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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원래 사라소타에서 근사한 곳을 찾아보려했지만, 노을을 하도 보고있었더니 눈이 피로해서 운전하기가 싫더군요. 박물관 출입구 쪽 건물에 식당이 있었던 걸 기억해 내고는 그냥 거기서 먹기로 했습니다. 


저녁무렵의 링링 입구. Visitor Pavilion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직역하자면 '방문자를 위한 임시가설건물' 정도의 뜻입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잘 지었는데 말이죠. 저 건물은 아마도 링링 부부 생존시에는 없었겠죠?


시간에 쫓겨 미처 들어가보지 못했던 Tibbals Learning Center. 서커스 관련 다양한 물품이 있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Pavilion 한쪽에 있는 커다란 레스토랑 Treviso입니다. 이탈리아 베니스 북쪽에 있는 지방이름입니다. 이 식당의 이름이 Treviso가 된 이유를 설명하면 좀 깁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링링 부지에서 약간 떨어져서 서 있는 'Osolo Theatre'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Visitor Pavilion 바로 밖에 있는 이 건물은, 링링부부가 죽고난 이후에 세워진 건물이지요. 


링링이 죽고나서 10년쯤 흐른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플로리다주는 링링의 유산을 무사히 주 정부 소유로 귀속시킨 다음, 이 시설을 관리하고 발전시킬 전문가를 고용합니다. 바로 Everett Austin이지요. 그는 코네티컷주의 Wadsworth Atheneum 박물관의 관장이었는데 (뉴욕-보스턴 사이에 있음) 바로크 미술의 전문가였다고 합니다. 그는 미술관이 단순히 미술이나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공연과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라소타에는 당시 변변한 예술공연장이 없었으므로 링링 부지에 극장을 만들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예산은 많았으니, 단순히 설계를 해서 극장을 지으면 그만이었겠지만 바로크 미술의 전문가답게 그는 이탈리아의 제대로 된 바로크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는 그런 극장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베네치아 북쪽에는 Osolo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에는 극장이 하나 있었죠. 1798년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래된 극장 Osolo Theatre가!!! 위의 극장을 해체한다음 미국으로 옮겨왔냐고요? 예.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만 어느 미친 마을에서 마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극장을 팔겠습니까? 대신... 그 극장은 1857년 한 번 수리를 했고, 1798년 만들어졌던 초기 인테리어 장식들은 극장 창고안에서 잠자고 있었지요. 그 인테리어를 발견해서 교섭끝에 구매한 사람이 지금도 L.A에서 미술품 거래회사로 활동하고 있는 Adolph Loewi Inc.의 창업자 Adolph Loewi 입니다. 원래 베네치아 사람인 그는 미국에 건너와서 미국 부자들에게 유럽 미술품을 중개판매하며 큰 돈을 만졌지요. Adoph Loewi는 새로운 박물관장 Austin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Austin은 그로부터 Osolo Theatre의 오래된 인테리어들을 사들였고, 그 인테리어로 장식한 극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Osolo Theatre'로 지었죠. 


이제 식당이름이 Treviso인 이야기를 하자면, Osolo는 Treviso 지역에 속한 도시입니다. 같은 추기경이 담당하던 구역이죠. 한국으로 치면 Treviso'도', Osolo'시'인 거죠. 그런데 Osolo는 이미 극장이름으로 있으니까 식당이름은 Treviso로 한 겁니다. 대신 위 식당 사진에서 오른쪽 벽을 보시면 'Osolo'시의 마을 스케치가 그려져 있죠.


이야기가 난 김에 Osolo 극장 사진을 몇개 가지고 왔습니다. 참조하시죠.

참고로 이 극장은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좁습니다. 그야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인테리어에 맞춰 지었으니 그럴 밖에요. 그래서 사라소타 오페라단이 원래 여기서 공연을 했었지만, 이제는 시내에 독자적인 건물을 짓고 옮긴 상태입니다.  


피곤할 때는 스프가 딱이지요. 브로콜리 스프였나? 워낙 피곤한 상태에서 막 먹기 시작해서 기억이 안나네요.


식전빵. 배고프니까 맛있게 먹었지만 아주 수준이 높지는 않은 포카치오가 나왔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그래도 술술 넘어가더군요. 


식탁위의 장미가 아까 본 장미정원을 연상케해서 하나 찍어봅니다. 


모데냐 피자(Modena Pizza), 모짜랄레와 고르곤졸라, 위에 뿌려진 건 6년산 발사믹, 양파와 구운 '배'가 들어가 단맛이 나는 피자입니다. 모데냐가 발사믹의 산지이다보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피자 경험은 짧지만... 별로 이탈리아 스럽지는 않았네요. 


오늘의 특식(Local Catch of the Day) 그날 잡은 생선으로 만든 오리입니다. 생선이름은 잊어버렸는데.... 키웨스트에서 먹은 것만은 못해도 맛있었습니다. 


디저트는 뭐.. 아시겠죠. 마스카포네치즈를 듬뿍 쓰기는 했지만 기대보다는 못했던.


이탈리아 소도시 오솔로 풍광이 그려진 벽화. 다 먹고나니... 우리 주위를 꽉 채우고 있던 어른신들은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가셨네요. 온통 점잖게 차려입은 어른신들이 많아서 은퇴도시 사라소타라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더군요. 대단한 맛집은 아니지만, 이 동네 어른신들의 인기 식당이라 자리가 만석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여기서 드시고 싶은 분은 가급적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예약을 해두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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