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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는 말 그대로 바닷가, 카리브해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따라서 해산물이 싱싱하죠. 그래서 제대로 된 해산물 요리를 좀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미국 해산물 요리에 대해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닙니다. 특히나 남부에서요. 뉴올리안즈에 가서 비싼 식당 몇을 가봤습니다만, 다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온라인 정보를 믿기 보다는 제가 묵는 The Gardens Hotel 주인분에게, 자주 가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서 추천받은 곳이 Pisces입니다. 파이시즈, 물고리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이름부터 해산물 전문식당 스럽네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 레스토랑 홈페이지는 http://www.pisceskeywest.com/ 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Zagat이나 Yelp의 평도 나쁘지 않더군요. 뭐 온라인에서 정보보다 고급스러운 호텔 '여'주인분이 '여기 친구들과 자주간다.'라고 하면 그만큼 믿을만하지 않겠습니까?


식당 외관입니다.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은 아니지만, 식당으로서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1983년부터 영업한 이 동네 올드 멤버 중 하나라고 하네요. 파인 다이닝을 이 고장에서 시작한 최초의 가게.. 라는 식의 자랑도 하던데, 뭐 그런 자랑은 일단 제껴두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그다지 없네요. 벽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의 카피본이 걸려 있습니다. 오리지널은 아니고 프린트지만, 대신 주인이 작품마다 앤디 워홀의 사인을 직접 받았다고 하네요. 

실내는 대충 이런 구조입니다.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기에는 인테리어가 좀 빈약하고 개성 없어 보이지만 충분히 청결하더군요.



우리가 앉았던 자리 옆에는 믹 재거가 있었습니다. 앤디 워홀과 믹 재거의 사인을 주인장이 직접 받아왔다고 하더군요.


식전빵을 테이블보에 덮어 식지 않도록 내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웨이터와 서버가 나뉘어 있습니다. 물론 웨이터가 음식 서빙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서버(아르바이트)가 단순히 음식을 나른다면, 웨이터는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하고, 고객이 분위기 전반을 맞춰줘야 합니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식당에 온 경험 전반이 즐겁도록 해주는 게 웨이터의 역할이지요. 


버터는 역시 평범. 

어뮤즈 부쉬. 연어와 새우알, 성게무스. (기억은 불확실 하지만 대충 그렇습니다.)

랍스터 수프. 따뜻하고 몸이 녹는 듯 했습니다. 괜찮더군요. 


키 라임 셔벗. 이거 정말 훌륭하더군요. 디저트로 이것만 주문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많이 없다고. 


옐로테일 스내퍼를 아토차 소스로 조리한 것. 곁들임으로 조개관자 구이와 핑크 쉬림프. 약간의 야채들이 딸려나옵니다. Yellowtail Snapper는 돔 비슷한 형태의 물고기인데, 꼬리색이 노란색입니다. 주로 플로리다에서 브라질과 같은 따뜻한 바다에 살지만, 조금 별난 종류들이 멀리 뉴욕까지 가서 잡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Florida Keys라 불리는 산호초가 많은 섬 주변에 흔한 물고기입니다. 새우, 개, 벌레나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녀석이라 살이 맛있지요. 

 

관자와 새우도 이 동네 특산품. 특히 관자가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핑크 쉬림프는 Gulf Pink Shrimp라고 불리는 종류로, 보리 새우의 일종인데 몸이 붉은 색을 띕니다. 바닥에 깔린 소스가 'Atocha'소스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소스라 어떤 소스인지 물어보니, 1622년 키웨스트 부근 바다에 가라앉은 스페인의 배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배가 스페인 은화를 가득 싣고 있었는데 1971년에 우연히 바다에서 은화가 발견되서 끈질기게 찾은 끝에 1985년 엄청난 은화를 찾아냈다고 하네요. 어쨌든 그 배의 이름을 이 가게에서 멋대로  소스에 붙인 건데 니쁘지 않았습니다. 미국 남부의 생선요리는 텍사스에서 하도 형편없는 걸 많이 먹어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선이 워낙 좋으니 모든 게 용서가 되더군요. 소스도 버터로 개성없이 그냥 구워버린 것보다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일행이 주문한 Mutton Snapper에 디죵 머스터드 소스스요리. 핑크 새우가 올라가 있는 것은 제 요리와 동일하지만, 블루 크랩의 살이 곁들여져 있더군요. 이 요리도 바다에서 어부가 잡아서 그날 만든 요리이니, 생선이 맛이 좋더군요. 소스가 약간 머스터드 맛이 많이나서 좀 맘에 안 들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았네요. 블루크랩의 살은 특히 달았구요. 


야채는 동일하게 올라가있습니다. 


디저트는 약간 실망이네요. 그날그날 직접 만든다는 아이스크림인데... 럼주의 본고장 답게 럼 맛이 강해서 술에 약한 저는 한 수픈만 맛봐야했습니다.

초코 퐁듀. 음... 이건 아니었어요.

초콜렛은 많이 썼지만, 그다지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디저트는 좀 약하네요.하지만 질 좋은 초콜렛을 정말 양껏 썼긴 했습니다. 뭐 미국 애들이 그렇지요. 

