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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굽는 데 좀 자신이 있어서, 미국에 갈 때는 스테이크를 구워먹는데 홀푸드까지 내려가기가 너무 귀찮네요. 게인즈빌은 작은 도시라 홀푸드가 없습니다. 어디서 원하는 고기를 사야할지 몰라 스테이크는 패스하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라면만 끓이는 수준만 되면 쉽게 만들 수 있어 요리하기도 쉽고, 미국에는 좋은 재료들이 너무 많아서. 풍성하게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지인의 빈약한 조리도구...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전 일반인이므로 조리도구가 좋아야 합니다. 


한국에는 De cecco가 많이 들어오지만, 저는 Rustichella d'Abruzzo를 가장 선호합니다. 미국에 와서 가장 처음 만들어본 면이 이 브랜드여서 가장 익숙하고 제 입맛에 맛습니다.  


한국에서는 치악산에서 주로 재배되어 '치악산 큰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포타벨라 버섯. 오스틴 파머스 마켓에 가면 아침에 갓딴 버섯을 살 수 있는데 그 맛이 그립군요. 버섯은 주로 수분을 추가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오래동안 약불로 조리하면 버섯 자체에서 나온 수분으로 흥건해 지는데, 나중에 그걸 파스타에 추가해 줍니다. 제 경우는 파스타 삶은 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푸짐한 맛을 내기 위해 베이컨을 빼먹을 순 없죠. 게인즈빌에서 구할 수 있는 베이컨으로는 가장 상등품일 듯. 하지만 오스틴의 베이컨과는 좀 수준차이가.


그리시(greasy)하다.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베이컨을 굽고 (레시피에는 흔히 여분의 기름을 제거하라고 권하지만 제가 왜 그럽니까?) 마늘을 같이 볶습니다. 베이컨 기름이니만치 올리브 기름처럼 마늘향이 나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마늘이라는 게 신통해서, 베이컨 기름을 먹어도 마늘과 함께라면 괜찮을거야! 라고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마늘도 텍사스나 미시간에서는 좀 더 향이 진한 녀석이 있었는데 플로리다는 별로 좋은 게 없더군요. 쳇!


치즈 세종류를 믹스하여 소스를 만들... 려고 했는데 평소처럼 치즈소스를 만드는 것보다는 가볍게 향만 추가하는 수준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제 치즈소스 레시피는 들어가는 치즈양이 서울시내 고급 레스토랑의 파스타값이라-_-;(한국 가격으로 환산했을 경우입니다.);;; 브리와 브루고뉴 치즈 그리고...


로크포르 치즈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찾을 수 없는 이 치즈--; 제가 햄버거와 파스타 만들 때 꼭 들어가는 놈인데 그동안 없어서 금단 증상까지. 고르곤졸라로는 사실 만족이 안되서요. 


데친 면을 볶아줍니다. 면 볶는 모습만 봐도... 전문 요리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제 레시피라면 치즈소스가 흥건해야할 정도지만 여행 뒤에 몸이 피곤해서 그 진한 치즈소스는 부담스러울 듯 해서 (제 레시피의 기본은 레스토랑 스파게티보다 맛있기 위해서는, 레스토랑 스파게티 가격만큼의 재료비를 들여 파스타를 만들어라... 입니다.)


플로리다는 겨울철에도 딸기, 블루베리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완성품. 파스타보다 접시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더 많을 듯. 고르곤졸라보다 강한 향이 툭 하고 가슴을 찌를듯 달려듭니다. 제가 블루치즈의 향을 즐기게 될 줄이야. 미국가기전에는 피자에 있는 모짜렐라 치즈 정도만 먹었는데 말입니다. 


수퍼에서 산 라비올리.


곁들임 와인. 2004년 Barreri & Rovati Barolo Riserva, 술을 안마시는 저는 혀만 담그는 수준으로.. 국내에는 안들어오는데 $19.99입니다. 싸죠?


다음날 아침은 좀 더 간편하게, 미국식으로 베이컨, 계란에 블루베리, 딸기.

플로리다에 오면 꼭 먹어야 할 것은 바로..

