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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 미술관의 절반을 대략 구경했습니다. 이때가 이미 4시 25분 가량, 5시면 무조건 문을 닫고 모두 내보내므로 3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데 구경해야 할 작품은 너무도 많은거죠. 그래도 안할 수는 없고 최선을 다해 흩어(?)보기로 합니다.


Jacob Fopsen vans Es의 "굴이 있는 정물화 (Still Life with Oysters)"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지방 작품이에요. 사실 이것보다는 '앵무새가 있는 정물화'가 훨씬 유명한 작품인데 앵무새는 먹을 수 없으니-_- 당연히 '굴'이 있는 그림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네요. 


페르디난도 대공의 초상화, 루벤스의 작품입니다. 13번째 갤러리에 있는 작품인데 이 갤러리가 '루벤스와 그의 제자들'이라는 이름의 갤러리로, 루벤스 공방의 작품을 모아 두었습니다. 페르디난도 대공은 스페인 펠리페 4세의 동생으로, 10살에 추기경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왜? 가문이 좋아서죠. 합스부르크 왕가의 직계만이 당시 '대공'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페르디난도 대공의 복장은 그가 가진 신분을 모두 나타냅니다. 기본적으로 지휘관으로써 아머를 입었지만, 추기경의 상징인 '붉은색' 숄을 둘렀습니다. 또한 장군의 투구는 테이블 위에 있고, 모자는 귀족의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즉 장군이자 지도자이자 추기경인 그의 신분을 잘 보여주죠.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뮤릴로(Bartolome Estaban Murillo) 작, 요셉과 서 있는 아기예수입니다. 17세기 후반기의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종종 예수님과 그의 아버지 요셉을 함께 그렸다고 하네요. 


'프랑스 예술'을 모아놓은 갤러리입니다. 화려한 피아노가 방안에 노여있습니다. 아니..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 하프시코드로군요. Claude Jacquet의 작품이고, 17세기 초기 프랑스 파리에서 귀족들의 집안 만찬에서 악사들이 연주하던 것일겁니다. 엘리자베스 클로드 자께라는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있었는데, 시대가 다르니 이름만 같은 사람인가 봅니다. 17세기 프랑스 제작된 하프시코드로 이렇게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건 몇 없다고 하네요. 


하프시코드 뚜껑에는 아름다운 장식이 남아있는데, 당시에는 그리스 신화를 이런 식으로 그려두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피아노는 돈 있는 집안에서 악기일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 활용되는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아폴로 신과 다프네의 전설이 그려져 있다는 데.... 뭐 순정만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듯한 장미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별로 맘에는 안들었지만, 연달아 같은 화가의 작품이 시리즈로 있는게 보기 좋아서 찍어보았습니다. 네덜란드 화가 Jurriaan Andriessen의 그림으로,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라 하는데, 별로 이상향스럽지 않네요.  


액자 화려하네요! 말이 안통하네뜨 마리 앙트와네뜨(Marie Antoinette), Elizabeth Louise Vigee Le Brun이라는 프랑스와 영국을 합쳐 놓은 듯한 이름의 화가가 그린 작품입니다. 당시 귀족의 초상화를 잘 그리는 것으로 이름이 높아서 유럽 여기저기로 자주 불려다녔다고 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류화가였고, 마리 앙트와네뜨와 매우 친해서 30개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두둑한 수고비도 챙겼다고 합니다. 여성적인 섬세함이 담겨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고 초상화를 보건데... 그냥 마리 앙트와네뜨와 친하니까 유명세를 탄 화가가 아닌가 싶긴 하네요. 하지만 마리 앙트와네뜨가 혁명 후 길로틴에 목이 잘린 후, 그녀는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 등을 떠돌아 다니면서 귀족들 초상화를 그려주며 (많은 수고비를 받으며) 떵떵 거리며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역시 뭐니뭐니 해도 기술이 있어야...


링링 미술관이 자랑하는 콜렉션 중 하나입니다. 설명은 좀 있다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 


지금도 이탈리아 가구는 고급가구의 대명사인데 그 전통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예술작품을 모아둔 갤러리인데 정면에 있는 의자 (좀 작게 찍혔지만)가 보이시나요? 갤러리 가운데 사람들이 쉬어가는 벤치 말구요. [링크미켈란젤로 페르골레지라는 이름의 장인이 만든 의자인데, 이상하게 링크된 사진은 귀신같은 사람 얼굴이 둘 있는데 실제로는 없었습니다. 가운데 소파와 양쪽의 의자 다 합쳐서 한쌍입니다. 링크의 사진을 보면 정말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 환상적으로 세공을 하였습니다. 


아무런 설명을 찍어두지 않아서, 어떤 건지 기억이 안나네요. 찍을 땐 무척 맘에 들었는데...


