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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하도 걸었더니 레스토랑에 가서 점잔빼면서 먹기는 너무 피곤하고 이럴 때 간편한 건 피자나 햄버거죠. 뭐 사실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생각 안해본 건 아닌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은 12월 31일, 미국에서 상당수의 제대로 된 레스토랑은 일찍 문을 닫습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대부분 라스트 오더가 6시, 7시면 문을 닫는다고 거절하거나 이미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결국 간편하게 피자를 먹으려고 했는데, 피쩨리아 조차도 번듯하게 이탈리안 풍의 피자를 파는 곳은 7시까지 영업을 하더군요. 


보통 올랜도에서 높이 평가 받는 피쩨리아는 델 디오 (Pizzeria Del Dio), 뉴욕 경찰 피자(NYPD PIzza), 앤쏘니의 석탄으로 굽는 피자(Anthony’s Coal Fired Pizza) 등인데 공교롭게도 이들 가게는 전부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결국은 어쩔 수 없다는 기분으로 선택한 집이 브롱크스 피자(Bronx Pizza)라는 집이었습니다. 지명도는 좀 떨어져도 평점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이고, 더 좋은 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쉬고 있는 호텔로 가는 길에 있더라구요. 가는 길에 들릴 수 있으니 피곤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땡큐였죠. 


그런데, 아무리 큰 기대없이 골랐다지만 그렇게 도착한 브롱크스 피자의 외관은 정말 그나마 있는 기대마저 꺾어버리게 생겼더라구요. 인테리어에는 전혀 신경을 안쓴 미국 시골 피자집. 딱 그 이미지입니다. 한국 가기 전에 마지막 만찬(?)을 이런 곳에서 먹다니 차라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NBC 방송국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기괴한 스테이크나 먹어볼 껄 하는 후회가 문득 듭니다. 과연 저는 실패한 것일까요?


안에 들어가보니 위에 산더미 처럼 쌓아놓은 박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긴 배달피자 전문점입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죠. 사실 이 가게를 고른 이유는 이 가게가 우리에게 도착하기 전에 미리 '피자를 주문'하기를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가게는 다 영업 곧 끝낸다는 데 자기들은 9시인가 그때까지 하니까 와도된다고 해놓고 잠깐 기다리라더니 5분 쯤 홀딩하게 하는 거에요. 황당해하고 있는데 한참만에 전화를 받은 주인이 "우리 가게 피자는 만들어서 굽는데까지 45분이 걸려. 너희들이 오는 시간이 아슬아슬하니 미리 주문을 해줘야겠어."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뭐 45분? 혹시 어쩌면 엄청 정성들여 잘 만든 피자일지도 모르잖아!" 하는 기대를 하고 왔던 거지요.


http://www.thebronxpizza.com/

위 사이트가 이 피자집의 사이트에요. 들어가서 신중하게 골라서 미리 주문을 해두었습니다. 


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맛있는 피자를 대접하는게 우리 미션입니다. 예 그런 소리 안하는 가게는 없지요. 

그래서 일단 주문한 피자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12월 31일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어요. 뭐... 다들 피곤해서 앉아마자 철퍼덕 테이블에 달라붙어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한 10분 쯤 더 기다렸더니 피자가 나오더군요. 벽에 붙어 있는 Boston Rd, Pelham Rd 같은 지명은 전부 브롱크스의 길 이름입니다. 설... 설마 저걸로 뉴욕 분위기를 내고 있다고 여기 사장님은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드디어 피자가 나왔습니다. 치즈 스테이크 피자(Cheese Steak Pizza). 18인치짜리 전형적인 미국식 '거대' 피자입니다. 도우는 이탈리안처럼 얇은 건 아닌데 아주 두꺼운 것도 아닙니다. 가격은 $17.99. 20인치로 주문할 수도 있는데 그건 가격이 $21.99로 뛰더라구요. 


브롱크스 스페셜 피자(Bronx Special Pizza). 이름 한번 유치하지만 어쨌든 이게 가게를 대표하는 피자 같아서 주문했습니다. 역시 18인치. 가격은 위의 피자보다 $1 비싼 $18.99입니다. 


두근두근 하면서 한입 먹었는데, 그 후 모두 아무런 말이 없이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뭐지? 이 맛은. 18인치라 상당히 컷기 때문에 2 피스를 먹고, 콜라 2리터가 바닥난 후 다들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맛있잖아!"


예. 다행히도 맛있었습니다. 도우는 이탈리아 식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숙성시켰는지 저 느끼한 치즈와 스테이크 조합을 잘 머금어주더군요. 솔직히 가게 외관을 보는 순간 기대가 너무 낮아져서 그랬던가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음식점은 주피터의 푸드쉑(Food Shack)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이 초라한 가게가 가장 인상에 남는군요. 이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걸은 탓에 배가 고파서 두 배로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으면서 계속 웃게 되더라고요. 배달전문 피자집이지만 가급적 방문해서 맛보는 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가게의 평점이 왜 높지 않지? 라고 생각해서 Yelp같은 데서 평을 읽어보니 배달시켜서 먹은 사람의 평점이 뒤죽박죽이더군요. 