오렌지 주스입니다. 오렌지 왕국답게 시판하는 오렌지 주스 말고, 오렌지를 사서 즙을 짜주면 비교도 안되는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맛을 깨닫고는 시판되는 오렌지는 모조리 우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4개를 짰는데 고작 요정도 나옵니다. 정말 맛있게 만들려면 살짝만 짜주는 게 좋긴 합니다만 그러면 너무 아까우니...


오렌지 2개를 짜면 저 정도 분량이 나옵니다. 예. 큼지막한 것 두개. 발렌시아 오렌지는 아니지만, Navel이라도 맛은 시판 오렌지와 비교가 안되지요.


Organic Valley, 한국에서 유명한 Florida Natural 등 여러 오렌지 주스 브랜드가 있지만 플로리다에 가면, 이게 최고다! 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마셔본 시판 주스중에 제일 맘에 들었던건 엉뚱하게도 Fresh Market의 독자 제품인 이것입니다. 먹고 나서도 믿기지 않아서 다음번에 또 먹으면 맛있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네요. 맛이란게 몸상태에서도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오렌지 주스를 먹을 때 알아야 하는 건 첫째! 오렌지 품종입니다. 가을~겨울은 수확하는 품종이 Hamlin, Parson Browns, Navel 위주인데요, 즙이나 당도에서 봄에서 초 여름까지 자라는 발렌시아(Valencia)오렌지에 미치지 못하지요. 한국에는 주로 Navel이 들어오고, 발렌시아 오렌지는 농축액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발렌시아 오렌지 주스를 한국에서 먹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발렌시아 오렌지는 캘리포니아, 스페인, 터키, 플로리다, 텍사스 어디든지 자라지만 플로리다 제철 오렌지는 발렌시아 오렌지 중에서도 손꼽힌다고 합니다. (2009년 봄에 먹어봤는데... 환상이었지요)


품종 말고, 알아야 하는 건 '농축액'으로 만들었는가?' '라고 하시는 분이 있을텐데... 맞습니다. 주스에 관심많은 분들은 'not made from concentrate'라는 문구를 알고 계실 겁니다. 이 문구는 사실 1980년대에, Tropicana에서 만든 문구죠. 이 회사는 펩시콜라소유입니다. 농축액이나 프레시 오렌지나 사실, 재료는 차이가 없어요. 즉 생산비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오렌지를 짜서 운송하기 쉽게 수분을 제거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만, 농축액으로 만든 짜낸 오렌지에 비해 풍미가 약하기 때문에 여러 첨가물을 넣게 됩니다. 대표적인 첨가물이 오렌지 껍질을 짜서 만든 오렌지 오일이지요. 합성 오렌지향을 넣기도 한다는데 잘 모르니 패스합니다. 어쨌든 'not made from concentrate' 프로모션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시장 2, 3위인 Minute Maid, Simply Orange(둘다 코카콜라 소유)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서 농축액으로 만들지 않은 오렌지는 금방 프리미엄 오렌지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뭐 한국은 아쉽게도 오렌지 산지와 너무 멀어서 대부분 주스가 농축액에 물타서 만드는 오렌지입니다만.


하지만 농축액으로부터 만들지 않는 주스 역시 직접 짠 맛이 나오지 않지요. 왜냐하면 대량생산을 위해 살균과 탈산화 공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농장에서 따서 배송한 오렌지를 바로 짜서, 우리가 마시는 용기에 넣고 그걸 그대로 배송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규모로 오렌지를 생산하려면 그런 식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습니다. 어쨌든 오렌지는 생물이라! 수확하는 날짜는 비슷한데 소비는 일년내내 해야하니까요. (플로리다 정도 되면 일년 내내 오렌지를 수확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겨울에 수확하는 오렌지는 맛이 약한게 사실이죠) 그래서 실제로는, 

1. 업체는 오렌지를 대량으로 구매함

2. 기계 공정으로 껍질을 벗김. 

3. 오렌지 과육에서 즙을 짬. 이때 껍질에서는 오렌지 오일을 짬

4. 오렌지 즙은 살균과정탈산화 공정을 거침. 농축액보다는 덜 하지만 오래 보관이 가능함

5. 시장에 출시할 때가 되면 필요한 즙과 오렌지 오일을 믹스해서 용기에 담고 출하함.


