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 잠시 지도 및 역사 공부를 좀 합시다. 플로리다 반도의 남쪽에는 이런 식으로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습니다. 지도에는 이미 도로가 놓여 있지만 없다고 함 생각해보세요. 섬들이 장난 치는 것처럼 점점이 떨어져 있는데... "아. 여기 다리를 만들어 섬들을 이으면 경치좋은 카리브해 깊숙히 그냥 편하게 갈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일반인이 하면 소용없지만,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하면 좀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수나라 때 양제가 건설한 화북 운하죠. "운하를 파도록 하여라!" 한 마디에 전 백성이 삽질을 해야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랬습니다. 헨리 플래글러(Henry Flagler)란 돈많은 양반께서 비슷한 생각을 하신거죠. 이 분이 얼마나 돈이 많았냐면 록펠러와 함께 스탠다드 오일을 차린 동업자입니다. 예. 좀 많았겠죠? 당시 석유를 쥐락펴락하시던 분인데... 이 돈많은 양반이 석유 사업좀 하시다 피로를 풀러 플로리다에 와서 멋진 풍경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수양제는 백성을 쥐어짜서 운하를 만들었지만, 이분은 자기돈과 여기저기 투자를 받아서 플로리다 팜비치 주변을 개발하고 기차를 깔던 중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플로리다 동해안 철도(Florida East Coast Railway)인데, 이 분은 이 철도를 키 웨스트까지 170마일을 더 깔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친구들에게 슬쩍 타진해 봅니다.


"야! 우리 저기까지 기차가 가면 낚시도 가기 쉽고 좋을 것 같지 않냐?"


뭐..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죠. 제 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반응이 좋을 리가 없을 겁니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1904년, 플래글러는 Key West까지 열차를 까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1912년, 마침내 첫 열차가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까지 달리는 데 성공합니다. 당시 미국 건설 및 철강기술의 승리 중 하나였죠. 당시 인프라 공사 기술은 일취월장 발전하던 시기였고, 2년 후 1914년에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마침내 파나마운하가 개통하기 까지 했을 때니 저 공사가 꼭 불가능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육지에 기차선로 놓는거랑, 바다에서 배타고 작업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니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겁니다. 


어쨌든 기차가 연결된 1년 후, 꿈을 이룬 헨리는 행복하게(?) 팜비치 대저택에서 숨을 거둡니다. 어린 마누라가 젊은 남자와 바람피우다 들켜서 계단에서 밀어서 살해당했다는 말도 있... 그리고 그의 작품인 철도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람들을 실어나르며 돈을 벌었으나, 운명의 1935년, 노동절, 20세기 미국 역사상 가장 강했던 3개의 허리케인중 하나가 이 지역을 강타하여, 키 웨스트까지 철도 노선 상당수가 박살이 납니다. 오늘 날에도 키웨스트까지 가는 동안 부서진 철도의 잔해를 일부 볼 수 있습니다. 이 철도를 대신할 자동차 도로가 1938년 만들어졌는데, 이게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Oversea's Highway' 입니다. 


섬들이 워낙 점점이 흩어져 있어서, 가장 긴 다리의 길이도 고작 7마일 정도입니다. 수심도 그리 깊지 않고, 물살도 쎄지 않아서 우리 나라 남/서해안의 다리 공사에 비해서는 난이도는 약하지만 워낙 오래전에, 기술수준에서 비교가 안되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정말 대단한겁니다. 


오른쪽에 보이시는 게 카리브해... 가 아니고 사우스비치에서 나와서 마이애미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는 중입니다. 


계속 그 다리를 지나는 중.

오른 쪽에 보이는 섬에 있는 집들이 진짜 부호들의 별장들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달립니다. 이 다리도 상당히 기네요.

마이애미 시내가 보입니다. 

대도시 답게 높은 빌딩도 좀 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죠. 얼른 키웨스트로 달리고 달립니다.

키웨스트 지역에 가면 휘발유가 비쌀 줄 알았는데...오히려 고속도로 휴계소가 더 비싸더군요. 좀 억울했던 생각이. 저 멀리 깊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리 비싸지 않으니 휴게소에서는 넣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나가다 발견한 파인애플 농장!

자! 도로 표지판이 보입니다. US1번 도로 Key West 방향

쭉 달립니다. 오른쪽은 미개발 늪지대인 지역을 지납니다. 키웨스트 들어가기 직전 플로리다 남쪽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대 늪지대에 걸쳐있거든요. 

늪지대를 지나 달리면

마침내 양쪽으로 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카리브해!

처음에는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Key Largo에 가기 전까지는 에머랄드빛 열대 바다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바다는 아직 에머랄드 빛이 아닙니다. 내해 가까운 지역이어서요.

구름이 무겁게 깔려있어 비가 올까 오히려 걱정하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비치보이즈의 노래에도 등장하는 키라고(Key Largo)를 지나게 됩니다. 도로는 보통 섬 한가운데를 지나고, 양쪽 바닷가는 주로 리조트나 개인소유입니다. 

요트 임대 서비스는 워낙 흔하고..

계속 달립니다. 거의 외길이라 앞차가 느리게 가면, 추월할 수도 없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키웨스트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리고  마참내 에머랄드 빛 바다가 펼쳐집니다. 사진으로는 별로지만 정말 멋집니다. 가다가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서 아무데나 세우고 한 컷. 

조금 높은 다리를 지나면...

