시까지 해변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긴한데 주변에 경찰도 안보이고 강도라도 만나면 어쩌나 싶어서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술먹고 주정하는 사람들은 안보이지만 여긴 총기소지가 합법인 나라니까요.

뭐 밤이 늦었어도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누군가 갑자기 총을 꺼내들고 강도로 돌변하면 어쩌지 하는 맘으로 두근두근 떨면서 걸어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의자와 파라솔을 쌓아논 곳 사이에서 갑자기 어떤 남자가 이상한 자세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달밤에 체조하나? 뭔 짓거리야?" 하면서 지나치는 데 

그 남자의 몸에 가려져 안보이던 앞에는 비키니 쪼가리만 간신히 걸친 아가씨가 엉덩이를 그 남자의 하체에 (심의) 하더니 몸을 떨면서 (심의)하고 (심의)하기까지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해변의 섹스, Sex On the Beach. 실제로 하는 사람을 본건 처음이었고 마이애미가 어떤 곳인지, 사우스 비치가 어떤 곳인지 정말로 그 순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 이런 곳이었구나."

어쨌든 커플이 섹스를 할 정도로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 무서움은 사라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변을 돌아다녔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거죠. (응?)


달빛이 참 밝았습니다. 달빛은 사람의 호르몬을 조절한다던데 저 달빛이 그 커플을 해변에서 섹스하도록 유도한 건지도 모르지요. 아니, 그래도 해변의 섹스라면 보기 전까지는 참 낭만적일거야 생각했는데 (야자수 우거진 프라이빗 비치에서 와인잔을 쨍 하면서 하는 건줄 알았는데) 달빛으로 훤히 보이는 해변에서 의자 쪼가리나 좀 쌓인 공간에서 하는 건 별로 낭만적이지는 않더라구요. 


어쨌든 마이애미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남김없이 깨달은 그런 하루였습니다.






2015년 플로리다 여행 글 모음

01-인천공항 PP카드로 라운지 이용

02 -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인앤아웃(In n Out) 버거

03-올랜도(Orlando) Celebration 지역, Bohemian 호텔에서 점심과 호숫가 산책

04-올랜도(Orlando) 밀레니아 몰 (The Mall at Millenia)

05-올랜도(Orlando), Bohemian Hotel에서 저녁

06-올랜도에서 키웨스트 가는 길, Jupiter의 멋진 식당 푸드 쉑(Food Shack)에서 점심

07- 올랜도에서 키웨스트로 가는 길, Oversea Highway 풍경과 Brutus에서 저녁식사

08-키웨스트(Key West) 마커 리조트 (The Marker Resort)

09-키웨스트(Key West) 최고의 커피, 쿠반 커피 퀸(Cuban Coffee Queen)

10 - 키웨스트(Key West) 최고로 Hot한 식당 산티아고 보데가(Santiago Bodega)

11 - 키웨스트(Key West)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 요새와 해변

12-키웨스트(Key West) 일몰(Sunset)

13-키웨스트(Key West) 듀에또 피자에서 피자와 젤라또

14-키웨스트(Key West) 바다를 즐기다 퓨리 울티메이트(Fury Ultimate)

15-키웨스트(Key West), 크리스마스 이브 디너, 바닷가 레스토랑 코모도어(Commodore)

16-키웨스트(Key West) 항구풍경

17-키웨스트(Key West) 항구의 새우파는 집, Fisherman's Fish and Shrimp 

18-키웨스트(Key West) 알론조의 오이스터 바 (Alonzo's Oyster Bar)에서 실패한 점심

19-키웨스트(Key West) 더 리치 왈도프 아스트리아 (The Reach Waldorf Astoria) 리조트

20-키웨스트(Key West) 최고의 레스토랑 왈도프 아스트리아의 스펜서 (Spencer's by the Sea)

21-키웨스트(Key West) 거리풍경과 예술품

22-키웨스트(Key West) 몇몇 달다구리와 젤라또들

23-키웨스트(Key West) 이튼 시푸드마켓 (Eaton Street Seafood Market)

23-키웨스트(Key West)에서 마이애미(Miami)로, 돌아가는 길에도 브루터스(Brutus)에서 점심

24-키웨스트(Key West)에서 마이애미(Miami)로, 공원에서 쉬어가기

25-로버트 이즈 히어(Robert is Here)

26-마이애미(Miami), 오션 드라이브와 에스파뇰라 웨이

27-마이애미(Miami), 사우스 비치 산책

28-마이애미(Miami) 스타 아일랜드 구경

29-마이애미의 가로수길 링컨로드 구경하기

30-마이애미(Miami), 올라(Ola) 레스토랑, 사우스 비치 밤산책

31-마이애미(Miami), 비스카야 뮤지엄(Vizcaya Museum) 1/2

32-마이애미 비스카야 뮤지엄(Vizcaya Museum) 2/2

33-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서 수영

34-마이애미(Miami), 명품의 천국 발 하버 샵스(Bal Harbour Shops)

35-마이애미(Miami), Visa-O1 피자

36-마이애미(Miami), 젤라또를 먹어보자

37-마이애미,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

38-마이애미(Miami), 유로파 카페

39-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1/5

40-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2/5

41-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3/5

42-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4/5

43-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5/5

44-마이애미에서 올랜도로, Food Shack에서 저녁

45-올랜도로 돌아오다

46-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1/3

47-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2/3

48-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3/3

49-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1/6

50-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2/6 - 해리포터 다이아곤 앨리

51-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3/6 해리포터 킹즈크로스 기차역

52-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4/6 해리포터 호그와트

53-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5/6 쥬라기 공원

54-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6/6 툰 라군과 마블 코믹스

55-올랜도, 브롱크스 피자 (Bronx Pizza)

56-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에서 새해맞이

57-서울로 오는 길, 하늘에서 본 샌프란시스코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