가운데 있는 그림이 특이해서 기록을 남겨봅니다. Giovanni Battista Tiepolo 작품. 왕자의 영광과 위험을 나타내는 그림이라네요. 뒤에 있는 오벨리스크가 아마도 앞에 있는 왕자와 그의 아내(?)의 영광을 보여주는 거겠죠.

 

Malvica factory라는 공방에서 작업한 흉상입니다. '비극'을 나타낸다고 하네요. 붉은 수정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The Lottery Drawing in Piazza Delle Erbe, Turin이라는 그림입니다. Giovanni Michele Granieri의 작품. 

앞에 있는 광경은 혼잡한 시장이고, 뒤의 건물 발코니에 있는 사람들은 복권을 가지고 있네요. 당시도 복권이 유행했나 봅니다. 


Giovanni Domenico Ferretti의 Harlequin 시리즈입니다. 할리퀸하면, 아마 혹시나 여자들이 백마탄 왕자님을 꿈꾸며 읽는 할리퀸 문고의 그 할리퀸이 맞습니다. 어릿광대라는 뜻이지요. 할리퀸 뜻도 모르고 계셨던 분도 꽤 있을텐데... 백마탄 왕자와 전혀 관련없은 어릿광대가 그런 문학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이유는 할리퀸 문고류의 소설을 대대적으로 펴낸 캐나다의 출판사 이름이 '할리퀸 유한책임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출판사 이름이었던거죠. 어쨌든 위 그림은 '가장노릇하는 어릿광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릿광대 아내도 어릿광대 옷을 입고 아기에게 무언가를 먹이고 있네요. 


화가 Giovanni는 18세기, 플로렌스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인정받는 화가였습니다. 그는 1740년부터 1760년까지 20년간 플로렌스에서 정렬적으로 이 그림을 시리즈로 그렸습니다. 링링 미술관에서는 모두 15점을 시리즈로 구매해서,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그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무척 의미있는 콜렉션이라 생각됩니다. 전체 그림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이고, 어릿광대와 등장인물은 다채로운 색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현대 서커스에서도 어릿광대의 짓궂은 성격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지요. 괜히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 게 아닙니다. 광대는 각각의 그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군인, 학자, 댄서, 식충이, 도둑, 실연당한 사람, 거지, 화가, 요리사 등등.. 다채로운 표정과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 그림은 모두 16장입니다. 원래 이그림은 독일의 유명한 무대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1950년대에 링링 뮤지엄에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원래 이 16장의 그림을 다 살계획이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14장만 구매하고 2장은 잃어버렸다고 하네요. 2012년에 어떤 경유로인지는 몰라도 나머지 한장이 발견되었고, 마지막 한장은 이탈리아 어느 화랑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대와 그의 귀부인 [링크] 이라는 작품입니다. 


매우 차분한 느낌의 갤러리. 한가운데 그릇들이 눈길을 끄네요.

18세기 만들어진 독일제 은식기. 당시 독일, Augsburg에서 정련한 은은 품질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그 도시에서 만들어진 은식기라고 하네요. 


다음 갤러리는 18세기 유럽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갤러리입니다.


방 중앙에 놓여있는 Clarissa de' Medici의 상입니다. 19세기 이탈리아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대리석으로 대단히 정성들여 세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처럼 인물 하나를 섬세히 세공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겠죠. 더구나 매우 아름답습니다.


석상도 멋진 대리석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Chiurazzi Foundry의 작품인데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유명한 예술 공방이라고 하네요. 작품이름은 Tavolo Rettangolare. 이탈리아어로 말하면 뭔가 있어보이나 '4각형 테이블'을 의미합니다. 단... 이런 식으로 전시배치를 하니... 뭔가 전쟁에서 패해서 토르소만 잘려 전시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영국 조지 4세 초상화. 영국화가 John Hoppner 그림입니다. 표정이 참 자연스러워 찍어보았습니다. 당시 조지 4세는 왕세자, 즉 웨일즈의 왕자 신분이었다고 하네요.


좀 별스런 갤러리가 나왔습니다. 아니.. 이건 그냥 거실 같은데. 아주 호화로운. 예. 말 그대로 호화로운 거실입니다. 뉴욕의 월도프 아스트리아 호텔을 아십니까?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덕에 더럽게 비싼 호텔입니다. 이 호텔의 창업주인 양반은 호텔을 짓고 그 옆으로 이사를 오면서 기존에 살던 호화주택을 팔았다고 합니다. 역사적인 가치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 링링은 그 주택의 세간살이를 파는 경매에 참가하여, 오늘날 거실 쯤 되는 '살롱'과 '도서관'을 통째로 구입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리고 전시실 두 개에 걸쳐, 월도프 맨션의 살롱과 도서관을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돈지랄이 뭐 피아노 하나 달랑있고, 참 검소하게 살았네요. 그냥 벽에 금좀 둘러 친 거 정도입니다. 다들 저정도 거실은 가지고 계시죠?