저 바다 빛깔을 뭐라 말하면 좋으리오!

그저 감탄사만 나옵니다.

운전하기가 너무 즐거운 도로더군요.

마라톤키에서 화장실이 급해서, 관광 안내소에 들립니다. 지도 및 각종 정보를 얻고

사진도 몇장 찍습니다.

다리 없는 섬의 모양은 이렇다구요. 다리를 한 번 이어봐! 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오른쪽에 보이는 게 바로 백년 된 철도의 잔해 입니다. 뭐 지금은 다 썩었지만 보행은 가능하다고 해요.

7마일 브리지를 지나는 중, 바나나가 너무 설익어서 가면서 태양빛으로 익히고 있는 다목적 운전을 하는 중입니다.

달려! 

저 멀리 끝까지 에머랄드 빛!

7마일 브릿지도 장대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정말 멋진 길이지만 가로등도 없으니 밤에는 운전하기 싫을 듯.

7마일 브릿지 한장 더!

한장 더!

다도해 내해처럼 섬들이 잔뜩 있습니다. 대부분 섬은 개인소유여서 출입금지!

에머랄드 빛 바다를 제치고 달리고 달리면!

운전중이어서 사진을 찍어 둔게 없어서 구글맵에서 가져왔습니다. 3시간 정도 달려서 드디어 키웨스트에 도착했습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네요!

 

[2013년 플로리다 여행기 목록]

[2013 플로리다여행 01] 인천공항 - 달라스 공항 - 올란도 공항 

[2013 플로리다여행 02] 올란도 Diamond Resorts 

[2013 플로리다여행 03] 마이애미로 가는  (1) Thai Thani에서 점심그리고 애플지도 

[2013 플로리다여행 04] 마이애미로 가는길(2)  (Le Tub) 햄버거 

[2013 플로리다여행 05] 마이애미로 가는길(3): Whole Foods 들려서... 

[2013 플로리다여행 06] 마이애미-사우스 비치(South Beach) 밤거리 - 에스파뇰라 거리와 망고 트로피컬 카페 

[2013 플로리다여행 07] 마이애미비치의 아침 거리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08] 키웨스트로 가는  

[2013 플로리다여행 09] 키웨스트 가든 호텔 (The Gardens Hotel) 

[2013 플로리다여행 10] 키웨스트(Key West) 듀발(Duval) 스티리트 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11] 키웨스트(Key West) 멀로리 광장의 일몰 (Mallory Square) 

[2013 플로리다여행 12] 키웨스트 Pisces 레스토랑에서 저녁과 Gardens Hotel 정원 밤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3] 키웨스트 가든호텔의 아침식사와 정원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4] 키웨스트 헤밍웨이의 저택(1) - 입구와 실내 

[2013 플로리다여행 15] 키웨스트 헤밍웨이 저택(2) 정원과 집필실기념품 가게 

[2013 플로리다여행 16] 키웨스트 슬로피  (Sloppy Joe's Bar)에서 점심 

[2013 플로리다여행 17] 키웨스트 - 마일 0 (US 1 Mile Marker 0) 키라임 파이 

[2013 플로리다여행 18] 키웨스트 범선을 타고 일몰을.. 

[2013 플로리다여행 19] 키웨스트 일몰감상에 실패하고 캐롤라인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 

[2013 플로리다여행 20] 키웨스트(Key West) 써던모스트(Southernmost) 포인트 

[2013 플로리다여행 21] 키웨스트 크로아상  프랑스(Croissants de France) 

[2013 플로리다여행 22] 키웨스트에서 케이프코럴로(1): 스패니쉬 하버키(Spanish Habor Key) 바닷가 

[2013 플로리다여행 23] 키웨스트에서 케이프 코럴로(2) 브루터스 시푸드 (Brutus Seafood) 

[2013 플로리다여행 24] 키웨스트에서 케이프 코럴로(3) 307 마일 운전 

[2013 플로리다여행 25] 사라소타(Sarasota) - 링링 서커스 뮤지움 (Ringling Circus Museum) 

[2013 플로리다여행 26]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 (Ringling Museum) 정원(1): 반얀트리와 비밀의 정원 

[2013 플로리다여행 27]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 (Ringling Museum) 정원(2): 장미정원 

[2013 플로리다여행 28]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저택(1) 외부모습 

[2013 플로리다여행 29]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저택(2) 저택 1 

[2013 플로리다여행 30] 사라소타(Sarasota)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1) - 루벤스... 

[2013 플로리다여행 31]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2) - 특별 전시회 

[2013 플로리다여행 32]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3) - 중세~근대시대의 미술 

[2013 플로리다여행 33]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4) - 중앙정원 

[2013 플로리다여행 34]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일몰 

[2013 플로리다여행 35]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레스토랑 - Treviso 

[2013 플로리다여행 36] 게인즈빌(Gainesville) - 장보기 

[2013 플로리다여행 37] 게인스빌(Gainesville) 요리하기 + 플로리다 오렌지주스 이야기 

[2013 플로리다여행 38] 게인스빌(Gainesville) 밤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38] 게인스빌(Gainesville) 점심먹기-South Garden 

[2013 플로리다여행 39] 올랜도(Orlando) 쇼핑과 스테이크

[2013 플로리다여행 40] 올랜도(Orlando) - 다운타운 디즈니(Downtown Disney) 

[2013 플로리다여행 41] 돌아오면서 달라스공항 풍경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