브롱크스 스페셜 피자는 햄, 피망, 살라미, 올리브 등 뭔가 재료가 더 들어가고 고기가 좀 줄었다는 걸 제외하면 베이스는 비슷합니다. 아... 안에 뭔가 약간 칠리한 소스가 있었던 거 같긴 했지만 무슨 소스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 피자도 맛있었습니다. 18인치여서 (한국 코스트코 피자 사이즈), 그리고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위에 재료가 듬뿍 얹어진 피자였던 탓에 4명이서 배가 고프고 맛이 있었는데도 다 먹질 못했습니다. 결국 가져와서 비행기 타러 나가기 전에 아침으로 먹고나갔는데요, 데워 먹어도 도우가 여전히 맛있고 식은 피자도 맛있게 느껴질 정도였네요. 


이 집의 피자 박스입니다. 정말 맛있게 먹은 피자지만 올란도에 가면 또 간다고는 말하기 어렵겠네요. 올랜도에는 이 글 맨 위에서 나열한 다른 피자집도 많으니까요. 방문한다면 아직 맛보지 않은 다른 가게를 맛보는 게 먼저겠지요. 그래도 이날 먹은 피자는 '어쩌면 신의 실수로 이 피자만 맛있게 구워졌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고, 기억에 남는 피자였습니다. 솔직히 또 가보고 싶은 의향은 만땅입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2015년 플로리다 여행 글 모음

01-인천공항 PP카드로 라운지 이용

02 - 샌프란시스코 공항과 인앤아웃(In n Out) 버거

03-올랜도(Orlando) Celebration 지역, Bohemian 호텔에서 점심과 호숫가 산책

04-올랜도(Orlando) 밀레니아 몰 (The Mall at Millenia)

05-올랜도(Orlando), Bohemian Hotel에서 저녁

06-올랜도에서 키웨스트 가는 길, Jupiter의 멋진 식당 푸드 쉑(Food Shack)에서 점심

07- 올랜도에서 키웨스트로 가는 길, Oversea Highway 풍경과 Brutus에서 저녁식사

08-키웨스트(Key West) 마커 리조트 (The Marker Resort)

09-키웨스트(Key West) 최고의 커피, 쿠반 커피 퀸(Cuban Coffee Queen)

10 - 키웨스트(Key West) 최고로 Hot한 식당 산티아고 보데가(Santiago Bodega)

11 - 키웨스트(Key West)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 요새와 해변

12-키웨스트(Key West) 일몰(Sunset)

13-키웨스트(Key West) 듀에또 피자에서 피자와 젤라또

14-키웨스트(Key West) 바다를 즐기다 퓨리 울티메이트(Fury Ultimate)

15-키웨스트(Key West), 크리스마스 이브 디너, 바닷가 레스토랑 코모도어(Commodore)

16-키웨스트(Key West) 항구풍경

17-키웨스트(Key West) 항구의 새우파는 집, Fisherman's Fish and Shrimp 

18-키웨스트(Key West) 알론조의 오이스터 바 (Alonzo's Oyster Bar)에서 실패한 점심

19-키웨스트(Key West) 더 리치 왈도프 아스트리아 (The Reach Waldorf Astoria) 리조트

20-키웨스트(Key West) 최고의 레스토랑 왈도프 아스트리아의 스펜서 (Spencer's by the Sea)

21-키웨스트(Key West) 거리풍경과 예술품

22-키웨스트(Key West) 몇몇 달다구리와 젤라또들

23-키웨스트(Key West) 이튼 시푸드마켓 (Eaton Street Seafood Market)

23-키웨스트(Key West)에서 마이애미(Miami)로, 돌아가는 길에도 브루터스(Brutus)에서 점심

24-키웨스트(Key West)에서 마이애미(Miami)로, 공원에서 쉬어가기

25-로버트 이즈 히어(Robert is Here)

26-마이애미(Miami), 오션 드라이브와 에스파뇰라 웨이

27-마이애미(Miami), 사우스 비치 산책

28-마이애미(Miami) 스타 아일랜드 구경

29-마이애미의 가로수길 링컨로드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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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마이애미(Miami), 비스카야 뮤지엄(Vizcaya Museum)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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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서 수영

34-마이애미(Miami), 명품의 천국 발 하버 샵스(Bal Harbour Sh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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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3/5

42-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4/5

43-팜비치(Palm Beach), 플래글러 뮤지엄(Flagler Museum) 5/5

44-마이애미에서 올랜도로, Food Shack에서 저녁

45-올랜도로 돌아오다

46-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1/3

47-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2/3

48-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edy Space Center) 3/3

49-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1/6

50-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2/6 - 해리포터 다이아곤 앨리

51-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3/6 해리포터 킹즈크로스 기차역

52-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4/6 해리포터 호그와트

53-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5/6 쥬라기 공원

54-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6/6 툰 라군과 마블 코믹스

55-올랜도, 브롱크스 피자 (Bronx Pizza)

56-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에서 새해맞이

57-서울로 오는 길, 하늘에서 본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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