왈도프 호텔은 지금도 고급이지만, 당시에는 세계 최고로 비싼 요금을 자랑하기도 했던 호텔입니다. 한 모 국무총리가 하루 천만원짜리 방에서 묵었다고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호텔이죠. 한겨례 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이미 인터콘티넨탈을 예약해 두었는데, 왈도프에서 묶고 싶다고 총리실에서 우겨서 방이 없어 비싼 방을 사야했다고 되어 있는데, 한국 정치가들이 이 호텔을 사랑한 건 사실 역사적 유래가 깊습니다. 1942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여기서 한국독립운동 만찬을 열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만찬에서 태극기를 계양했는데 그 태극기는 현재 국회헌정기념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태극기는 1981년까지 호텔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어느 재미동포가 이를 알고 호텔에 요청해서, 대한민국 국회 헌정기념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고 서재필 선생이 저서 송재일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가리켜 "사치와 방종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하필 왈도프에서 만찬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만찬이 어떤 성격으로 누구를 초대해서, 무슨 목적으로 열렸는지, 누구 비용으로 개최했는지 알지 못하니 비판하기가 쉽지 않지만, 망국의 백성이 가장 화려한 호텔에서 만찬을 열었다는 건 당시 미국인들에게도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공연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네요. 뭐라 더 말하고 싶지만 이 만찬에 대해서는 너무 자료가 부족하니 심각하게 비판하는 건 어느 덕이 있는 연구자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경매에 참가해서, 방의 장식, 대리석 벽난로는 샀지만 가구는 사지 못한 듯 합니다. 피아노 하나가 전부.


거울도 있군요. 

피아노 하나 있는 게 전부인 검소한 방입니다. 

도서실. 역시 책은 관심없었는지 구매하지 않고 방의 벽과 장식만 가져왔습니다. 뭔가 좀 을씨년스럽네요.


뒤를 돌아 보면 이런 광경! 벽 장식마다 설명도 있지만 안읽어 본...


여기도 벽 난로는 있네요. 난로는 꼬박꼬박 샀는데 도서관이면 책도 사야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덕분에 매우 황량한 전시관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갤러리. 유럽과 북미의 예술 갤러리입니다.


출구 한 번 화려하네요~

가장 눈에 띄는 건 대리석 책상과 벽난로. 벽난로는 헌팅톤 맨션이라는 유서깊은 집에 있던 걸 떼어온 것으로, Karl Bitter라는 미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척 보고는 유럽 제품인줄 알았지요. 


"A Portrait Group of Paris Celebrities" 벨기에 화가 Alfred Stevens가 그린 그림입니다. 1889년 프랑스 만국박람회에 모인 유명인사를 그린 그림이지요. 혹시 국사책에서 배운 기억이 없으신지요? 예! 한국이 처음으로 참석한 박람회가 바로 이 박람회였죠. 돗자리, 모시, 가마 등을 출품했었다네요. 세계사 시간에서는? 예!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박람회였죠. 그리고? 건축에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예. 바로 에펠탑이 완공된 때입니다. 프랑스의 과학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는데, 최종 채택된 것이 바로 구스타프 에펠의 기획이었고, 탑이 박람회에 맞춰 완공된 거죠.


이 그림에 담긴 유명인사 25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타이스의 명상곡으로 잘알려진 당시 오페라 작곡가 쥘 마스네(Jules Massenet)가 있네요. 손에 모자를 든 남자입니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외눈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당대의 연극배우이며 영화시대 초기에도 활동했던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한눈에 확 들어오죠? Ruy Blas라는 빅토르 휴고의 연극에서 여왕역을 맡았는데 그 복장으로 참석해서 저런 차림이라고 하네요. 


Paul Delamain이라는 프랑스 화가의 두명의 멜론을 파는 안젤라 소녀. 라는 그림입니다. 색감이 좀 묘한 데가 있었어요.


Gaston Lachaise라는 프랑스 작가의 '서있는 여인'이라는 작품. 선이 참 고왔습니다.


하지만 이 갤러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Robert Henri라는 미국 화가가 그린 살로메라는 그림이었습니다. 상당히 관능적인 느낌이 나는 그림이었네요. 


전체 갤러리 광경을 찍어 보았습니다.

세공이 장난 아니지요? 미국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군요


아무리 봐도 유럽 어디서 돈을 주고 야밤에 귀중한 문화재를 뜯어 온 듯한...


이제 나가야 할 시간입니다. 이 미술관의 또 하나의 자랑인 중앙정원을 구경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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