이렇게 되는 겁니다. 농축액으로 만들지 않고, 신선한 오렌지에서 짜냈긴 한데, 그걸 용기에 담은 날짜는 알 수 없는거죠. 요점은 "농축액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꼭 신선한 오렌지주스라고는 하기 어렵다." 라는 겁니다. 물론 프리미엄 업체에서는 대부분 신선한 상태로 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모든 브랜드의 주스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브랜드가 최고다.. 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기회가 되면 플로리다에서 갓딴 발렌시아 오렌지를 직접 짜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마셨던 오렌지 주스는 대체 뭐였는가? 라는 깨달음을 얻으실 거에요.

[2013년 플로리다 여행기 목록]

[2013 플로리다여행 01] 인천공항 - 달라스 공항 - 올란도 공항 

[2013 플로리다여행 02] 올란도 Diamond Resorts 

[2013 플로리다여행 03] 마이애미로 가는  (1) Thai Thani에서 점심그리고 애플지도 

[2013 플로리다여행 04] 마이애미로 가는길(2)  (Le Tub) 햄버거 

[2013 플로리다여행 05] 마이애미로 가는길(3): Whole Foods 들려서... 

[2013 플로리다여행 06] 마이애미-사우스 비치(South Beach) 밤거리 - 에스파뇰라 거리와 망고 트로피컬 카페 

[2013 플로리다여행 07] 마이애미비치의 아침 거리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08] 키웨스트로 가는  

[2013 플로리다여행 09] 키웨스트 가든 호텔 (The Gardens Hotel) 

[2013 플로리다여행 10] 키웨스트(Key West) 듀발(Duval) 스티리트 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11] 키웨스트(Key West) 멀로리 광장의 일몰 (Mallory Square) 

[2013 플로리다여행 12] 키웨스트 Pisces 레스토랑에서 저녁과 Gardens Hotel 정원 밤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3] 키웨스트 가든호텔의 아침식사와 정원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4] 키웨스트 헤밍웨이의 저택(1) - 입구와 실내 

[2013 플로리다여행 15] 키웨스트 헤밍웨이 저택(2) 정원과 집필실기념품 가게 

[2013 플로리다여행 16] 키웨스트 슬로피  (Sloppy Joe's Bar)에서 점심 

[2013 플로리다여행 17] 키웨스트 - 마일 0 (US 1 Mile Marker 0) 키라임 파이 

[2013 플로리다여행 18] 키웨스트 범선을 타고 일몰을.. 

[2013 플로리다여행 19] 키웨스트 일몰감상에 실패하고 캐롤라인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 

[2013 플로리다여행 20] 키웨스트(Key West) 써던모스트(Southernmost) 포인트 

[2013 플로리다여행 21] 키웨스트 크로아상  프랑스(Croissants de France) 

[2013 플로리다여행 22] 키웨스트에서 케이프코럴로(1): 스패니쉬 하버키(Spanish Habor Key) 바닷가 

[2013 플로리다여행 23] 키웨스트에서 케이프 코럴로(2) 브루터스 시푸드 (Brutus Sea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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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플로리다여행 28]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저택(1) 외부모습 

[2013 플로리다여행 29]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저택(2) 저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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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플로리다여행 32]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3) - 중세~근대시대의 미술 

[2013 플로리다여행 33]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미술관(4) - 중앙정원 

[2013 플로리다여행 34]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일몰 

[2013 플로리다여행 35] 사라소타 - 링링 뮤지움(Ringling Museum) 레스토랑 - Treviso 

[2013 플로리다여행 36] 게인즈빌(Gainesville) - 장보기 

[2013 플로리다여행 37] 게인스빌(Gainesville) 요리하기 + 플로리다 오렌지주스 이야기 

[2013 플로리다여행 38] 게인스빌(Gainesville) 밤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38] 게인스빌(Gainesville) 점심먹기-South Garden 

[2013 플로리다여행 39] 올랜도(Orlando) 쇼핑과 스테이크

[2013 플로리다여행 40] 올랜도(Orlando) - 다운타운 디즈니(Downtown Disney) 

[2013 플로리다여행 41] 돌아오면서 달라스공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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