밥을 먹는 중에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군요. 우리 바로 옆자리에는 한 노부부가 식사를 했는데 웨이터가 오자 가장 먼저 "내 이름은 뭐고, 내 아내 이름은 뭐요."라고 자신과 부인을 소개하고, 웨이터의 이름을 묻더군요. 그리고는 다음부터는 서로 이름을 부르더군요. 예를 들어 손님이름이 제임스고, 웨이터 이름이 쿡이면

"쿡, 물 한잔 가져다 주겠소?"

"여기있습니다. 제임스. 음식이 좀 짠가요?"

이런 식이지요. 

예전에 오스틴에 있을 때도 분명히 있었던 광경일텐데 (물론 고급식당을 거의 가지 않기는 했지만) 왜 지금에야 눈에 들어오는건지. 그런 태도가 몹시 부러워졌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손님 이름을 부르고 커피가 나왔다고 안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중요한 건 웨이터와 손님이 서로 존중하고 동등하다는 인식과 문화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문화가 들어오지 않은채 형식만 들어왔으니, 손님들은 어색해하고 장난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장에 모든 손님"이라는 닉네임을 적어서 "매장에 모든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외침이나 나오게 할까 궁리하고 있는거죠. 


하나 더. 저는 팁을 주기 싫어했는데 얼마전에 팁이 미국 문화의 이면을 알고 나니 그런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이라 돈도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안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뉴스페퍼민트의 이글 [링크] 을 읽고 나서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팁의 규모가 아니라 레스토랑들이 직원들에게 생계를 이어나갈만한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노동법은 팁이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을 채워주는 한, 시간당 최저 2.13달러라는 낮은 임금을 지불 할 수 있도록 허용 (tip credit)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뉴올리안즈에서 태도가 불만이어서 팁을 안준 웨이터분께 사과드리고 싶고 제 자신이 부끄럽더군요. 저 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팁을 아까워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20%씩 줄 예정은 없구요 15%는 주려고 합니다.)


배를 채웠는데요... 사실 키웨스트 관광객이라면 새벽까지 하는 바에 가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를 풀기위해 호텔 밤정원을 산책하기로 합니다. 몇 번 사진으로 보여드린 개구리 연못. 밤에 등불을 잘 밝혀둬서 분위기가 선명하네요.



밤 10시 무렵이었는데 이미 정원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가격대가 좀 있다보니 점잖은 노부부들이 주로 오는 호텔이어서요, 젊은 사람들이 잘 없더군요. 그러니 10시만 되면 파장분위기입니다. 물론 관리실도 8시이후에는 사람이 없어요.


수영장과 정자. 밤에 보니 더 운치가 있군요.


정자에 앉아서 본 수영장.


주변에 야자수인데, 무언가 조명으로 벌레들이 빛을 밝히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더군요. 꽤나 맘에 들었습니다.

호텔 정원을 아직 제대로 소개 안해드렸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수영장!

정자 내부. 화분 받침대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정자를 밝히고 있는 불도 산호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밤에 정원 여기저기에 불이 켜집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산책하다보면 꽤나 이쁘답니다. 

운치가 있고, 군데군데 조명이 많아서 밤 산책도 즐길만 합니다. 그리 넓지 않은데도 어찌나 아기자기 꾸며두었는지. 

다시 개구리 분수. 사실 여기가 제가 묵은 방 앞이어서 자주 사진 찍게 되네요. 다음에는 이 호텔에서 먹은 조식과 아침 정원산책 이야기입니다. 

[2013년 플로리다 여행기 목록]

[2013 플로리다여행 01] 인천공항 - 달라스 공항 - 올란도 공항 

[2013 플로리다여행 02] 올란도 Diamond Resorts 

[2013 플로리다여행 03] 마이애미로 가는  (1) Thai Thani에서 점심그리고 애플지도 

[2013 플로리다여행 04] 마이애미로 가는길(2)  (Le Tub) 햄버거 

[2013 플로리다여행 05] 마이애미로 가는길(3): Whole Foods 들려서... 

[2013 플로리다여행 06] 마이애미-사우스 비치(South Beach) 밤거리 - 에스파뇰라 거리와 망고 트로피컬 카페 

[2013 플로리다여행 07] 마이애미비치의 아침 거리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08] 키웨스트로 가는  

[2013 플로리다여행 09] 키웨스트 가든 호텔 (The Gardens Hotel) 

[2013 플로리다여행 10] 키웨스트(Key West) 듀발(Duval) 스티리트 풍경 

[2013 플로리다여행 11] 키웨스트(Key West) 멀로리 광장의 일몰 (Mallory Square) 

[2013 플로리다여행 12] 키웨스트 Pisces 레스토랑에서 저녁과 Gardens Hotel 정원 밤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3] 키웨스트 가든호텔의 아침식사와 정원산책 

[2013 플로리다여행 14] 키웨스트 헤밍웨이의 저택(1) - 입구와 실내 

[2013 플로리다여행 15] 키웨스트 헤밍웨이 저택(2) 정원과 집필실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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